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누가 흥미진진하면서도 문학성까지 갖춘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가네시로 가즈키의 [영화처럼],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또는 [인생], 조너선 샤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조지수의 [나스타샤] 등을 추천했는데 이제 한 권을 더 추천해야겠다. 바로 로런 그로프의 [운명과 분노]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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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자격 - 게으르고 불안정하며 늙고 의지 없는… ‘나쁜 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의 자격
희정 지음 / 갈라파고스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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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자격’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그리고 ‘놀 수 있는 권리’는 과연 정당한 것일까? 사회적 통념으로 일과 쉼을 바라보다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자발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들, 쉬고 싶어도 다시 노동을 강요받는 이들을 생각하며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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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TV를 켜놓고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면서도 드라마의 내용을 모두 파악하는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다. 나는 음악만 틀어놓고 책을 읽어도 곧 그 음악에 빨려 들어가 읽던 책에서 길을 잃기 일쑤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01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우리는 거짓말 잘하는 사람, 남에게 군림하는 사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과시하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목소리 큰 사람을 싫어한다. 지나친 모범생을 싫어하고 기회주의자나 정치적인 사람도 싫어한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03

아내는 주변에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나는 주변에 술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아내나 나나 싫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친구가 별로 없다.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지만 그래도 서로 의지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아내는 나에게, 나는 아내에게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니까.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03

아내는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논리정연하게 잘 따지는 편이고, 나는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웬만하면 참는 편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02

나만큼이나 쓸데없는 일을 좋아하는 아내를 만난 건 행운이다. 아내는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하루를 시작하지 못하는 남편 때문에 매일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수고를 떠안게 되었지만 그 덕에 자연스럽게 식탁 사진을 찍어 올리는 ‘매일매일밥상’이라는 페이지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이제는 수많은 구독자가 우리의 소박한 아침 밥상 사진을 기다리게 된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이라 여겼던 행위가 사실 아주 쓸데없는 생각은 아닌 모양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10

그렇게 해서 모인 회원들은 내가 미리 공지한 6권 중 ‘이달의 책’을 들고 와 모임 장소에서 한 시간 정도 각자 읽은 뒤 각자 책에 대한 소감을 얘기하기만 하면 된다(사실 처음엔 한 시간 뒤 각자 ‘세 줄 평’을 작성해 읽어보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시들해져서 요즘은 나만 하고 있다). 우선 6개월만 시험 삼아 모임을 가져보기로 하고 내가 6권의 한국 소설을 선정했는데 생각보다 회원들도 빨리 모였고 다들 우리나라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고 말해 줘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독하다 토요일’은 어느덧 시즌 4를 끝내고 시즌 5를 준비 중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11

슬픈 일을 당한 사람일수록 화를 자주 내거나, 무서워하거나, 무감각해지는 등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감정들을 어딘가에, 또는 누군가에게 표현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심리학자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슬픔이나 외로움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22

나는 아내에게 그런 걸 모두 말한다.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얼마나 창피한지. 아무리 바보 같은 얘기를 해도 (하다못해 출근하다 바지에 똥 싼 얘기를 해도) 그녀는 다 받아준다. 다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나를 부자로 만든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22

‘SMART MAY HAVE THE BRAINS, BUT STUPID HAS THE BALLS.’ 똑똑한 사람들은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멍청한 애들은 배짱이 있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그림도 도발적인데 카피에서 배짱을 뜻하는 속어 ‘Balls’를 여자아이 사진에 붙인 건 더 짓궂은 대목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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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후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까. 경찰서에 가서 자백할 수도 있다. 성직자를 찾아가 고백할 수도 있다. 나는 사람을 먹었습니다. 이것이 죄가 됩니까? 그러면 그들의 방식으로 나를 처리해주겠지. 나는 말하라는 것을 말하고 가라는 곳으로 가면 될 것이다.

이 글을 끝내고, 그리고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것.

내가 원하는 전부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8

천 년 후에도 사람이 존재할까?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때가 천 년 후라면 좋겠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3

나는 아주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인간이란 생명체가 우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까지.
인류 최후의 1인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이것이 내 유일한 소원이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4

궁금하다. 천 년 후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일에 충격을 받을지, 혐오를 느낄지, 공포를 느끼고 불안해할지, 모멸감에 빠질지. 어떤 일을 비난하고 조롱할지. 어떤 자를 미친 자라고 부를지. 어떤 이야기에 공감하고 무엇을 갈망할지. 천 년 후의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그때에도 돈이 존재를 결정할까. 대체 뭘 먹고 살까. 지금의 ‘인간적’이라는 말과 천 년 후의 ‘인간적’이라는 말은 얼마나 다를까…… 천 년 후 사람들은 지금과 완전히 다르리라 믿고 싶다. 아니, 천 년 후에는 글을 쓰고 읽는 인류 따위 존재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렇다. 글을 쓰고 읽는 인간으로서,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나는 그만큼,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5

성서는 언제 쓰였지? 적어도 이천 년은 넘지 않았나? 어떤 사람은 이천 년 전에 써진 글을 읽으며 감동하고 위로받고 황홀해하고 미친다. 그리고 믿는다. 섹스 없이 아이를 낳았고 죽은 자가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그건 사십 일 동안 비가 내렸다거나 바다가 갈라졌다는 것과 차원이 다른 사건인데…… 터무니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 믿음은 아주 유용하다. 말도 안 돼,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일에야 믿음이란 단어를 갖다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믿으라. 그러면 말이 된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6

내겐 부활과 동정녀의 잉태가 필요하다. 윤리나 과학이 끼어들 여지없는 기적이 필요하다. 천 년 후가 필요하다. 종말 혹은 영생이 필요하다. 미친 자아가 필요하다. 인간이 아닌 상태라도 좋으니, 당신이 필요하다.

믿음이 필요하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7

구는 길바닥에서 죽었다.

죽은 구는 꼭 술에 취해 곤히 잠든 사람 같았다.

나는 길바닥에 앉아 죽은 구를 안고서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바람에서 새 옷 냄새가 났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9

네가 올 줄 알았다.

오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분명 너를 기다렸지만, 내가 죽기 전에 오길 바라는지, 죽은 후에 오길 바라는지…… 혼란스러웠다. 살아 있을 때도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지 못해 종종 너에게 선택을 미뤘고 때문에 핀잔을 들었는데,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나는 내 마음을 읽지 못해 갈팡질팡했다. 죽는 모습을 너에게 보이기 미안했다. 죄스러웠다. 너에게 그런 짐을 떠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내 부재만큼이나 네 남은 생에 지우기 힘든 얼룩과 상처를 남길 테니까. 죽기 전에 너에게 꼭 해야 할 말은 없었다. 없는 줄 알았다. 말해야 할 것은 너와 함께했던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다 하였을 테고, 그럼에도 말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굳이 말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11

길이 시작되는 곳에 고여 있는 가로등 불빛을 봤다.

눈을 감기 전까지 그것을 보았다.

저거 되게 따뜻해 보이네.

그런 생각을 했다.

담이는 저기로 오겠네.

그런 생각을 했다.

……저거 꼭 담이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13

담은 나쁜 애가 아닌데. 담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담이와 보내는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 담이 하는 것은 나도 하고 싶었고, 담이 가는 곳에는 나도 가고 싶었다. 나쁘지도 올바르지도 않은 채로, 누가 누구보다 더 좋은 사람이다 그런 것 없이 같이 있고 싶었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28

어차피 관심 없지 않았는가. 사람으로서 살아내려 할 때에는 물건 취급하지 않았는가. 그의 시간과 목숨에 값을 매기지 않았는가. 쉽게 쓰고 버리지 않았는가. 없는 사람 취급 하지 않았는가. 없는 사람 취급받던 사람을, 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2075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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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잘 설계된 헌법도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못한다. 우선 모든 헌법은 불완전하다. 여러 다양한 규칙과 마찬가지로 헌법 안에는 수많은 공백과 애매모호함이 존재한다. 구체적인 방법을 기술한 운영 지침도 우연히 발생하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완벽하게 설명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중에서 - P128

법체계에 본질적으로 내포된 개념적 공백과 의미의 모호함 때문에 헌법 조항에만 의존해서는 민주주의를 잠재적 독재자의 횡포로부터 지켜낼 수 없다. 미국 대통령 벤저민 해리슨은 이렇게 말했다. "신은 가만히 내버려둬도 완전하게 작동하는 통치 체제를 개발할 수 있는 뛰어난 지혜를 그 어떤 정치인이나 철학자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다."8

-알라딘 eBook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중에서 - P129

모든 성공적인 민주주의는 비공식적인 규범에 의존한다.14 비록 이러한 규범은 헌법이나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시민사회에서 널리 존중받는다. 특히 미국 민주주의에서 규범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중에서 - P130

민주주의는 성문화된 규칙(헌법)과 심판(사법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기능하는 국가의 경우,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성문화된 헌법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16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완충적인 가드레일로 기능하면서, 일상적인 정쟁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막아준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중에서 - P131

그래도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 역할을 하는 두 가지 규범을 꼽자면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를 들 수 있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중에서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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