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들에게는 필설로 다 못하고 꾹 참고 있는 슬픔이 있는데 그것을 가슴속에 묻고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일시에 폭발해 버리는 슬픔도 있다. 그 슬픔이 만일 눈물로 폭발해 버리면 그 순간부터 통곡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여자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침묵하는 슬픔보다 덜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통곡은 가슴을 자극하고 폭발시킴으로써 위안을 가져다 준다. 그런 슬픔은 위안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억누를 수 없는(해소될 수 없는) 감각을 자양분으로 삼아 지탱된다. 통곡은 단지 상처를 끝없이 자극하려는 욕구에 불과한 것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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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비로서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이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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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료샤의 귀향은 그의 도덕적 측면에 영향을 준 듯이 보이며, 쉬이 늙어 버린 노인에게 마음속에서 이미 오래 전에 시들어 버린 무언가를 일깨웠던 것 같았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57

나는 그가 살이 너무 쪄서 축 늘어졌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 그의 용모는 그때까지 그가 살아온 모든 삶의 특성과 본질을 생생하게 입증해 주고 있었다. 항상 오만함이 서려 있고 의심기가 역력한 데다 냉소적인 그의 가느다란 두 눈 아래에는 길쭉한 살집이 잡혀 있었다. 기름기가 번지르르 흐르는 조그만 얼굴에는 많은 주름살이 새겨져 있었으며, 혐오스러울 만큼 음탕한 모습을 더해 주는 커다랗고 길쭉한 비계덩이 혹이 뾰족한 턱에 마치 지갑처럼 매달려 있었다. 게다가 입은 길게 찢어지고 탐욕스러웠으며, 두툼한 입술 사이로는 썩어 버린 시커먼 이빨 조각들이 눈에 띄었다. 또 말을 할 때면 언제나 침을 튀기곤 했다. 그러나 어쩌면 자신은 만족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얼굴에 대해 즐거이 익살을 떨었다.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매우 뾰족한 데다가 심하게 휘어진 매부리코를 특히 화제로 삼았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59

알료샤는 당시 건장한 체격을 갖추었고, 뺨에는 홍조가 돌며,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는 건강미 넘치는 열아홉 살의 청년이었다. 그는 당시 대단한 미남이었을 뿐만 아니라, 중키의 다부진 몸매에다가 짙은 아마빛 머리, 약간 길쭉하긴 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계란형 얼굴, 반짝거리는 짙은 잿빛의 크고 시원스러운 눈동자를 가진 사려 깊고 아주 얌전한 청년이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65

현실주의자를 신앙으로 이끄는 것은 기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현실주의자는 만일 그가 신앙을 갖지 않았을 경우에는 언제나 자기 내부에서 기적을 믿지 않는 힘과 재능을 찾아내게 마련이며, 만일 기적이 자기 앞에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나타날 경우에는 그 사실을 용납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오관(五官)을 불신하는 법이다. 만에 하나 그것을 용납한다손 치더라도 단지 지금까지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자연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리얼리스트에게는 기적으로부터 신앙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부터 기적이 나오는 것이다. 만일 리얼리스트가 일단 신앙을 갖게 되면 그는 바로 자신의 현실주의에 의해 반드시 기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66

한편으로 알료샤는 형의 그런 태도에는 박식한 무신론자로서 우둔한 발심자(發心者)인 자신에 대한 어떤 경멸감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형이 무신론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정말로 경멸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모욕감을 느낄 수는 없었으며, 어쨌든 형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만을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불안한 당혹감 속에서 기다렸다. 큰형 드미뜨리 표도로비치는 이반에게 깊은 존경을 표시하면서 감동 어린 목소리로 그에 관해 말하곤 했다. 알료샤가 최근 두 형들을 매우 밀접한 관계로 엮어 놓은 중대한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들었던 것도 바로 그로부터였다. 작은형 이반에 대한 드미뜨리의 열광적인 평가는 알료샤의 눈에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다. 왜냐하면 드미뜨리 형은 작은형 이반에 비한다면 거의 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을 함께 비교하자면(세워 놓자면) 그처럼 서로 전혀 닮지 않은 경우란 상상하기조차 힘들 만큼 개성이나 성격 면에서 현격한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82

알료샤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자기 아버지를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단순한 젊은이는 아니었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결정된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물론 그는 마음속으로 가족들 사이의 모든 불화가 어떻게 해서든 끝나기를 진정으로 염원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85

미우소프는 이 같은 〈형식주의〉를 재빨리 훑어본 다음 장로의 얼굴을 뚫어질 듯이 응시했다. 그는 자신의 안목을 존중했다. 그러나 그가 그런 결점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이미 쉰 살에 이르는 나이를 고려한다면 그런 결점은 대체로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런 나이가 되면 총명하고 생활이 안정된 세인들의 경우 항상 자신을 과대평가하는데,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그럴 수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03

그는 작은 키에 허리가 굽은 노인으로서, 매우 허약한 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제 65세를 넘기고 있었지만 병환 때문에 적어도 10년 이상 더 늙어 보였다. 수척한 그의 얼굴 전체에는 잔주름이 가득했으며, 특히 눈가에는 더욱 많았다. 그의 눈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맑고 마치 빛나는 두 개의 점처럼 반짝거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하얗게 센 머리는 관자놀이에만 남아 있었으며 숱이 적은 턱수염은 쐐기처럼 뾰족했고, 마치 가는 노끈처럼 얇은 두 입술은 이따금씩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코는 길다기보다 새의 부리처럼 뾰족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04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겁니다.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거짓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이나 주변에 있는 진실을 감지하지 못하며, 반드시 자신이나 타인을 존경하지 않게 됩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으며 사랑을 멈추게 되면 마음을 달래고 위안을 찾기 위해 애정이 결핍된 상태에서 욕망과 색정에 몰두하여 자신들의 결점이기도 한 야수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 모두가 타인들과 자신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데서 비롯되지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더 모욕감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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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대체로 나는 이웃들과의 거리에 대해서 특이할 것 없고 설명하기 쉬운 이유를 갖고 있었는데, 그 이유란 집이 내게는 은둔처라는 것이다. 집은 내가 고독과 프라이버시를 맘껏 누릴 수 있는 장소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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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색마저 바꿔놓는 이 슬픔의 스펙트럼에 들어서기 전까지, 멋모르고 세월을 보낼 수 있는 우리의 배후에는 필시 무모하리만큼 맹목적이고 엇나간 가정이 자리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먼길로 돌아갈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중에서 - P21

우리는 현재의 삶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혹시 상실의 순간이 오더라도 길의 중간이 아니라 끄트머리쯤일 것이라고.

-알라딘 eBook <먼길로 돌아갈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중에서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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