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양자역학을 모르는 사람과 원숭이의 차이보다 더 크다. 양자역학을 모르는 사람은 금붕어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_머리 겔만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18
그렉 이건Gregory Mark Egan의 소설 『쿼런틴Quarantine』은 난해한 양자역학을 정면으로 다루는 하드SF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책은 이미 절판되었으나 마니아들 사이에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원래 가격의 두 배는 보통이고, 서너 배를 호가하는 경우도 흔하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19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 첫 번째. 관측이 대상에 영향을 준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20
양자 중첩이란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것을 말한다. 웃음이 나오면서 슬플 때 ‘웃프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것은 양자역학의 중첩이 아니다. (더구나 잘못하면 ‘썩소’가 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죽어 있으면서 동시에 살아 있을 수 있다면 이것은 중첩이다. 좀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는 거다. 좀 더 물리학적으로 말해서 당신이 한 순간 두 장소에 동시에 있을 수 있다면 중첩이다. 몸을 둘로 나누라는 말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하나의 몸이 동시에 두 장소에 있는 것이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20
원자나 전자가 사는 미시세계에서는 중첩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사실 이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일찌감치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앞서 소개한 물리학자들의 어록이 그 결과물이다. 아무튼 동시에 두 장소에 있을 수 있다면 전자 하나로 두 개를 만들고, 그 두 개로 각각 두 개씩, 그러니까 모두 네 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무한히 많은 전자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건 예수가 했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 아닌가!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21
아무튼 이처럼 관측을 통해 중첩이 깨지며 하나의 상태로 결과가 귀결되는 과정을 ‘파동함수의 붕괴collapse’라고 부른다. 단어가 무척 생소할 거다. 한국어판 『쿼런틴』에서는 ‘붕괴’ 대신 ‘수축’이라고 표기했다. 파동함수란 양자역학이 가질 수 있는 괴상한 상태를 기술하는 수학적 도구이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22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선택이 일어날 때마다 중첩이 생성된다.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고민하는 순간, 우주는 이 두 선택의 중첩으로 나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의 의지가 중첩과 관계있는 것일까? 진실은 간단하지 않다. 당신이 가만히 있다고 선택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움직일지 가만히 있을지 선택한 결과 가만히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매순간 우주의 모든 ‘것’들에서 끊임없이 중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첩 상태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이것은 양자역학이 만들어진 이래 오랫동안 물리학자들을 괴롭혀온 질문이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23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중첩을 이루는 모든 상황들은 동시에 존재한다. 이들은 서로 독립적인 우주이다. 우리는 그 우주들 가운데 하나의 우주에만 살 수 있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23
사실 양자역학의 표준 해석에 따르면 이 경우 전자의 위치는 완전 무작위(!)적으로 결정된다. 양자역학은 특정 결과가 얻어질 확률만을 알려줄 뿐이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24
양자역학의 정통 해석인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내가 관측하여 얻은 결과를 제외한 다른 가능성은 모두 사라져버린다. 내가 짜장면을 먹기로 했다면 짬뽕을 먹는 우주는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것은 형이상학적 문제일 수도 있다. 짬뽕을 먹는 우주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짜장면을 먹는 우주에서는 다른 우주의 존재에 대해 어떤 단서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관측이 다른 가능성을 모두 없애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24
나의 의식은 우주를 선택한다. 하지만 나의 의식은 자유의지의 산물인가? ‘모드’의 결정은 ‘모드’라는 신경회로의 자유의지인가? 사실 모든 것이 무작위로 정해지는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자유의지가 무엇인지는 그리 명확하지 않다. 양자역학에서 자유의지까지 오면 이제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수습불가의 상황이란 얘기이다. 작가 그렉 이건은 이 난국을 어떻게 수습했을까? 『쿼런틴』의 마지막 문장이다. 모든 것은 결국 평범한 일상으로 귀속되는 법이다. 그러하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85 - P227
실제 19세기 유럽 빈곤층이 먹던 호밀빵과 2020년 한국에서 시판하는 호밀빵은 재료나 기법, 보존 환경 등 모든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사실 어린 시절의 내가 맛보고 싶었던 것은 물리적인 검은 빵 자체가 아니었다. 알프스 고원의 전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향긋한 냄새가 나는 마른풀 침대와 천장에 난 창문으로 올려다보는 별하늘, 병약하지만 상냥하고 예쁜 금발 머리의 단짝 친구, 학교에 가지 않고 온종일 염소들과 뛰노는 삶…… 한마디로, 나는 현실의 내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을 ‘검은 빵’에 대입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가질 수 있는 빵은 이미 내가 원하는 검은 빵이 아니라는 뜻이다. 역설적이게도, 내게 검은 빵이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 -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027 - P28
호밀빵, 그중에서도 천연 발효한 반죽으로 만든 호밀빵을 뜻한다. ‘흑빵’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호밀은 춥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밀보다 재배가 쉬워서 예로부터 유럽에서 주식으로 먹었다. 특히 북유럽과 러시아 등지에서 호밀빵을 많이 먹었고, 그 외 지역에서도 서민층이 쉽게 얻을 수 있는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통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에 가까웠다. 호밀은 밀과는 달리 특유의 시큼한 맛과 향이 난다. -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027 - P28
오늘날에는 제빵 기술의 발달로 그나마 먹기 좋을 만큼 부드럽게 개량된 호밀빵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섬유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혈당 지수가 낮기 때문에 당뇨 환자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 좋다. 꼭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그 담백한 맛과 특유의 알싸한 향 때문에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면 맛도 좋거니와 포만감도 오래가서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027 - P29
오늘도 모멘트 아케이드moment arcade에 들어섭니다. 사람들의 모든 순간이 짧게 가공되어 업로드되는 곳. 누군가가 체험한 기억 데이터를 사고파는 기억 거래소 모멘트 아케이드. 저는 산책하듯 아케이드 여기저기를 걸어 다닙니다. - <밤의 얼굴들>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78
모멘터가 체험한 어떤 순간의 감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니까요. 저처럼 인생에서 아무런 희로애락을 느낄 수 없는 사람에겐 공부가 된답니다. 아, 사람들은 저 순간에 저렇게 감정을 느끼는구나, 하고요. - <밤의 얼굴들>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80
"그만 죽고 싶다."엄마는 어떻게든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이렇게 반어법으로 표현했어요."죽긴 왜 죽어. 살아서 부귀영화를 누려야지."저는 이렇게 반어법으로 답하며 엄마와 이별할 날만을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 <밤의 얼굴들>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85
자기의 업보마저 잊은 불완전한 반쪽짜리 인생. 저는 그런 인생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허탈했어요. 당신 애들이 정말 잘 지내고 있느냐고 멱살을 잡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습니다. 멋대로 다 잊은 사람에게 무얼 더 바라나요. 엄마의 비겁한 인생이 고스란히 내 것 같았어요. - <밤의 얼굴들>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87
저는 그 인생에서 나온 더 불완전한 인생이었으니까요. 엄마와 저는 불행의 공동 채무자였어요. - <밤의 얼굴들>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88
엄마는 그 후에도 종종 되돌려봐야 상처만 소환되는 비루한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속으로 말했죠. ‘내가 원해서 엄마 딸로 태어난 게 아니야.’ 그렇게 제 삶의 의미까지 덩달아 부정하는 순간, 제 삶에 말할 수 없는 미안함을 느꼈어요. 애써 잊으려 노력해왔는데 엄마의 치매로 또렷이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엄마를 견디지 못하는 만큼, 제 삶을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요. - <밤의 얼굴들>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88
엄마의 치료비는 전부 제 빚으로 남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도 엄마의 빚을 갚다 끝날 것이라는 차가운 선고를 마주했습니다. - <밤의 얼굴들>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90
세상은 제게 엄마만큼이나 무책임해 보였습니다. 엄마가 죽고 난 뒤 옆집 아주머니가 위로한다고 찾아와 종교를 권할 땐 정말이지 한숨이 나더군요. 밥 한 끼 먹자고 연락해준 지인이 다단계 가입을 제안하자 화를 내고 말았어요. 연락도 뜸하던 친구가 보낸 모바일 청첩장을 보곤 연락처를 삭제해버렸지요. 어쩜 하나같이 다들 무심하고 무정한지. 술에 취해 비틀거렸던 어느 밤, 제 뒤를 따라오는 그림자를 느끼고 파출소로 달려갔던 날엔 집에 돌아와 한참 울었습니다. 약하고 상처 입은 사람이 이용당하기 쉬운 세상. 엄마만큼이나 사람들이 하나같이 모두 무례하고 난폭해 견딜 수가 없었어요.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환멸을 느꼈습니다. 저는 결국 골방에 처박혔습니다. - <밤의 얼굴들>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93
‘살아야겠다.’ 깍지 낀 그의 손에서 상대를 놓지 않겠다는 결심이 전해집니다. 소소한 거룩함이 보통의 순간 속에서 선언되는 걸 목격합니다. 이상한 일이죠. 겨우 그 한 시간의 산책을 대리 경험하고 싸늘하게 굳었던 마음이 무너졌어요. 사소하지만 숭고한 순간. 이런 귀중한 마음을 생애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채 죽을 순 없어. - <밤의 얼굴들> 중에서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1 - P195
정말 날것의 기상천외함이 있다. 얼마전 정말 정신없었던 - 내가 아니고 그 영화가 - 한 영화가 떠올랐다.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근데, 이 단편은 정신 없다가도 담백하다. 왜냐고? 솔직하니까. 거짓말처럼 술술 나오는 입말이 사실보다 더 사실적이다. 팩폭에 당한 느낌이다. 형제란… 부자지간이란… 비틀기가 거의 꽈배기 수준인데 마냥 밉지만은 않은 건 왜지? 나도 집에선 두 살 터울 남동생을 둔 형인데, 하하. “뽀삐 똥을 치우면서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이판사판(理判事判), 동귀어진(同歸於盡)으로 얼굴에 똥칠을 하고 돌아다니면 동네 사람들이 형을 보면서도 수군거리겠지만, 형을 욕하기 위해 내 얼굴에 똥칠을 할 수는 없었으니, 아버지 잔소리가 옳을 때도 있었다.” - <우리집 강아지> 중에서티키타카 형제간 사업도 가관이다. 능청도 이런 능청이 없다. 형제사이가 콩가루 집안같은데 가만 보면 ‘뼈’가 있다. 촌철살인의 사회비판이라면 그럼 뼈대있는 집안인가?“단어를 계속 바꾸고 어순을 끊임없이 조정해라. 붕어빵 뒤집듯 단어와 문장을 계속 뒤집어라. 잘 쓴 리포트를 조심해라. 나쁜 리포트는 잡히지 않지만 잘 쓴 리포트는 걸린다. 좋은 것을 훔치면 모두가 다 안다. 좋은 것은 다른 학생들도 베껴 오니까. 자신이 가져온 게 얼마나 좋은지 알아보질 못하니까. 독특한 표현은 지우고 진부하게 채워라.” - <우리집 강아지> 중에서이 작가의 소설집이 드디어 나왔다 한다. 필력에 비해 다소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꼭 한 번 읽어봐야 겠다. 근데 이 단편이 첫 작품으로 수록되었다 하니… 꼭 사서 읽을 필요가 있나 살짝(?) 망설여진다. 그래서 좀만 더 기다려 보자 하고 전자책 발행 알림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또 다른 앤쏠로지 옴니버스 단편집으로 간다. 이 작가의 또 다른 단편에게 ‘프러포즈’ 하러~ ‘우리집 강아지’ 대추와 함께, 뽀삐 아니고~이 책의 첫꼽문으로 도입부 첫 문장 하나면 작품 요약 끝!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 ” (나 빼고)근데, 이란성 쌍둥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