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구치 지로는 "시시한 일상의 사소한 일로 보이는 것도 깊이 관찰하다 보면 거기서 하나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포착해서 한 편의 만화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산책』)"라는 문장으로도 위로의 말을 전하는 예술가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99

내 시선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집들에 가닿았다. 알려진 바대로 에드워드 호퍼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그리는 화가다. 호텔방이든, 극장이든, 거리에서든 진공의 시간을 살고 있는 듯한 호퍼의 사람들처럼, 다니구치 지로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 이 공간에서 그저 그릴 뿐이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100

프랑스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가 쓴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에서 천재 소녀 팔로마는 바둑을 두고,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을 읽는 소녀로 등장한다. 세상의 속셈이 너무 빤히 들여다보여서 사는 게 고된 소녀 팔로마에게 지로의 작품은 곧 철학책이자 안식처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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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시는 나 자신을 일상적 공간에서 유배하는 시공간이자 사물이나 문화와 행동 양식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도록 중립 상태에 놓아 두는 겁니다. 그 시공간을 통해 새로운 발상이나 시도를 가능케 하는 망원경이라고도 할 수 있죠.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72

내게 모시, 삼베, 홑이불 같은 천이나 마당에 핀 무궁화, 담장을 뒤덮은 찔레꽃은 할머니의 현전이었고, 깊은 초록색과 붉은색이 대비된 낡고 부드러운 비단 누비이불의 질감과 촉감은 어머니의 그것이었어요.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74

글쎄요. 돌이켜 보면 항상 모르는 채 도전한 작업, 알 수 없는 즉각적인 요구나 선(禪, zen)적인 한순간의 발현, 직감 또는 직관적인 반응들이 작업 전개의 중요한 순간이 되어 왔다는 걸 부정할 수 없어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예술의지가 생겨나고 행동하는데, 논리와 개념은 작업 이후에나 발견하게 되죠.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가 "욕망이 주도한다"고 말한 적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해요. 단 그 욕망이 세속적인 욕망은 아닐 수도 있겠죠.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76

그렇죠. 낫싱(nothing), 제로(zero), 나우웨어(nowhere)는 에브리싱(everything), 토탈리티(totality), 에브리웨어(everywhere)라 해석해도 좋을 거예요. 난 모든 것을 함유하는 언어에 한계를 느낍니다. 그 언어를 오히려 희석하고 무화(無化)했을 때 의미가 더 암시적으로 전달된다고 봐요. 소거해도 더 이상 소거할 수 없는, 추가해도 더 이상 더 추가할 수 없는 형상성을 지닌 숫자, 양 혹은 공기 같은 시공간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84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길 바랍니까?
시간을 초월하는 통시적 질문자(questioner)로 남고 싶습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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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안쪽으로 살짝 굽은 채 굳어 버렸다.

부기나 통증은 거의 사라졌고 기능도 대부분 돌아왔지만 활처럼 휘던 유연한 엄지손가락은 이제 없다. 그 손가락이 담당했던 야무진 힘과 섬세함은 아직 다 돌아오지 않았다. 손님 앞에서 초콜릿 박스에 리본을 묶다가 움찔하기도 하고, 힘을 쓰다가 멈칫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마음이 괜찮아졌으니까. - <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 고영주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3941 - P5

왼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지난 일 년은 추상적이고 불필요한 걱정으로 고민하는 대신 손끝에서 시작된 선이 나아가는 방향에만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그 선들이 엮고 만들어 내는 단어와 그림들을 보며 나는 생각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감촉할 수 있었다. 한층 더 본능적이면서 근원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 <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 고영주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3941 - P6

왼손으로 쓰고, 왼손으로 일하고, 왼손으로 생각한다는 것. 그것은 기술자로 더 살아가기 위한 순응이었고,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과 불편한 육체에게 점령당하고 싶지 않다는 저항이기도 했다. - <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 고영주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3941 - P6

사회학자인 정은정 작가의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대신 만나는 사람마다 "초콜릿은 먹고 다니냐"라는 인사를 건네는 세상, 따뜻한 밥은 누구나 당연히 먹는 세상이 될 때까지 나는 초콜릿 기술자의 길을 뚜벅뚜벅 걸을 것이다. - <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 고영주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3941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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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는 42.6도를 찍었고 부르동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다. 나와 엠의 집은 파리 10구와 11구 사이에 위치한 아르투르 거리에 있었다. 파리에 도착한 지 며칠 안 된 어느 날 엠은 술에 취했고 매우 신이 나서 생마르탱 운하 주변을 뛰어다녔다. 그는 폭염 따위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반면 유럽인들은 넋이 나간 듯 보였고 사요궁 앞의 분수대는 수영장으로 변했다.
나는 산책자에 관한 소설 겸 에세이를 구상 중이었다. 그걸 쓰기 위해 파리에 온 건 아니지만…… 그걸 쓰기 위해 파리에 온 것으로 위장하고 있었고 만나는 사람들에겐 루이 아라공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루이 아라공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원고는 진척이 없었다. -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지은이 정지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612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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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는 현재 난민 문제나 유랑자의 삶을 은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현대사의 심각한 환부를 드러내며 저항과 혁명을 부르짖는 작품 모두를 끌어안는 전시의 쉼표이자 날 선 예술의 진심 어린 마침표나 다름없었다. 인간과 역사를 성찰하는 한 예술가의 웅숭깊은 세계로 모든 게 수렴되는 순간이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58

"맨 처음 바느질 작업은 회화(캔버스)의 표면 구조에 대한 물음과 세계의 수직, 수평 구조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되었어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나의 관심사는 회화의 형식적 측면에 놓여 있었죠. 바늘은 붓을 대신하고 손과 몸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도구였어요. 이후 캔버스 대신 이불보와 헌 옷을 꿰매 평면성을 확장했습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59

"결국 바느질은 관계 짓기예요. 몸과 손, 천에 이르는 관계, 걸음과 땅의 관계, 날숨과 들숨의 관계, 내 눈과 그를 보는 거울 속의 관계를 형성하도록 해요. 세상에 관계 지어지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특히 인터넷 시대에는 모든 일상이 ‘바느질하기’이기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바느질의 망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죠."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60

"예술가란 일상의 예술적 속성을 드러내는 사람"이라던 그녀의 이야기가 귓전에 맴돌았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62

천에 구멍을 내는 바느질처럼 삶에 필연적인 균열을 내고 순간을 성찰하며 직조한 작업은 숨 쉬듯 제 영역을 확장한다. 그러므로 그녀의 삶은 미술 개념과 형식뿐 아니라 삶과 인간에 대한 탐구로 점철되어 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65

천을 꿰맨 후에는 사라져 버리는 바늘처럼, 세상 모두를 비추지만 정작 자신은 비추지 못하는 거울처럼 소실점이 되는 것이 그녀의 진화법이다. 김수자는 그렇게 내게 삶과 미술이 결코 분리된 대상이 아님을 매 순간 일깨운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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