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3부작을 낸다. "도시란 모쪼록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쓴 책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콘셉트를 눈에 보이는 물리적 실체로 만들어서 인간들이 펼치는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이 도시다. 도시가 이야기가 되면 될수록 좋은 도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희망이 나에게는 있다. -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9829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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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용 배터리는 통상 34개월 전에 결정된다. 34개월 전에 어떤 회사의 어떤 종류의 배터리, 어떤 회사의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이 얼마나 사용될지가 정해졌다는 뜻이다. 이는 향후 3~4년 뒤인 2025~2026년까지 K 배터리가 얼마나 성장할지 이미 다 확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 소개할 K 배터리 여덟 종목의 매출과 이익 성장은 현 시점에서 이미 확정되어 있고, 그 수치는 대개 5~10배 정도가 될 것임이 현 시점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191

즉, 파우치형 배터리 산업은 가격과 품질 면에서 장점이 많지만 기술적 진입장벽이 견고해 후발 배터리 업체가 뛰어들기 어렵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08

이렇듯 높고 깊은 기술적 해자를 가진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세계에서 딱 두 개 회사밖에 없는데 하나는 LG에너지솔루션이고 다른 하나는 SK이노베이션 안에 물적 분할되어 비상장 상태로 존재하는 SK온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08

파우차형 배터리는 비정형 형태여서 차량별 맞춤형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특정 자동차 모델에서 일단 파우치형 배터리를 선택할 경우 그 모델이 단종될 때까지 최초 납품한 배터리 회사 것만 계속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자칫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회사에 종속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생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09

2026~ 2027년경이면 배터리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때쯤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13

다만 46XX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용 폼팩터로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삼성SDI도 큰 사업 기회를 잡은 것은 사실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17

바로 대한민국의 양극재 4대 천왕,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가 그들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18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분리막 업체인 SK아이테크놀로지는 일본의 아사히카세이에 비해 기술적으로나 규모 면에서나 압도적으로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동박 1위 업체 SK넥실리스(SKC의 자회사)도 일본과 중국 업체에 대비해 초격차를 갖고 있지는 않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19

개인적으로 양극재 4대 천왕 중에서 엘앤에프를 제외한 나머지 세 기업인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케미칼을 추천한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0

엘앤에프도 울트라 하이니켈 기술을 보유한 세계에서 단 네 개의 회사다. 때문에 테슬라가 아니더라도 더 좋은 파트너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계획이 구체화되면 엘앤에프도 추천주 목록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1

에코프로비엠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양극재 회사다. "이차전지는 경험산업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양극재 분야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보유한 회사가 바로 에코프로비엠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1

에코프로비엠이 2007년 제일모직으로부터 양극재 사업권을 넘겨받아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이후 양극재 사업에서 흑자를 내기까지에는 무려 12년 4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2

에코프로비엠의 가장 큰 강점은 삼원계 양극재의 양 축인 NCM과 NCA 두 가지 양극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NCM과 NCA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통상 NCA는 순간 출력과 안정성이 높아서 특히 전동공구용에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NCM은 장수명(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사용 기간이 긴 것) 특성과 고용량화에 용이해 전기차에 더 적합하다고 한다. 대개 양극재 회사는 NCM이나 NCA 중 하나에 특화되어 있지, 양쪽을 다 다루는 회사는 에코프로비엠이 거의 유일하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3

업계에서는 NCM보다 NCA가 더 만들기 까다로운 기술이라 한다. 그런데 이 NCA 양극재 기술을 가진 회사는 에코프로비엠 외에는 일본의 스미토모메탈마이닝 정도가 유일하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3

에코프로비엠의 또 다른 장점은 울트라 하이니켈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미래 양극재 후보를 대량 만들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코발트가 아예 제외된 코발트 프리 양극재, 니켈의 함량을 줄이고 저렴한 망간을 높여서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 하이망간 양극재, 건식공법에 대응하기 위한 단결정 양극재, 삼성SDI가 현재 파일럿 라인을 생산 중인 전고체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체 전해질 등이 그것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4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다 보니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의 팽창이나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 배터리 손상 시 위험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부품이나 장치들이 필요하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4

이에 반해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해 안정적이며,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5

개수를 늘리지 않으려면 에너지밀도를 높여야 하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다.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적기 때문에 안전성과 관련된 부품들을 줄이고 그 자리에 배터리의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활물질을 채우기 때문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5

한국에서는 삼성SDI가 특히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5

두 번째로 살펴볼 곳은 LG화학이다. LG화학의 가장 큰 강점은 LG에너지솔루션을 자회사로 갖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12월 시점으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1.82%을 갖고 있다. 이 시장가치만 92조 원에 달한다. 그런데 LG화학의 시가총액은 44조 원에 불과하다. 즉, LG화학은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주식 가치의 48%밖에 평가받고 있지 않다. 통상 이중상장에 따른 자회사 할인율 50%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그조차도 안 되는 시가총액인만큼, 지금 LG화학을 산다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가치 외에 나머지 LG화학의 전통화학사업, 생명공학사업, 무엇보다도 중요한 양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산업을 함께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6

세 번째로 살펴볼 곳은 포스코케미칼이다. 포스코케미칼의 가장 큰 강점은 이차전지 광물, 원재료와 관련된 확고한 밸류 체인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8월 미국 IRA 법안 통과에 따라 이차전지 광물과 소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리튬, 니켈, 흑연, 전구체 등의 자원을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확보해야만 북미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강점을 가진 것이 바로 포스코그룹이고, 그 혜택을 포스코케미칼이 직접 받고 있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8

이런 이유로 이차전지 소재 분야의 절대값 포스코홀딩스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포스코케미칼의 미래 성장 전망은 무척이나 밝아 보인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9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이라는 우수한 양극재 업체를 내부에In-House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드는 배터리에 LG화학 양극재가 들어가는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27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기차 충전’ 부분은 음극재와 관련되어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충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흑연으로 구성된 음극재 안에 실리콘의 함량을 높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실리콘 음극재 기술이 차세대 중요한 배터리 기술로 대두되고 있다. 이 실리콘 음극재에서 나노신소재의 CNT 도전재 기술이 부각되고 있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31

나노신소재가 가진 CNT 도전재 기술은 덴트라이트Dendrite 현상과 관련이 있다. 음극재에 실리콘 함량을 높이면 충전 속도가 빨라지고, 에너지밀도가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덴트라이트 현상이다. 덴트라이트는 배터리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쌓이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로, 수지상결정이라고도 한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31

덴트라이트가 생성되면 리튬이 음극과 양극을 이동하는 것을 방해해 배터리의 성능이 저하되고 분리막이 훼손되어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CNT(탄소나노튜브) 도전재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바로 나노신소재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31

현재 양극재 쪽에 주로 쓰이는 멀티월 CNT 분야에 나노신소재 외에도 LG화학, 한솔케미칼, 동진쎄미켐 등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32

싱글월 CNT는 나노신소재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독점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이차전지와 관련된 신기술이 발전할 분야가 실리콘 음극재 쪽인 것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이 분야에서 글로벌 독점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당연히 주목받아 마땅할 것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32

싱글월 CNT 기업은 글로벌 기준으로 나노신소재가 유일하다.

• 분산재는 멀티월 CNT 대비 싱글월 CNT가 100~150%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어 음극뿐만 아니라 양극까지 적용이 확대된다면 외형적인 성장폭이 더 커질 것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33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부터 양극재 전 단계인 전구체, 양극재, 이후 폐배터리 리사이클까지 배터리 산업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풀 밸류체인Full Value Chain을 완성하는 것이다. - <K 배터리 레볼루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66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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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란 말에는 한 철 태양이 머물다 지나간 들판의 냄새가 있고, 이른 새벽 푸석푸석한 이마를 쓸어올리며 무언가를 끼적이는 청년의 눈빛이 스며 있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타고 떠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한 장에 들어 있는 울렁거림이 있다. 열정은 그런 것이다. 그걸 모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어둠에 놓여 있는 상태가 되고, 그걸 갖지 아니하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낯선 도시에 떨어진 그 암담함과 다르지 않다. - <끌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8430 - P17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듯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 <끌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8430 - P17

괜찮다. 여행은 당신의 그런
사소한 취향을 다려 펴주는 대신
크고도, 굵직한 취향만 남게 할 테니. - <끌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8430 - P20

나는 이발사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청결하잖아. 청결하지 않은 이발사는 본 적이 없어. 어느 날부턴가는 이발소에 가는 일이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 돼버려서 더 이상 가지 않지만 난 여행을 가서 어쩔 수 없이 머릴 잘라야 할 일이 있으면 이발소를 찾아가. 앞머리가 눈을 찌른다거나, 며칠 동안 머리를 감을 수 없어서 떡진 머리카락 속으로 스멀스멀 뭔가가 기어다니는 기분이 들면 역 앞에 내려 이발소가 있는지 두리번거리지. 이발소여야만 해. 달착지근한 미용실의 냄새가 아닌 비누 냄새 나는 왜 그런 이발소 있잖아. - <끌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8430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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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이탈리아나 아일랜드 사람들 사이에서, 때로 같은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외부자스러움’은 우리의 개성과 흥미를 북돋아주었고, 우리를 어떤 식으로건 정의했기에, 겉으로는 두려워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우리가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짜릿해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6

아마도 이건 다수 안에서 소수가 살아남는 방식일 것이다. 소수자는 저절로 침묵하게 된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7

사회적 자아라는 외피와 남들이 모르는 자기 자신이라는 본질 사이에 넉넉한 공간이 있었던 엄마는, 그 안에서 당신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상냥하면서도 냉소적이었고 예민하면서도 대범했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서도 꼬장꼬장했고, 가끔씩 스스로 정이 넘쳐서라고 생각하는 거칠고 심술맞은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은 사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약해지는 마음, 그것을 다잡았을 때 짐짓 내보이는 모습이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7

우리 집은 언제나 현관문이 닫혀 있는 집이었다.(현관문은 사생활을 중시할 만큼 교육받은 사람들과 문을 반쯤 열어놓고 사는 무식쟁이들을 구분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이었다.) 그래도 이웃들은 아무 때나 문을 두드리고 우리 집을 드나들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7

엄마는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고 같은 사건이라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듯했다. 엄마는 주변 이웃들과 비교하면 당신이 한층 ‘개화된’―생각과 감정이 더 성숙한―사람이라고 확신했으니 깊이 생각하고 자시고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개화됐다’는 엄마가 가장 애용하는 단어였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8

하지만 나는 엄마의 그 말에 담긴 느낌을 받아들였다. 그 말에 딸려오는 그 모든 표정과 몸짓, 그 안에 담긴 모든 미묘한 욕망과 의도까지도 내 것으로 깊이 흡수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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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덟 살이다. 엄마와 나는 아파트에서 나와 2층 층계참에 서 있다. 옆집 드러커 아줌마가 자기네 집 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엄마가 우리 집 문을 닫으면서 그 아줌마에게 말한다. "거기 서서 뭐해?" 아줌마는 고갯짓으로 집 안을 가리킨다. "저 남자가 하자고 해서. 나 건드리려면 샤워부터 하라고 했지." 나는 ‘저 남자’가 아줌마의 남편이라는 걸 안다. ‘남자’는 언제나 남편이다. "왜? 남편이 안 씻었나?" 엄마가 묻는다. "내 느낌엔 더러워." 드러커 아줌마는 말한다. "드러커, 이 창부 같은 여자야." 엄마가 말한다. 그분은 어깨를 으쓱한다. "난 곧 죽어도 지하철은 못 탄다고." 브롱크스에서 ‘지하철 탄다’는 말은 시내로 일을 하러 간다는 뜻으로 통한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8

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처럼 말하는 법이 없었고 넘어온 삶의 고개를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행동만 보면 세상사를 다 꿰고 있는 듯했다. 약삭빠르고, 즉흥적이고, 무식하고, 시어도어 드라이저〔19세기 미국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연주의 소설가로 이민자와 빈곤층의 삶에 주목했다〕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이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9

엄마랑 산책을 하고 있다. 엄마한테 브롱크스 다세대주택에 살던 여자들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당연하지." 엄마가 대답한다. 성적인 분노가 그들을 돌아버리게 만들었다고 늘 생각했었노라고 말했다. "맞아, 정확해."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9

엄마와 내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아니 세월이 흐르고 같이 보낸 시간이 쌓일수록 더 나빠지는 것만 같다. 우리는 좁아터진, 강력하고 끈끈한 관계망 안에 갇혀서 옴짝달싹못한다. 몇 년 동안은 우리도 서로 지쳐서 누그러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다시 분노가 일어난다. 뜨겁고 생생한 증오와 미움, 너무 뜨거워서 관심을 모조리 빼앗아 갈 정도의 분노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1

그럼에도 우리는 뉴욕의 온갖 거리를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엄마와 나는 둘 다 로어맨해튼에, 서로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산다. 엄마는 뼛속 깊이 도시 여자이고 나는 그 엄마의 딸이다. 우리에게 도시는 고갈되지 않는 천연자원과도 같다. 우리는 버스 운전기사, 여자 노숙인, 검표원, 거리의 광인 들에게서 매일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산다. 걷기는 우리 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끌어낸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2

브롱크스는 외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거주지로 이루어진 조각보 같은 곳이었다. 네다섯 개 블록은 아일랜드, 이탈리아, 유대인 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한 민족만 모여 살았으나 유대인 구역에도 일정 비율의 아일랜드인이 살았고 이탈리아 골목에도 한 줌의 유대인이 거주했다. 물론 지금까지 뉴욕 주소지 명부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여러 민족이 점점 섞여들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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