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가 될 만한 사람들, 이들은 프랑스의 살아 있는 지성이자 정신의 영원한 증인으로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고, 사려 깊으며 지혜로웠다. 적극적이고 건강미 넘치며 단호함과 겸손함을 지닌 이들은 정체된 채 늘 제자리걸음만 하며 성질이 급해 실패만 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표본이자 인내심의 거룩한 예였다.

-알라딘 eBook <사물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중에서 - P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뿐만 아니라 난초 이파리는 조화와 화합의 아름다움과 그윽함을 깨닫게도 한다. 이런 난초 이파리를 보면서 떠오르는 말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서로 조화를 이루어 어우러지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서로 천박하게 닮지는 말라는 말씀이 그것이다. -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7144 -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비토라는 지명은 올리베토Olivetto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올리브 숲, 혹은 올리브 과수원이란 뜻으로, 이 일대에서 보이는 아주 오래된 올리브나무들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 오래된 마을은 로마 제국의 이베리아 반도 점령 시절부터 서고트족과 무어인의 침략, 그리고 기독교 세력의 국토 회복기였던 레콩키스타Reconquista까지 모두 겪어 왔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8

이 책은 그런 공간의 소담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상 낙원과는 거리가 멀지만 굳이 낙원일 필요도 없이, 나날이 의미 있고 평화가 넘쳐나는 곳. 단순하게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의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곳. 누군가에겐 꿈과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집과 가족, 마을에 대한 이야기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늦었다. 우리가 보고, 맛보고, 노래하고, 취하지 못한 이 모든 경이로운 것들은 사라졌다. 우리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던지고 이내 돌아선 그 사람들은 우리가 관심을 쏟지 않았기에 가버렸다. 헛것을 좇느라 사랑해주지도 못하고 쓸데없이 마음고생만 시킨 그녀, 잘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떠난 친구, 전에는 귀찮기만 했지만 지금은 한없이 그리운 어머니의 사랑. 이제 시간이 없다! 호시절은 끝났다. 후회가 우리를 갉아먹는다. 다시 살 수 있다면, 스무 살만 더 젊었어도! 우울한 사람은 그렇게 되뇌지만 어이할까. 그는 20년 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예전과 똑같이 자기가 옳다는 확신을 갖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터이니!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60

예지는 과오를 저지른 후에야 찾아오니 과연 헤겔이 말한 대로 "미네르바의 올빼미(지혜의 상징)는 황혼이 내려앉은 후에야 날아오른다." 그때 위험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건 아마 우리가 원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후회는 피할 수 없는 만큼 무익하다. 패배주의가 늘 써먹는 알리바이가 있다. 다시 붙잡기엔 너무 늦었다, 긴 여행을 떠나기엔 너무 늦었다, 다시 사랑하기엔 너무 늦었다, 이제 와 내가 뭘 해, 겁쟁이는 그렇게 말한다. 20세든 80세든 하면 된다. 담대함이란 돌이킬 수 없는 숙명에 지지 않는 것이므로.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61

요컨대,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함께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 부조화가 필멸자의 운명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64

우리 삶을 구획하는 시간부사들 중에서 ‘벌써’와 ‘아직도’ 역시 특별하다. ‘벌써’는 나이 많은 이들에게 통계적 비정상, 짜증스러운 조숙으로 와 닿는다. ‘아직도’는 짜증과 고질적 비정상을 나타낸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67

‘벌써’가 젊은 사람들의 보기 드문 능력에 대한 반응이라면 ‘아직도’는 당황스러운 지속에 대한 반응이다. 특히 ‘지금도 그래? 여전히 그러고 있단 말이야?’라는 뜻이다.
‘아직도’는 조심스러운 바람을 담고 있기도 하다. 죽어가는 이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를 부르짖으며 자신의 삶을 붙들어주기를 원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사병이라는 의미로든 흥분이라는 의미로든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기회를 잡고, 쾌감을 느끼고, 연애운이 터지고, 세상의 선의를 만끽할 권리가 50세 이하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야망이 너무 크다 싶을 때조차 문을 닫기 전까지는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무의식적으로 하던 일들을 기적처럼 다시 발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젊을 때는 힘이 남아돌아서 생각 없이도 척척 해냈던 일이 나이가 들면 예전 같지 않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42

사랑은 어느 나이에나 우리를 각성시키고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나는 상대를 소중히 여김으로써 그의 창조자가 되고 상대는 상대대로 나의 창조자가 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45

"사랑한다는 말은 ‘너는 죽지 않아’라는 뜻이죠."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참 잘 말해주었다. 사랑은 타자의 존재를 기뻐하고 나 또한 살아 있음으로써 상대에게 매일 그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삶의 낙을 맛보고, 하루하루를 허무에서 건져내고, 일상의 지지부진한 모습을 바꿔놓으려면 둘이 딱 좋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했는가? 딱히 한 일이 없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하루 일을 세세히 늘어놓느냐 혼자 곱씹느냐는 완전히 다르다. 어느 때라도 우리가 읊조리는 불행과 비참을 따뜻하게 들어주는 이는 필요하다. 어느 때라도 우리는 타자를 경청하고 위로와 조언을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46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소소하게 마음을 써주는 자세가 벼락같은 고백보다 더 단단히 커플을 묶어준다. 인간사의 덧없음이 이때만큼 와 닿고 감정을 건드리는 때가 없다. 사이 좋은 커플은 대화가 끊이지 않고 독서, 여행, 사람들과의 친교를 함께한다. 그러면서도 각자의 ‘성역’은 있다.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 가장 애틋한 것, 가족, 아이들, 친구, 사랑. 그 성역이 없으면 그 사람은 죽을 것이다. 핵심은 간간이 의심과 우울을 피할 수 없을지언정 항상 열정을 지키는 것이다. 눈이 욕망으로 빛나고 손이 애무하며 입술이 키스하는 한, 비록 나이가 여든이 됐어도 심장은 새것처럼 가슴 속에서 박동하면서 생의 활력을 우리에게 불어넣는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46

시간 속에서 사랑이나 우정을 통해 영원을 경험한 사람은 존재에 바짝 다가간 기분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진짜 비극은 언젠가 사랑하고 욕망하지 못하게 되는 것, 우리를 세상과 타자에게 다시 연결해주는 두 개의 수원水原이 말라버리는 것이다. 성의 반대는 금욕이 아니라 생의 피곤함이다. 위대한 성인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대로다. "제게 순결을 주시되 당장 주시지는 마옵소서." 생은 자신에게 예스라고 외친다. 존재는 무존재보다 귀하고, 욕망은 무욕보다 낫다. 에로스와 아가페가 침묵하면 타나토스가 벌써 이긴 거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47

우리는 그런 미지의 상대와 가장 험난한 시련을 겪지 않았으니 뜨겁게 끌리는 게 아닐까. 그 시련의 이름은 불확정성의 힘을 지닌 일상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54

스러져버린 욕망들의 수의壽衣가 이미 실현한 야심보다 머릿속을 더 많이 차지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55

편집증은 꼼꼼하게 대비함으로써, 나르시시즘은 그냥 무시하는 방식으로, 각자 나름대로 물리적 시간의 절대성에 저항한다. 단 일반적인 신경증은 시각에 맞춰 도착하기를 좋아한다. 시계를 확인할 필요도 없을 만큼 정확하게 도착해서는, 자신을 보고 놀라워하는 상대에게 놀란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5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토끼처럼,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대신 회중시계만 들여다보는 사람은 영원히 "늦었어! 또 늦었어!"를 외친다.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초침을 따라잡으려면 숨이 찰 수밖에 없다. 정확한 시각은 사실 정확하지도 않다. 시간은 어차피 매 순간 우리 손아귀에서 달아나고 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57

시간의 지속은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그렇지만 때때로, 어느 특별한 순간에는 우리 안에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것 같은 풍요가 있다. 꿈은 끝까지 부담스러운 이 자아, 쇠공처럼 무거운 이 과거에서 벗어나 구원의 일화를 꾀하라고 우리를 닦달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 인생의 의미가 드러나기를 기다릴 권리가 있으니"(앙드레 브르통) 말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