‘삼갈 신(愼)’에 ‘홀로 독(獨)’. 국어사전에는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53

며칠 후 좋아하는 편집숍에 가서 그 공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눈길을 사로잡는 묘한 그린색의 컵 하나를 구매했다. 그저 평범한 물컵일 뿐이었는데, 4만 원이 넘었다. 그래도 샀다. 내가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다. 나는 테이블에 놓인 그 컵을 바라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나 자신을 감시하는 감각이 아닌, 느슨하고 편안하게 대해 줄 방법을 궁리해야 할 때가 찾아온 것 같다고. 진정한 자긍이 무엇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인지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시간이다.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56

우리 집뿐만이 아니었다. 작은 동네의 엄마들 네트워크란 무서워서 다른 친구들 집에서도 생식이 시리얼을 대체하는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생식, 이 무자비한 시리얼(serial)-시리얼(cereal)-킬러. 그렇게 시리얼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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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마주하는 여러분의 첫 식사가 조금은 달리 보이길 바랍니다. 부디 대충 때우는 한 끼가 아닌 나를 챙기는 따뜻한 감각으로 자리하길 빕니다. 결국 모든 건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니까요.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8

토마토를 맛있게 먹으려면 대체로 요리를 해 먹는 게 유리하다. 생으로 먹을 때보다 맛이 훨씬 깊고 풍부해진다. 때로는 토마토가 어떤 운명을 타고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토마토는 기름으로 요리를 했을 때 몸에 좋은 성분인 라이코펜의 흡수율이 높아지는데, 그 맛도 어쩜 올리브 오일과 찰떡궁합이다.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만 있으면 이렇게 편하고 맛있고 몸에도 좋은 음식이 탄생한다니, 자취인의 희망이 따로 없다.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15

서양권에서는 만드는 방식과 이름이 조금씩 다른 토마토 수프들이 있다. 헝가리의 굴라쉬, 이탈리아의 미네스트로네, 러시아의 보르쉬 등등.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17

겨울에 뜨끈한 토마토 수프가 있다면 여름에는 가스파초가 있다. 스페인의 냉 토마토 수프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너무 더워 기력이 없을 때 오이냉채나 냉면처럼 먹는 편이다. 스페인의 여름 보양식이랄까.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18

나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은 날에는 브리 치즈나 카망베르 치즈를 사다가 6등분해서 마른 팬에 살짝 굽는다. 치즈가 살짝 녹으면 접시에 옮겨 담고 그 위에 견과류를 얹고 꿀을 뿌린다. 먹는다. 감탄한다. 와인을 딴다. 천국! 애용하는 치즈 사이트에서 알게 된 방법인데 몇 년째 우울한 날의 특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22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일요일 낮이고, 나는 냉장고에 있는 뮌스터 치즈와 미몰레뜨 치즈,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뚝뚝 떼어가며 낮술을 하고 싶은 생각에 침을 꿀꺽 삼키고 있다. 그거면 돌아오는 한 주도 조금 더 힘을 내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우리 모두 힘내서 오늘 하루도, 치-즈.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23

고소하고 달달한 종류의 식재료라면 무엇이든 넣어도 좋다. 요거트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은 재료들을 너르게 안아준다. 나는 그런 요거트의 너그러움을 좋아한다.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25

그리스의 ‘차지키 소스’다. 그릭 요거트에 다진 마늘과 다진 오이, 올리브 오일, 레몬즙, 소금, 후추를 섞는 소스로, 오이의 아삭함과 마늘의 알싸함, 올리브 오일의 부드러움, 요거트의 산뜻함이 중독적이다. 진짜 맛있다.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25

다양한 묽기와 형태와 종류로 수많은 식재료를 부드럽게 품에 안는 요거트가 대책 없이 좋다. 이 요지경 세상 속에서도 요거트만 있으면 조금 더 든든하고 건강하고 너그럽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오른다. 좋아, 내일 아침도 역시 요거트 볼이다.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27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요리를 즐기는 유형과 차라리 설거지를 택하는 유형.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38

부엌에 재고가 바닥나면 조마조마해지는 식재료가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게 바나나다. 매거진에 칼럼까지 쓰며 프루테리언임을 선언할 만큼 과일을 신봉하던 시절, 나의 메인 디시는 바나나였다. 검은 반점이 적당히 피어오르기 시작한 바나나가 집에 있다는 걸 떠올리면, 냉장고에 한우나 보리굴비가 가득 차 있는 것 못지않게 만족스러웠다. 잘 익은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물면 감탄부터 나온다. 어쩌면 이렇게 포근하고 달콤할 수 있을까. 가히 천국의 맛이다. 그냥 까 먹어도 맛있지만, 스테이크처럼 포크와 나이프로 잘라서 먹기도 하고, 로메인이나 방울토마토를 곁들여 먹기도 하고, 심심하면 구워 먹기도 했다.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42

지인들은 나를 바나나에 미친 괴짜 정도로 취급했지만, 바나나를 메인으로 한 과일을 주식 삼으며 좋았던 건 ‘오늘 뭐 먹지’의 강박에서 잠시나마 해방되었다는 점이다. 옷과 가방, 책만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삶 전체가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경지로 접어드는 것 같았다. 완전 신세계였다. - <요즘 사는 맛>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9042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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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가 넘은 여성들에게 뭐가 남지? 비탄에 젖은 19세기의 과부들, 과거의 올드미스들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지만 안쓰럽기로는 뒤지지 않는 고독이 남는다. 이 고독은 1960년대 성 풍속 혁명 이후에 등장한 것이다. 성 해방은 쾌락의 평등을 약속했지만 실상은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 차고 넘치는 관능이 모두에게 약속되었으나 아직도 제2의 성 대다수에게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파행 아니면 처절한 사막밖에 없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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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형성하고 해체하는 시간에 맞서는 전략이 적어도 두 가지는 있다. 순간을 즐기거나 지속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고대인들은 이 두 가지 전략을 모두 중요시해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명령을 내렸다. 당장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라.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88

첫째 명제부터 보자. "삶의 방식에 완전함을 부여하는 것은 하루하루를 생의 마지막 날처럼 보내는 자세"라고 스토아주의자들은 말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88

오늘 밤 자다가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두 발 뻗고 잠들지 못한다. 그러한 명령은 실제 경험과 괴리된 간결성의 독단론에 입각해 있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낙관하지 않으면, 아직은 시간이 있고 상황은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없다면, 기쁨을 느낄 수 없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그날 밤 관에 들어가 눕듯 침대에 누울 수 없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89

"하루하루를 삶의 완성처럼 살아라"4라는 말은 그만큼 현명하게 살라는 뜻이지만, 최대한 즐기면서 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은 처음 보듯 바라보고 처음 사는 듯 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듯 보고 마지막으로 사는 듯 살아야 한다. 일단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새로워져야 한다. 그리고 생을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는 재화처럼 여기고 지금 당장 누려야 한다.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섬광 같은 순간, 시간의 지속으로부터 훔쳐낸 순간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90

뭔가를 외워서 달달 읊다 보면 깨달음이 번득 일어날 때가 있다. 자기의 창조와 재창조는 언제나 모방한 형식과 새로운 형식 사이의 투쟁에서 나온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93

과거는 한낱 벌레 끓는 시체가 아니다. 과거는 "보고서가 잔뜩 든 커다란 서랍장"이자 우리를 위협하는 "시든 장미로 꽉 찬 안방"(보들레르)이다. 하지만 신기한 물건이 가득 든 궤짝처럼 잠깐은 마법이 통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94

세월이 가면 과거도 달라진다. 과거가 떠오를 때마다 우리는 거기에 감정의 색깔을 덧입힌다. 그래서 소설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시간 역설이 발생한다. 우리는 미래를 그리워하고 지나간 시간을 예언한다. 과거는 끊임없이 현재에 다짜고짜 난입해서는 전에 없던 밀담을 꾀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97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늙음의 비극이란 한 인생의 총합이 되는 것, 숫자 하나 바뀌지 않는 최종 합산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6 총합 자체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체는 움직이는 모자이크화처럼 늘 헤쳤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재구성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97

망각은 인간의 뇌라는 절묘한 지우개 덕분에 얻을 수 있는 희열의 조건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98

생의 초년기처럼 살면서 늙어버린 자아의 한계를 깨고 우리를 깨끗하게 하는 샘에 뛰어들라. 몸은 늙되 마음은 늙지 말라. 세상과 쾌락에 대한 감각을 지키고 걱정 많은 속내와 혐오라는 이중의 함정을 피하라.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01

영국의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는 "인생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면서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도 연습 중일 테고, 서툴게 한 음 한 음 연주해낼 것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01

가끔은 우리 안의 여러 세대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 대화가 과거의 어린아이, 지금의 어른, 앞으로 될 노인을 불러내기도 하고 쫓아내기도 한다. 이 아바타들은 어떤 위상을 차지하는가? 유령? 예측? 레버넌트? 중세 이후로 유령은 우연히 마주한 정체불명의 죽은 자, 레버넌트는 산 자와 가까운 사이였다가 이미 죽은 자로 구분되어왔다.9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 청소년기의 나도 이방인처럼 낯설지 않은가. 과거의 나는 오랜만에 만난 이보다 불쑥 나타난 낯선 이에 더 가깝지 않은가. 다양한 세대들 사이의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은 생이 최저수위를 지킨다. 그 안에서 여러 목소리가 공존하면서 뜻을 같이하다가 갈라지기를 반복하면서 불화와 화합, 완고함과 순진함이 공존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03

우리는 어쩌다 보니 생의 꼭대기까지 올라왔고 이제 다시 내려갈 수는 없다. 지금까지 걸어온 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생은 종종 사다리에 비유되는데 이 사다리는 아무리 위로 올라가도 어느 벽에도 기대어 있지 않고 허공에 덩그러니 솟아 있다. 까마득한 절벽에서 떨어지면서도 페달 밟듯 다리를 계속 움직이는 만화영화 속 인물들처럼, 우리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태세로 계속 올라가야 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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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시험 삼아 살아본다. 삶은 무엇보다 일종의 실험이다. 삶은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쭉 나아가는 게 아니라 에둘렀다가 홱 질러가고 똬리 속에 이전의 과정을 품는다. 우리는 이렇게 기간도 각기 다르고 치열함도 각기 다른 삶의 시기들을 거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74

출생을 제외하면 인생에서 절대적 기원이라고 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재생, 엇나감, 미끄러짐은 무수히 많다.13 그런 것들이 우리의 통행증, 각자 탐색하고 헤매다가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허가증이다. 모든 실패는 새로운 시도의 도약대다. 행복한 삶은 불새와 비슷해서, 자기에게 맞서 일어나 주어진 바를 태우고 그 잔해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거듭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75

황혼의 인디언 서머는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기의 딜레마를 재연하는 면이 있다. 창조적인 신념, 만들어진 미덕, 수많은 가능성 앞에서의 어질어질한 망설임이 자기 안에서 되살아난다. 황혼은 새벽을 닮아야 한다. 비록 그 새벽이 새로운 날을 열어주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75

모두의 영원한 의문은 이것이다. 흐르는 시간의 파괴성을 창조성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76

삶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지력이 쇠하지만 예술가들은 여기서 잃은 바를 저기서 얻는다는 법칙 말이다. 그들은 느릿한 젊음을 따라가면서 무덤 앞에 이를 때까지 더욱 강해지고 쾌활해지고 과감해진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76

니체는 베토벤의 음악이 "거듭 죽어가는 단말마의 늙은 영혼과 거듭 태어나는 아주 어린 영혼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의 음악은 영원한 애도와 날개를 편 영원한 소망의 명암에 젖어 있다."15 백조가 죽기 전 한 번 부른다는 노래는 서곡이요, 결론인 동시에 서문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76

노년은 으레 노망과 저주라는 이중의 함정에 빠진다. 트집쟁이, 투덜이, 꼰대가 우리 안에서 조금이라도 수가 틀어지면 당장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몽테뉴는 이런 병을 "영혼의 주름"이라고 불렀다. "늙어가면서 시어지고 곰팡내 나지 않는 영혼은 없으며, 있다 해도 몹시 드물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79

우리는 나이를 먹되 마음이 늙지 않게 지키고, 세상을 향한 욕구, 기쁨, 다음 세대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는 쇼펜하우어나 시오랑처럼 염세적인 사상가의 글에서도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 생에 대한 그들의 열렬한 비판은 흡사 거꾸로 된 사랑 고백처럼 읽힌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80

어딘지 모를 곳에서 와서
누구인지 모를 자로서 살며
언제인지 모를 때 죽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가는데도
나 이토록 즐거우니 놀랍지 않은가.
—마르티누스 폰 비버라흐(16세기 독일의 성직자)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81

마르크스는 이런 말을 했다. "세계사의 위대한 사건과 인물은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커다란 비극으로, 그다음은 우스꽝스러운 희극으로."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83

사르트르도 이렇게 말했다. "공허한 시대는 이미 만들어진 눈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를 선택한다. 그러한 시대는 다른 시대의 발견을 다듬는 것밖에 못 한다. 눈을 가져온 자는 그 눈에 비치는 대상도 가져오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83

부모나 교육자는 두 가지 가르침을 전한다. 첫째는 공식적인 가르침, 대놓고 설파하고 옹호하는 원칙이나 가치관이다. 그런데 의도하지 않았으나 자기도 모르게 생활 태도나 인간관계에서 풍기는 두 번째 가르침이 공식적인 가르침과 정반대일 수도 있다. 자손이 모방 본능을 좇아 암묵적인 행동 수칙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고 공식적인 가르침은 쓸데없는 것처럼 여기고 무시할지도 모른다. 부모는 모두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식에게 닮음을 전달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싫어했던 아버지, 우스꽝스럽거나 가증스러워 보였던 어머니를 결국 닮게 된다. 그들의 괴벽이 우리에게 옮아오고 그들의 고약한 말버릇, 자주 쓰는 표현이 우리 입에서 튀어나온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84

모든 아이는 부모를 상징적으로 지우면서 성장한다. 자식은 부모의 가르침을 왜곡하거나 아예 잊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나름대로 괴로워하면서 자신의 신경증 혹은 환상을 자식에게 전달할 것이고, 자식은 그것들을 부정할 것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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