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우리 집 소파다. 소파에 누워 포근한 담요를 덮고 옆에 귤을 잔뜩 쌓아놓고 까먹으며 알콩달콩 로맨스 드라마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4종 세트 완성이다. 피곤한 날도, 피곤하지 않은 날도 소파에 누워서 쉬는 빈둥거림의 기본량을 채워야 뭐든 할 마음과 에너지가 생긴다. 몸에 저항을 주지 않는 가장 편한 자세라는 눕기, 즉 ‘수평의 시간’을 가져야 척추를 세우고 일어나 걷고 일하고 노는 ‘수직의 시간’이 가능해진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4
나이가 들어갈수록 작은 행복, 소소한 기쁨이 점점 더 좋아진다. 세상 곳곳에 엄청난 성공과 화려한 성취, 남다른 행복과 자랑이 넘쳐나지만 내 것 아닌 거창한 기쁨보다 지금 누리는 작은 기쁨들이 더 소중하다. 시간이 가면서 건너뛸 수 없는 하루하루가 쌓여 나의 삶을 만든다는 당연한 사실이 더 분명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하루를 따뜻하게 하고, 즐겁게 만들고, 힘 나게 하고, 견디게 하고, 위로하는 것들이 소중하다. 소파에 누워 행복해하듯 사소한 기쁨의 순간들이 좋다. 만약 내가 어쩌다 아주 크고 거창한 기쁨을 만난다면 그것 역시 작은 기쁨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 만든 나날들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5
어쩌면 예전처럼 인생의 큰 목표나 거창한 변화를 욕심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버리고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 필요 없는 것에 힘 빼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는 것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누가 뭐라든 나에게 소중한 것을 자랑스러워할 용기와 편안한 관대함이 생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6
만약 누군가 엄청난 연봉을 줄 테니 그 대신 사소한 기쁨들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고민은 좀 해보겠지만 결국 거절할 것 같다. 하루를 깨우는 커피 한 잔, 일을 끝내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시는 시원한 맥주, 서가 사이를 걸으며 꿈꾸는 백일몽, 강 건너 불빛을 보며 오늘도 수고했다고 나에게 건네는 위로의 한마디를 포기할 순 없다. 그러니 나의 사소한 기쁨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7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그 모습을 드러내 나의 아침 출근길을 밝히는 새벽달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주인공 아오마메와 덴고의 사랑을 지켜본 달을 생각나게 했다. 일상의 비타민인 수다는 스티븐 킹의 『고도에서』의 주인공 스콧이 생의 마지막에 바라고 원했던 것이었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그려온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배를 엮다』의 주인공 마지메는 나처럼 놀이공원 관람차를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일이 제 속도로 꾸준히 돌아가는 관람차 같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애니 프루의 『시핑 뉴스』는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해피엔딩을 보여주었다. 주인공 코일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의 행복은 반짝이며 빛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의 사소한 기쁨이 소설 속 주인공들, 때로는 영화의 주인공들과 닿아 있는 걸 보면서 우리 모두의 인생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8
아침 4시 30분. 휴대전화 알람이 울린다. 나의 하루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된다.
수험생 시절에도 밤 9시, 10시면 잠자리에 들던 태생적인 아침형 인간이지만 달콤한 잠과 포근한 이부자리를 떨치고 일어나는 건 언제나 쉽지 않다. 춥고 깜깜한 겨울엔 더더욱 그렇다. 지난밤 늦게까지 저녁 자리라도 한 날엔 이불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게 된다. 하지만 꾸물댈 시간이 별로 없다. 조금 버티다 후다닥 일어나 간단히 준비하고 5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선다. 석간신문 기자 생활 30년, 오늘도 변함없이 새벽 출근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12
숲으로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했던 철학자 데이비드 소로는 "시간이 지난다고 무조건 다음 날 새벽이 찾아오지 않는다. 깨어 있어야 새벽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14
커피를 사랑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 노인 산티아고가 먹는 유일한 음식도 커피다. 84일 동안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주변의 비웃음을 산 그는 망망대해에서 홀로 엄청나게 큰 청새치, 상어 떼와 사투를 벌인 뒤 탈진해 깊은 잠에 빠진다. 그가 죽음 같은 잠에서 깨어나 먹은 것은 설탕과 우유가 듬뿍 들어간 커피 한잔이었다.
"사람은 파멸할 수 있어도 패배할 수 없다."
인간 운명에 맞선 노인의 파멸이나 패배 같은 거창한 말은 아니라도 아침 커피 한잔에 조금 힘을 내보자는 말을 건넬 수 있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32
에너지의 긴급 처방, 달콤함이 필요한 순간이다. 말 그대로 ‘슈가 러시sugar rush’를 해야 한다. 심심할 때 즐겨 보는 넷플릭스 베이킹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니라 ‘달콤한 것을 먹고 난 뒤 에너지가 반짝’한다는 뜻의 슈가 러시 말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36
하지만 그럼에도 좋아하는 단맛이 있다. 단팥이다. 단팥의 단맛은 노골적이지 않다. 설탕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당도가 우주 최고 수준일 수도 있지만, 보통 단팥의 단맛은 은은하다. 적당한 당도에 팥 알갱이가 살아 있는 단팥을 좋아한다. 요즘엔 단팥빵 전문점도 기성품 팥소를 쓰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단팥소를 맛보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나의 달콤함은 단팥 라인을 따라간다. 서울 시내 유명하다는 단팥빵들을 거쳐 단팥 찹쌀 도넛, 찹쌀떡, 양갱, 비비빅, 겨울엔 붕어빵, 여름엔 팥빙수. 그리고 도라야키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38
어쩌면 인생의 달콤함은 느끼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인지 모른다. 아주 작은 달콤함을 발견하고 제대로 누릴 줄 안다면 센타로의 삶도, 우리의 삶도 더 달콤해질 것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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