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 형태는 들락날락이 비정형이고 랜덤해. 일종의 카오스지. 소용돌이야. 사람의 인체는 모든 게 정돈되어 있는데, 귀와 배꼽만 정돈이 안 돼 있어.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54
배꼽밖에는 없어. 비어 있는 중심이거든.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 있다네. 생명의 중심은 비어 있지. 다른 기관들은 바쁘게 일하지만 오직 배꼽만이 태연하게 비어 있어. 비어서 웃고 있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56
제 머리로 읽고 써야지. 일례로 번역은 창조지만 학술 논문은 창조가 아니거든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59
인터뷰는 그래선 안 되네. 인터뷰는 대담對談이 아니라 상담相談이야. 대립이 아니라 상생이지. 정확한 맥을 잡아 우물이 샘솟게 하는 거지. 그게 나 혼자 할 수 없는 inter의 신비라네. 자네가 나의 마지막 시간과 공간으로 들어왔으니, 이어령과 김지수의 틈새에서 자네의 눈으로 보며 독창적으로 쓰게나.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60
"그렇지. 그게 수학의 신비고 유언의 신비라네. 그냥 가르쳐주면 안 풀어. 못 풀어. 나눌 수 없는 열일곱 마리를 준 후, 나머지 한 마리의 퍼즐은 남은 자들이 더해서 풀게 한 거지. 쉽게는 못 풀어. 생각을 해야 풀 수 있다네. 스승은 수학이란 무엇인가를 유언을 통해 제자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 했어. 수학은 체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개념의 세계라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71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랬지. 인간은 세 가지 부류가 있다네. 개미처럼 땅만 보고 달리는 부류. 거미처럼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사는 부류. 개미 부류는 땅만 보고 가면서 눈앞의 먹이를 주워먹는 현실적인 사람들이야. 거미 부류는 허공에 거미줄을 치고 재수 없는 놈이 걸려들기를 기다리지. 뜬구름 잡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학자들이 대표적이야. 마지막이 꿀벌이네. 개미는 있는 것 먹고, 거미는 얻어걸린 것 먹지만, 꿀벌은 화분으로 꽃가루를 옮기고 스스로의 힘으로 꿀을 만들어. 개미와 거미는 있는 걸 gathering 하지만, 벌은 화분을 transfer 하는 거야. 그게 창조야.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75
꿀벌에 문학의 메타포가 있어. 작가는 벌처럼 현실의 먹이를 찾아다니는 사람이야. 발 뻗는 순간 그게 꽃가루인 줄 아는 게 꿀벌이고 곧 작가라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76
"존재의 정상이잖아. 뭐든지 절정은 슬픈 거야. 프랑스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에도 그런 구절이 있어. 분수는 하늘로 올라가 꿈틀거리다, 정상에서 쏟아져 내린다…… 상승이자 하락인 그 꼭짓점. 그 절정이 정오였어. 정오가 그런 거야. 시인 이상의 『날개』에도 정오의 사이렌이 울려. 그 순간 주인공이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꾸나’라고 속삭이지.
정오가 지나면 모든 사물에 그림자가 생긴다네. 상승과 하락의 숨 막히는 리미트지. 나는 알았던 거야. 생의 절정이 죽음이라는 걸. 그게 대낮이라는 걸."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77
수전 손택은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암이라는 질병 그 자체보다 암에 대한 인간들의 의식이 문제라고 썼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81
보통 사람은 죽음이 끝이지만 글 쓰는 사람은 다음이 있어. 죽음에 대해 쓰는 거지. 벼랑 끝에서 한 발짝 더 갈 수 있다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82
병원에 들락날락하는 시간에, 글 한 자라도 더 쓰고 죽자. 그것이 평생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고 외쳐왔던 내 삶의 최후진술 아니겠는가. 종교인들이 죽음 앞에서 의연하듯 말일세.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85
"자네는 나에게 ‘진리’를 원하고 ‘정수’를 원하지. 그러나 역사는 많이 알려진 것만 기억한다네. 진실보다 거짓이 생존할 때가 많아. 진실은 묻히고 덮이기 쉬워. 하이데거가 그랬지. 일상적 존재는 묻혀 있는 존재라고. 내가 여러 번 얘기하지 않았나. 덮어놓고 살지 말라고. 왜냐면 우리 모두 덮어놓고 살거든. 덮어놓은 것을 들추는 게 철학이고 진리고 예술이야.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가 가장 감쪽같이 덮어놓고 있는 게 무엇일 것 같나?"
"눈물은 아닐 테고요."
"우리가 감쪽같이 덮어둔 것. 그건 죽음이라네. 모두가 죽네. 나도 자네도."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94
먹는 것에서 시작해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게 구약과 신약의 하이라이트야. 우리 삶도 그래. 사는 게 먹는 거지. ‘함께 먹는 공동체’는 끈끈해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00
"차이는 있어. 남자들만 느낄 수 있는 고독의 신호가 있다네. 파이브 어 클락 섀도five o’clock shadow라고 들어봤나? 샐러리맨들이 오후 다섯시가 되면, 깨끗했던 턱 밑이 파래져. 퇴근 무렵, 면도 자국에서 수염이 자라 그림자가 생기네. 그게 오후 다섯시의 그림자야. 매일 쳇바퀴 돌듯 회사에 나와 하루를 보내다, 문득 정신 차리면 오후 다섯시. 수염 자국 그림자가 얼굴에 드리워지면 우수가 차오른다네. 오늘 뭘 했지? 내일도 또 이렇겠지. 다시 전철을 타고, 술집에 가고, 이윽고 집에 돌아가 아내를 만나고…… 그게 샐러리맨의 고독이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02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의 출발이지. 소크라테스가 대표적이야. 소크라테스는 지혜를 사랑한 철학자였어. 그가 지혜를 따라간 건 운명을 믿었기 때문이라네. 신탁이 아테네에서 가장 똑똑한 자가 소크라테스라고 하니, 궁금해서 길을 나섰지. 그가 살펴보니 아테네 사람들이 다 똑똑한 척을 하는 거야. 자기는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사람들은 물어보면 다 안다고 하거든. 그때 신탁의 의미를 깨달았지.
‘아! 내가 모른다는 걸 안다는 게 이 사람들보다 똑똑하다는 이야기구나.’
소크라테스는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인간이 알 수 있는 최고의 지혜라고 봤네. 자신이 무지하다는 걸 아는 자가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 한 사람이었던 거야.
‘너 자신을 알라.’
이것도 신탁에 나오는 말이야. 신의 예언을 대언하는 무녀들의 말이지. 지금 자네는 내게 굉장히 중요한 걸 물었어."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11
그리스에서 말하는 운명론이란, 있는 힘껏 노력하고 지혜를 끌어모아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거야.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12
이게 곧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론이야.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18
인지 범위 바깥의 것, 가령 적외선이나 미립자는 볼 수도 없어. 존재해도 감각적으로 파악을 못 하는 거지. 그게 존재론이야. 있는 줄 알아도 감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20
"생각하는 자는 지속적으로 중력을 거슬러야 해.
가벼워지면서 떠올라야 하지.
떠오르면 시야가 넓어져."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24
물질 그 자체가 언어가 아니라 차이의 의미가 언어란 말일세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37
이 세상은 자연계, 기호계, 법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네. 이 세 가지는 전혀 다른 세계야. 이걸 이해해야 우리는 혼돈 없이 세계를 보고 분쟁 없이 대화할 수 있어.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38
"생명체 전체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하는 거지. 그럴수록 경계를 알아야 해. 누군가와 대화할 때 그가 인간중심주의로 말하고 있는지, 탈인간중심주의로 말하고 있는지 그것부터 가늠해야 한다네. 철학이 따로 있는 게 아니야. 아까 말한 자연계(피지스), 법계(노모스), 기호계(세미오시스)처럼 범주를 구분해서 사고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기호 안에서도 정확한 개념을 토대로 사고해야 하고.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자연계, 법계에는 그나마 고개를 끄덕여도 기호계까지는 못 넘어와. 기호계야말로 놀라운 세계라네. 기호계에서 문학이 나오고 예술이 나오고 본격적인 철학이 나오거든."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43
"백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아. 생각이 곧 동력이라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중력 속의 세상이야. 바깥으로부터 무지막지한 중력을 받고 살아. 억압과 관습의 압력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생각하는 자는 지속적으로 중력을 거슬러야 해. 가벼워지면서 떠올라야 하지. 떠오르면 시야가 넓어져."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46
"생각이 날개를 달아주거든. 그래비티, 중력에 반대되는 힘, 경력이 생기지. 가벼워지는 힘이야. 그런 세계에서는 사실 ‘사회성’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아."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46
"그렇지. 살아 있는 것은 물결을 타고 흘러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네. 관찰해보면 알아. 하늘을 나는 새를 보게나. 바람 방향으로 가는지 역풍을 타고 가는지. 죽은 물고기는 배 내밀고 떠밀려가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작은 송사리도 위로 올라간다네. 잉어가 용문 협곡으로 거슬러 올라가 용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지. 그게 등용문이야. 폭포수로 올라가지 않아도 모든 것은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원하는 데로 가지. 떠내려간다면 사는 게 아니야.
우리가 이 문명사회에서 그냥 떠밀려갈 것인지, 아니면 힘들어도 역류하면서 가고자 하는 물줄기를 찾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네. 다만, 잊지 말게나. 우리가 죽은 물고기가 아니란 걸 말야."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51
"서양에서는 지금까지 영과 육이라는 이원론을 가지고 삶과 죽음을 설명했네. 소크라테스도 다르지 않아. 하지만 나는 육체와 마음과 영혼, 삼원론으로 삶과 죽음을 설명할 참이야."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여기 유리컵에 보이차가 들어갔지? 이 액체가 들어가서 비운 면을 채웠잖아. 이게 마인드라네. 우리 마음은 항상 욕망에 따라 바뀌지? 그래서 보이차도 되고 와인도 돼. 똑같은 육체인데도 한 번도 같지 않아. 우리 마음이 늘 그러잖아.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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