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끝없이 행복으로 채워주는 오직 하나의 천사, 나의 남덕 군. 내가 최고로 사랑하는 남덕 군. 지난해 8월에 당신과 태현이와 아고리 군 셋이서 히로시마에서 도쿄로 가서 꿈같은 닷새를 보내고 온 일을 지금 생각하고 있소. … …뭐니 뭐니 해도 당신과 함께 있고 싶소. (일본에서 함께 살기 위해) 빨리 서류를 갖추어서 보내도록 정원진 소령님에게 협력을 빌어… … 이번에야말로 확실한 성과를 얻도록 해주시오. 어머님에게도 잘 부탁을 드려서… … 여러분의 도움으로… … 성과를 거두도록 해주시오. 오늘로 1년째가 됩니다. 1년 또 1년. 이렇게 헤어져서 긴 세월을 보내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함께 있지 않아선 안 되오. 당신과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 얼마나 마음이 들떠 있겠는가를 생각해보구려. 힘을 내주시오. 꼭 확실한 성과를 거두도록 하시오. 답장 기다리오.
- 1954년 여름, 이중섭이 이남덕에게 보낸 편지 중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270 - P25
에드워드 호퍼, <두 코미디언>, 1965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에드워드 호퍼가 무언극 <포이니언트>의 두 등장인물이 어두운 무대에 서 있는 그림을 그렸어요. 75×100cm 크기의 아름다운 유화랍니다. … … 우리는 당신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잘 있기를 바랍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죽음은 살아있음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지요. 살아있는 것들이 정말 한없이 귀하다는 것을요. 여기, 바로 지금, 살아있다는 게 정말 좋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270 - P72
실레의 그림 <우정>에도 비슷한 일화가 얽혀있다. 이 작품을 독일 뮌헨에서 전시하려 했을 때 전시관장으로부터 흥미로운 거절 편지를 받았다. 그는 실레에게 "너무 노골적인 묘사 때문에 작품을 절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 이 그림은 관습과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썼다. 하지만 관장은 단락을 바꾼 뒤 "하지만 본인은 그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본심을 드러냈다. 이 같은 일화가 실레의 명성을 드높여주었던 것은 물론이다.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270 - P60
그런 ‘천재 실레’에게 어울리는 반려자는 누구였을까. 적어도 발리 노이칠Wally Neuzil은 아니었다. 발리는 애초 실레가 존경하고 따르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모델로 활동하다가 1911년부터 실레의 모델이자 연인이 된 여인이다. 실레는 1915년까지 발리와 함께 사는 동안 그녀를 모델로 파격적인 누드화를 자유롭게 그릴 수 있었고 이 시기 실레의 에로티시즘은 절정에 달했다.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270 - P63
하지만 실레는 결혼만큼은 부르주아 가정의 교양 있는 여자와 하겠다는 생각을 떨치지 않았다. 그의 배필로 어울리는 여인은 에디트 하름스였다. 에디트의 아버지도 은퇴하기 전까지 철도청 공무원으로 근무했으므로, 실레에게는 그 집안 여인과 결혼하는 것이 편안했을지 모른다.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270 - P64
그는 매우 놀랍고도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재능이 있다. … …클림트의 작품에는 무한한 부드러움, 대단한 민감함, 여성적인 상냥함이 있지만 실레의 작품은 원기 왕성함과 남성적인 과격함으로 가득 차 있다. 클림트는 히스테리컬하고 호색적이며 달콤하고 요염한 관능성과 죄책감을 드로잉하고 물감을 바르지만, 실레는 궁극적인 부도덕과 최대의 비행, 도덕심과 부끄러움을 모두 떨쳐버리는 창조물로서의 여인을 드로잉하고 물감을 바른다. 그의 예술은(이는 분명 예술이다!) 미소를 짓지 않으며 가공할 만한 일그러뜨림으로 이를 드러내고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270 - P66
초록 숲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무대 위에 두 코미디언이 등장했다. 아마도 코미디언들은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박수 세례가 이어지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무대 인사를 하는 중인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 희극배우들의 얼굴은 바로 그림을 그린 장본인인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와 그와 평생을 함께한 반려자 조 호퍼Josephine N. Hopper, 1883~1968이다. 주름 장식이 달린 흰 의상을 입은 부부는 마치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한바탕 잘 놀다가 퇴장하는 자신들을 지켜봐준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듯 가슴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이 그림은 실제로 호퍼 부부의 삶에서 고별인사가 되었다.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270 - P71
그렇게 자신의 꿈과는 다른 생활을 꾸역꾸역 이어가던 무명 화가는 한 여인을 만나면서 삶의 전환기를 맞았다. 역시 뉴욕미술학교를 졸업한 화가 조세핀 버스틸 니비슨Josephine Verstille Nivison이 그 주인공이다. 조세핀의 도움으로 호퍼는 비로소 출세의 날개를 달았다. 연애 기간이던 1923년 11월부터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조세핀은 브루클린 미술관으로부터 <미국과 유럽 화가들의 수채화와 드로잉 그룹 전시회>에 작품 6점을 출품해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전시회 준비위원과 미술관장, 큐레이터에게 호퍼의 작품도 검토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 결과 호퍼의 수채화 6점이 조세핀의 작품들 옆에 함께 전시되고, 막상 전시회가 시작되자 호퍼의 수채화들이 예상치 못한 열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후에 열린 단독 전시회에서는 모든 작품이 팔려나가는 성공을 거두었다. 호퍼는 평범한 코트를 한 벌 사 입는 것으로 이를 조촐하게 자축했는데, 아마 이때만 해도 성공이 계속해서 또 다른 성공을 낳을 자신의 미래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270 - P76
호퍼의 1942년 작 <밤샘하는 사람들>은 도시남녀들의 외로움을 표현한 작품으로, 그의 장기가 잘 드러난 역작으로 손꼽힌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정지시켜놓은 듯한 뉴욕의 밤 늦은 레스토랑.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 네 명은 저마다 상념에 빠진 채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레스토랑은 미국인의 일상에서 아주 친숙한 공간이지만 그림 속에서는 바깥의 우울한 도시 분위기와 안의 밝은 조명이 대비되면서 낯선 불안감이 극대화되고 있다. 레스토랑의 강한 불빛은 아마도 1930~40년대에 등장한 형광등 불빛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강한 불빛이 거리로 새어나오면서 도로에 기이한 빛을 드리우고 건물 모퉁이에 위협적인 그림자를 짙게 남긴다. 바로 이 때문에 불 밝힌 레스토랑 내부가 마치 피난처처럼 느껴진다. 레스토랑의 세부적인 표현을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익명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을 더욱 강조한 느낌도 든다. 호퍼는 그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270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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