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니 당연히 특정인의 이익을 목표로 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수평적인 의사 결정과 지속 가능한 활동에 우선적인 가치를 둔다. 조합원 간의 친목 도모 활동도 활발해 이 지역 전통 음악 합창단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부르는 ‘깐트 알란테자누Cante Alentejano’는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알란테주 지역의 무반주 전통 합창이다. 과거에 농사를 지을 때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부르던 노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와인도 만들고 노래도 부르고, 그야말로 노래와 와인을 함께 풍성하게 즐기는 삶이라고 할 만하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120
조합 와인을 살펴보다 낯익은 이름이 눈에 띄었다.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 1469~1524. 누구나 세계사 시간에 이름을 들어 보았을 법한 그는 흔히 대항해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15세기에 포르투갈에서 인도까지 오갔던 항해가다. 역사 속 탐험가는 이곳 와이너리 안에서 와인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그 시리즈에는 ‘항해의 전조’ ‘출발’ ‘그리움’ ‘영감’ 등 꽤 시적인 이름이 붙어 있다. 스토리텔링에 성공한 케이스랄까. "오늘 저녁엔 비디게이라 와인 중에서 그리움 편을 마셔 볼까?" 하며 와인을 마시면 왠지 좀 더 시적으로 다가온다. 수백 년 전 뱃사람들도 떠나기 전날 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을 나누었을까? 멀리 떠나 있을 때는 고향에서 가져온 와인을 마시며 그리움을 달랬을지도.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121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좀 더 많이, 좀 더 빨리 얻으려고 취한 선택지들은 다분히 근시안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도 결국에는 고유한 특성이 옅어지고, 그러다 보면 공허해지고 싫증난 사람들이 비싼 품을 들여 다시 예전의 것들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128
"작은 양고기 스튜라는 뜻이야. 엔수파두 드 보레구Ensopado de Borrego라고, 양고기와 감자를 넣어 만드는 스튜 요리가 있거든.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네. 거기서 따서 엔수파디냐Ensopadinha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더 줄여 슈파디냐라고 불렀어."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154
어린 시절에 과학 동화책에서 한 번씩은 봤다시피 혼인 비행은 개미나 벌과 같은 곤충이 짝짓기를 위해 하는 행동이다. 개미의 경우, 공중에서 먼저 수개미가 여왕개미에게 접근해 교미하고 수정이 끝나면 떨어진다. 그렇게 여왕개미는 여러 수개미와 짝짓기를 하게 되고, 그 한 번의 혼인 비행을 통해 저정낭에 정자를 채워 두고는 일생 동안 알을 낳는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176
그러나 지금 내게 리스본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때는 예전에 알베르토가 그랬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는 순간이다. 시골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고양이들, 닭들과 돼지, 양떼, 텃밭의 꽃과 나무들, 그 모든 향기와 고운 결을 곧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감사하게 된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207
그러나 이는 어찌 보면 선택 의지와 타이밍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알비토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알베르토의 가족들을 보면 규모를 갖춘 사업을 하거나 큰돈을 벌지는 못한다. 산업 활동이 미미하니 번듯한 직장도 물론 없다. 멋진 외제차로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거대 기업이 낳은 화려한 문화를 누리지 못한다. 고급 레스토랑, 명품 쇼핑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다들 오래됐지만 넉넉한 집이 있고, 텃밭과 마당에서 채소와 과일을 손수 수확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매일매일 사랑스런 동물 가족과 어울리는 기쁨도 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니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유대감은 깊어만 간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신선한 공기와 자연은 또 얼마나 고마운가. 한여름에 해외 유명 여행지로 휴가를 가지는 못하지만 근처 가까운 바닷가로 가족 나들이를 떠난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게으른 휴식을 즐기곤 한다. 놀라울 정도로 깨끗한 바닷가가 근교에 꽤 많다. 도시가 줄 수 없는 것, 도시에서 누릴 수 없는 것들. 그렇게 지내다 보면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209
알비토 집은 그래서 더 특별하고 사랑스럽다. 이곳에선 시공간이 함께 어울린다. 가족과 이웃, 동네가 함께 추억을 쌓고, 오래된 집은 그 중심에서 모든 것을 품고 세대를 거쳐 함께 이어간다. 집은 자연스레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대대손손 가족사를 쌓아 간다. 그래서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알비토 집은 ‘사는 것’이 아니고 ‘사는 곳’이란 의미로 묵직하게 울리는 공간이 된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211
사우다드Saudade는 번역하면 그리움이나 보고 싶다는 의미에 가깝고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이런 맥락으로 종종 사용된다. 하지만 여러 포르투갈인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 본 결과,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한 감정이다. 어떤 언어든 번역하면 원래의 정서나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그 언어만의 단어가 있는데, 한국어의 ‘한’이 그렇다고 할까. 포르투갈어에서는 사우다드가 바로 그런 단어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219
파두Fado는 운명, 숙명을 의미하는 포르투갈어로, 음악 장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관광객들은 리스본 파두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리스본 파두는 솔로 가수가 나와 기타 연주에 맞춰 부르는, 애수 어린 곡들이 대부분이다. 주로 도시 노동자, 선원, 집시, 창녀 등 소외된 사람들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파두는 20세기 들어서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ália Rodrigues, 1920~1999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데, 그녀는 주로 리스본 스타일의 파두를 불렀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221
백과사전에 따르면 한국어 ‘빵’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고, 일본어 단어 ‘パン팡’은 16세기 무렵에 포르투갈어 ‘Pão파웅’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가 포르투갈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쓰는 빵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포르투갈인 셈이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229
바까야우Bacalhau는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와 그 대구를 요리한 음식을 통칭한다. 대구는 명실공히 포르투갈의 소울 푸드이자 국민 식재료로, 식민지였던 까보 베르드, 앙골라, 브라질 등에서도 많이 먹는다. 대구로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데 집집마다 고유한 요리법이 있어 포르투갈에만 천 가지가 넘는 레시피가 있다고 한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231
포르투갈의 가장 대표적인 디저트는 에그타르트다. 포르투갈어로는 파스텔 드 나따Pastel de nata라고 하는데 포르투갈뿐 아니라 옛 식민지였던 마카오에서도 아주 유명하다. 파스텔Pastel은 파이, 나따Nata는 커스터드 크림을 의미하는데, 말 그대로 바삭바삭한 파이지 안에 우유와 설탕, 계란 노른자를 섞어 만든 크림을 채워서 굽는 디저트다. 재료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달고 부드러워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한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취향에 따라서 시나몬을 뿌려 먹기도 한다. 따뜻할 때 먹어도 맛있고 식어도 웬만하면 맛있다. 따뜻한 커피에도, 우유에도 잘 어울린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234
루이스 드 까몽이스Luís de Camões, 1524~1580는 가히 국민 시인으로 추앙 받는 인물이다. 영국의 셰익스피어, 이탈리아의 단테 급이라면 설명이 될까. 16세기 사람으로 『루지아다스Os Lusíadas』라는 서사시를 남겼다. 포르투갈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시인이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430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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