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야심한 밤, 산책로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목 늘어난 티셔츠, 잘 때와 운동할 때 구분 없이 입는 것으로 추정되는 추리닝 바지, 거기에 어설프게 허우적거리는 스트레칭 자세까지. 여러모로 그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그리 익숙해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를 굽힐 때마다 관절에선 우두둑거리는 굉음이 이어지고, 체계 없는 준비운동은 대체 무엇을 위한 준비인지 의아함만 자아낸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다. 가로등 불빛을 따라 긴장감 도는 발자국이 하나둘 찍혀나간다. 경직된 팔 동작과 불안정한 호흡에서 이 뜀박질의 슬픈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 예정된 미래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레이스는 위태롭게 이어진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선명한 기억으로 남은 첫 달리기의 순간이다. - <아무튼, 달리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836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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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ke Russell is not guilty of the unspeakable crimes for which he was convicted; nonetheless, he is scheduled to be executed for them in one hour and forty-four minutes. As always during these dreadful nights, the clock seems to tick faster as the final hour approaches. I’ve suffered through two of these countdowns in other states. One went full cycle and my man uttered his final words. The other was waved off in a miracle finish.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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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밀리아는 홀로 남아 저 멀리 어딘가를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어떤 미소가 떠올라 보일 듯 말 듯 깜박거리다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것을 본 것도 같았다.

그녀는 달이 떠오르길 기다렸다. - <멜랑콜리의 묘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9784 - P39

달이 떴다.

달이 더 높이 떠오르자 골목길이며 뒷길이며 거리를 바라보는 카밀리아의 눈도 더 커졌다. 한밤중이 되자 달은 그녀의 머리 위로 떠올라 고대의 무덤 꼭대기에 서 있는 대리석 조각상처럼 그녀를 비추었다.

어둠 속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카밀리아는 귀를 쫑긋 세웠다.

희미한 가락이 공중을 떠돌았다.

골목 그늘 속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카밀리아는 숨을 죽였다. - <멜랑콜리의 묘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9784 - P40

"아무도 못 봤을 거예요. 그저 태양이 떠오를 뿐이죠. 자, 저와 함께 춤을 춰요."

그들은 춤을 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을 축하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들은 춤을 추었다. - <멜랑콜리의 묘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9784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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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남자는 홀로 서 있었다. 그는 주위를 흘끔거리며 자신이 혼자 있음을 확인하고는 아름다운 만의 바닷물과 지는 해가 흩뿌리는 노을빛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잠깐 몸을 돌렸을 때 모래 위에 작은 나뭇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 녹아버린 라임 맛 아이스크림의 가느다란 막대였다.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막대를 주워들었다. 남자는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며 혼자 있음을 확인하더니 몸을 숙이고 막대 쥔 손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움직여 이 세상에서 그가 가장 잘 아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모래 위에 굉장한 형체를 그리기 시작했다. - <멜랑콜리의 묘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9784 - P17

편편한 모래밭에 그리스의 사자와 지중해의 염소, 금가루 같은 모래로 살집이 이루어진 처녀, 손으로 깎은 뿔피리를 부는 사티로스, 어린 양 떼와 함께 뛰놀며 바닷가를 따라 꽃을 뿌리고 춤을 추는 아이들, 하프와 리라를 연주하며 깡충깡충 뛰는 악사들, 저 멀리 초원과 숲과 버려진 사원과 화산을 향해 내달리는 젊은이들과 유니콘이 그려져 있었다. 남자의 손과 나무 막대는 단 한 군데도 끊기지 않는 선으로 해변을 따라 열정적으로 몸을 굽히고 땀을 비처럼 쏟으며 휘갈기다가, 매듭을 짓다가, 원을 그리다가, 위로 아래로 옆으로 안팎으로 움직이다가, 한땀 한땀 새기다가, 속삭이다가, 잠시 멈추었다가, 마치 태양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잠기기 전에 이 떠들썩한 여정을 화려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듯 이내 서둘러 다시 움직였다. 님프와 나무의 요정들이 이삼십 미터가 넘는 길이로 펼쳐지고 여름철 분수는 해독할 길 없는 상형문자를 그리며 솟구쳤다. 사위어가는 빛을 받은 모래는 이제 녹아내린 구리색이 되어 어느 시대, 어느 인간이 읽어도 오래오래 음미할 수 있을 어떤 메시지를 새기고 있었다. 모든 것이 각자의 바람과 중력 속에서 회오리치다 균형을 잡았다. 춤추는 포도주 상인 딸들의 포돗빛으로 물든 발 아래서 포도주가 짓눌려 흘러나오는가 하면, 꽃으로 꾸민 연들이 나부끼는 구름 위로 꽃향기를 흩뿌렸다. 그런가 하면 무럭무럭 김이 솟아오르는 바다에서 황금 칼집에 싸인 괴물이 태어났다. 그리고… 또… 이제….

화가가 동작을 멈추었다. - <멜랑콜리의 묘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9784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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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악마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필경 인간이 창조해 낸 것이라면, 자신의 모습과 흡사하게 창조해 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561

「이봐, 수도사 나리, 어리석음이란 이 지상에 너무나 필요한 것이야. 세상은 어리석음 위에 세워져 있고, 그것이 없다면 세상에는 아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몰라.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 알고 있는 거라고!」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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