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뚜렷한 만큼 손절도 빨랐다. 이해관계가 틀어지거나 서로에게 필요가 없어지면 갑자기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그랬고 남들도 내게 그랬다. 관리 대상인가 아닌가를 따져 인간관계를 맺고 끊는 나날들이 반복됐다. 그러다 보니 거대한 인간관계의 거미줄에서 내가 탈락할까 봐 늘 초조해하며 살아야 했다. 명함 지갑이 뚱뚱해질수록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비겁해지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9

스마트폰 주소록 대신 머릿속에 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더 읽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깊이 있는 기자가 되어 있었을 것만 같다. 성공의 신기루 대신 꿈을 좇았다면 지금은 상상만 하는 삶을 이미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20

마흔을 앞두고, 그동안 당연한 명제로 여겼던 ‘인맥 관리’를 이제는 그만두기로 했다. 더 이상 인간을 쌓거나 넓히는 대상으로 활용하고 싶지 않다. 그저 개별로의 인간 주체와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려 한다. 잘나가려는 희박한 가능성보다는 또렷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들에 시간을 집중하고 싶다. 나에게 이득이 아닌 영감을 주는 사람을 좇아다니며 인맥이 아닌 인격이 폭넓은 40대로 커나가고 싶다. 그런 나로 이끌어줄 이는 알고 보니 오랜 친구일 수도, 책이나 음악 속에 있을 수도, 어제 우연히 만났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밑도 끝도 없이 "내 편이 될 거냐"고 묻는 사람, 내게 장밋빛 약속을 던지는 사람들을 멀리하며 지내기로 했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21

사람에겐 하루 일구고 밭을 갈 수 있는 약간의 땅만 필요하듯 결국 내 삶을 이루는 사람들은 주변의 몇 명, 많아야 몇십 명 정도일 것이다. 내가 잘나갈 때야 누구든 옆에 붙겠지만 가장 외로울 때 비로소 커다란 존재로 나를 감싸 안아줄 몇몇의 사람들 말이다. 그 소수의 사람들만이 내 인생을 증명하고 행복을 좌우할 터이다. 명절마다 문자를 보내고 애써 식사 약속을 잡으며 아껴야 할 사람들, 그러니까 내가 ‘잘 보여야 할’ 사람들은 바로 그들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21

두 번째로, 그들은 ‘확신’형 인간들이었다. 자기에 대한 확신이 강하거나 지식과 경험에 관한 확신이 높은 사람들. 그들은 대체로 사사건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보였다. 말을 끊을 때 시작되는 첫마디에 유심히 귀 기울여 보면 경험치에 대한 확신이 잔뜩 배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알아, 아는데", "내가 해봤는데" 같은 말들. 그런 분들에게 나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뭔 말인지 알겠다고 했지만 잘 모르시는 것도 같다고. 그리고 나도 뭔 말인지 알 것 같은데 그냥 끝까지 듣고 있어주는 거라고. 당신의 논리가 아닌 내 체면 때문에.
마지막으로, 그들 대부분은 정작 남이 말할 때는 스마트폰을 보는 등 딴청을 피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니까 잘 듣고 있지도 않았으면서 말은 말대로 끊는다는 거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33

마지막으로, 남이 내 말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나 스스로 더 단순하고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도록 애써보기로 했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35

우리나라의 존댓말-반말 문화가 단순히 예의 차원이 아닌 권력과 복종의 문제라는 걸, 그렇게 비로소 깨달아갔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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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뚜렷한 만큼 손절도 빨랐다. 이해관계가 틀어지거나 서로에게 필요가 없어지면 갑자기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그랬고 남들도 내게 그랬다. 관리 대상인가 아닌가를 따져 인간관계를 맺고 끊는 나날들이 반복됐다. 그러다 보니 거대한 인간관계의 거미줄에서 내가 탈락할까 봐 늘 초조해하며 살아야 했다. 명함 지갑이 뚱뚱해질수록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비겁해지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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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do no harm…’ Commonly attributed to Hippokrates of Kos, c. 460 BC

‘Every surgeon carries within himself a small cemetery, where from time to time he goes to pray – a place of bitterness and regret, where he must look for an explanation for his failures.’

René Leriche, La philosophie de la chirurgie,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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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 이상은 원치 않는다. 그것은 비밀의 화원이 아니라 그냥 빈터다. 라파엘 전에도 그런 남자가 몇 명 있었다. 사랑하지 않으면 훨씬 쉽고 깔끔하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6월 뤼시는 자기가 그런 촌극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라파엘의 생각은 중요치 않다. 그 이전 남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파충류의 눈을 한 이 여자, 자신이 생각해 내고 쾌감을 얻은 비열한 지배의 장면들까지 전부 다 아는 이 여자 앞에서 6월 뤼시는 문득 혐오감으로 얼어붙는다. 포르노그래피 같은, 벌거벗은 추잡한 여자. 이제 그건 빈터도 아니고 쓰레기 매립지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41

루이가 옳다. 아이는 자기 삶을 계속 주도하되 결정의 무게를 떠안아선 안 된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44

그녀는 여기서 다윗의 아들 코헬렛(전도자)의 말을 낭독했다.

헛되고 헛되다, 코헬렛이 말한다.
하벨 하발림
하벨, 코헬렛이 가로되, 모든 것이 헛되도다.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르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강은 어디로 흐르든
다시 그곳으로 흐른다.
이미 있던 것이 장차 있을 것이요,
이미 이루어졌던 일이 장차 이루어지리니
해 아래 새것은 없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48

"이미 있던 것이 장차 있을 것이요, 이미 이루어졌던 일이 장차 이루어지리니 해 아래 새것은 없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51

"아무도 자기 목숨을 끊지 않습니다. 그런 건 안 가르쳐 줍니까? 고통에 시달리던 영혼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를 고문하는 이를 죽이는 것뿐입니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56

빅토르가 봉투를 뜯어본다. 휴대폰, 열쇠, 빨간색 레고 브릭이 들어 있다. 그는 주머니에서 똑같은 레고 브릭을 꺼내어 옆에 나란히 놓는다. 두 개의 브릭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끼워 맞춘다. 기억과 추억이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간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58

"조지 클루니보다 낫죠. 당신은 로맹 가리와 예수 그리스도의 중간쯤 돼요. 자살과 부활 사이."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59

빅토르가 살짝 허스키한 여자 목소리가 들린 맨 뒷줄을 본다. 그의 얼굴이 환해진다. 아를에서 열린 번역 컨퍼런스에서 만난 그녀, 곤차로프의 유머에 관심을 보였던 그녀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63

"고전적인 주제의 책입니다. 한 남자의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여자가 그 남자 앞에 다시 나타나지요. 제목은 ‘애스콧, 혹은 크렘 앙글레즈의 귀환’이 될 겁니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63

니체를 인용해도 되겠습니까? ‘진리는 우리가 환상임을 망각한 환상이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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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는 지갑에 사진도 가지고 다닌다. 사진첩에서 꺼낸,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 사진첩이라는 것이 존재하던 시절, 아직은 너무 많은 사진이 사진을 죽이지 않은 시절의. 사진 속 남자는 스무 살,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하루는 그가 웃으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이땐 나도 젊었지. 언제부터 모든 것이 엇나가기 시작했는지 모르겠구나." 그렇다, 새벽빛을 받고 있는 마클 기장은 빅토르가 별로 닮지 않은 아버지와 참 많이 닮았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22

I remember your eyes of yesterday
The way you smiled in a dazzling way
어제의 당신 눈을 기억해
당신이 눈부시게 미소 짓던 것도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23

The way to the light way to the light way to the light.
빛으로 가는 길 빛으로 가는 길 빛으로 가는 길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24

노스탤지어는 흉악범이다. 생에 의미가 있다고 믿게 하니까. 빅토르는 자석에 끌리듯 그 여자 옆에 앉는다. 매력 혹은 인력(引力)의 속성은 언제나 거리를 좁히려 하는 것이기에.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27

특히 천체물리학자들은 초고(超高) 에너지 우주 광선의 움직임을 관찰하려고 한다. 그들은 물리학의 ‘현실적’ 법칙을 적용할 때 우주 광선의 100퍼센트 시뮬레이션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우주 광선에서의 이상(異常, anomaly)은 현실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터였다. 현재로서는 아무 성과도 없지만.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53

"하나만 조언할게. 다정하게 배려하되 약간 무관심한 척도 해야 해. 그리고 너무 절박하게 그녀를 원하지 마. 너도 이미 알면서 못 받아들이는 거야. 내가 기억한다고."
자기 자신을 코치하는 기회는 참으로 드물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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