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이 지우는 짧은 꿈을 하나 꿨다. 꿈속에서 지우는 제 앞의 빈 종이를 한참 응시했다. 지우는 뭔가 고민하다 손에 4B 연필을 쥐었다. 그러곤 오랜 시간 공들여 새를 그렸다. 어깨 힘을 이용해 대범하게 새의 윤곽을 잡고, 섬세하게 깃털 결을 살리고, 작고 까만 눈에 물기를 줬다. 언젠가 조류도감에서 본 솔새였다. 그런데 얼마 뒤 한 남자가 다가와 그 그림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기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개를 참 잘 그렸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8

옛날 옛날에

세상에 자비도 없고 희망도 없고 노래도 없던 때

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첫날 자신이 만든 밤이 너무 좋아서.

그 밤을 덮고 자느라

세상에 인간은 있되

구원도 없고 기적도 없고 선의도 없다는 걸 잊었습니다.

첫날 자신이 만든 밤이 너무 좋아서.

자신이 만든 밤이 너무 편해서.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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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made love. The wing story. My body is not bird-like. Again. The wings. The love. Bird-like. Again. I beg everything again.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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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 yourself to the cigarettes in the kitchen drawers’
she said,

‘and one day you too will wheeze like me.
The daisies on my grave will puff and wheeze, you mark my words.’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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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잃었다.
무너져버린 세상의 잔해 위에 앉아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햇볕만은 따뜻했다. 내가 앉아 있는 콘크리트 더미도 햇볕에 표면이 달구어져 따끈따끈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알라딘 eBook <그녀를 만나다>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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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ill never fight again, our lovely, quick, template-ready arguments. Our delicate cross-stitch of bickers. - P19

‘OH NO YOU DON’T COCK-CHEEK’. - P19

I will stop finding her hairs. I will stop hearing her breathing. - P20

There is a fascinating constant exchange between Crow’s natural self and his civilised self, between the scavenger and the philosopher, the goddess of complete being and the black stain, between Crow and his birdness. It seems to me to be the self-same exchange between mourning and living, then and now. I could learn a lot from him.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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