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해당하는 것을, 당신을 괴롭히는 악마를 꼽아보라. 한 진영에는너무 많이 사랑하는 여자들이 있고 또 다른 진영에는너무 많이 먹는 여자들이 있으며 또 다른 곳에는너무 많이 쇼핑하는 여자들이 있다. 사실 세 진영은 서로 그리 다른 곳들이 아니다. 욕구의 문제—구체적으로 말해 너무 깊이 파묻혀 있던 여성의 욕구가 새로운 경로의 출구를 찾을 때 일어나는 일에 관한 문제—라는 가닥이 모든 진영을 하나로 묶는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1
내 거식증은, 너무나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욕구를 가지고 늘 하는 행동을(그 행동이 완연한 질병으로까지 전개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예술의 형태로까지 끌어올린 것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1
억제하는 목소리와 갈망하는 목소리 사이의 이 고질적인 줄다리기는 무슨 경계경보가 발령된 상태처럼 어떤 대상을 취하는 일이 달린 모든 영역에서 기어이 존재감을 드러내고야 만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1
섹스에 대한 욕구,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욕구, 육체적 쾌락에 대한 욕구, 이 모든 것은 사람을 어리벙벙하게 만들 수 있고 그 때문에 여자들은 일상의 가장 평범한 결정 앞에서도 헷갈려한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2
만족과 과잉을, 자제와 탐닉을, 쾌락과 자기 파괴를 구분하는 선은 어디일까? 그리고 그 선들은, 특히 여자들에게 왜 그렇게 찾기 어려운 걸까?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3
욕구appetite라는 단어는 흔히 음식과 관련해 쓰이기는 하나 상당히 폭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 웹스터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한다. (1) 자연스러운 욕망, (2) 만족 혹은 충족하고자 하는 선천적이거나 습관적인 욕망 혹은 성향, (3) 욕망의 대상. 나 역시 이처럼 폭넓은 관점을 취하여 우리가 취하는 대상들, 우리가 허하거나 초조하거나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 하는 행위들, 우리에게 가득함과 만족, 완전함의 느낌을 주리라고 상상하는 실체와 행동을 욕구라고 지칭한다. 이런 의미에서 욕구는 꼭 생사가 달린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필요’나 ‘본능’과는 다르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3
욕구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생존을 위한 필요와 그보다 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단어인 욕망 사이 애매한 중간 지대에 자리한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3
물론 가장 명백한 욕구는 육체적인 것, 즉 음식과 섹스에 대한 욕구겠지만 나는 물건들에 대한 욕구, 야망, 그리고(어쩌면 무엇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그들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 역시 매우 핵심적이며 삶을 정의하는 욕구라고 생각한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4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세기의 전환기인 오늘날 한 여성이 지닌 욕구는(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오직 본인의 통제하에 있고 본인의 뜻대로 만끽하거나 충족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가장 강렬한 갈망들이 그 본질적 용도와 거의 전적으로 유리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4
성욕은 생식과 분리되면서 규칙에서 더 자유로워지고 더 개인적인 일이 되었고 사회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덜 위협적인 일이 되었지만 동시에 더 혼란스러운 일이 되었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4
20~74세의 미국인 중 절반 이상이 과체중이며 5분의 1은 비만(체질량지수가 30을 넘는다는 뜻)이다.4 ‘국민 유행병’이라 불리는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신경 질환과 관계있고 20년 후에는 비만 관련 질병의 치료 비용이 수천 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5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7
식품 가공과 농업의 혁신으로 50년 전보다 식품의 가격은 낮아지고 양은 더 풍성해지고 칼로리 함량은 훨씬 높아진 데다 기술 발전(우리를 더 많이 앉아 지내게 만드는 노동 절감 기기들)은 전체 칼로리 소비량을 더욱 줄여왔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방을 연료로 써서 결국 다시 지방에 연료를 공급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8
비만은 계급 문제로도 보인다.6 가난한 도심 지역에서는 값싸고 지방·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패스트푸드를 자연에서 방목한 닭과 신선한 채소보다 훨씬 더 많이 더 쉽게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의료, 운동 시설, 예방적 교육은 훨씬 접근하기 어려워, 가난할수록 비만해지거나 비만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당연히 더 크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8
여성 개개인이 체중에 골몰하는 일은 체중 외에 더 복잡다단한 불만의 원인들을 보이지 않게 가리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 허리선의 상태를 고민하는 것이 영혼의 상태를 고민하는 것보다는 더 쉬운 법이니까.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38
욕구는 기본적 생명 유지 문제에서 분리되고 법적 제한에서 자유로워진 후 주로 내면과 관련된 현상이 되었고, 욕구를 만족시키는 역량은 물리적 틀이나 정치적 틀보다는 감정적 틀에 의해 규정되었으며, 그 결과 한 여성이 갈망과 만족에 대해 갖는 관계는 마치 거울처럼 그의 자아의식과 더 넓은 세상에서 그가 자리한 위치를 비춰 보인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40
우리는 다른 어느 시대, 다른 어느 집단의 여성들보다 자유재량으로 쓸 수 있는 기회와 자유를 더 많이 누렸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우리가 적합하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스물한 살의 나이에 해골 같은 형상으로 깎여나간 나 자신의 모습을 목도했다. 그때 나의 존재 전체는 욕구의 부인을 지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흔두 살인 지금도 여전히 욕망의 주변부에서 머뭇대고 있는 나를 느낀다. 종종 나와는 어마어마하게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문들의 틈새를 엿보면서, 그 안으로 호기롭게 들어가도 괜찮을지 어떨지 나는 아직도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41
여성의 많은 행동(체중과 외모에 대한 집착, 명백한 자기 파괴적 성향)은 하나같이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병이라고 치부된 후 ‘낮은 자존감’의 폐품 더미에 던져지는 경향이 있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43
개인의 변화든 집단의 변화든 변화란 본성상 빙하처럼 느리디느린 속도로 이루어지며, 진보의 지도는 승리들이 아니라 작디작은 전진과 변화들로 그려진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44
오늘날 내게 좋은 하루란 여러 가지를 의미할 수 있다. 집 근처 강에서 노를 저으며 하루를 시작한 날을 의미할 수도 있다. 조정은 나 자신이 유능하고 강하며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활동이다. 또는 하루치 일을 견실하게 해낸 날을 의미할 수도 있고, 친구와 웃으며 통화한 날, 좋은 음식으로 식사한 날, 혹은 밤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존재,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와 포옹한 채 시간을 보낸 날을 의미할 수도 있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44
이제 나에게 좋은 날이란 고립과 완벽주의와 자기 징벌과 관련된 내 최악의 충동들에 성공적으로 저항한 날을 의미하고, 그 대신 재미와 생산성과 연결성 사이에 적당한 균형을 찾아낸 날을 의미한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44
좋은 날들로 향하는 내 길을 찾기 위해, 더욱 힘을 북돋는 방식으로 안녕을 정의하기 위해 나는 점진적으로, 그리고 자주 고통을 참아가며 르누아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충족될 자유를 향한 16년간의 느린 걸음이었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44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충족시킬 만큼, 세상에서 기쁨을 누리고 살아 있음을 마음껏 즐길 만큼 그 사람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 안에 진정한 성배가, 한 여자의 갈망의 핵심이 들어 있다.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45
굶기의 미끼는, 그 불가해하면서도 유혹적인 낚싯바늘은, 위안이었다. 나를 인간의 갈망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온갖 위험이 가득한 세계에서 끄집어내어 그보다 더 높은 곳에, 고요함의 내밀한 왕국에 데려다놓는 듯한, 그 안전함과 억제가 주는 온화한 위안.
-알라딘 eBook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중에서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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