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공책에 받아 적은 끔찍한 글을 읽고 난 뒤에도 저를 이해해준 사람은 아빠뿐이었어요. 사람의 마음을 연구한다는 선생님도 저를 이해하려고 애썼을 뿐이지 이해하진 못하셨잖아요. 누군가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할 때 선생님은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그동안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면서 그게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 이상한 글을 써대는 저를 보고는 이상한 애야, 라고 간단하게 이해해버렸겠지요.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70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고,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달을 향해 걷는 것처럼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이라고. 그래서 저는 치매에 걸려 우연히 떠오른 생각을 의심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믿는 아빠의 마음을,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사전 경고도 없이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는 신의 마음을 이해한 사람처럼 살아보기로 한 거예요. 그래서 불을 질렀습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었어요. 이해만 있었죠.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80

다시, 깨어날 때는 귀부터 깨어난다. 죽을 때 마지막으로 청력이 사라지듯이. 어둠 속 저 멀리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면서 그의 의식이 돌아왔다.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언어였다. 눈을 살짝 뜨자 하얀 커튼이 보였다. 몸을 돌리니 창문 너머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빛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하오의 빛은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83

그냥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아는 만큼 대답했을 뿐인데, 어쩐지 그 대화가 서글프게 들린다고 그는 생각했다. 자르갈. 캇땀 호 가야. 이제 그렇게 된 거야? 그는 중얼거렸다. 그러자 자신에게 말을 거는 줄 알았는지 자르갈이 "예?" 하고 물었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렸다. 자신이 "자르갈, 캇땀 호 가야"라고 외친대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이제는 단 한 사람도 없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87

고비사막에서 보는 하늘에는 시간적인 광대함도 담겨 있었다. 밤이 되자 어둠 속에서 고대의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사시대, 혹은 아직 인간이 지구에 나타나기 이전의 원시적인 하늘. 별들만이 가득한 하늘. 광활하게 펼쳐진 공간처럼 시간 역시 계속 뻗어나갔다. 과거로, 더 먼 과거로, 시간이 시작되던 그 순간까지. 그렇게 시간은 쌓이고 또 쌓여 한없이 깊어졌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사막을 이해하기 위해 읽은 책에서 본 ‘깊은 시간deep time’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 깊은 시간이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88

"밤의 세계는 하나의 세계로, 밤은 밤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 인간은 백오십 리 높이의 대기권에 짓눌려 그 육체적 기관이 저녁이면 피로하게 된다. 피로해진 인간은 누워 휴식한다. 육체의 눈이 감기는 바로 그 순간, 생각보다 그리 무기력하지 않은 머릿속에서 또하나의 다른 눈이 열린다. 미지의 세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모르고 지내던 세계의 어두운 사물들이 인간의 이웃이 된다"라고 빅토르 위고는 『바다의 일꾼들』에서 썼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89

이 미래의, 두렵지만 우리를 매혹시키는 아름다움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건 우리에게 밤이 찾아와 피로해진 우리 육체가 잠들 때다. 과거라는 이름의 유령들은 잠든 우리 곁을 지키지만, 이제 우리는 거기에 없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깨어난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89

"이를 응시하는 우리 앞에는 우리의 삶과는 다른 삶이, 우리 자신들 그리고 다른 것으로 이뤄져 있는 또다른 삶이 응집되고 해체된다. 완전히 통찰하는 견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의식적이지도 않은 잠자는 사람은 이상한 동물, 기이한 식물, 끔찍하기도 하고 기분좋기도 한 유령들, 유충들, 가면들, 형상들, 히드라, 혼란, 달이 없는 달빛, 경이로움의 어두운 해체, 커지고 작아지며 동요하는 두꺼운 층, 어둠 속에서 떠다니는 형태들, 우리가 몽상이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실재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라 할 수 있는 이 모든 신비를 언뜻 본다. 꿈은 밤의 수족관이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91

그 밤은 한숨도 못 잤지만 잠시도 깨어 있지 않았던, 이상한 밤이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아침이 되어 창밖이 밝아지는 것을 보자 그에게 묘한 감동이 찾아왔다. 더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절망하던 지난밤과 달리 병원에 가기보다는 잠을 좀 자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느긋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그러면서 이상한 확신이,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은 울란바토르의 한 호스텔 방에서 죽기로 돼 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는 침대에 누워 정미를 보고 있었다. 오래전의 그녀를. 젊다고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리던 시절의 그녀를. 그리고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라는, 그 시절 노래방에 가면 다들 합창하던 그 노래 가사처럼 젊고 서로 사랑을 하기 전의 두 사람을. 그러니까 그녀를, 그리고 그녀 옆에 선 자신을. 거기에는 어떤 후회도, 두려움도 없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3

정미는 새벽별처럼 짧은 시간 동안 지구에서 살다가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사라졌다. 분명 서로의 육체에 가닿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절이 두 사람에게도 있었건만, 그리고 그때는 거기 정미가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모든 게 의심스러워졌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른 모든 생명들에게 그랬듯 그들의 인생에도 시간의 폭풍이 불어닥쳤고, 그렇게 그들은 겹겹이 쌓인 깊은 시간의 지층 속으로 파묻히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5

기쁨으로 탄생을 확인해준 사람처럼, 슬픔으로 죽음을 확인해줄 사람. 죽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확인할 수 없을 테니까. 죽어가는 사람에게 죽음은 인식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유예된다. 죽어가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살아 있는 것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9

명준이 이제는 굳게 믿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얼굴은 유동한다. 흐르는 물처럼 시간에 따라 조금씩 과거의 얼굴에서 미래의 얼굴로 바뀌어간다. 그렇게 우리의 얼굴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 덕분에 거기 희망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게 예술이 하는 일이라고도. 배우는 표정으로 그 시간적 간극을 압축해 조명 아래에서 드러내 보인다. 현재의 얼굴에 과거를, 또 미래를 모두 담고서. 얼굴의 유동적 가능성을 믿지 않으면 연기는 불가능하다.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의 얼굴은 빈 캔버스와 같아야 한다. 젊음과 늙음, 남자와 여자, 인간과 동물,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가능성의 얼굴. 그러다가 번개의 번쩍임에 의해 어둠 속의 얼굴이 일순간 드러나듯이 연기를 통해 어떤 표정이 노출된다. 인식적 클로즈업. 그리고 알아봄. 그 모든 사랑의 발생학.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17

명준은 그렇게 상실을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그 울음은, 말하자면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의 울음이었다. 그가 늘 믿어온 대로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그렇게 엄마 없는 첫 여름을 그는 영영 떠나보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29

1958년 뉴욕 시그램 빌딩의 고급 레스토랑인 포 시즌스의 벽에 걸 그림들을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은 마크 로스코는 약 일 년 동안 삼십 점에 달하는, 훗날 ‘시그램 벽화’로 불리는 연작들을 그렸다. 나중에 레스토랑을 방문한 그는 그 공간이 자신의 그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계약금을 돌려준 뒤, 그 프로젝트를 더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이 연작들은 지금 세 군데 갤러리에 흩어져 있는데, 런던의 테이트미술관과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 그리고 우리가 찾아간 가와무라기념미술관이었다. 그때 우리는 거기 로스코의 방에 앉아 나머지 그림도 모두 같이 보자는, 여태 이뤄지지 못한, 그리고 아마도 영영 이뤄지지 않을 약속을 했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37

"우리에게는 아직도 지켜볼 꽃잎이 많이 남아 있다. 나는 그 꽃잎 하나하나를 벌써부터 기억하고 있다는 걸 네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 뿐."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50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50

그건 어쩐지 리나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모든 게 눈부셨던 그해 봄, 오니리오를 지훈에게 선물한 사람이 그녀였으니까. 그러나 그들의 봄은 길지 않았다. 네스프레소 한정판 캡슐 커피 소사小史에 빗대어 말하자면, 리나와 지훈은 잘라야트라 이후에 만나서 크레알토 이전에 헤어졌고, 이제는 서로 애써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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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는 1852년 임자생으로 만 열네 살에 황위에 올라서 재위 사십 년을 넘기고 있었다.

성인이 남면해서 천하의 소리를 듣고聖人南面而聽天下

밝음을 향해 나아가며 다스린다嚮明而治

라는 중국의 『역경易經』에서 명明, 치治 두 글자를 따서 치세의 연호로 삼았는데 사람들은 ‘밝음을 향해 나아간다嚮明’는 뜻으로 천황을 호칭했다. 메이지의 치세는 힘을 향해 나아갔다. 그의 시대에 밝음은 힘을 따라오는 것처럼 보였고, 시대는 그 힘을 믿었다. 천황의 군대는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이겼다. 천황의 무위武威는 세계에 떨쳤고, 아시아의 산과 바다에 시체가 쌓였다. 천황은 신사에 나아가서 여러 전선의 승리를 열조에게 고했고, 꽃잎처럼 떨어진 충혼들을 진무賑撫했다. 천황은 사해四海가 평온하고 백성들의 삶이 아늑하기를 기원했다. 천황이 신사에 참배할 때 삼엄하고 슬픈 기운이 당내에 가득찼다고 사관은 기록했다. - <하얼빈>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4512 - P10

이토의 침대 발치에는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항에 건설되었던 파로스 등대의 모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이토가 주물 장인에게 의뢰해서 제작한 청동제 스탠드였다. 모형 등대에 수면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동양과 서양, 대양과 대양을 연결하는 이 문명사적인 항구의 옛 등대를 이토는 거룩히 여겼다. 그것은 이 세상 전체를 기호로 연결해서 재편성하는 힘의 핵심부였다. 신호로써 함대를 움직이고 신호로써 대양을 건너가는 기술은 바로 제국이 갖추어야 할 힘의 본질이라고 이토는 늘 생각하고 있었다. - <하얼빈>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4512 - P18

도장을 찍어서 한 나라의 통치권을 스스로 넘긴다는 것은 보도 듣도 못한 일이었으나, 조선의 대신들은 국권을 포기하는 문서에 직함을 쓰고 도장을 찍었다. - <하얼빈>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4512 - P20

이토는 조선 사대부들의 자결이 아닌 무지렁이 백성들의 저항에 경악했다. 왕권이 이미 무너지고 사대부들이 국권을 넘겼는데도, 조선의 면면촌촌에서 백성들은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 <하얼빈>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4512 - P21

아이가 젖을 자주 토해서, 김아려의 몸에서 젖 삭은 냄새가 났다. 아이의 몸과 어미의 몸이 섞인 냄새였다. 냄새는 깊고 아득했다. 안중근은 그 냄새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 슬픔은 한 생명의 아비가 되고 어미가 되는 일의 근본인 것 같았다. - <하얼빈>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4512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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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는 혁명에 대한 신념이 약해졌다는 걸 처음으로 느낀다. 튼튼하던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것처럼 예전에는 그렇게도 단단하던 얼굴에 주름이 나타난다. 그들은 눈을 들어 동네 아이들과 골목에서 노는 다섯 살 난 딸을 바라본다. 집을 둘러보고, 싸구려 가구도, 카펫도, 아무 장식품도 없는 텅 빈 거실을 본다. 그곳에 모이던 동지들의 그림자를 본다. 눈을 들어 생전 처음으로 미래를, 그들의 미래를 본다. 살고 싶다. 살기 위해 떠나야 한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61

어머니는 구멍에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마카렌코, 체 게바라와 다른 모든 책을 넣는다. 아버지가 축축한 흙으로 그 위를 덮는다.

어린 딸이 거기 있다. 현관 층계에서 그들을 본다. 정원은 이제 많은 걸 가졌네. 아이가 생각한다. 자기 장난감들, 그리고 이제는 아버지의 금서들까지.

아이는 맹세한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이 모든 걸 전부 다시 파내겠다고. 나중에, 그럴 수 있을 때가 오면.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62

한밤중에 아이는 확신한다. 정원 나무 밑에 자신의 꿈들을 하나하나 파묻는 어머니를 보았다고. 장난감이 묻혀 있는 바로 그 옆에.

소녀는 이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장난감과 가구와 옷과 책 모두를 동네 아이들에게 주었다. 고향 집은 차츰차츰 텅 비어간다. 소녀는 지루함을 쫓으려 인적 없는 골목에서 자전거를 탄다. 빗물과 뒤섞인 기름 웅덩이를 본다. 아스팔트 위에 생겨난 무지개. 고양이를 뒤쫓고 내던져버릴 꽃들을 꺾는다. 소녀는 기다린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67

언제부턴가 그의 손이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손은 피로해졌고 주름이 생겼고 여기저기 갈라졌다. 재료와 연장이 할퀸 수많은 상흔도 있었다. 피부는 가죽처럼 질겨졌다. 두 손은 천천히 휴식과 일상의 평화를 갈구하며 시간을 파고들었다. 먹과 펜과 붓과 종이를 만지고, 직선과 곡선, 가는 선과 원을 그렸다. 손은 하이얌이나 루미, 하피즈 같은 이란 시인들의 시와 함께 흰 종이를 무대 삼아 춤을 췄다. 아버지는 서예를 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79

당신의 손은 땅을 파헤치고 갈고 씨앗을 뿌렸다. 당신은 화학비료나 살충제 없이 땅을 비옥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유기농으로 경작했다. 질기고 단단해진 굳센 손가락들은 땅에서 호박과 감자와 오이들을 거두었고 당신은 승리라도 거둔 양, 부엌 식탁, 어머니 코앞에 그것들을 내려놓았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83

2009년 6월에는 매일 밤마다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치는 테헤란 시민들의 비통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민들은 집 지붕으로 올라가 목 놓아 신을 불렀다. ‘알라후 아크바르’라는 두 단어만을. 잠에서 깨어난 아버지는 그 소리가 무엣진아침 예배 시각을 알리는 사람의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신의 정의를 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임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무고한 시위대를 학살하는 정치가들을 벌해달라고 신에게 복수를 간청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86

당신은 스스로에게 가혹한 형을 내린다. 내면의 재판에서 당신은 자신을 늙고 비겁한 자라고 고발한다. 그러나 그건 비겁함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삶에 대한 갈구일 뿐이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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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1999년에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유체 이탈, 도플갱어, 예지몽, 인체자연발화, 공중 부양 등등 불가사의한 능력이나 현상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정기 구독하던 소년 잡지에 매달 그런 기사가 한 꼭지는 실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도 역술이나 점, 단학 따위가 판을 치고 있었다. 한강 다리가 무너지거나 IMF 사태로 대량 실직이 일어나는 등 예측 불허의 현실 속에서 다들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 때라 그런 비과학적인 말들에서 위안을 찾으려고 했던 모양이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7

소설가로서 나는 예언의 내용보다는 그 형식이 언어여야만 한다는 게 더 흥미롭다. 어떤 예언가가 환상 속에서 미래의 뭔가를 봤다고 해도 그는 그것을 자신의 지식 수준에 맞춰 언어로 표현해야만 한다. 실제로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모를까, 그걸 언어로 변환한 이상 그 진의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게다가 번역까지 된다면 왜곡은 피할 길이 없다. 결국 예언은 그 형식 때문에 빗나갈 가능성이 많은 셈이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8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으리라.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왜 불안해지는가? ‘행복’이라는 말이 실제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뜻이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야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형식은 언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렇듯 인간의 정체성은 허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정하는 것도 언어이므로 허상은 더욱 강화된다. 말로는 골백번을 더 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5

둘은 미래,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과거를 적극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 둘은 가장 좋은 게 가장 나중에 온다고 상상하는 일이 현재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에게는 희망이 생긴다. 한번 더 살 수 있기를. 다시 둘이 만났을 때부터 시작해서 원래대로 시간이 흐르기를. 그리하여 시간의 끝에,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이번에는 가장 좋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그렇게 시간은 거꾸로 흘러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마지막 순간에 이르고 그들은 그 순간을 한번 더 경험한다. 그리고 놀란다. 이토록 놀랍고 설레며 기쁜 마음으로 우리는 만났던 것인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둘은 오랜 잠에서 번쩍 눈을 뜬 것처럼 서로를 바라본다. 처음 서로를 마주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시간은 다시 원래대로 흐르고, 이제 세번째 삶이 시작된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9

"오래전에 비트겐슈타인의 책에서 ‘그러나 당신은 실제로 눈을 보지는 않는다’라는 문장을 읽고 그 혜안에 놀라서 뒤로 넘어갈 뻔한 적이 있어요. 우리는 원하는 걸 다 볼 수 있지만, 그것을 보는 눈만은 볼 수가 없죠. 보이지 않는 그 눈이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을지를 결정하지요. 그러니까 다 본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 눈의 한계를 보고 있는 셈이에요. 책을 편집하다보면 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의 모든 문장은 저자의 생각이 뻗어나갈 수 있는 한계의 한쪽에서만 나오죠. 그래서 모든 책은 저자 자신이에요. 그러니 책 속의 문장이 바뀌려면 저자가 달라져야만 해요."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22

"그게 내 앞의 세계를 바꾸는 방법이지요. 다른 생각을 한번 해보세요. 평소 해보지 않은 걸 시도해도 좋구요. 서핑을 배우거나 봉사활동을 한다거나. 그게 아니라 결심만 해도 좋아요. 아무런 이유 없이 오늘부터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거나. 아주 사소할지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하기만 하면 눈앞의 풍경이 바뀔 거예요."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23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25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1999년에 내게는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미래를 기억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과 일어날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29

언제부터인가 그는 세상을 거울이라고 생각해왔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도 어딘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믿음에 가까웠지만, 그는 늘 눈앞에 펼쳐진 세계의 모습을 통해 지금 자신의 내적 상태를 점검하곤 했다. 거리의 풍경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들리는 소리에 자세히 귀를 기울이는 건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35

대개 운동 초기의 호흡곤란으로부터 환기가 적응되고, 운동 초기에 산소 부족으로 생성된 락트산이 혈액의 흐름 증가 등으로 인해 산화되고 땀과 소변을 통해 제거되며 호흡근이 적응하여 운동 초기의 피로에서 회복되기 때문에 일어난다. 또 한 가지는 초조·공포 등이 증가했다가 운동이 지속되는 동안 이런 현상들이 해소되므로 세컨드 윈드가 촉진된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37

"그렇습니다. 또한, 우리들의 선입니다. 부처의 선은 절대입니다. 그것은 목련나무에도 나타나며, 험준한 봉우리의 차가운 바위에도 나타납니다. 골짜기의 어두운 밀림과 강이 계속 흘러 범람하는 곳의 혁명이나 기근, 역병도 모두 부처의 선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목련나무가 부처의 선이며 또한 우리들의 선입니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40

‘상대 선수보다 연습량도 경험도 다 부족한데 어쩌겠니? 얻어맞고 쓰러져봐야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지’ 이러더라구요. ‘인생 참 힘들게 사네’라고 말했더니 ‘은정아, 인생 별거 아니다. 버틸 때까지 버텨보다가 넘어지면 그만이야. 지금은 그거 연습하는 중이야. 얼른 소주나 줘’라고 대답하더라니까요."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49

그래서 내가 ‘그래도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것보다는 낫잖아. 해도 안 되는 일, 질 게 뻔한 일을 왜 하고 있어?’라고 했더니 이렇게 대답했어요.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너도 KO를 당해 링 바닥에 누워 있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나한테로.’ 무슨 바람이냐고 물었더니 ‘세컨드 윈드’라고 하더라구요.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49

그녀는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더듬더듬 그 말을 따라 해. ‘제가 살아야 제 아들이 살 수 있습니다’라고. 그 모습을 보고 하느님은 흡족해하셨지. 그녀의 기도는 받아들여져. 대정읍으로 압송돼 관비가 된 그녀는, 그럼에도 삼십칠 년을 더 살아 할머니로 죽고, 그러는 동안 그녀의 아들은 얼마든지 살 수 있었지. 그 하루하루는 늘 새 바람이 그녀 쪽으로 불어오는 나날이었다고 해.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54

나는 인간에게 숨겨진 진심이 따로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유죄이든 무죄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나는 성직자가 아니라 심리학자다. 말하자면 예수의 상처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은 도마의 후예란 말이다. 나는 내가 직접 확인한 것만 믿는다. 타인에게 들은 말이나 제3자의 의견, 반대 증거가 존재하는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물며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사람의 마음에서 진심을 따로 분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61

지금까지 나의 저울은 누군가가 주장하는 진심 쪽으로 기울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인간을 연민한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자명한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인간들은 쉬지 않고 헛된 이야기를 만든다. 그 임시방편의 이야기에 진심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유진주가 보낸 메일에도 진심 같은 건 없다. 다만 진실은 있다. 지금 그녀가 모슬포에 있다는 사실이다.

-알라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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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생각은 너무나 괜찮아서 보고서를 다른 지부에 전달해야 하는 동료들이 나를 빌리기까지 했다. 나는 이렇게 정당의 아이가 됐고, 할머니는 어린 손녀를 물건처럼 빌려주고 정치에 이용하는 모습을 보며 크게 낙심하여 머리를 쥐어뜯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48

이런 일을 하는 동안 잡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좀더 세월이 흐른 후에는 재미있는 일화로만 남았다.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면서 이 얘기를 떠들곤 했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바친 정치신념이 똥과 오줌으로 가득 찬 내 기저귀와 함께했다는 사실이 늘 떠올랐다. 할머니처럼 가장 용납할 수 없었던 점은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내가 넘겨져도 전혀 개의치 않고 내가 그들 자식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나를 유용한 물건으로 취급했다는 사실이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49

아버지가 한밤중에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 늘 똑같은 악몽이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지평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무언가에 발부리가 걸린다. 아래를 보니 땅 위로 삐져나온 손이 있다. 죽은 자의 손이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얼마 못 가 다시 발과 팔과 해골에 부딪친다. 그때마다 넘어질 뻔하다가 결국 완전히 지쳐 걸음을 멈춘다. 뒤를 돌아 너른 평원을 본다. 시체들이 거대한 산처럼 쌓여 있다. 찢긴 사지와 신체 일부가 사방에 가득하다. 기괴한 컬렉션으로 뒤덮인 땅. 아버지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50

저주받은 땅인가, 성자들의 땅인가?

죽은 자의 어머니에게 이 땅은 신성했다. 너무 많은 꿈을 꾸다가 희생당한 자식들. 그 육체를 품은 땅. 어머니들은 흙으로 덮인 구덩이 주위에 모였으나 아들이나 딸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땅 어딘가 밑에 있다는 것만 알았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51

눈은 분노로 경직되었으나 슬픔에 젖어 있다. 묵념을 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무덤을 찾아온 어머니들. 그녀들이 눈물을 흘린다. 기도를 하고 울부짖는다. 주먹을 하늘로 쳐든 채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고 이렇게 만든 야만인들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그리고 반드시 이 원수를 갚겠다고, 이 나라를 지배한 자들은 인간이 아니라 피에 굶주린 괴물이라고 말한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52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라고 졸라대는 죽은 자들. 여러 해 동안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던 아버지처럼, 이들의 이미지는 내 머릿속마저 점령하여 쉴 새 없이 떠다닌다. 보이지 않는 망자들이 내 뒤를 따른다. 가끔은 길을 걷다가 몸을 휙 돌린다. 그러면 지워진 입들이 보인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53

아이였을 때, 사만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리나케 책가방부터 열고 현관 층계에 앉아 숙제를 하곤 했다. 배움에 대한 열의가 가득했던 그는 숙제 공책을 펼치기 전의 단 일 분도 기다리지 못했다. 사만은 층계 위에 완전히 엎드려 있곤 해서 집으로 들어가려면 성큼 넘어가야 했다.

이 나라는 재능 있는 아이들을 학살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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