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번역은 ‘나’의 글쓰기다, 라는 명제는 그것이 제시하는 통일성만으로도 번역가들에게 큰 매혹으로 다가올 수 있다. 번역을 하는 사람들은 그 작업의 특성상 분열적 상태에 놓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번역을 하면서 번역 같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해야 하니까. 이것은 실로 번역가의 정체성에 분열을 일으킬 만한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때 번역이 ‘나’의 글쓰기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모순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을 가능성이 보인다. 번역은 ‘나’의 우리말 글쓰기이므로, 번역 같지 않은 번역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말로 이루어진 나의 글을 쓰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정영목 지음) 중에서 -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