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서 위안을 얻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계가 생계와 연결될 때는 더더욱 안정적으로 느껴지겠지. 그러나 연구소 로비에 잠시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일하러 올라가기 전에 나는 어쩐지 무섭고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지고 가야 할 먹고사는 걱정, 밥줄에 대한 집착이 무섭고, 그 집착이 앞으로 198주년, 298주년, 398주년…이 지나도록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 그리하여 나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이 연구소라는 곳에 발목 잡힌 채 끝없이 허덕여야 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슬프고 무서웠다.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영생불사를 하건 안 하건, 자기 생계를 자기 손으로 벌어야 하는 사람은 누구나 나와 같은 처지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딱히 위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36

세상엔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 사람들은 자기들 관점에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관점을 고려해서 합산하면 세상의 이상한 사람 숫자는 대략 그만큼 더 불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결론은 똑같다. 세상에는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38

그래서 나는 기계는 믿지 않았다. 내 몸을 돌보는 일은 내 손으로 해야만 했다. 내가 기억하는 기계는 사람을 죽였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서 멀쩡한 청년이 죽었고 크레인이 무너져서 밑에 있던 사람을 깔아 죽였고 혼자 운행하던 지하철이 광고판 고치던 사람을 치어 죽였고 배가 가라앉고 독극물을 뿜어내고 치고 떨어뜨리고 밀어내면서 장비는, 기계는, 기계로 가득한 생산설비는, 공장은, 작업장은, 일터는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44

절대 잊지 않는 건 그 순간순간의 감정이었다. 기억도 논리도 이성도 인간의 모든 지적 활동이 다 사라져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감정이다.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48

"바흐친은 인간이 주관적인 시선으로 객관적인 외부 세계를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인간을 대할 때 자신이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모습, 즉 거울상의 모습과 타인이 나를 볼 때 나타날 것이라 생각하는 모습,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타인의 모습, 이렇게 세 가지 시선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58

"그리고 인간은 타인이 자신을 볼 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습, 자신이 되돌아보는 자신의 모습에 맞추어 자신을 계속해서 변화시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타인을 바라볼 때 그 시선 안에는 인간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타인이 나를 볼 것이라고 상정하는 시선들이 함께 들어 있는 것입니다. 즉 인간은 타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58

"이런 관계 이론에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하여 저희는 작가님의 얼굴에서 여러분이 보고 싶은 모습, 본인이 작가님에 대해 상상한 모습, 본인이 투영한 모습만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여러분 앞에 놓인 화면은 여러분의 시선과 뇌파를 추적하여 여러분이 작가님에게서 어떤 모습을 추정하는지를 예측한 뒤에 거기에 맞춰 딥페이크로 여러분의 추정에 맞는 모습을 내놓게 됩니다."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59

혐오는 너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눈앞의 화면은 그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자신이 상상하는 모습이,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추상화한 개념의 모습이 그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화면을 본다는 것은 자신도 지금껏 알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몰랐던 내 마음속에 있는 모습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60

그때는 음악 선생님도 죽지 않았고 활동가도 죽지 않았고 전차조종수도 죽지 않았다. 모두가 살아 있었고 모두가 춤추던 날이었다. 모두가 행진하고 고함치고 평등을 외쳤고 그래도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고 그래서 그 뒤로 2년이 더 지난 어느 잔인한 봄날에 차별이 사람을 죽였다. 차별은 언제나 사람을 죽였다. 여러 명을 연달아 죽였다.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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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은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고 영생불사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인데 ‘오래’와 ‘영원히’는 과연 같은 것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으며 당연히 ‘영원히’가 ‘오래’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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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절망했다.

그가 원했던 것은 복수가 아니었다. 최소한 이런 복수는 원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마을 전체가 ‘그것’의 존재에 기대어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었다.

합당한 결말이라 해도, 그는 밀려오는 상실감을 어찌할 수 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타인들의 주술과 환상과 잘못된 믿음에 빼앗겨 버린 어린 시절, 매일이 생사의 기로였으나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어져 버린 그때의 오랜 고통과 절망을 애도하며 그는 폐허가 된 마을에 멈추어 서서 울었다.

그리고 마침내 눈물이 멈추었을 때, 세상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그는 해가 뜨는 쪽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172

자신이 ‘요령’이 없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런 ‘요령’을 남들은 대체 어디서 배워오는 것인지, 그녀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돈을 최대한 빨리 많이 벌어서 더 넓은 집과 더 비싼 차를 사고 자식을 수업료 비싼 영어 유치원과 경쟁률 높은 사립 학교에 집어넣고 계절마다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남 보기에 ‘번듯한’ 삶일 수는 있어도 그녀가 원하는 인생은 아니었다. 그녀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했고 이웃과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동네 공동체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런 동네를 찾아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176

남편은 ‘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했다. 그녀 또한 대학 시절에 학점과 스펙에 매달리고 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으로 대표되는 안정적인 직장을 최고로 치는 주위 사람들의 천편일률적인 압박을 지겹게 여기고 경멸했기 때문에 남편이 원하는 삶의 지향점이 자신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고, 졸업과 동시에 그녀는 취업했다. 아주 상세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한 ‘대안적 삶’이라는 말만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고 ‘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직장이란 대체로 직원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곳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얼마 못 가서 깨달았다. 그녀가 대안 없는 생계를 걱정하며 직원들의 정상적인 근무가 아니라 일방적 희생으로 운영되는 대안적 직장에서 하루하루 시달리며 부스러져 가는 동안 남편은 그녀의 대학 선배였지만 그녀보다 늦게 학교를 졸업하고 딱히 내놓을 만한 직업 없이 ‘대안적인 삶’을 찾아 떠돌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그녀 모르게 빌려 쓴 이천만 원이었다.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188

아이는 생존을 위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자기 나름대로 파악한다. 어린아이의 지각에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에 대한 세상의 호의와 인간의 신뢰 여부를 아이는 어른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한다. 왕자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친절하고 예의 바르지만 진심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했다. 왕자가 아는 한, 그것은 세상과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었다.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203

황금 배의 남자가 제안했다.

"공주에게 인간의 삶은 줄 수 없지만, 대신 인간이 알지 못하는 평온과 무한을 약속하겠다."

공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텅 빈 왼팔 소매가 움직였다. 공주는 산들바람과도 같이 시원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오른쪽 뺨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220

밝은 미래 따위는 믿지 않았다. 먹고 살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므로 언제나 지금보다는 조금 전이 가장 좋은 순간이었고, 앞날보다는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돌아가면 아마도 여기서 이렇게 태평하게 앉아 느릿하게 저물어가는 햇살을 즐기며 시간을 낭비하던 때가 그리워질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애썼다.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229

폴란드어 교과서의 원래 제목은 Kiedyś wrócisz tu (너는 언젠가 이곳에 돌아올 것이다)였다. 나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내가 이곳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삶에 기회는 흔하게 주어지지 않으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뜬 채로 언제까지나 지낼 수는 없었다.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230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나는 어색해질 거야

무엇을 빌어야 할까

나쁜 시간을 아니면 좋은 시간을..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230

...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나는 아주 조금만 행복해지고 싶어

너무 많이 행복해지면

슬픔이 그리워질 테니까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235



나는 삶을 사랑해

…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235

좋은 시간은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으나 나쁜 시간을 소원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미래는 없었다. 그와 내가 알았던 모든 삶의 유형들은 전부 과거에 갇혀 있었다.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242

아무도 묻지 않았지, 우리가 아직 무명이었을 때

우리가 살고 싶은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

이제 나는 큰 도시를 홀로 헤매다니고

문과 창문으로 집의 거실을 엿보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어….


이제 내가 기다릴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계속 욕실에 서 있었다. 누군가 기적처럼 찾아와서 이 삶에 묶인 나를 풀어주기를 기다리며.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243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조그만 희망이다. - <저주토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6406814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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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을 좀 더 너그럽고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계속 가혹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온전한 사랑을 베풀 수 없습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57

일이 잘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서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바라볼 때 삶은 달라집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58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진정으로 평생 이어집니다. 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입니다. 그 관계가 연민과 온정으로 이루어진, 사소한 실수는 용서하고 또 털어버릴 수 있는 관계라면 어떨까요? 자기 자신을 다정하고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 단점에 대해 웃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거리낌 없이 보살핀다면 또 어떨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 전체가 반드시 좀 더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우리 안의 고귀한 마음가짐이 흘러넘칠 것입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58

사회로 복귀하는 여정에서 제 길잡이는 바로 믿음이었습니다. 주먹을 펴고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되새기며, 어떻게든 상황을 제 뜻대로 하겠다고 바꾸려는 대신 우주의 섭리를 믿고 따르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습니다. 숲속 승려로서 살던 삶과 서구 사회에서 바지 차림으로 사는 삶 사이에는 분명히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삶에서든 믿음은 똑같이 중요합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흔히 삶을 더 통제할 수 있고 또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틀렸습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62

제게 믿음은 아주 좋은 친구입니다. 제 인생에서 나아갈 길을 찾고자 애쓸 때, 믿음과 순간의 지성은 제가 따르는 쌍둥이 나침반이지요. 제가 저 자신을 믿고 또 삶을 믿으며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65

다행히 저는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다른 길을 찾아냈습니다. 개인적 선호도와 희망과 두려움에 집착하고 구속되지 않아도 되는 길.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삶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의식할 수 있는 길. 저는 이 길을 따라 사는 것이 훨씬 더 즐겁고, 이 길에서 지금의 제 삶을 개척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66

잠도 계속해서 저를 애태웠지요. 침대에 누우면 곤봉에 맞은 물개처럼 금세 뻗었지만, 대개 너무 일찍 눈이 떠졌고 그런 다음에는 다시 잠들지 못했습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68

"모든 것이 원래 되어야 하는 대로 된다, 항상. 우주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76

지금까지 내가 진실하게 살 수 있도록 격려해줘서 고마워. 내 안의 아름다운 측면을 발휘할 기회를 많이 준 것도 정말 고마워. 그런데 내가 바랐던 때보다 훨씬 일찍 마지막 숨을 거둘 날이 올 것 같아. 차분히 생각해보니 용서받지 못할 일이나 깊이 후회할 일, 바로잡지 못할 일을 저지르진 않았어. 내 어깨를 짓누를 만큼 묵직한 업을 짓지는 않았어. 그래서 때가 오면, 이 필멸의 고리를 벗어던질 때가 오면, 그동안 바르게 살았음을 알기에 난 환한 얼굴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다음에 무슨 일이 닥칠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숨을 거둘 수 있을 거야.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77

"넌 지금까지 잘 준비해왔어. 아무런 후회나 미련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77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바라지 않는 것을 남들에게 주지 말라. 가령, 청하지도 않은 조언 같은 것은 건네지 말라.’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79

하지만 저는 질병에 분노하진 않습니다. 신이나 운명에도 분노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장수를 약속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인간은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와 같습니다. 대부분의 잎은 시들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버티지만, 일부는 여전히 파릇파릇한 초록빛일 때 떨어지지요.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82

덮쳐오는 절망감을 물리치자
제 안에 싹트는 다른 느낌을 감지할 수 있었지요.
죽는 그날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였습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83

숱한 세월 동안 한결같이 최선을 다해줘서 정말 고맙다.

넌 지금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참으로 네가 안쓰럽단다.

넌 뭐 하나 거저 얻지 못하면서도 날 위해 온 힘을 다하는구나. 네가 필요한 공기조차 얻지 못하는데도.

그런 너를 도우려고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하지만 충분치 않다는 걸 알아. 아니, 턱없이 모자라지.

그런데도 넌 날마다 네가 가진 걸 모두 걸고서 힘껏 싸우는구나. 넌 내 영웅이야.

또 다른 동작이 불가능해지더라도 다시는 너한테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너에게 귀를 기울일게. 네가 줄 수 있고 또 주고 싶어 하는 것보다 더 많이 달라고 요구하지 않을 거야. 지금까진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약속이 있어. 네가 더 버틸 수 없을 땐 네가 원하는 대로 할 거라고 엄숙히 맹세할게.

그때가 오면 다 받아들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게. 믿고 받아들이며 편히 쉴게. 우리가 누렸던 놀랍도록 멋진 삶에서 기쁨을 얻고, 아주 의연한 목소리로 너에게 속삭일게.

"너와는 이렇게 끝나겠지만 난 앞으로도 계속 갈 거야."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89

그것이 자기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는 것의 가치입니다. 자기 목적을 이루고자 다른 사람을 해하지 않고, 자기 마음과 몸이 당장 편하겠다고 진실을 회피하고 굽히고 왜곡하지 않는 것의 가치입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92

그러나 우리가 진정 우리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기 시작한다면 아름다운 일이 일어납니다. 내 어깨 위에 얹힌 무게가 줄어들게 되지요. 결국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92

부처님은 그런 이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행동과 말에 책임지는 사람, 진실을 고수하고 규칙을 존중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일부러 해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은 열대의 밤하늘에 뜬 보름달처럼 구름 뒤에서 서서히 나타나 온 세상을 환히 비춰준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94

우리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살아가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그리고 내일은 그보다 더 많이. 인생은 짧습니다. 우리가 그 점을 진정으로 이해할 때, 우리가 그 사실을 마음으로 깨달을 때, 상대를 내 뜻대로 휘두르려고 하지 않을 때, 지금 누리는 것들을 당연히 여기지 않을 때, 우리의 삶은 지금과 달라질 것입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95

존재는 공명共鳴합니다. 우주는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이면에 있는 의도에 반응합니다. 우리가 내보낸 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세상은 세상 그 자체의 모습으로서 존재하지 않지요. 세상은 우리의 모습으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97

우리가 사는 우주는 무심한 곳이 아닙니다.
우리가 내보낸 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세상은 세상 그 자체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지요.
세상은 우리의 모습으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98

항상 여러분을 지지하고 여러분의 편을 들어주는 친구. 여러분을 돕고자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멀리, 아주 멀리 벗어날 준비가 된 친구. 끈끈한 유대로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친구. 듣고 싶지 않을 때조차 귀를 기울여야 할 말을 들려주는 친구.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02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02

여러분이 사과 한마디를 전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까? 지금이 그 말을 꺼낼 시간입니다.
여러분만이 해줄 수 있는 말 몇 마디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까? 망설이지 마십시오.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후회스러운 일이 있습니까? 당장 바로잡으면 됩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09

사람과 행위를 분리할 줄 알게 될 때 진정 영혼이 멀리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따뜻하게 포용하고자 하는 마음 상태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렇게 되고자 다른 사람에게 너그럽고 부드럽게 대한다고 해서 내가 겁쟁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넉넉한 사람이라도 의도적으로 상대가 자기를 속이고 선을 넘는 행동을 할 때 얼마든지 단호할 수 있지요. 사람과 행위는 얼마든지 분리할 수 있습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09

혹시 이 말이 몹시 신경에 거슬리나요? 절대 다시 받아들일 수 없는 누군가가 이미 존재합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화해와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차분한 상태에서 그 분노와 미움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누군가에게서 완전히 닫아버릴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적어도 상대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은요? 여러분의 세상은 분명히 더 좁아졌을 겁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에 억울함의 씨앗을 심은 것입니다. 누군가를 밀어내려면 마음 어딘가에서 그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억울함은 점점 자라 상대에게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어느새 자신을 망가뜨리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겁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10

이 이야기는 우리의 내면이 떠오르는 모든 감정을 품을 만큼 매우 깊고 넓을 때 삶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피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런 감정이 곧 우리 자신이라고 믿지 않길 바랍니다. 그것이 내면을 전부 차지하고 물들이게 두지 말길 바랍니다. 그런다면 분노나 억울함도, 시기와 미움도 더는 우리를 해치지 못하고 곧 후회할 일을 저지르게 하지도 못합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14

"불교도로서 우리는 원래의 죄original sin가 아닌 원래의 순수original purity를 믿습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16

정말 멋진 모험이었어! 내가 이렇게 많은 경험을 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한 생애에 세 사람의 삶을 살았던 것 같아.
어떻게 항상 나보다 더 마음이 넓은 현명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을까?
그간에 저질렀던 온갖 경솔하고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 정도의 고생만 겪고 살아갈 수 있었던 걸까?
도대체 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나를 이렇게나 많이 좋아해줄까?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모든 일이 이토록 잘 풀릴 수 있었던 걸까?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20

왜 우리 문화권에서는 죽음과 싸우고, 죽음에 저항하고, 죽음을 부정하는 것을 영웅적이라고 묘사할까요? 죽음은 왜 늘 무찔러야 할 적이나 모욕으로, 실패로 그려질까요? 저는 죽음을 삶의 반대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탄생의 반대에 더 가깝지요. 증명할 순 없지만, 저는 늘 죽음 저편에 뭔가가 있다는 확신을 느껴왔습니다. 때로는 뭔가 경이로운 모험이 저를 기다린다는 느낌마저 들지요.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21

숨을 거둘 날이 오면, 그날이 언제든 저더러 싸우라 하지 말아주세요. 오히려 제가 다 내려놓을 수 있도록 어떻게든 도와주길 바랍니다. 제 곁을 지키며 다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세요. 우리가 감사해야 할 것들을 다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때가 됐을 때 제가 늘 원했던 끝이 어떤 것인지 기억할 수 있도록 당신의 열린 손바닥을 보여주세요.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21

엘리사베트, 그때 아직 내 곁에 누워 있지 않다면 얼른 침대에 올라와서 나를 안아주구려. 그리고 내 눈을 바라봐요. 내가 이생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게 당신의 눈이었으면 좋겠소.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21

이제 저는 축복받은 자의 기쁨을 느끼며 어떤 예측도 불허하는 모험을 떠납니다. 걱정도, 의심도 더 이상 없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햇볕처럼 따뜻했습니다.
온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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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四梵住을 꼽았습니다. 이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인 범천梵天의 거주처를 뜻하는 브라흐마위하라Brahmavihāra라고도 불리는데, 이 마음가짐을 온전히 갖춘 사람은 비록 속세에 몸담고 있어도 범천의 세계에 머무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 마음가짐 안에서 우리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합니다.

거룩한 마음가짐 중 첫 번째는 자애mettā, 慈心입니다.

두 번째는 연민karuā, 悲心입니다.

세 번째는 희열muditā, 喜心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타고난 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함께 기뻐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성공해서 행복할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으로, 다른 사람의 기쁨을 자기 기쁨으로 여기는 공감적 기쁨empathetic joy이 아닐까 합니다.

네 번째는 뜻밖에도 평온upekhā, 捨心입니다. 평온은 폭넓은 지혜를 담은 감정입니다. 흔히 알아차림이 부르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으로, 부드럽고 총명하며 깨어 있는 상태입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그 모든 일이 순리대로 되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가짐입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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