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자라는 바나나 품종은 1000종이 넘지만 국제적으로 교역되는 바나나의 거의 전량(95퍼센트) 그리고 전 세계 바나나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캐번디시Cavendish라는 품종이다. 1830년대 중반에 개발된 캐번디시 종은 6대 데번셔 공작Duke of Devonshire 윌리엄 캐번디시William Cavendish의 이름을 땄다. 품종 개발은 캐번디시가 아니라 그의 친구이자 수석 정원사였던 조지프 팩스턴Joseph Paxton이었다. 그는 이 새 바나나 품종을 ‘무사 캐번디시Musa cavendishii’라 불렀다(‘무사Musa’는 다양한 바나나 종이 포함된 속이다). ‘삼척 바나나’라고도 하는 이 품종이 영국 더비셔Derbyshire에 있는 대저택 채츠워스 하우스Chatsworth House의 온실에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그곳의 주인이며 자신의 친구이자 고용주인 데번셔 공작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데번셔 공작인 캐번디시 가문의 집이 왜 데번주/데번셔주가 아니라 더비셔주에 있는지 부디 내게 묻지 말길 바란다. 영국 귀족들의 기이하고 독특한 취향과 성향은 끝이 없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1
바나나를 원료로 해서 맥주를 생산하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많다. 우간다, 르완다, 카메룬 등의 농촌 지역에서는 바나나가 일일 열량 섭취의 25퍼센트까지 차지한다.4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0
재배 작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먹을 수 있는 부위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씨가 없는 변종이 선택되었고, 그 결과 바나나는 자연적으로 번식하는 능력을 잃었다. 재배용 바나나는 "성숙한 바나나의 알줄기(땅속줄기)에서 자라난 새순sucker(흡아)을 잘라 내 꺾꽂이를 해 주는" 인간의 개입 없이는 번식할 수가 없다.6 그 결과 이런 방식으로 번식시킨 바나나는 모두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1
이 말은 다른 작물에 비해 바나나가 유전적 다양성을 매우 신속하게 잃는다는 의미다. 특히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업용 재배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 결과로 생긴 매우 제한적인 유전자 풀로 인해 바나나에 생기는 질병에 대처하기가 함들어진다. 국제적으로 교역되는 바나나의 95퍼센트를 차지하는 캐번디시 바나나가 곰팡이 때문에 시드는 이른바 파나마병으로 인해 멸종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최근 들어 제기되고 있다. 바나나 산업이 이러한 곤경에 빠진 것은 이윤을 위해 유전적 다양성을 축소해서 결국 낭패를 본 과거의 교훈에서 배우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캐번디시 바나나 시대 전인 1950년대까지 상업적으로 재배되던 바나나의 절대 강자였던 그로 미셸Gros Michel 품종이 이전 버전의 파나마병(최근의 트로피컬 레이스 4Tropical Race 4가 아니라 트로피컬 레이스 1)에 취약해 더 이상 재배되지 못하고 버려진 전력이 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2
기후 조건이 맞으면 바나나나무는 1년 내내 자라면서 엄청나게 많은 열매를 맺는다. 노동력을 거의 투자하지 않아도 1에이커당 20만 파운드의 바나나를 생산할 수 있어서 얌의 10배, 감자의 100배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10 노예들이 시간을 최소한으로 들이고 수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노예주들에게 이상적인 농작물이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3
바나나를 미국으로 대량 수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자 미국 기업들, 특히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United Fruit Company, UFC(현재의 치키타Chiquita)와 그보다 규모가 작은 경쟁자였던 스탠더드 프루트 컴퍼니Standard Fruit Company, SFC(현재의 돌Dole)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쿠바,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 중앙아메리카(특히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파나마, 과테말라), 남아메리카 북부(콜롬비아, 에콰도르. 이 두 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바나나 최다 수출국으로 꼽힌다) 등지에 바나나 플랜테이션을 설립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5
바나나에 경제를 의존하는 나라 사람들은 미국 바나나 기업들을 엘 풀포El Pulpo, 즉 ‘문어’라 불렀다. 나라 경제의 거의 모든 부면을 꽉 쥐고 있다는 의미였다.13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5
이 바나나 학살 사건은 콜롬비아의 소설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One Hundred Years of Solitude》(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는 것을 고백한다)을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이 책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소설의 배경이 된 마콘도 바나나 플랜테이션에서 살해당한 3000명이 넘는 파업 노동자들의 시신을 화물 열차에 실어날라 학살의 증거를 없앤 허구의 사건을 묘사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7
그러고 보면 ‘긱 이코노미gig economy’(단기 계약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이 특징인 노동 시장 경제 형태-옮긴이)는 실리콘 밸리에서 발명한 것이 아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7
미국 바나나 회사들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북부 지역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에 이 나라들은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표현은 미국의 단편 소설가 O. 헨리O. Henry(실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ydney Porter)가 만들어 낸 것으로 1904년에 발표한 연작 소설 《양배추와 왕들Cabbages and Kings》에 등장한다. 이 소설은 자신이 1897년에 망명 생활을 했던 온두라스를 빗댄 가상 국가인 안추리아Anchuria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나라 정부가 재정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바나나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17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8
1950년 칠레의 시인이자 역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가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United Fruit Co.〉라는 시를 쓰고 ‘바나나 공화국’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이 표현이 더 잘 알려지게 되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8
요즘 미국을 비롯한 부자 나라 사람들은 ‘바나나 리퍼블릭’을 의류 브랜드 이름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원래 부자 나라의 거대 기업들이 가난한 개발도상국을 거의 완전히 장악했던 어두운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였다. 이 의류 브랜드의 이름은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 좋게 봐 줄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자면 굉장히 모욕적이고 불쾌하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9
‘사탄의 공장’은 영국 산업 혁명 초기에 노동자 착취가 심한 공장들을 일컬은 말이다. 이 시기에 공장들이 물레방아를 이용한 수력을 쓴 곳이 많아서 공장을 ‘물레방앗간’이란 뜻의 ‘Mill’이라고 많이 불렀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가 시 〈예루살렘Jerusalem〉에서 ‘dark Satanic Mills’라는 표현을 써서 유명해졌다. ‘암흑의 대륙’은 유럽인이 19세기 이전의 아프리카를 부르는 표현으로 유럽 중심적 무지함이 배어 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199
결과적으로 다국적 기업이 진출한 나라에는 그 나라의 나머지 경제와 별도로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들이 이른바 ‘스크루드라이버 오퍼레이션screwdriver operation’이라 부르는 조립 작업만 하는 방식으로 섬처럼 존재하는 ‘엔클레이브enclave’ 현상이 벌어진다. 지역 기업들에는 거의 하청을 주지 않고 대부분 수입된 부품을 완제품으로 조립하기 위해 그 지역의 값싼 노동력만을 이용하는 것이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203
‘엔클레이브 경제enclave economy’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어떻게 보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하이테크 경제를 가진 나라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은 제조업 수출 품목의 60퍼센트가 전자 제품으로 이루어진 하이테크 제품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미국 20퍼센트, 한국 35퍼센트보다 훨씬 높다).20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203
코카콜라라는 이름은 펨버턴의 동업자였던 프랭크 로빈슨Frank Robinson이 이 음료의 2가지 주재료인 코카 잎과 콜라 열매에서 각각 한 요소씩 따서 만들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213
콜라나무의 원산지는 서아프리카로 열매에는 카페인(커피 그리고 대부분의 차보다 카페인 함량이 더 높다)과 테오브로민theobromine(초콜릿에도 들어 있다. ‘17장 초콜릿’ 참조)7 같은 각성제가 들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서아프리카 사람들은 각성 효과를 얻고 식욕을 억제해서 "피로감이나 갈증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육체 활동을 할 수 있기" 위해 콜라 열매를 씹었다.8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214
코카인은 남아메리카 서부가 원산지인 코카나무에서 추출되는 물질이다. 코카나무가 자라는 곳, 특히 고도가 높은 안데스 지역의 원주민은 코카 잎을 씹거나 차로 우려 마셔서 대기 중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일할 때 경험하는 고통을 완화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능(콜라 열매와 유사한 효능)을 빌려 음식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다.12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215
워싱턴 컨센서스 정책은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국제적으로 가장 힘이 센 3대 경제 기구인 미국 재무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이 적극 주장하는 정책들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워싱턴 컨센서스라는 이름은 1989년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싱크 탱크인 피터슨 국제 경제 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소속 영국의 경제학자 존 윌리엄슨John Williamson이 처음 사용했다. 위기에 처한 개발도상국을 위한 10가지 경제 정책 처방을 제시했는데 정부 규제 축소, 국가 기간 산업 민영화, 무역과 금융 시장 자유화 등 자유 시장 촉진 방안을 주로 포함했다. 이후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 강요해 온 신자유주의적 경제 발전 모델을 가리키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217
워싱턴 컨센서스 정책은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국제적으로 가장 힘이 센 3대 경제 기구인 미국 재무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이 적극 주장하는 정책들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워싱턴 컨센서스라는 이름은 1989년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싱크 탱크인 피터슨 국제 경제 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소속 영국의 경제학자 존 윌리엄슨John Williamson이 처음 사용했다. 위기에 처한 개발도상국을 위한 10가지 경제 정책 처방을 제시했는데 정부 규제 축소, 국가 기간 산업 민영화, 무역과 금융 시장 자유화 등 자유 시장 촉진 방안을 주로 포함했다. 이후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 강요해 온 신자유주의적 경제 발전 모델을 가리키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217
‘호밀’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북쪽 오랑캐’의 ‘밀’이다. 한국에서는 뭔가가 대체로 유라시아 대륙의 중부와 북부에서 온 것 같으면(가끔은 잘못된 추측으로) 무조건 ‘호胡’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습관이 있다. 이 ‘호’라는 접두어가 상징하는 지역은 만주에서 몽골과 티베트를 거쳐 우즈베키스탄과 튀르키예까지 펼쳐진 넓은 지역을 말한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8144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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