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마침내 앙헬리카가 나타났고, 비로소 나는 판초의 말을 이해하고(판초는 앙헬리카의 처녀성을 노리는 사람 중 하나였던 것이다!), 폰트 자매 아버지의 마음을 거의 이해했다. 솔직히 내게는 처녀성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다른 사람 이야기할 것도 없이 내가 아직 숫총각이다. 브리히다가 하다 만 펠라티오를 딱지 뗀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하지만 펠라티오를 겪었다고 여자와 섹스를 한 것일까? 나 역시 똑같이 그녀의 성기를 핥았어야 섹스를 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남자가 딱지를 뗐다 함은 여성의 질에 성기를 삽입해야 하는 것이지, 입이나 항문이나 겨드랑이에 삽입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내가 진짜 섹스를 했다면 사정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참으로 아리송한 문제들이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60
그녀는 아름다웠다. 오아하카[29]산 블라우스, 꽉 끼는 청바지, 가죽 샌들 차림이다. 어깨에는 책과 종이가 가득 든 짙은 갈색 가방을 메고 있는데 크림색 해마 그림이 가장자리를 수놓고 있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77
나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진담일 가능성에 생각이 미치자, 이 상황이 심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순간에는 마리아에게 잘 보일 생각밖에 없었다. 나는 행복했고, 밤새도록 같이 있을 용의가 있었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82
하지만 현실과 〈접하기만 해야지〉 스스로를 현실에 〈내놓으면 안 돼〉, 안 그런가? 지나치게 현실과 많이 접하고 현실에 노출이 되면 〈희생자〉가 될 테니까.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99
사람은 다 자기 이해력을 벗어나는 것이 있으면 그걸 규정하려는 경향이 있지.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113
그녀의 손가락은 내 얼굴을 턱수염에서 눈까지 어루만지면서 잠을 자라는 듯 내 눈을 감겼고, 앙상한 또 다른 손으로는 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찾았다. 아마도 신경이 곤두서서 그랬겠지만 왠지 나는 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아, 마리아가 말했다, 나도 안 졸려. 그 후에는 모든 것이 일련의 구체적인 행위, 고유 명사, 동사, 꽃잎처럼 뜯겨 나간 해부학 교본의 장(章)들이 이어지면서 서로 혼란스러운 관계를 맺었다. 나는 마리아의 나신, 그 멋들어진 나신을 절제된 침묵 속에 탐구했다. 마주치는 그녀의 구석구석, 무한하고 매끄러운 공간 공간을 찬미하면서 소리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말이다. 나보다는 덜 얌전 빼는 마리아는 얼마 안 가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수줍던 혹은 조신하던 그녀의 동작이 점점 개방적으로 되면서(지금으로서는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무지나 무관심 때문에 이르지 못한 곳들로 내 손을 안내했다. 이렇게 하여 10분도 채 안 되어 나는 여자의 클리토리스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부드러움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무르고 애무하고 눌러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한편 마리아는 그 한계를 수시로 넘어섰으니, 처음에는 내 음경을 살살 어루만지다가 이내 양손으로 무지막지하게 주물러 댔다. 그녀의 손이 어떤 때는 어둠 속에서, 또 구겨진 시트 사이에서 매의 발톱처럼 억세게 그놈을 낚아채 나는 내 물건이 송두리째 뽑힐까 봐 두려웠고, 어떤 때는 내 고환과 음경, 고환과 고환 사이를 연결하는 공간과 수로를 조사하고 측량하는 중국인 난쟁이 같았다(그녀의 손가락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후(하지만 먼저 나는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다) 나는 그녀 위에 올라타 삽입했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124
정치 성향. 목테수마 로드리게스는 트로츠키주의자이다. 하신토 레케나와 아르투로 벨라노는 전에 트로츠키주의자였다.
마리아 폰트, 앙헬리카 폰트, 라우라 하우레기(벨라노의 예전 여자 친구)는 〈멕시코 여성이여, 전쟁의 함성을 질러라〉라는 급진 페미니스트 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거기서 벨라노의 친구이자 일종의 사디즘-마조히즘의 전도자인 시몬 다리외를 알게 된 듯하다.
에르네스토 산 에피파니오는 최초로 멕시코 동성애 공산당과 멕시코 동성애 프롤레타리아 코뮌을 만들었다.
울리세스 리마와 라우라 다미안은 무정부주의 그룹을 결성할 계획이었다. 창립 선언문 초고는 남아 있다. 울리세스 리마는 열다섯 살 때 루시오 카바냐스[51]의 게릴라 잔당에 들어가려 했다.
킴 폰트와 똑같은 이름의 그의 아버지는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에브로 전투[52]에서 사망했다.
라파엘 바리오스의 아버지는 비밀 철도 노조에 가입했으며 간경변증으로 사망했다.
피엘 디비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아하카에서 태어났고, 그의 말에 따르면 굶어 죽었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153
집에 돌아왔다. 학교도 다시 갔다(하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다). 마리아와 자고 싶다. 카탈리나 오하라와 자고 싶다. 라우라 하우레기와 자고 싶다. 가끔은 앙헬리카와 침대에서 뒹굴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앙헬리카는 눈가가 점점 거뭇해지고, 창백해지고, 마르고, 있는 듯 없는 듯 해진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174
알베르토와 하는 마리아도 상상했다. 마리아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는 알베르토도. 판초 로드리게스와(그는 이제 내장 사실주의자가 아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는 앙헬리카도. 피엘 디비나와 하는 마리아도. 앙헬리카와 마리아와 하는 알베르토도. 카탈리나 오하라와 하는 알베르토도. 킴 폰트와 하는 알베르토도. 시인들이 말하는 최후의 순간에는 마침내 정액에(그 농도와 색깔이 눈을 현혹해서 피와 똥 같아 보였다) 얼룩진 육체들의 양탄자 위로 내가 서 있는 언덕을 향해 전진하는 알베르토의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반대편 산자락으로 뛰어 내려가 사막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 자리에 조각상처럼 굳어 있었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202
전에는 시간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남는 게 시간뿐이다. 전에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적어도 하루 두 번은 멕시코시티를 북에서 남으로 다녀야 했다. 지금은 걸어서 다니고,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매일 사랑을 나눈다. 공동 주택의 우리 방에는 이미 조그만 서재가 생겨나고 있으니, 서점 방문과 도둑질의 산물이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211
나도 가끔은 대화가 필요하다. 멕시코시티의 서점들을 체계적으로 훑고 다니며 사라진 두 친구를 찾고 있노라고, 돈이 없어서 책을 훔치곤 하노라고(돈 크리스핀은 즉각, 가리바이 신부[107]의 번역으로 포루아 출판사에서 나온 에우리피데스[108]의 책을 내게 선물했다),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물론 프랑스어, 영어, 독어를 알았던 알폰소 레예스를 존경하노라고, 이미 학교에 가지 않노라고 돈 크리스핀에게 털어놓았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211
내장 사실주의자들에게는 아무도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창작 지원금도 잡지 지면도 주지 않을뿐더러, 출판 기념회나 낭송회에 초대하지도 않는다. 벨라노와 리마는 두 명의 유령 같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231
그녀의 시선에서 승리라는 단어로밖에 지칭할 수 없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비록 슬프고 체념적인 승리, 삶의 몸짓이라기보다 죽음의 작은 몸짓에 기인해 있었지만 말이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245
오랫동안 낯선 나라를 걷듯 걸으며 숨이 턱 막히고 구역질이 나는 것을 느꼈다. 중앙 광장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땀구멍이 열렸고, 있는 대로 땀을 흘렸더니 구역질이 사라졌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247
어깨 너머로 바라보면 내 뒤에 심연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전혀 두렵지 않은 심연이었다. 괴물들 따위는 없고 어둠과 침묵과 공허함만 가득했으니까. 물론 이것들 때문에 아프기는 했지만 배에 살짝 통증을 느끼는 정도였다. 그러나 어떤 때는 이 사소한 통증이 두려움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 <야만스러운 탐정들 1>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104220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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