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화는 적어도 두 가지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교육적 목표를 띠는 교훈적인 독해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미묘하고 곧잘 은폐되는 방식의 독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08

워낙 유명해 수없이 표절되고 변형된 "생은 죽음에 저항하는 힘들의 총체다"라는 문장은 해부학자 마리-프랑수아 그자비에 비샤가 남겼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09

"죽음은 생을 더 잘 되살리기 위해 파괴하는 힘들의 총체다." 우리는 지워질 것이요, 그로써 다른 이들이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09

익숙한 것의 매력이 낯선 것의 유혹보다 질기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12

하나님이 모든 시간의 창조자이므로 시간이 존재하기 전에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나님에게는 시간이라는 관념이 없으므로 "그때라는 것도 없고 이후도 없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13

사상사에서 불멸은 보통 세 가지로 구분된다. 유대인은 민족의 불멸을 말하고, 그리스인은 도시국가의 불멸을 말하며, 그리스도교는 개인의 불멸을 말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15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미미한 나의 탄생이 잠재적 부활의 대가족 속에 나를 영원히 편입시키는 까닭이다. 지상에서의 삶은 타락에서 구원으로 나아가는 순례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16

죽음이라는 지평이 없는 삶은 기나긴 악몽이다. 모든 종류의 권태를 통틀어 보더라도 불멸자의 권태는 최악이다. 불멸자는 영원한 벌을 받는 자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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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는 더러움에 관한 새로 온 인간들의 바보 같은 생각에 질렸다. 그들의 부산스러움에 질렸다. 사과도 없이 그의 일을 방해하고 원하는 만큼 떠들고는 건물을 떠나는 것처럼 무심히 가버리는 짓에 질렸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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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이에나 잘 사는 것은 두 가지 주문으로 요약된다. 가장 좋은 방식을 찾았다면 거기서 변하지 말라. 그러나 세상의 아름다움에는 여전히 열려 있어야 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90

이 신비의 부름이 주로 종교, 에로티시즘, 여행이라는 세 영역에서 온다는 사실이 놀라운가? 신의 부름, 육체의 부름, 다른 대륙의 부름, 결국 모두 인간 초월의 영역에서 오는 부름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90

개종에 비견할 만한 그 도약이 우리를 자신에게서, 숨 막히는 루틴의 위력에서 풀어준다. 뜻밖의 우연은 세속화된 구원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91

성공한 삶보다는 자기를 실현한 삶이 중요하다. 예측하지 못한 곤란 앞에 마음을 열고, 손익 계산에 얽매이지 않으며, 비록 거의 끝에 다다랐어도 미래의 힘을 믿는 삶 말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94

그러나 그대는 여행을 속히 마치지 마시오.
여행은 오래 지속될수록 좋고
그대는 늙은 뒤에
비로소 그대의 섬에 도착하는 것이 낫소.
길 위에서 그대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가 번역한 콘스탄틴 카바피의 시 〈이타카〉(Poèmes, Gallimard, 1958)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95

바위에 붙어 사는 굴처럼 자기에게 단단히 매여 사는 삶은 피곤하다. 조금은 자기를 떠나보는 것이, 새로움과 변화의 시험을 겪어보는 것이 아름답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95

잠재성과 가능성을 구분한다면 그렇다. 잠재성은 자기 재능을 펼치고 학습과 공부에 역량을 쏟는 시기에 특히 중요하다. 이 내적 계발이 개인에게는 꼭 필요하다. 우리는 각고의 노력과 지식을 통해서 자아에 이른다.
가능성은 다른 차원에 속한다. 가능성은 자아의 바깥에 있다. 가능성은 세상과 내 열망 사이의 타협으로, 모든 사람의 알려지지 않은 면을 드러내 그 사람이 자기를 뛰어넘게 한다. 나는 나의 능력을 통해서 자신을 실현한다. 나는 나를 앞지르고, 살아온 경험을 통해서 나를 재창조한다. 이 표현이 적확하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97

프루스트는 역에 서 있는 기차를 쭉 따라가면서 승객들에게 카페오레를 파는 "아침 햇살을 받아 하늘보다 더 고운 홍조로 얼굴이 발그레한" 아가씨를 떠올리면서 이렇게 썼다. "나는 그 아가씨 앞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새삼 깨달을 때마다 내 안에서 다시 치솟는 삶에 대한 욕망을 느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99

‘성공한’ 삶은 언제나 다시 태어남의 상태에 있다. 그런 삶은 기존에 습득한 능력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역량이 더 크고, 끊임없이 차오르는 기운을 갖고 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99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삶은 더 풍성하다. 비록 돌이킬 수 없는 것 앞에서는 모두가 속수무책이지만 그래도 숙명을 에둘러가는 절묘한 방법은 늘 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99

지속의 행복과 유예의 행복, 집중의 행복과 확장의 행복, 평온과 도취, 익숙함과 도피 같은 명암의 대비만이 황홀한 노년을 불러올 수 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00

우리는 모두 어느 나이부터는 시간 속의 이민자다. 예전의 속물근성은 통하지 않는다. 반응이 바뀌었다. 공통의 언어란 기만적이다. 특수한 방언들을 공통의 언어로 바꾸려면 매개자, 번역자가 간절히 필요하다. 우리는 말을 통해 어느 시대 사람인지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자리매김한다. 젊은 애들 말도 배우고, 새로운 표현도 소화하고, 요즘 시대에 재미를 붙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1960년대에 우리가 부모에게 핀잔을 주었던 것처럼 "요즘 누가 그런 말을 써요" 소리를 듣는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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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동안 그는 그런 가능성을, 그 축복받은 생활을 골똘히 생각했지만, 그것을 정말로 믿지는 않았다. 그의 평화는 새 콜로니로, 그다음엔 괴동물들로 이미 깨어졌다. 그리고 그는, 결정을 내리는 회의장에 앉아 있는 것처럼, 이미 알고 있었다. 결국에는 누군가가 인간을 죽인 괴동물을 조사하러 오리라는 것을.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274

그는 인간들이 의도하는 뜻을 믿었던 적이 결코 없었다. 잠시 죄책감이 들었지만 금세 떨쳐버렸다. 저 괴동물들은 내가 한 번도 믿은 적이 없다는 걸 모르겠지.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280

다시 북소리와 북소리, 발소리와 발소리. 이제 리듬의 역류가 안정되자 그는 자연스럽게 강박强拍에 발을 굴렀고 그들의 발 구름도 같았다. 어느 쪽이 바꾼 거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숨이 가빴지만 발은 가벼워졌다. 언제까지고 춤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283

오필리아는 손으로 벽을 짚고 버텼다. 웃기겠다……. 이렇게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외계 괴동물이 보러 온 명물이 하필이면 늙은이라 흥분을 못 이겨 죽어버리고 그들의 긴 여정을 시간낭비로 만들어버린다면.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킬킬 웃었고, 웃다가 기침이 났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284

오필리아는 서서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했다면, 무슨 뜻으로 그랬을까? 그는 손을 아래로 내리고 그것이 했던 동작을 그대로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성장이야, 당연히. 그런 다음 파닥이며 편평하게 움직이는 건 성년기. 그리고 갑자기 떨어지는 건, 죽음. 순간 그의 심장이 쿵쿵거렸다. 현기증이 났다. 임박한 나의 죽음. 질문인지, 관찰의 결과인지? 난 이것들의 나이를 모르겠는데…… 이것들은 어떻게 내가 늙었다는 걸 알지?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286

오필리아는 웃음만큼이나 갑작스러운 슬픔과 절망으로 마음이 산란해졌다. 두려워한 적은 없지만, 이제 죽음이 길 끝에 와 있었다. 어둠, 더는 아무것도 없는 것. 그는 공식 로그를 윤색해 자신의 기억을—누가 읽든 말든, 자기가 죽어도 살아남을 무언가를—남기려 했음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런 부가적인 기록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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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에 누워 나의 두 눈은 검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한 번의 짧은 삶, 두 개의 육신이 있었다. 지금 그 두번째 육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 어쩌면 의식까지도 함께 소멸할 것이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이 머릿속에서 폭죽 터지듯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때 회상은 나의 일상이었다. 순수한 의식으로만 존재하던 시절, 나는 나와 관련된 기록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기억을 이어 붙이며 과거로 돌아갔다. 그때마다 이야기는 직박구리가 죽어 있던 그날 아침, 모든 것이 흔들리던 순간에서 시작됐다.

-알라딘 eBook <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중에서 - P7

그 무렵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로 운동화를 꿰어 신고 나가 달렸다.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다. 몸이 팽팽하게 조여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석 옆에 떨어져 죽은 새 한 마리를 보았다. 아직 어린 잿빛 직박구리였다.

-알라딘 eBook <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중에서 - P9

가슴속에 치밀어오르는 감정이 있는데 그게 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슬픔일까, 아니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 내 감정은 마치 상점의 쇼윈도 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볼 수는 있지만 손으로 만질 수는 없는.

-알라딘 eBook <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중에서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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