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그는 거짓말하기를 거부한다. 실재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만이 거짓말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아니 그것은 특히 실재하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이고, 인간의 마음에 관해서는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삶을 단순화하기 위해 우리가 날마다 행하는 일이다. 겉보기와는 반대로, 뫼르소는 삶을 단순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실제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사회는 즉시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 <이방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20 - P19

그러므로 내가 보기에 뫼르소는 표류물이 아니라 어둠을 남기지 않는 태양을 사랑하는 인간, 가난하지만 가식 없이 솔직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에게 일체의 감수성이 부재하기는커녕 집요하고도 깊은 열정, 절대와 진실에 대한 열정이 그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 <이방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20 - P20

『이방인』에서 아무런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진실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그것은 크게 틀린 독법이 아니리라. - <이방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20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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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리노 마노스크리비가 외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버트 프랭크 사진 속 인물의 현대판이랄까. ‘빅Bic’ 볼펜과 신문, 특히 모자를 쓴 모습이 그랬다. 그는 스스로를 위해 하나의 의식을 만들어냈고, 그 공간과 시간 속에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경마장에서 그는 어깨를 쫙 펴고 있었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달랐다.

-알라딘 eBook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리노?>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중에서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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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계획이나 설계도는 없다. 진정한 성공을 만들어주는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작은 응원과 호의라고 생각한다. 근심이 쌓여 발바닥이 뜨거워질 즈음엔 이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꼭 나타난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79

무기수 중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구두를 닦는 사람이라고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에서도 깨진 유리 조각을 주워 매일 면도를 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마음을 닦고 부지런히 면도를 하자.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80

당신 옆에 있는 여자를 사랑하라.
그것만이 가장 확실한 행복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82

각자 가지고 있던 시집들만 모아보았다.
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
정호승의 [새벽편지]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정호승의 [별들은 따뜻하다]
유하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황지우의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84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다. 아무리 프리섹스와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해도 결국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연애의 가능성을 탐지하는 순간의 희열, 또는 연애가 막 시작될 때의 그 짜릿한 환희 아닐까. 그래서 살아가는 동안 연애 감정은 중요하다. 특히 결혼하고 나서 아내와의 연애 감정은 더욱 그렇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90

인간은 그리 간단한 생물이 아니다. 보면 볼수록, 파면 팔수록 새로운 점이 나오는 화수분 같은 존재다. 그리고 좋은 관계란 그것들을 잘 찾아내고 소중히 가꾸는 사람들에게서 생겨나는 것이다. 다행히 아내는 아직도 나를 만나러 오는 길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아직은 볼 때마다 내가 반가운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확실히 행운아들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91

그래서 나는 가끔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섹스 파트너’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대여, 웬만하면 깨어나지 마시라. 그대가 일어나면 골치 아파지니까.’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95

길쭉한 담배는 흡연자의 신체에 대한 은유로써 부족함이 없다. 그러니까 흡연자는 실은 자신의 몸을 태우는 것이다. 담배가 불똥으로 타들어 가면서 연기로 공중에 흩어지듯 담배를 피우는 사람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 자신의 미래를 예시한다. 그래서 흡연 행위는 존재의 증발이고 진부한 황홀경에 빠지고 싶은 자아의 집중이기도 하다.
— [철학자의 사물들] 중에서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96

그러던 내가
담배를 끊었다.
왜 끊었냐고?
어떻게 끊었냐고?
그.냥. 끊.었.다.
당시에 뭔가 획기적인
일을 하나 하고 싶었을 뿐이다.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 뭘까 생각했다.
‘담배 끊기’였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99

회사를 그만두고 비 오는 날 집에서 혼자서 책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회사를 그만두었다. 마침 비가 온다. 책을 읽는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02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오늘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가
어머니 생각이 자꾸 난다.
고맙고
미안하고
불쌍한
우리 어머니.
오늘 같은 날 전화를 드리면
어디 아픈 덴 없냐?
밥은 먹었고?
하며 반가워하실 텐데.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07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09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하고한 날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것이 한병철이 [피로사회]에서 역설한 ‘셀프 착취’가 아닐까.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11

처음부터 우리에게 어울리는 곳은 의자가 아니라 바닥이었다. "일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일을 할수록 피곤해진다는 게 그 증거다"라는 프랑스 소설가의 농담을 난 진담으로 생각한다. ‘일은 조금만 효과적으로, 노는 건 오래 많이.’ 목표는 이건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늘 문제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12

인생은 그렇게 몇 가지 목표나 가치로 홀딱 채워지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가족, 친구, 일, 휴식도 필요하고 재미나 의미, 성취, 야망, 좌절도 필요하다. 심지어 쌍년이나 개새끼들도 필요하다. 그렇게 온갖 잡것이 채워지고 하나로 섞일 때 인생이 완성된다. 그래서 인생엔 불순물이 많다. 우린 모두 공평하게 불순하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37

대결
술 약속이 생겼다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기는 이미 소주를 세 병째 마시고 있다고 한다. 또 졌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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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는지, 그 사람들의 마음속이야말로 제 삶의 천상적 지분인 것 같습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49

무엇보다 입학한 중학교가 명문이라 좋은 가정의 딸들이 많다보니, 글자 그대로 촌 아이인 자신이 미운 오리새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실에 앉아 있거나 학교 앞 작은 서점에 들렀다가 초라한 하숙방으로 돌아갔습니다. 고향집에서는 매달 하숙비 외에 용돈도 조금 왔는데, 저는 그 돈을 쓸 줄을 몰랐습니다. 언젠가 붕어빵을 구워 파는 수레에서 붕어빵을 한 봉지 사본 기억만 남아 있네요.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0

이제 책 같은 건 없어도 살 듯한 세상이지만, 저는 책이 있어 산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달리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며 사는 사치까지 누렸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좋은 글을 찾아 읽게 되고, 그런 글을 쓴 큰 사람을, 시공과 무관하게 만나게 됩니다. 잠깐 차 한 잔을 나누어도 가까워지는데, 누군가가 온 힘을 쏟아, 때로는 인생을 다 바쳐 쓴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3

그래도 가장 행복한 시간은, 서원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늦은 밤, 작은 등불을 들고 캄캄한 후원을 걸어 작은 단칸방 집의 불을 켤 때입니다.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인 것입니다. 노동하고, 읽고, 쓰고. 아마도 그게 마지막 날까지의 저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4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
Ich träumt’ und liebte sonnenklar,
Daß ich lebte, ward mir gewahr.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5

그런데 이 소박함 역시 진정성이 묻어납니다. 괴테는, 그 거대함과 이 소박함이 동시에 참인 드문 인물이었습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이런 소박함으로써 언제든 그 순간 자기에게 절실한 문제에 성심과 전력을 다해서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씀으로써 스스로 그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그것이 문제 극복의 전형적 방법이었으며 결과적으로는 절실한 작품들이 남았고 그런 것들이 쌓여서 그의 ‘거대함’을 만들어간 것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7

씀으로써, 이룸으로써, 자기 자신의 당면 문제를 넘어서고 나아가 자신의 민족의 문학사, 문화사, 세계의 지성사를 써내려갔습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7

괴테는, 그 어느 연령에서든, 자연과 세상과 사람을 놀라워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소박함이 아마도 그의 위대함의 핵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9

세상을 그 가장 내면에서 지탱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 물음과 결코 무뎌지지 않고 결코 무감각해지지 않는 감각, 열림이었을 것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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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생에게
순순히 작별을 고하지 마시게
하루의 끝자락에서 노년은 격렬하게 타올라야 하느니
격노하라, 빛의 소멸에 맞서 격노하라…….

- 딜런 토머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9

1963년 10월 24일 목요일 오후 4시에 나는 로마에 있는 미네르바 호텔 방에 있었다. 다음 날 비행기로 집에 돌아갈 예정이라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파리에서 걸려온 보스트의 전화였다.

"어머니께서 사고를 당하셨어요."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10

"죽음 그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니야. 죽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무서운 거지."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19

엄마의 육체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과 엄마의 머릿속이 무의미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 서로 상반되는 이 두 가지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26

나에게 몸은 덜 중요한 것도 더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에는 몸에 애착을 느꼈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몸은 내게서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혐오감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몸이 혐오스러움과 신성함이라는 이중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 즉 금기에 해당한다는 점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26

내게 있어서 엄마의 죽음은 탄생과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시간의 차원에 속한 것이었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27

그렇지 않아도 비쩍 마른 엄마가 더욱 더 야위고 오그라든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금이 가고 바싹 메말라 버린, 빛바랜 분홍색 포도덩굴 한 줄기를 보는 것 같았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35

사르트르에 따르면 내가 더 이상 입을 내 뜻대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 내 얼굴에 엄마의 입을 포개어 놓고 나도 모르게 그 입 모양을 따라 했던 모양이다. 내 입은 엄마라고 하는 사람 전부를, 엄마의 삶 전체를 구현하고 있었다. 엄마에 대한 연민의 감정으로 나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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