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첨가어라는 특성 때문에 명사문보다 동사문과 형용사문이더 풍부하다. 그리고 명사문을 써야 할 때와 동사문, 형용사문을 써야할 때가 따로 있다. 그런데도 요즈음 영어에서 영향을 받아 우리말 동사문, 형용사문을 영어식 명사문으로 바꾸어 쓰는 사람이 많다. - P1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에서 ‘보다’는 체언 뒤에 붙여 두 사물을 서로 비교할 때 쓰는 부사격 조사이다.(예 영희가 철수보다 착하다.) 일부 국어 사전에서 ‘부사’로쓰인다고 설명하였으나, 오늘날 언어 현실을 설명했을 뿐이다. - P19

2에 있는 ‘뿐’은 명사나 조사로 쓰인다. 명사로 쓸 때는 다른 용언 밑에서 띄워 쓰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을 지닌다. (예 갔을 뿐이다.) 조사로 쓸 때는 앞말에 붙여 쓰고 ‘더 없다‘라는 뜻을 지닌다.(예 나는 너뿐이다.) 그러므로 ‘뿐‘을 접속 부사어로 써서는 안 된다.
3~4에서 나름, 때문‘은 의존 명사이다. 즉, 이 말은 다른 말에 기대어 써야 하는 말이다. 5에 있는 ‘마찬가지는 ‘마치 한 가지‘라는 뜻을지닌 명사로서 ‘-다‘를 붙여 서술어로 쓰되, 서로 비교할 대상이 두 개있어야 한다. - P20

글 하나에 동일한 사물이나 시간, 장소가 나오면 앞에서 나온 것을뒤에서 다른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이 대신하는 말을 ‘지시어‘라고 한다. 우리말에서 대표적인 지시어로는 ‘이, 그, 저가 있다. ‘이것(대명사)이 이러저러해서 (형용사) 그리로(부사) 옮길까 했는데 이(관형사) 사람이 말리는 바람에………‘처럼 여러 형태로 쓰인다. 물론 지시어에도 멀고 가까움이 있어, 가깝지 않은 일은 ‘아까 그 일, 어저께 그 일, 공원15-4-거기에서‘처럼 다른 단어를 덧보태어 지시 내용을 분명히 한다. - P22

그러므로 가리키는 대상이 분명하지 않을 때는 지시어를 쓰지 않는것이 낫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등장할 때 ‘그 사람‘이라고 하면,
‘그 사람‘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쉬 알 수 없다. 그럴 때는 지시어 대신가리키는 내용을 다시 한 번 써주면 지시 대상이 분명해진다. - P23

긴 문장은 한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내용을 담고 있어 부드럽고 꼼꼼해 보인다. 그러나 한 문장에 여러 내용을 담기 때문에, 논리가 흩어져 논점을 벗어나기 쉽다. - P144

그러므로 한 문장에 되도록 이야기 하나만 담되, 한 문장을 30자 안팎으로 쓰는 것이 좋다. 문장이 길어지더라도 60자를 넘지 말아야 한다. 논술 원고량을 40으로 나누었을 때 나오는 수를 전체 문장수로 보고, 그 이상이면 짧은 문장이 많고, 그 이하면 긴 문장이 많다고 보면된다. 아주 짧은 문장만 늘어놓아 글이 딱딱해지면, 내용에 따라 성격이 비슷한 앞뒤 문장을 하나로 묶어서, 문장 길이에 변화를 준다. - P144

우리말에서는 용언 끝을 아주 다양하게 바꾼다. 예컨대 ‘먹다‘의
‘먹‘에 ‘-어서, 어, 자, 게, 어라, 는, -느냐, 었다‘같은 활용 어미를 붙이기만 하면 여러 모로 쓸 수 있다. 어떤 단어는 이런 활용 어미를 백수십 개나 붙일 수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우리말은 기본 용언 하나에 활용 어미만 바꿔 ‘먹고, 먹어,
먹는데, 먹었는데, 먹자마자, 먹을까, 먹듯이, 먹는구나, 먹든지, 먹느니, 먹으니까, 먹으면, 먹는다해도‘와 같이 의미를 백수십 개로 쪼개달한다. - P226

오히려 작은 문장을 명사절로 안아 겹문장으로 만들기로 하면 우리말에서는 ‘-(으)ㅁ‘보다 ‘-는(-) 것‘을 더 많이 썼다. 예를 들어 "그 사람 결백하다는 게(것이) 밝혀졌어."라고 하지, "그 사람의 결백함이 밝혀졌어."라고 하지는 않는다. (예) 수지가 착한 게(것이) 사실이야.(O), 수지의 착함이 사실이야. (x)). - P227

첫째, 동사문이 있는데, ‘철수가 간다.‘처럼 ‘무엇이 어찌한다‘식 문장이며, 동사가 서술어이다.
둘째, 형용사문이 있는데, ‘하늘이 푸르다.‘처럼 ‘무엇이 어떠하다‘식 문장이며, 형용사가 서술어이다.
셋째, 명사문이있는데, ‘슬기는 여학생이다.‘처럼 ‘무엇이 무엇이다’식 문장이며, 체언에 ‘-이다‘가 붙은 것이 서술어이다. - P1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그런 음식점 말고 유럽 음식을 ‘일본식’으로 해석한 ‘경양식’을 제외하고는 외국 음식을 거의 접할 수 없었다. 경양식집의 대표적인 메뉴는 돈가스(오스트리아의 슈니첼schnitzel과 비슷하지만 송아지고기 대신 돼지고기로 만든다), 함박스테이크(프랑스식 스테이크 아셰steak haché가 원조겠지만 소고기를 적게 쓰기 위해 양파와 밀가루 같은 값싼 재료를 많이 넣어서 양을 늘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스파게티 볼로녜세spaghetti Bolognese(보통은 그냥 스파게티라고 불렀다)(볼로녜세는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의 소스로 한국에서는 흔히 볼로네제라고 한다-옮긴이) 등이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렷 자세.

이 표현에 그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왜 그렇게 자신이 힘든지를 깨달은 순간, 눈물이 다시금 쏟아졌다. 그는 이불을 꽉 문 채로 억누른 울음을, 분노와 절망에 찬 울음을 길게 토했다. 가슴이 끔찍이도 아팠다. 자신이 이런 아픔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던 엄청난 아픔이었다. 이제 다시는……. 그다음 말은 생각나지도 않았다.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절망감에 생각이 흐물흐물 녹아내려 깡그리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그는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었다.

에두아르는 죽었다. 에두아르는 정확히 바로 이 순간에 죽은 것이다. 그의 귀여운 아이, 그의 아들. 그가 죽은 것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289

페리쿠르 씨의 아픔이 이토록이나 격렬한 것은 이제야 비로소 에두아르가 그에게 존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아들을 얼마나 ─ 은근히,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 사랑했는지 불현듯 깨달았다. 이제 다시는 아들을 볼 수 없다는 그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을 의식한 날에야 이걸 깨달은 것이다.

아냐, 사실은 이것도 전부가 아니야……. 흘러내리는 눈물과 꽉 죈 가슴, 그리고 목구멍에 박힌 칼날 같은 무언가가 그에게 말했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모종의 해방감을 느꼈다는 죄책감이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289

아니, 페리쿠르 씨가 아들에게서 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녀석이 하고 다니는 짓들이라기보다는, 그 녀석 자체였다. 에두아르의 목소리는 너무 높았고, 체격은 너무 가냘팠고, 항상 옷차림에만 신경을 썼고, 몸짓은 너무……. 그렇다,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으니, 녀석은 정말로 여성적이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291

그의 아들은 자신으로서는 정당하다고 느껴지는 그의 희망들에 대한 살아 있는 모욕이었다. 이것은 그가 누구에게도 한 번도 털어놓은 적 없는 사실인데, 그는 딸이 태어나자 크나큰 실망감을 맛보았다. 그는 한 남자가 아들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비와 아들 사이에는 은밀하고도 긴밀한 동맹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가? 아비가 토대를 닦아 이를 물려주면, 아들은 그걸 받아 결실을 맺는 것, 이게 바로 까마득한 옛날부터 계속되어 온 삶의 방식이 아니던가?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292

에두아르의 죽음은 그동안의 물음에 대한 답이 되었다. 정의가 실현된 것이다. 세상은 균형을 되찾고, 바로 선 것이다. 그는 아내의 죽음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죽기에는 너무 젊은 사람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보다도 젊은 나이로 죽은 아들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눈물이 솟구쳤다.

무정한 눈물이야. 페리쿠르 씨가 중얼거렸다. 난 무정한 놈이라고……. 그는 자신도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고 싶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294

하나가 죽었을 때 다른 하나가 출현했으니,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기계적으로, 다시 말해서 그로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성립하는 거였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299

그것은 한 청년의 아주 청순한 얼굴이었다. 도톰한 입술, 조금 길면서도 힘찬 콧날, 턱을 쪼개는 깊은 보조개 하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점도 웃음기도 없는 기이한 시선……. 이제는 표현할 말이 생각났으니, 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말해 준단 말인가?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304

에두아르가 성장함에 따라, 처음에는 아버지 쪽의 의혹과 불신에 불과했던 것이 반감과 거부와 분노와 부인(否認)으로 발전하는 것을 본 것이다. 에두아르는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애정에 대한 요구와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점차로 수없는 도발들과 폭발들로 변해 갔다.

다시 말해서 선전 포고로 말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309

그러고 나서 부자 간의 골은 갈수록 깊어져 결국에는 침묵이, 마들렌으로서는 정확히 언제부터였다고 말할 수 없는 침묵이 들어섰다. 두 사람이 더 이상 아무 얘기도 나누지 않고, 아니 더 이상 싸우거나 대립하지도 않고 무관심을 가장한 채 서로에 대한 적개심만 불태우는 상태가 된 것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310

에두아르, 이 아이는 뭔가 악마적인 데가 있어, 정말이지 얘는 정상이 아니라고! 〈정상〉, 페리쿠르 씨가 특별히 집착하는 단어였으니, 그에게는 없는 부자 관계를 묘사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314

에두아르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게 언제 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출구였다. 그에게 있어서 죽음은 어떤 변화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이행,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가 죽은 날에야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그 조용하고도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네들이 그러하듯 체념 어린 인내로써 받아들이는 그런 것이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331

얼굴 없는 세계에서 무엇에 집착할 수 있으며, 무엇과 싸울 수 있겠는가? 이제 그에게 세상은 머리가 잘린, 그리고 그 보상으로 몸뚱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육중한 실루엣처럼 몇 배로 커진 실루엣들만이 들어찬 우주가 된 것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3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구분선은 장교들과 나머지 모든 사람들을 나누는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항상 그랬지, 뭐〉라고 알베르는 속으로 삐죽댔다. 윗대가리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칼자루를 쥐기 위해, 최대한의 땅을 확보해 두기를 원한다. 30미터만 더 정복하면 이 전쟁의 결과가 완전히 바뀐다고, 어제 죽는 것보다 오늘 죽는 게 더 값진 일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사람들 아닌가.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14

그것은 단지 죽는다는 두려움만이 아니라, 하필 지금 죽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막판에 죽는 것은 맨 처음에 죽는 거나 마찬가지야, 세상에 이보다 더 멍청한 일은 없지, 이게 알베르의 지론이었다.

그런데 지금 바로 그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17

알베르 마야르. 호리호리한 체구에, 약간 느릿하고도 조심스러운 성격의 친구다. 말이 별로 없고, 숫자에 강하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위니옹 파리지엔 은행의 한 지점에서 출납원으로 일했다. 그 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 때문에 붙어 있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21

그는 떠나고 싶었고, 통킹[4]으로 가고 싶었다. 사실 아주 막연한 동경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이 회계직을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알베르는 그렇게 행동이 빠른 친구가 아니었다. 어떤 일에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주 빨리 세실이 생겼다. 그는 곧바로 열정에 사로잡혔다. 세실의 눈, 세실의 입, 세실의 미소, 그다음에는 물론 세실의 젖가슴, 세실의 엉덩이……. 이러니 어떻게 다른 걸 생각할 수 있겠는가?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22

그녀는 무엇인고 하면…… 그리하여 그녀는 전쟁은 한 입 거리밖에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었고, 알베르는 자신이 세실의 그 한 입 거리가 될 수 있기를 너무도 간절히 꿈꿔 왔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26

대체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직감 때문일까, 알베르는 늙은이의 어깨를 잡아 옆으로 힘껏 민다. 시체는 기우뚱 무겁게 돌아가 배를 땅에 깔고 털썩 엎어진다. 몇 초가 지나서야 알베르는 비로소 이해한다. 그러고는 그 이해된 진실이 얼굴을 거세게 후려친다. 적진을 향해 나아갈 때는 등짝에 총알 두 발을 맞고 죽지는 않는 법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29

다시 몸을 일으킨 알베르는 아직도 얼이 빠져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로 인해서 말이다. 휴전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병사들은 독일 놈들을 건드리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다. 병사들을 밀어붙일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분노를 돋우는 것이었다. 이 두 사람이 등짝에 총을 맞았을 때 프라델은 과연 어디에 있었던가?

맙소사…….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30

요컨대 질식사는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죽음일 것이다. 다행히 그는 지금 여기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지금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일에 비하면, 세실의 매끄러운 허벅지에 갇히는 것은 머리통이 이불 밑에 있다 해도 오히려 천국이라 할 수 있다. 만일 그 생각을 한다면, 알베르는 차라리 죽고 싶으리라.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38

평소의 알베르의 모습은, 그림으로 비유해 보자면, 틴토레토가 그리는 초상화와 비슷하다. 선명한 입매, 주걱턱, 그리고 활처럼 휜 눈썹 때문에 돋보이는 어둡고도 움푹한 눈언저리, 그리고 항상 침울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 시선을 하늘로 돌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성 세바스티아누스를 닮았다. 얼굴의 윤곽은 갑자기 늘어지고, 얼굴 전체가 고통과 공포로 일그러진다. 또 신에게 애원하는 듯한 표정도 엿보이는데, 그게 아무 쓸모없는 것이, 알베르는 평생 아무것도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금 어떤 고난이 닥쳤다고 해서 뭔가를 믿기 시작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그에게 시간이 있더라도 말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42

이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눈이 점차 어둠에 적응하면서, 그는 자기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끈적거리는 점액이 흘러나오는 어마어마한 입술, 거대하고 싯누런 이빨들, 녹아내리는 푸르스름한 커다란 눈깔…….

구역질 나는 거대한 말 대가리, 괴물처럼 흉측한 말 대가리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47

그는 말 대가리를 부여잡는다. 살덩이들이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 미끌미끌한 주둥이를 간신히 붙잡은 알베르는 그 커다랗고 누런 이빨들을 틀어쥐고는 초인적인 노력으로 아가리를 쫙 벌리고, 그 속에 남은 한 줌의 썩은 숨결을 허파 가득 들이마신다. 이렇게 그는 몇 초 동안 더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된다. 속이 뒤집히고, 구토를 하고, 온몸이 다시 격하게 떨리지만, 그는 실낱만큼의 산소를 찾아 다시 몸을 뒤집으려 해본다. 희망은 없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50

그의 머릿속에서는 현실과 데생들과 회화 작품들이 한데 뒤섞였다. 마치 삶이란 것이 그의 상상의 미술관 속에 추가된 멀티미디어 작품에 지나지 않은 듯이 말이다. 보티첼리의 덧없는 아름다움들이며 카라바조의 작품에서 도마뱀에 물린 소년의 얼굴에 갑작스레 떠오르는 두려움 등은, 볼 때마다 그 엄숙한 얼굴이 가슴을 뒤흔들었던 마르티르 가의 과일행상 여인, 혹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약간 붉은빛이 감돌던 아버지의 부착식 칼라에 뒤이어 나타나곤 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83

일상의 평범한 것들과 히로니뮈스 보스의 그림 속 인물들과 나신들과 광폭한 전사들로 채워진 이 단색화의 한가운데,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이 불쑥 출현했다. 그는 단 한 번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다. 부모님의 친구 집에서, 몰래 숨어서. 자세히 얘기하자면, 전쟁이 발발하기 훨씬 전, 그가 열한 살이나 열두 살 정도 되었을 무렵이다. 그는 아직 성 클로틸드 사립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에두아르는 힐페리히와 크레테나의 딸 성 클로틸드를 발정 난 여자로 상상하여, 갖가지 체위로 그려 놓았다. 숙부 고데지실과 자고, 클로비스와는 후배위를 즐기고 493년 무렵에는 부르군트 왕을 빨아 주는 동시에 뒤로는 랭스의 대주교 레미에게 박히고…….[8] 이 그림 덕분에 그는 세 번째로 정학을 당했고, 이는 바로 퇴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상당히 공들인 작품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했으며, 심지어는 너무나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그 어린 나이에 어디서 모델들을 구했을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미술을 매독 환자의 타락한 활동 정도로 여기는 그의 아버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83

그의 〈전성기〉라 부를 만한 이 시기의 정점은 유디트로 분장한 음악 교사 쥐스트 양이 수학 교사 라퓌르스 씨와 헷갈릴 정도로 닮은 홀로페르네스[9]의 잘린 머리를 탐욕스럽게 흔들어 보이는 그림이었다. 이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 감탄스러운 참수 장면으로 상징된 두 교사가 결별하기까지 두 사람을 소재로 한 에두아르의 연재 만평 덕분에 사람들은 칠판에서, 벽에서, 종이 위에서 상당수의 외설적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교사들조차 압수한 그림들을 교장에게 넘기기 전에 자기네끼리 돌려 볼 정도였다. 이제 누구든지 교정을 지나가는 후줄근한 수학 선생을 보면 그 위로 입이 딱 벌어지는 남근을 지닌 음탕한 호색한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때 에두아르는 겨우 여덟 살이었다. 이 엄청난 그림 덕분에 아이는 높은 사람들에게 불려 다녔다. 하지만 면담이 상황을 호전시키지는 못했다. 교장이 격하게 그림을 흔들며 노한 어조로 유디트를 언급하자 아이는 대꾸했다. 물론 이 여자가 참수된 이의 머리채를 쥐고 있긴 하지만 이 머리가 쟁반에 담겨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유디트보다는 살로메로, 그리고 홀로페르네스보다는 세례 요한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에두아르에겐 이런 현학적인 구석도 있었고, 이처럼 반사적으로 재주를 부리려 드는 성향은 사람들을 상당히 짜증 나게 만들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85

예를 들면 함께 묻혀 있던 말 대가리가 종종 생각났다. 이상하게도 시간이 감에 따라 말 대가리는 그 흉물스러운 성격을 잃어 갔다. 심지어는 살아남기 위해 들이마셨던, 말 대가리에서 뿜어져 나오던 그 역한 공기마저도 더 이상 혐오스럽거나 메스껍게 느껴지지 않았다. 구덩이 언저리에 서 있던 프라델의 영상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나타날수록, 세세한 부분까지 간직하고 싶은 말 대가리는 스르르 녹아내리며 그 색채와 윤곽을 상실해 갔다. 집중하려고 애써 봤지만 그 이미지는 스러져 갔고, 왠지 불안한 상실감이 들었다. 전쟁은 끝나 가고 있었다. 지금은 결산의 시간이 아니고, 참극의 현장 한가운데 앉아 있는 끔찍한 현재의 시간이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0748683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