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사람의 경험 바깥에 기생하며, 그 숙주는 ‘분리’다. 사람 사이에는 최대한 선을 긋지 않고 사는 게 좋겠다는, 살다 보면 누구도 ‘극혐’할 필요까진 없겠다는 진리가 자라나는 내 아이의 성장판에 스며들었으면 한다. 나의 옛 동네와 엄마가 우리를 그렇게 내버려두었듯이.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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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오빠,

네, 좋아요! 템스 강 근처에서 먹을까요? 굴 요리와 샴페인, 로스트비프를 먹고 싶어요. 물론 그런 재료를 갖춘 식당을 찾을 수만 있다면 말이죠. 아님 닭 요리도 괜찮아요. 《이지 비커스태프, 전장에 가다》가 잘 팔린다니 정말 기분 좋네요. 그럼 나는 짐 싸서 런던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오빠랑 출판사 덕분에 나도 꽤 잘나가는 작가가 됐으니, 저녁은 당연히 내가 사는 거예요!

사랑을 담아, 줄리엣

추신.  청중에게 ‘양치기 소년의 노래’를 집어 던진 게 아니에요. 발성법 선생한테 던졌다고요. 정확히 그녀의 발을 조준한 건데 그만 빗나갔지 뭐예요.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19

하지만 소피, 도대체 나는 뭐가 문제인 걸까? 내가 너무 까다롭니? 난 그저 결혼을 위한 결혼은 하기 싫어.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사람, 더 심하게는 침묵을 나눌 수 없는 사람과 여생을 함께 보내는 것보다 더 외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해.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23

독일군 점령하에서도 저는 찰스 램 덕분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돼지구이에 관한 글이 압권이지요. 우리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도 독일군에게는 비밀로 해야 했던 돼지구이 때문에 탄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찰스 램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26

제 이름은 도시 애덤스입니다. 건지 섬 세인트마틴스 교구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요. 제가 당신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예전에 당신이 갖고 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이 지금 저한테 있습니다. 앞표지 안쪽에 당신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더군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전 찰스 램의 열렬한 팬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 제목이 ‘선집’인 걸로 짐작건대 작가의 다른 글들도 나와 있다는 얘기 같아서요. 다른 작품이 있다면 당연히 읽고 싶은데, 독일군은 건지 섬을 떠났지만 남아 있는 서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25

《엘리아 수필 선집》과 헤어지는 건 참으로 슬프고 아픈 일이었어요. 물론 같은 책을 두 권 가지고 있었고 책꽂이에 둘 공간도 없었지만, 그 책을 팔 때는 마치 배신자가 된 기분이었죠. 당신의 편지를 받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군요.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27

제 책이 어쩌다 건지 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28

‘술, 술, 술, 짠, 짠, 짠, 벌컥, 벌컥, 벌컥, 팽, 팽, 팽, 어질, 어질, 어질, 쾅! 난 결국 구제 불능이 되고야 말겠지. 이틀을 내리 술만 들이켜고 있으니. 내 도덕관념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신앙심도 희미해져가.’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29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30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몇 가지 질문에 답해주실 수 있나요? 정확히 세 가지 질문이에요. 돼지구이 만찬은 왜 비밀에 부쳐야 했나요? 돼지구이가 어쩌다 북클럽 창단으로 이어졌죠?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한 건데, 대체 감자껍질파이가 무엇이고 그게 왜 북클럽 이름에 들어갔나요?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31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리는 새로 들어온 책들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죠. 그때도 놀라웠고 지금도 여전히 놀라운 점은, 서점에 들어와 어슬렁대는 숱한 사람 중에 자기가 진정 뭘 찾는지 아는 이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에요. 그냥 슬렁슬렁 둘러보다가 취향에 딱 맞는 책이 눈에 들어오길 바라는 거죠. 어쩌다 그런 책을 찾으면, 출판사의 선전 문구를 믿지 않을 만큼 똑똑한 사람이라면 점원에게 가서 세 가지를 묻겠죠. 무엇에 관한 책인가, 당신은 읽어봤는가, 읽으니까 괜찮던가?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40

수전 그리고 새로운 머리 모양, 새 화장품으로 꾸민 얼굴, 새 옷이 생긴 이상 나는 더는 후줄근하고 추레한 서른두 살 촌닭이 아니에요. 발랄하고 세련된 오트쿠튀르(프랑스에서는 최신 고급 의상을 이렇게 부른대요)로 쫙 뺀 서른 살처럼 보인다고요.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69493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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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닮은, 도무지 나 같아서 섬뜩하고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것아. 생일 축하해. 삶은 네가 태어나 처음 들은 노래처럼 멜로디가 되어 흐를 거야. 물론 간혹 어둠의 빈틈에서 움츠리는 순간도 찾아올 거야. 그때 나는 이 노랫말처럼, 너를 그냥 놔둘게. 빛과 어둠을 수없이 오가며 너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갈 테니까. 앞에서 이끌지는 않아도, 옆에서 나란히 걷지 않아도, 뒤를 돌아보면 늘 있는 사람이 될게, 너에게.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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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행위를 근거로 정신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헨리 8세를 비롯한 기타 등등의 역사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에 개인의 삶에서는 그 반대가 진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즉, 현재의 정신 상태를 근거로 과거의 행위를 판단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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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평생 뛸 심박수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서 스트레스로 몸이 소진될까 봐 뛰지 않는다.17년 매미가 땅속에서 거의 부동 상태로 정확히17년을 채운 다음 지상에 나와 남은 몇 주 동안 힘차게 노래하며 날아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원래1분당34번 뛰는 내 심장 박동은 달릴 때150번까지 껑충 뛴다. 청소년기에는 너무 많이 뛰어 아버지가 걱정하실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로도 달리기를 쉰 적은 별로 없다. 뛰는 양은 매번 달랐지만 몸을 유지하기 위해 거의 매일 뛰었다. 달리기는 내 삶에 몇 해를 보탰다기보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삶을 보태주었다. 어느 쪽이든 노화는 피할 수 없고 지금까지 뭇 동물과 식물로 충분히 증명되었듯 수명은 종마다 다르다.

-알라딘 eBook <뛰는 사람>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조은영 옮김) 중에서 - P26

겨울이 되면 많은 사람이 우울해한다. 낮이 짧아지면서 달라진 광주기 때문이거나 한물간 과거의 적응형질로 흔적을 남긴 다른 환경요인 때문에 그럴 것이다.

-알라딘 eBook <뛰는 사람>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조은영 옮김) 중에서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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