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는 재미나게 놀았고, 그녀와는 <대화들>을 나눴다. 둘 중에 그녀가 주도권을 쥔 인물, 바로 법이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54

우리는 둘 다 서로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녀, 남자애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나의 열망을. 나, <내게 불행한 일이 닥치고 말 거다>, 그러니까 아무하고나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임신이 될 거다라는 어머니의 강박관념에.
가끔씩, 그녀가 죽는다 해도 그것이 내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라는 상상을 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57

나는 어머니가 다리 사이에 병을 끼고서 병마개를 딸 때면 눈길을 돌려 버렸다. 나는 그녀가 말하고 행동하는 거친 방식이 부끄러웠는데, 내가 얼마나 그녀와 닮았는지 느끼고 있는 만큼 더더욱 생생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59

다른 세계로 옮겨 가고 있는 나는 내가 더 이상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 여전히 내 모습인 것에 대해서 어머니를 원망했다. 그리고 교양을 갖추려는 욕망과 실제로 교양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 사이에 깊은 구렁텅이가 존재함을 깨달았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59

그녀는 내 학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다. 나는 어머니를 너무나 찬미해 왔었기에, 나를 곁에서 지원해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집에 서재가 있는 친구들과 학교라는 세계에 방치된 것에 대해서, <누구랑 있었니? 적어도 공부는 하고 있지>라며 자신의 불안과 의심을 쓸데없는 짐으로 안겨 줄 뿐인 그녀를 아버지보다 더 원망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59

내 어머니로서는 반항한다는 것의 유일한 의미는 가난을 거부한다는 것이었고, 그 유일한 형식은 노동하고 돈을 벌고 남들만큼 훌륭하게 되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어머니가 나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나 역시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 씁쓸한 비난이 비롯됨.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60

어떤 순간들에는 자기 앞에 있는 딸 속에 계급의 적이 있었다. - <한 여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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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날 수 있기만을 꿈꿨다. 그녀는 내가 루앙의 고등학교에, 나중에는 런던에 가는 걸 막지 않았다. 내가 자신보다는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이든, 심지어 어머니로서는 가장 큰 희생인 나와 떨어져 지내는 것마저도 감수할 준비가 됨.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61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더 이상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친절, 거의 수줍음이라고 할 만한 것들. 여러 해 동안 나와 그녀의 관계는 떠났다가 돌아감의 반복에 머물렀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63

스무 살 때까지 나 때문에 그녀가 늙는다고 생각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64

「살림을 야무지게 살아야 한다. 쫓겨나서는 안 된다.」 이 한 문장, 결혼식 전날 내게 말했던 이 한 문장. 그 속에, 자신이 그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과 여전히 나를 그러한 감정에 결부시키고 있음(그러한 감정이 지워지려면 아직도 한 세대가 더 지나가야 했던 모양이다)이 전부 드러남.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67

신문에서 <절망은 사치다>라는 글귀를 막 읽었다. 나는 책을 쓸 시간과 형편이 되니, 어머니를 잃고 난 뒤 쓰고 있는 이 책 또한 사치일 것이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70

내가 청소년기에 <우리보다 더 나은 환경>에 놓였을 때 느꼈던 불편함, 그 감정을 그녀가 내 집에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마치 <열등한 사람들>만이 다른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차이점들로 힘들어한다는 듯이).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73

더 이상 거친 말은 단 한 마디도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았고,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다루려고 애를 썼다. 한마디로, 스스로를 <감시>하고 자신의 폭력성을 억눌렀다. 심지어, 자기 세대의 부르주아 여인들에게는 젊어서부터 주입되었던 그 지식을, 완벽한 집안 살림 요령을 뒤늦게나마 따라잡은 것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76

그리고 확실히, 그녀가 50년간 겪었던 마을 사람들, 요컨대 딸과 사위의 성공에 대한 증인으로 삼기를 바랐을 그 유일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눈으로 두 사람의 성공을 직접 확인할 일이 결코 없으리라는 데에서 오는 은근한 불만을 느낌.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78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어머니의 아파트에서 세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보다는, 보름 동안 우리의 삶 속으로 어머니를 끼워 넣는 것이 내게는 더 쉬울 듯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80

그녀의 이야기는, 세상에 그녀의 자리가 있었던 시기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멈춘다. 그녀는 정신이 나갔다. 그것은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불린다. 의사들은 일종의 노망에 그런 이름을 붙여 주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85

며칠 전부터 글 쓰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순간에 결코 도달하지 않기를 바라서이리라. 하지만, 나이 들어 노망난 여자와 젊어서 힘차고 빛이 났던 여자를 글쓰기를 통해 합쳐 놓지 않고서는 내가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85

그 주 내내, 그녀가 살아 있던 그 일요일이, 갈색 털양말, 개나리, 그녀의 몸짓들, 작별 인사를 건넸을 때 짓던 그 미소가 떠올랐고, 잇달아 그녀가 침대에 누워 숨을 거둔 그 월요일이 떠올랐다. 나는 그 두 날을 이어 보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이제는 모든 것이 이어진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99

21세기의 언젠가, 내가 이곳이든 혹은 다른 곳에서든 냅킨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그 여자들 가운데 한 명이 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00

가공의 존재로서의 어머니가 실질적 부재로서의 어머니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그 느낌이 아마도 망각의 첫 번째 형태이리라.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01

그녀는 시몬 드 보부아르보다 일주일 앞서 죽었다.
그녀는 받기보다는 아무에게나 주기를 좋아했다. 글쓰기도 남에게 주는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02

이것은 전기도, 물론 소설도 아니다.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리라. 어머니의 열망대로 내가 자리를 옮겨 온 이곳, 말과 관념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스스로의 외로움과 부자연스러움을 덜 느끼자면, 지배당하는 계층에서 태어났고 그 계층에서 탈출하기를 원했던 나의 어머니가 역사가 되어야 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02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 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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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이 나 있을 때면, 그것이 얼굴에 바로 드러났다. 가족끼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를 퉁명스러운 말씨로 내뱉었다. 그녀는 나를 고얀 년, 더런 년, 망할 년, 혹은 그저 <불쾌한 계집애>라고 불렀다. 척하면 나를 때렸다. 특히 따귀를 때렸고, 가끔은 어깨에 주먹질도 했다(「내가 참지 않았더라면 쟨 벌써 죽었어!」). 그러고 나서 5분 뒤엔 나를 꼭 껴안았으니, 나는 그녀의 <인형>이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47

그녀의 가장 깊은 욕망은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것 전부를 내게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다는 것은 결국 그녀에게는 과중한 노동, 극심한 돈 걱정을 의미하는 거였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47

나는 어머니의 폭력, 애정 과잉, 꾸지람을 성격의 개인적 특색으로 보지 않고 어머니의 개인사, 사회적 신분과 연결해 보려고 한다. 그러한 글쓰기 방식은 내 보기에 진실을 향해 다가서는 것이며, 보다 일반적인 의미의 발견을 통해 개인적 기억의 고독과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오게 돕는 것이다. 하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뻗대고 있고, 어머니에 대해 순수하게 감정적인 이미지들을, 온기 혹은 눈물을, 의미 부여 없이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함을 느낀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48

그녀는 고객을 대하는 얼굴과 우리를 대하는 얼굴,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문간의 종이 울리기만 하면 연기를 시작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4 - P49

정신적으로 향상된다는 것, 그녀에게 그것은 우선 배우는 것이었고(그녀가 말하기를, <정신을 풍요롭게 해야 한단다>), 그 어떤 것도 지식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 책이 그녀가 유일하게 조심스럽게 다루는 물건이었다. 책을 만지기 전에는 손을 씻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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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이란 관념은 생각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모순은 바로 생명체의 고통 속에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헤겔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6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 퐁투아즈 병원에서 운영하는 노인 요양원에 들어간 지 두 해째였다. 간호사가 전화로 알려 왔다. 「모친께서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운명하셨습니다.」 10시쯤이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7

나는 어머니에 관한 글을 계속 써나가겠다. 어머니는 내게 진정 중요했던 유일한 여자이고, 2년 전부터는 치매 환자였다. 기억의 분석을 보다 쉽게 해줄 시간적 거리를 확보하자면, 아버지의 죽음과 남편과의 헤어짐이 그랬듯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 내 삶의 지나간 흐름 속으로 녹아들 때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다른 것은 할 수가 없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7

내가 쓰려고 하는 것은 가족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접점에, 신화와 역사의 접점에 위치하리라. 나의 계획은 문학적인 성격을 띤다. 말들을 통해서만 가닿을 수 있는 내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진들도, 나의 기억도, 가족들의 증언도, 내게 진실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문학보다 아래 층위에 머무르길 바란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9

나무에 톱질하기, 나무를 흔들어 사과 따기, 닭 모가지 깊숙이 가위를 찔러 넣어 한 번에 암탉 멱 따기 등, 사내아이들과 똑같은 처세술을 터득한, 영락없는 시골 여자아이의 삶. 유일한 차이라고는 <짬지>를 남이 만지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23

대규모 공장의 노동자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함. 미개인들, 여전히 암소 뒤꽁무니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시골 처녀들에 비해 문명화되었고, 그리고 노예들, <주인님의 밑이나 닦아>드려야 하는 부르주아 가정의 하녀들에 비해 자유롭다고 할 만한 구석이 존재하니까.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26

두 사람은 삶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겪어 냈다. 둘 다 신분 상승의 욕구는 같았지만, 아버지에게는 닥쳐올 투쟁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자신의 처지를 체념하고 받아들이려는 유혹이 더 강함. 반면, 아내에게서는 자신들에게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더 강함.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34

묻혀 가는 고통, 우울증이 가져다준 침묵, 기도, 그리고 <하늘에 오른 어린 성녀>에 대한 믿음. 1940년 초, 다시 한 번 삶이 시작된다. 그녀는 또 다른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9월에 태어날 거다.
이번에는 내가 어머니를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서 그녀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가 보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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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나는 내 부모를 그들의 몸짓과 말, 영광스러운 몸으로부터 정제했다. 나는 그들이 《엘(그녀)》이라고 발음하는 대신에 《아》라고 발음하고, 큰 소리로 말하는 방식을 새롭게 들었다. 이제 내게 자연스러워진 그 《점잖은》 몸짓과 올바른 언어 없이 그들의 원래 모습 그대로를 다시 만나게 됐고, 나는 나 자신과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1

나는 오래 머무는 법이 없었다. 그는 남편에게 전해 주라며 코냑 한 병을 내게 줬다. 《그래, 다음에 보면 되지.》 그는 내색하지 않고, 감정을 숨기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2

그는 65세에 사회 보장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스러워했다. 약국을 다녀오면, 식탁에 앉아 행복해하며 보험금 청구용 증지를 붙였다.

그는 점점 더 삶을 사랑하게 됐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3

그러나 그것은 그가 자신이 위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말뿐이었지만, 세상에 매달리는 그의 노력이 그가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음을 의미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1

나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을 읽으며 아이를 지켜봤다. 이 두꺼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가 더는 살아 있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1

내가 교양 있는 부르주아의 세상으로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두고 가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일을 마쳤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4

그는 나를 자전거에 태워 학교까지 데려다주곤 했다. 비가 와도, 해가 쨍쨍해도, 두 강 사이를 건너는 뱃사공이었다.

어쩌면 그의 가장 커다란 자부심 아니 심지어 그의 존재 이유는 자신을 멸시하는 세상에 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5

아니 에르노가 기억을 말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녀는 ‘민족지(Ethnography)’라는 표현을 썼다. 민족지란 특정한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기술적 설명, 인간 관습에 대한 분석을 뜻한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기억의 관습을 분석하고, 그것의 기술적 설명을 이뤄낸다. 분석과 기술적 설명에는 미화가 없다. ‘나(아니 에르노)’도 ‘그(아버지)’도 이미 거기 없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하지 않는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단조로운 글쓰기다. 필요한 단어로만 기억의 세계로 뛰어드는 일.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9

문학은 인생이 아니에요. 문학은 인생의 불투명함을 밝히는 것이거나 혹은 밝혀야만 하는 것이죠.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11

기억 속 불투명한 혹은 어두컴컴한 곳에 불을 밝히는 것, 나는 그것이 작가, 아니 에르노의 문학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저 보여주는 것, 화자의 감정에 붙잡히지 않도록 칸막이를 없애는 것. 이 모든 것은 불투명한 인생을 밝히기 위함이다. 쓰지 않으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느 불투명한 삶을 구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완벽한 오마주가 어디 있을까? 그녀의 글은 아버지를 향한, 그녀가 내려놓고 떠났던 세상을 향한 오마주다. 그리고 이 오마주는 예술의 편에 서 있지 않다. 삶이 먼저, 문학은 그다음이다. 삶이 문학이 되기 위해 꾸며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11

‘자리, 사람이나 물건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란 뜻의 ‘La place’가 과연 한 남자, 아버지의 자리만을 의미할까? 내게는 그 자리, 혹은 공간이 한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아버지가 있었고 내가(작가) 있었던 자리, 다른 세상으로 가면서 문턱에 버리고 간 자리. 나는 그 ‘자리’의 가능성을 이곳에라도 적어 두고 싶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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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rage shrunk as the air from the pressure cooker escaped. And she felt her eyes were welling up. She was too exhausted for another fight. Her daily life was an ongoing fight with herself, her daughter, and her ex-husband. And with all the misgivings and prejudice she had to face as a third-world citizen in the Netherlands. - P18

They were all seen in the category of "Asian women who married European men for a better life than home." The possibility that these women all had their own stories and the reality that it wasn’t always better than the home was often overlooked. - P19

"Your wifi is not working now?" Frank thought of lying to her. Yes, it is working fine, thank you very much, none of your business, you nosy mother of a student. But he changed his mind because everyone had the same router, and lying about it would deteriorate his already gravely damaged reputation. "No. As you see, it is not." She slowly nodded. - P21

Frank somehow didn’t want her to go. - P21

"You can call me Jane." "Call me, Frank, too." Both of them fell into silence, and Ms. Lee, no Jane, quietly sipped her espresso. - P21

"Apology accepted." Frank felt half-relieved and half-bewildered by her prompt, no-nonsense acceptance. - P22

She was wearing a black woolen dress, with black leggings and black ankle boots. Her shoulder-length hair and eyes were ink-black, so anything that was not black on her was her red lipstick and a thin golden chain over her neck. Oh, and her rather pale face. She had a shadow of light purple colour on her eyelids, so she must have been wearing some make-up, although Frank wasn’t an expert on that subject. - P23

Jane was clearly concerned with her daughter’s school and interested enough to care so much about her grade. Frank wondered why her ex-husband was slagging about her like that the last time they met. - P23

Jane must have read what he was thinking. - P23

Jane looked almost startled to hear the sympathetic words from a stranger. She smiled again, off-guarded. - P23

"Why is he so mean to you?"
It came out before Frank could stop himself. - P23

"No. Because to understand someone, you would have to be like the person. I would have to think like him and feel like him. Full of hatred, bitterness, and disparagement. To understand him would be accepting and acknowledging his logic and action. I can’t. I refuse it." - P24

Then a slight smile, "As all the Dutch people say, entitled to my opinion, I am too." - P24

"Oh, no, I am used to that saying. You don’t know how many times I’ve heard it here. In fact, I’ve come to appreciate that Dutch attitude more than before. I’ve seen the benefit of such a stance. Because it gives people a voice, doesn’t it? Better than the ‘keep your mouth shut’ attitude." - P24

"Talking about people’s attitudes brought me a painful memory." Then she took a deep breath. "Do you know that there was a ferry accident in South Korea last year?" - P25

"Stay still." Jane stayed still. Frank stayed still, too. - P25

"For many years, I used to find it impossible to say what I thought and do as I believed. Everyone else here was doing so, except for me, and I felt people walked all over me. But seeing these children losing their precious lives made me realize that I needed to speak up too. I can’t still do it very well, but I am trying." - P25

He looked into Jane’s eyes, big and round like Mia’s. They were dark as the tree and shining like the moon of Van Gogh’s The Starry Night. - P26

He pointed at the yellow ribbon on her bag. - P27

"Those who cannot remember the past are condemned to repeat it." - P27

"You don’t know how many people told me to forget and move on. I tried, but it didn’t go away. Time heals many things but not everything. So I decided to live with it. I remember to remember. Otherwise, it would mean nothing, and it is such a shame to waste the suffering." - P28

"If we had to and were able to suffer the sufferings of everyone, we could not live." [1] "Primo Levi." - P28

Then he couldn’t say anything anymore. He was bewildered by this unreal visitor of his, and the only thing going through his disheveled head was, ‘What an extraordinary woman!’ - P28

"Thank you for coming." Frank could hit his head against the wall. As if he had invited her for a nice cup of coffee! "Well, I think it was needed." Jane smiled her little smile, and the muscles around Frank’s heart twitched. "Yes, I agree that it was needed." He murmured when the door closed, and there was a whiff of warm, flowery scent left in his empty hall. - P29

Jane was afraid unless she fed Mia the most delicious meal that her daughter might forget her and not come back.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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