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 P9

파울 클레의 관찰 일기

사랑이나 이별의 깨끗한 얼굴을 내밀기 좋아한다
그러나 사랑의 신은 공중화장실 비누같이 닳은 얼굴을 하고서 내게 온다
두 손을 문지르며 사라질 때까지 경배하지만
찝찝한 기분은 지워지지 않는다

전쟁과 전쟁의 심벌즈는 내 유리 손가락, 붓에 담긴 온기와 확신을 깨버렸다
안녕 나의 죽은 친구들
우리의 어린 시절은 흩어지지 않고
작은 과일나무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그 시절 키 높이만큼 낮게 흐르는 구름 속으로 손을 넣으면
물감으로 쓸 만한 열매 몇 개쯤은 딸 수 있다, 아직도

여러 밝기의 붉은색과 고통들
그럴 때면 나폴리 여행에서 가져온 물고기의 색채를
기하학의 정원에 풀어놓기도 한다 - P29

봄여름가을겨울

작은 엽서처럼 네게로 갔다. 봉투도 비밀도 없이 전적으로 열린 채. 오후의 장미처럼 벌어져 여름비가 내렸다.
나는 네 밑에 있다. 네가 쏟은 커피에 젖은 냅킨처럼. 만개의 파란 전구가 마음에 켜진 듯. 가을이 왔다. 내 영혼은 잠옷 차림을 하고서 돌아다닌다. 맨홀 뚜껑 위에 쌓인눈을 맨발로 밟으며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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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수동 -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하고, 빠져들고, 마침내 사랑한다 아무튼 시리즈 55
장강명 지음 / 위고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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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하지는 않지만 꿈꾸고 싶은 동네에 대한 작가의 워너비가 꼭지 별로 잘 보여지는 듯 하다. 특히 맨마지막 ‘게임(요즘엔 유툽이나 소셜미디어도 대세지만)에 서툰 사람이 쓴 현수동 도서관’은 마치 내 일상의 한 대목처럼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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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noir is a genre, then ‘one last job’ is a sub-genre. In those movies, the last job always goes bad. Billy isn’t a robber and he doesn’t work with a gang and he’s not superstitious, but this last job thing nags at him just the same. Maybe because the price is so high. Maybe because he doesn’t know who’s paying the tab, or why. - P11

Nick believes the dumb self, because Billy is at great pains not to overdo it. No gaping mouth, no glazed eyes, no outright stupidity. An Archie comic book does wonders. The Zola novel he’s been reading is buried deep in his suitcase. And if someone searched his case and discovered it? Billy would say he found it left in the pocket of an airline seat and picked it up because he liked the girl on the cover.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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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성과는
소소한 일들이 모여
조금씩 이루어진 것이다.
_ 빈센트 반 고흐 -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2134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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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정말 가르쳐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제 앞가림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아이들 마음속에 뜻이 자리 잡도록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뜻이 있으면 공부는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에 금방 된다. 남이 공부를 가르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고, 마음속에 없는 뜻은 남이 절대로 불어넣어줄 수 없다. 이 세상에 발붙이고, 이 험한 세상을 제 힘으로 헤쳐나가게 하자면 남을 밀쳐내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서로 도와야 하는 것임도 가르쳐야 한다. - <인생을 배우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1285 - P54

자기가 아니면 그 일이 안 되어 세상 한 귀퉁이가 결정적으로 빌만큼
그 일을 꾸준하게 즐겁게 해내는 지혜는
스스로의 구원이고 또한 세상의 구원이다. - <인생을 배우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1285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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