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는 내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죽음을 마주하고 어느 정도 통제하길 바라는 사람과 죽음에 관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 나는 죽음에 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 P15

1994년 오리건준는 ‘16호 조치Measure 16‘를 통과시켰는데, 이는 세계 최초로 속칭‘조력자살assisted suicide‘(다만 현재는 ‘자살‘이라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단어를 논제와 분리하려고 애쓰는 정치 로비스트 및 환자 들이 지칭하는 대로 의료지원사medical aid in dying(MAID)‘나 ‘의사조력사physician assisted death(PAD)‘라고 부른다)을 투표를 통해 합법화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줄줄이 이어지는 법적 문제 제기와 200만 달러(약 26억 원-옮긴이)에 이르는 천주교 기금이 지원하는 폐지 캠페인 때문에 이 법은1997년에야 발효됐다. 오리건주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은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역사적·도덕적 전환점이 됐다. 이 법으로 세상이 유토피아로 기울었는지 디스토피아로 기울었는지는 관점에 따라 달랐다. - P20

정말로 간단했다. 사람들은 존엄성을 특정한 방식으로 정의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무언가가 존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때는 본능적으로 아는 듯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죽음을 계획하는 일은 보통 존엄하지 않은 것을, 그 사람이 상상하기에 굴욕적이거나 모멸스럽거나 헛되거나 속박당하거나 이기적이거나 추하거나 신체가 볼품없어 지거나 재정 파탄을 초래하거나 부담스럽거나 불합리하거나 진실하지 못한 무언가를 피하는 것이었다. - P37

베티는 개한테는 약물을 주사해 빠르게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면서 사람은 마지막까지 고통받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개를 죽이는 일은 자비를 베푸는 행동으로 보는지도 이상했다. 개를 부러워하는 것 역시 이상했다! 베티는 죽을 권리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구호를 좋아했다.
"나는 차라리 개처럼 죽겠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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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천뱅이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았다. 1. 몹시 굶주려 지나치게 음식을 탐하는 사람. 2. 어떤 일에 염치없이 욕심을 부리는 사람. 3. 탐욕이 강한 사람을 얕잡아 일컫는 말. 4. 이성(異性)에 탐심이 많은 사람을 얕잡는 말. - <사랑의 생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48740 - P34

그러자 아무리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자신의 허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자기 안의 탐심을 이해했다. 그것이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허기라는 것을 이해했다. - <사랑의 생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48740 - P36

그가 떠올린 것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어떤 맛의 파스타가 아니라 그냥 기호로서의 파스타였다. 그리고 그 기호가 가리키는 대상은 그녀였다. 파스타는 그녀를 지시하는 부호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부르기 위해 파스타를 찾아냈다. - <사랑의 생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48740 - P42

"이제부터 좋아하려고." 정말로 이제부터 파스타를 좋아할 것 같은 예감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을 중의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그녀가 자기의 그런 의중을 알아주기를 은근히 바랐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 역시 모르지 않았다. 그러므로 분명하고 알아듣기 쉽게 말해야 한다는 것도. 말하자면 고백의 형식으로. - <사랑의 생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48740 - P42

그녀는 그날 오후 콩나물해장국을 먹으면서 형배의 전화번호를 자기 전화기에서 지웠다. 그것이 그로부터 벗어나는 의식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그날 이후 그로부터 자유로워졌다. - <사랑의 생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48740 - P57

프란츠 카프카는 세 번 약혼하고 세 번 파혼했다. 두 번의 약혼과 파혼은 한 여자와 한 것이었다. 그는 왜 그랬을까. 세 번의 약혼은 사랑에 대한 그의 갈망을 시사한다. 그는 이성에게 관심 없는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여성을 사랑하기를 원한다. 그와 동시에 세 번의 파혼은 사랑에 대한 그의 두려움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사랑을 갈망했지만 사랑에 붙잡히는 것을 무서워했다. 사랑을 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했지만 사랑을 하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그는 여성을 사랑하기를 원하고, 원하면서도, 또 원하는 만큼 사랑하지 않기를 원한다. - <사랑의 생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48740 - P60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사랑을 하며 살 수도 없는 이 난처한 사람은 사랑을 하지도 못하고 안 하지도 못한다. 사랑을 하려고 하면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 사랑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사랑을 하지 않을 때의 불안이 덮치기 때문이다. - <사랑의 생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48740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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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짧게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주에겐 마음을 적절히 숨기면서 기자에겐 "기자님이 알게 된 것 다 알아요"라고 말하는 듯한 센스 있는 대답에 더는 장난을 치고 싶지 않아졌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277

그간 무뚝뚝하게 굴었던 승우에게 한 번쯤 골탕을 먹이고 싶었는데 지금이 다신 없을 기회 같다는 생각을 하며. 기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승우를 바라봤다. 기자의 눈빛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 영주도 역시 고개를 돌려 승우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승우는 기자가 눈치를 챘다는 걸 눈치챘지만 이를 겉으론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똑같은 표정과 목소리로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앞으론 조금 더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277

"이 찻집도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습니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미래의 수많은 순간에 지금 이 날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284

"네, 앉으면 피곤이 좀 가시잖아요. 그게 싫어서. 엄청 피곤한 상태로 맥주를 마시고 싶더라고요. 그럼, 어떤 맛일까……."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286

"네, 행복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행복은 먼 과거에나, 먼 미래에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바로 내 눈 앞에 행복이 있는 거였어요. 그날의 그 맥주처럼, 오늘의 이 모과차처럼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286

"이렇게 행복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조금 수월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287

그는 대화를 할 때면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과연 어디까지 묻고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 것일까. 호기심이 무례함으로 변질되는 순간을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승우의 경험이 하나 알려준 건, 잘 모르겠을 때는 우선 멈추는 것이 낫다는 사실이었다. 질문해도 될지 모르겠을 때는 질문하지 말 것.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듣는 역할에 충실할 것. 이 두 가지만 지켜도 최소한 무례한 사람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288

"일생 동안 공들여 만든 성취, 좋아요. 그런데 아리라는 분의 말이 나중에는 이렇게 이해되더라고요. 그가 말하는 행복이란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긴 인생을 저당 잡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요. 마지막 순간에 한 번 행복해지기 위해 평생 노력만 하면서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행복이란 게 참 끔찍해졌어요. 나의 온 생을 단 하나의 성취를 위해 갈아 넣는 것이 너무 허무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이제 행복이 아닌 행복감을 추구하며 살아야지 하고 생각을 바꾼 거예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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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는 고개만 끄덕이고 하고 싶은 말을 접어둔다. 브라켄 마을에서 과묵과 수다는 모순된 개념이 아니다. 차라리 커피 끓이는 데 집중하는 게 더 낫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226

"얼마 전에 일자리를 잃었어요."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입 밖에 낸다. 이 말은 이 마을 주민이 되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일자리를 잃은 도라는 이제 이 마을 일원이며 이곳 사람이다. 다음번엔 "난 백수예요"라는 말을 시험해볼 테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228

적어도 지금의 그녀는 실직한 상태다. 이는 어쩜 일상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필터버블*과 반향실**에서 나와 진짜 삶 속으로, 그리고 프렌츨라우어베르크에선 아무도 예감할 수 없는 실제 일들이 문제가 되는 자디의 현실 세계로 들어가는 걸 거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을 해고한 Sus-Y사에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건승을 빕니다, 주자네 드림.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247

얼마 전에 여기 이 소파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고 해도 믿을 거다. 그 ‘얼마 전’이 바로 2017년 9월 22일인 것만 분명할 뿐. 그러니까 지금 도라는 버려져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집이라는 박물관에 서 있는 것이다. 거의 3년쯤 된 스냅사진 속에, 통조림처럼 보존 처리된 과거의 한순간 속에 자리한 박물관 안에.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247

인간은 이 모든 걸, 더 나아가 이보다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다. 또 인간은 정보를 왜곡하고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실은 늘 한결같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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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우울증의 공식적인 치료법은 행동이 아닌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빛에 노출되는 시간, 즉 명기明期를 늘리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뛰는 사람>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조은영 옮김) 중에서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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