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우리 집 소파다. 소파에 누워 포근한 담요를 덮고 옆에 귤을 잔뜩 쌓아놓고 까먹으며 알콩달콩 로맨스 드라마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4종 세트 완성이다. 피곤한 날도, 피곤하지 않은 날도 소파에 누워서 쉬는 빈둥거림의 기본량을 채워야 뭐든 할 마음과 에너지가 생긴다. 몸에 저항을 주지 않는 가장 편한 자세라는 눕기, 즉 ‘수평의 시간’을 가져야 척추를 세우고 일어나 걷고 일하고 노는 ‘수직의 시간’이 가능해진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4

나이가 들어갈수록 작은 행복, 소소한 기쁨이 점점 더 좋아진다. 세상 곳곳에 엄청난 성공과 화려한 성취, 남다른 행복과 자랑이 넘쳐나지만 내 것 아닌 거창한 기쁨보다 지금 누리는 작은 기쁨들이 더 소중하다. 시간이 가면서 건너뛸 수 없는 하루하루가 쌓여 나의 삶을 만든다는 당연한 사실이 더 분명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하루를 따뜻하게 하고, 즐겁게 만들고, 힘 나게 하고, 견디게 하고, 위로하는 것들이 소중하다. 소파에 누워 행복해하듯 사소한 기쁨의 순간들이 좋다. 만약 내가 어쩌다 아주 크고 거창한 기쁨을 만난다면 그것 역시 작은 기쁨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 만든 나날들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5

어쩌면 예전처럼 인생의 큰 목표나 거창한 변화를 욕심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버리고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 필요 없는 것에 힘 빼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는 것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누가 뭐라든 나에게 소중한 것을 자랑스러워할 용기와 편안한 관대함이 생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6

만약 누군가 엄청난 연봉을 줄 테니 그 대신 사소한 기쁨들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고민은 좀 해보겠지만 결국 거절할 것 같다. 하루를 깨우는 커피 한 잔, 일을 끝내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시는 시원한 맥주, 서가 사이를 걸으며 꿈꾸는 백일몽, 강 건너 불빛을 보며 오늘도 수고했다고 나에게 건네는 위로의 한마디를 포기할 순 없다. 그러니 나의 사소한 기쁨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7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그 모습을 드러내 나의 아침 출근길을 밝히는 새벽달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주인공 아오마메와 덴고의 사랑을 지켜본 달을 생각나게 했다. 일상의 비타민인 수다는 스티븐 킹의 『고도에서』의 주인공 스콧이 생의 마지막에 바라고 원했던 것이었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그려온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배를 엮다』의 주인공 마지메는 나처럼 놀이공원 관람차를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일이 제 속도로 꾸준히 돌아가는 관람차 같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애니 프루의 『시핑 뉴스』는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해피엔딩을 보여주었다. 주인공 코일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의 행복은 반짝이며 빛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의 사소한 기쁨이 소설 속 주인공들, 때로는 영화의 주인공들과 닿아 있는 걸 보면서 우리 모두의 인생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8

아침 4시 30분. 휴대전화 알람이 울린다. 나의 하루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된다.

수험생 시절에도 밤 9시, 10시면 잠자리에 들던 태생적인 아침형 인간이지만 달콤한 잠과 포근한 이부자리를 떨치고 일어나는 건 언제나 쉽지 않다. 춥고 깜깜한 겨울엔 더더욱 그렇다. 지난밤 늦게까지 저녁 자리라도 한 날엔 이불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게 된다. 하지만 꾸물댈 시간이 별로 없다. 조금 버티다 후다닥 일어나 간단히 준비하고 5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선다. 석간신문 기자 생활 30년, 오늘도 변함없이 새벽 출근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12

숲으로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했던 철학자 데이비드 소로는 "시간이 지난다고 무조건 다음 날 새벽이 찾아오지 않는다. 깨어 있어야 새벽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14

커피를 사랑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 노인 산티아고가 먹는 유일한 음식도 커피다. 84일 동안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주변의 비웃음을 산 그는 망망대해에서 홀로 엄청나게 큰 청새치, 상어 떼와 사투를 벌인 뒤 탈진해 깊은 잠에 빠진다. 그가 죽음 같은 잠에서 깨어나 먹은 것은 설탕과 우유가 듬뿍 들어간 커피 한잔이었다.

"사람은 파멸할 수 있어도 패배할 수 없다."

인간 운명에 맞선 노인의 파멸이나 패배 같은 거창한 말은 아니라도 아침 커피 한잔에 조금 힘을 내보자는 말을 건넬 수 있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32

에너지의 긴급 처방, 달콤함이 필요한 순간이다. 말 그대로 ‘슈가 러시sugar rush’를 해야 한다. 심심할 때 즐겨 보는 넷플릭스 베이킹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니라 ‘달콤한 것을 먹고 난 뒤 에너지가 반짝’한다는 뜻의 슈가 러시 말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36

하지만 그럼에도 좋아하는 단맛이 있다. 단팥이다. 단팥의 단맛은 노골적이지 않다. 설탕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당도가 우주 최고 수준일 수도 있지만, 보통 단팥의 단맛은 은은하다. 적당한 당도에 팥 알갱이가 살아 있는 단팥을 좋아한다. 요즘엔 단팥빵 전문점도 기성품 팥소를 쓰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단팥소를 맛보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나의 달콤함은 단팥 라인을 따라간다. 서울 시내 유명하다는 단팥빵들을 거쳐 단팥 찹쌀 도넛, 찹쌀떡, 양갱, 비비빅, 겨울엔 붕어빵, 여름엔 팥빙수. 그리고 도라야키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38

어쩌면 인생의 달콤함은 느끼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인지 모른다. 아주 작은 달콤함을 발견하고 제대로 누릴 줄 안다면 센타로의 삶도, 우리의 삶도 더 달콤해질 것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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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문명·역사의 발상지 수메르. 지금의 위치로 보면 북으로는 터키, 남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동으로는 이란, 서로는 시리아와 요르단이 접하고 있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에 수메르의 도시국가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남쪽에 시원(始原)의 수메르가 존재하고 있었다. 대홍수 이전에도 그랬고, 대홍수 이후에도 그랬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5

한때 영웅 문학의 최정상이었던 오디세이아를 쓴 호메로스의 출생지나 성장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곱 곳이나 되는 그 후보지들 중 가장 유력한 곳은 고대 소아시아의 스미르나이다. 이곳은 지중해 유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인정받는 곳으로, 지금은 터키의 이즈미르라고 불리는 도시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에게해가 육지 쪽으로 휘어들어온 천연의 항구 스미르나는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는 통로’였으며, ‘수메르에서 그리스로 가는 길목’이었다. 말하자면 신화의 실크로드였던 셈이다! 그런 통로이자 길목에서 살았던 호메로스는 그가 생존할 당시에도 벌써 고대 세계 곳곳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던, 그보다 2000년 전에 생존했던 수메르의 영웅 길가메쉬의 이야기를 접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9

수메르가 그리스에 미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특히 길가메쉬 서사시는 호메로스의 ‘교과서’ 중 하나였을 것이다. 오디세이아뿐만 아니라 고대 영국의 영웅 서사시이며, 게르만족 최고의 서사시인 <베어울프(Beowulf)>에서부터 북유럽의 신화 연대기 <잃어버린 이야기들(The Book of Lost Tales)>의 집필자인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의 장편소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 이르기까지 영웅 문학의 출발점이요, 최고(最古) 정점에 길가메쉬 서사시가 우뚝 서 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10

바벨탑의 신화가 쓰이기 전에, 그보다 ‘최소한’ 1000년 이상 전에, 약 4000년 전에 최초의 나라 수메르에는 우르라는 도시국가가 있었다. 그곳에는 어느 필경사가 수메르어로 쓴 <엔메르카르와 아랏타의 주(主)>라는 점토서판이 있었다. 636행이나 되는 그 책을 읽다 보면 바벨탑의 신화 속에 감춰진 진실을 알 수 있다. 이 무렵 수천 년 동안 지속되던 수메르의 운명은 이미 기울고 있었고, 최초의 셈족 국가인 악카드가 잠시 왔다가 사라진 뒤였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22

광활한 땅 위에 있는 모든 지혜의 정수(精髓)1)를 본 자가 있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모든 것을 경험했으므로

모든 것에 능통했던 자가 있었다.

지혜는 망토처럼 그에게 붙어 다녔기에

그의 삶은 지극히 조화로웠다.

그는 신들만의 숨겨진 비밀을 알았고

그 신비로운 베일을 벗겨냈으며

홍수 이전에 있었던 사연을 일러주었다.

그는 머나먼 여행길을 다녀와 매우 지쳐 있었으나

평온이 찾아들었다.

자신이 겪은 고난을 돌기둥에 새긴 그는

우루크에 한껏 뻗은 성벽을 세웠는데

그것은 에안나라고 불리는 신령스러운 신전의 성채로

하늘의 최고신 아누의 거처였고

동시에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이쉬타르의 거처이기도 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65

길가메쉬는 ‘모든 것을 본 사람(ša naqba īmuru)’이었다.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그래도 말이다, 그래도 욕망하는 인간에게 남겨진 최상의 지혜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영생불사! 신들이나 향유하는 생의 진수!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을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희망! ‘모든 지혜의 정수’라고 풀어본 ‘nagbu’는 옛날 옛적 사제들이 지녔다는 매우 특별한 지혜나 비밀 지식 같은 게 아닐까. 범인으로서는 알 길 없고 닿을 수 없는 그런 무엇! 아니면 안타깝게도 최초의 영웅이 뱀에게 강탈당한 심연(深淵)에 숨겨져 있던 불로초? 신들이나 따먹을 수 있는 생명의 나무에 달려 있는 바로 그것? 불멸은 신들의 길이다. 영생은 그들의 운명이다. 대홍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수메르인 우트나피쉬팀이 깨닫게 된 심오한 인생의 지혜. 수메르의 왕 길가메쉬가 이 세상 끝까지 추적하여 찾아낸, 고생고생 끝에 깨달은 모든 지혜의 정수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65

여신 이쉬타르가 누구인가.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 로마 신화의 베누스, 아름다운 여성의 상징으로 불리는 비너스의 원형이 바로 그녀였다. 셈어인 이쉬타르의 수메르어 이름은 인안나이다. ‘비너스의 원조’ 인안나! 이쉬타르가 아니 원래의 이름인 인안나가 우루크에 있던 18층 높이의 에안나 신전을 차지하게 된 사연을 알게 되면 웃음이 절로 나올 것이다. 신들도 미인계를 쓰고 미인계에 넘어간다. 수메르 신들의 아버지이며 천상의 지배자였던 ‘안(셈어로는 아누)’이라는 신이 있었다. 애초 우루크는 ‘안’이 간혹 지상으로 내려올 때 유숙하는 신성한 구역인 쿨아바 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 신들의 왕이 부인과 함께 우루크를 방문하던 날, 부부는 각방을 썼다! 신들의 지배자 ‘안’은 ‘황금 침대가 있는 집, 에니르(E.NIR)’로 안내되었고, ‘선택받은 처녀 엔투(Entu)’가 기다리고 있는 기파르(Gipar)로 들어갔다. 그곳에 있던 최초의 처녀는 놀랍게도 이르닌니(Irninni)였다. 둘은 기파르의 문이 잠긴 침실이며, ‘밤의 쾌락을 위한 방’인 기구누(Gigunu)에서 긴 밤을 지새웠다. 이르닌니는 인안나였으며, 바로 이쉬타르였다! 한데 더욱 기막힌 것은 ‘사랑의 옷을 입고, 유혹의 날개를 달고서, 기쁨을 안기는 여신’이었던 인안나가 ‘몸을 내던지는 일’을 자청했다는 점이며, 다른 신들이 이런 일을 신들의 제왕 ‘안’에게 건의하여 그를 설득해 동의를 얻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몸을 던져 얻어낸 권리, 그것이 바로 ‘에안나 신전의 사용권’이었다. 이 사건은 후대로 내려오면 왕의 딸들이 ‘인안나의 영광스러운 역할’을 대신하는 관습으로 굳어졌다. 신에게 처녀를 바치는─아, 그 아비는 어떤 심정이었을까─그 몹쓸 의식은 욕심쟁이 여신 인안나, 즉 이쉬타르의 미인계에서 시작된 운명이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66

수메르의 일곱 현인은 우안아다파(U-AN ADAPA), 우안두가(U-AN DUGA), 엔메두가(EN-ME-DUGA), 엔메갈라마(EN-ME-GALAMA), 엔메불라가(EN-ME-BULAGA), 안엔일다(AN-ENILDA), 우투압주(UTU-ABZU) 등이다. 이들은 히브리족의 일곱 조상인 아담, 세트, 에노쉬, 케이난, 마할랄엘, 야레드, 에녹의 진짜 이름이다. 히브리족만의 창세기인 <베레쉬트>는 수메르 신화를 돌려 베낀 후, 그들의 씨족신 야붸를 유일신으로 격상시키는 과정에서 탄생된 ‘최후대의 믿음 방식’이었다. 일곱 현인들의 이름 앞쪽에 붙은 우안·엔·안·우투는 인명이 아니라 직위명이나 신명이다. 그렇다면 ‘우안아다파’가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아다파! 이는 아담의 원조인 수메르의 현자! 인간의 창조주인 엔키 신의 충실한 사제! 바로 ‘그’다! ‘아다파’는 수메르어의 ‘우투아바’의 변형으로 보기도 한다. 우투아바-아두아파-아다파-아다무-아담과 같은 식으로 ‘말놀이’를 진행해도 될 일이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67

아루루는 손을 물에 넣어 씻고서 찰흙5)을 떼어낸 후 그것을 대초원에 뿌렸다. 거기에서 용감무쌍한 엔키두가 창조되었다. 그는 침묵하는 전쟁의 신 닌우르타처럼 매우 강했다. 몸통은 온통 털로 덮여 있었고, 여인처럼 머리칼은 길었는데, 마치 곡물의 여신 니싸바의 머리칼처럼 흘러내려 소의 몸 같은 그의 신체 위를 덮고 있었다. 그는 문명화된 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77

길가메쉬가 엔키두를 친구이며 형제로 얻게 된 일, 이 일이 왜 하필이면 다른 신이 아닌 엔릴 신의 ‘명령’에 따라 발생하기를 바란다는 것일까? 엔릴(EN.LIL)은 ‘바람(LIL)의 신(EN)’이다. 그의 바람은 자연의 바람일 뿐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바람’이다. 즉 명령인 셈이다. 엔릴은 하늘이 두 쪽 난다 해도 바뀌거나 변하지 않는 신명(神命)을 내리는 수메르 신들의 실권자였다. 아누의 뒤를 이어 제2의 서열에 올라 있던 엔릴은 큰 신들이 제비뽑기로 천지의 권세를 나누었을 때, 아누가 하늘의 주인이 되어 천상으로 올라가자 땅의 지배권을 움켜쥐었다. 본래 땅의 지배자는 엔키였다. 수메르 신화의 풍운아이며 인간의 창조주인 엔키는 불행하게도 이복동생인 엔릴에게 밀려나 물의 바다로 가야만 했다. 이런 이유로 수메르의 통치자들이나 사제들이 중차대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반드시 안(아누)의 승인과 더불어 ‘엔릴(엘릴)의 명령’이 떨어져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명령이 하달된 뒤에는 ‘번복’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엔릴의 명령에 따라 동료를 얻게 되길 기원’하는 길가메쉬의 말은 당연한 것이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94

물은 신이 만들었고, 술은 인간이 만들었다. 기록으로 보면 적어도 약 6000년 전부터 수메르인들이 마시기 시작한 인류 최초의 곡주는 맥주였다. 이는 점토판 문서의 기록 연대이므로 인간이 실제로 음주를 시작한 때는 이보다는 훨씬 오래되었을 것이다. 수메르인은 술을 신의 선물로 여겼으며, 사제들은 신들에게 바칠 봉헌주로 맥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로 여성들이었다. 원시인이 개화되어 맥주를 마신다? 엔키두는 빵을 배가 터지게 먹었고, 일곱 단지나 되는 맥주를 실컷 마셨다. 그런 다음 막 개화된 미개인은 마음이 편안해져서 노래를 불렀다! 기운이 솟았고 얼굴이 빛나서 문명인이 된 ‘환희의 노래’를 불렀다! 이때 그는 놀랍게도 털투성이의 몸을 물로 씻고, 기름으로 몸을 문지르는 과정을 거쳐 ‘사람’으로 변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97

수메르인은 최초의 맥주 제조자였고, 수메르는 맥주의 천국이었으니 수많은 사람이 술집(에카쉬, e-kaš)에서 맥주(카쉬, kaš)를 즐겼다. 그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로 넘쳐났다. 수메르인들이 축제 때마다 즐기던 ‘문명의 술’, 맥주가 있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196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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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수메르, 문명의 최초를 찾아서 (총3권)
김산해 / 휴머니스트 / 2023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5천년전 설형(쐐기)문자의 시대를 만나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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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또한 정복이다. 우리가 길을 떠나면 의미와 개념, 편견 및 습관적 사고의 바다가 우리와 함께 출렁이게 된다. 그 파도는 우리가 자신의 외부에서 발견한 것들을 향해 효과적으로 범람한다. 그렇게 우리가 이미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들이 다른 세계로 흘러들어 간다. 이런 식의 정복이 가능한 것은 어떤 곳을 방문해야 하는지, 그리고 거기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꿰뚫고 있는 여행 안내서 덕분이다. 그것들이 우리 인식의 한계를 임의로 설정한다. 책자에서 빠진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짜인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우리가 꼭 봐야만 한다고 믿는 것들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맨다. 그 결과 우리는 그 밖의 다른 것은 아예 보지 못하게 된다.

-알라딘 eBook <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중에서 - P47

철학자들이 꿈꾸던 우누스 문두스,26) 그 하나의 세계는 과연 존재할까? 우리 모두가 자신에게서 가까운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과 만날 수 있는 위대하고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우주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하나의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실제로는 각자의 환영 속에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알라딘 eBook <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중에서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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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ONE NOW KNOWS how to find the meaning of life within himself.
But mankind wasn‘t always so lucky. Less than a century ago men and women did not have easy access to the puzzle boxes within them.
They could not name even one of the fifty-three portals to the soul.
Gimcrack religions were big business.
Mankind, ignorant of the truths that lie within every human being, looked outward-pushed ever outward. What mankind hoped to learn in its outward push was who was actually in charge of all creation, and what all creation was all about.
Mankind flung its advance agents ever outward, ever outward. Eventually it flung them out into space, into the colorless, tasteless, weightless sea of outwardness without end.
It flung them like stones.
These unhappy agents found what had already been found in abundance on Earth-a nightmare of meaninglessness without end. The bounties of space, of infinite outwardness, were three: empty heroics, low comedy,
and pointless death.
Outwardness lost, at last, its imagined attractions.
Only inwardness remained to be explored.
Only the human soul remained terra incognita.
This was the beginning of goodness and wisdom.
What were people like in olden times, with their souls as yet unexplored?
The following is a true story from the Nightmare Ages, falling roughly, give or take a few years, between the Second World War and the Third Great Depression. -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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