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폐기물 센터‘로 가서 우리의 ‘인간 폐기물‘ 무게를 단다. 서류 작업과 요금‘이라는 딱지가 붙은 상자에 서류와 요금을 낸다.
쓰레기는 ‘쓰레기‘라는 딱지가 붙은 쓰레기통에 던지고 ‘인간 폐기물‘은 ‘주의 인간 폐기물‘이라는 딱지가 붙은 쓰레기통에 버린다.
마티와 지닌 때문에 마음이 안 좋다. 특히 아이 때문에 마음이 안 좋다.
넬슨이 쥐가 가득한 어두운 보일러실에 갇히는 걸 상상해본다.
게다가 이제 우리 ‘외딴 지역‘들은 어디에 가서 담배와 민트와 케이오를 구해야 하나? - P74

나는 천천히 한다. 천천히 하면서 그녀가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척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척하기 위해 내 속도를 관찰한다. 그렇게 하는 게 신중한 것 같다. 내 말은 그녀가 하는 것과 똑같이 내가 하면 내가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척하는 방식을 그녀가 문제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도 머리를 들이밀지 않는다. - P91

하얏트의 조명을 끈 회의실에서 여든 명이 대량 생산된 종이 모자를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모자‘는 ‘시작을 시작하고 있었다. ‘분홍 모자‘는 ‘시작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초록 모자‘
는 ‘아주 확실하게 시작하고 있었다. ‘황금 모자‘까지 올라가는 먼길을 향해 ‘삶에 통달한 ‘황금 모자‘는 ‘간식 테이블‘ 주위에 모여서서 아래 등급 모자를 쓴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소곤거리고 의논하고 팔꿈치로 서로 쿡쿡 찔렀다. - P95

"내가 방금 한 거 봤어?" ‘황금 모자‘가 말했다. "‘너‘를 ‘내적 평화‘로 가지 못하게 막는 자들로부터 방금 해방해준 거야. ‘너‘한테는 아주 잘된 일이지! 문제는 이거야, 과연 ‘너‘가 계속 해방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 어쩌면 ‘너‘는 계속 내적으로 일깨워주는 게 필요할지도 몰라. 만트라 계속 내적으로 일깨워주는 게 바로 만트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어? 이 가운데 혹시 ‘너‘와 공유할 수 있는 멋지고 산뜻한 만트라 있는 사람?" - P97

오늘 나는 여러분을 이끌고 나의 ‘핵심 삼 단계’를 통과할 거야.
찾아내기, 막기, 대면하기.
첫째, 우리는 여러분의 개인적인 진을 찾아낼 거야.
둘째, 우리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상징적인 오트밀에 정신적으로 비유적인 ‘막‘을 치도록 도울 거야.
마지막으로, 우리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개인적인 진과 ‘대면하여 그 남자에게 또는 그 여자에게 여러분의 오트밀이 앞으로는 접근 금지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방법을 보여줄 거야. - P101

오, 이 사람아, 세상이 아빠한테 똥을 싸질렀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림없을 것이다. 절대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이 그가 스페인놈들한테 아내의 젖통을 조롱당하는 동네에 살 거라고 생각한다면, 가족에게 베이컨 기름 범벅인 빵을 먹게 하면서 그걸 ‘품팔이의 낙樂‘ 이라고 부를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들이 틀린 거다. - P115

그는 더 빨리 납땜을 했고, 이것이 그 책이 ‘힘의 충천‘ 이라고 부르는 현상이었다. 그 책은 ‘위대한 성공자‘들은 ‘힘의 충천‘에 ‘힘의 충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이어가려면 어떤 주어진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다고 느끼는 바로 그 일을 확신을 품고 기쁘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그는 깨달았다. 그가 지금 막 하려고 하는 일이다, 윙키를 쫓아내는 일! - P116

그는 힘이 세지도 않고 훌륭하지도 않고, 그저 다른 모두와 똑같을 뿐이었다. 아니 다른 모든 사람보다 약했다. 다른사람은 결혼을 하고 진짜 일자리를 갖는다, 다른 사람은 들러붙는 뚱뚱한 여동생과 살지 않는다. 그는 패배자이고 남은 인생 내내 패배할 거다, 한 번도 기회를 얻은 적이 없기 때문에, 나쁜 아빠와 나쁜 엄마와 나쁜 여동생이라는 저주를 받았기 때문에, 변하기에는 너무 약하고, 새로 출발하기에는 너무 약하기 때문에. 그녀에게 밀려 차 냄새가 나는 집안으로 들어갈 때 그의 상상 속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세월이 기쁨 없이 황량하게 펼쳐졌고, 가슴이 갑자기 분노로 미어졌다.
"닐-닐." 그녀가 말했다. "무슨 문제 있어?"
그는 그녀를 후려갈기고, 모욕을 주고, 정신 차리게 할 만한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계속 자기 방으로 움직이며, 나지막이 그녀에게 끔찍한 욕을 해댈 뿐이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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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하나 있어요. 돌아가신 분의 삶은 언젠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282

난 잠자코 고개만 끄덕였다. 어디선가 새 생명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날 때, 또 다른 누군가의 심장이 멎는다. 매일 반복되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이치가 묘하게 현실감을 가지고 가슴에 와 닿았다.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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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아버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를 인정하며 건넨 따듯한 말보다, 내게 했던 그 거친 쓴소리들을 얄궂게도 더 자주 떠올린다. 그렇게 듣기 싫던 말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나의 연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래서,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일까? 내까짓 게 계속 연주를 해도 되는 걸까.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보면, 마치 아버지가 어딘가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관객석 어딘가에 하얀 양복을 입고 까만 나비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날카롭지만 분명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백혜선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0305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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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벌판 너머 서쪽 하늘엔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붉은 벽돌은 노을빛과 어우러져 거대한 들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참으로 장엄한 광경이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50

단지 그녀는 세상에 벽돌을 남겼을 뿐이다. 그리고 그 벽돌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그림을 남겼을 뿐이다. 벽돌에 담긴 그림 속엔 장차 벽돌이 세상에 나가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기를 바라는 춘희의 간절한 바람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58

하지만 적어도 가장 소설답지 않은 스타일을 통해 소설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가장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텍스트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만큼은 부정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고래』는 서구 근대 장편소설이 제시한 리얼리즘과 그럴듯함verisimilitude의 형식과 기율에 상당 부분 부합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동서양 고금의 다양한 서사 텍스트의 스타일에 빚진 바가 많은, 역설과 혼합의 산물이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65

금복은 노파의 죽음과는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노파의 원령 또한 생전에 그토록 집착했던 돈 자체에 들러붙어 상속된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68

분명한 것은 그녀가 당시에 몰입하고 있었던 남성으로는 충족시키지 못하는 또다른 욕망의 대상에 눈을 돌리는, 즉 타자를 발견하는 순간 파국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69

그도 그럴 것이 금복은 자신의 믿음과는 무관하게 그때그때 동경했으나 손에 넣지 못했던 모든 대상 및 완전히 극복했다고 여겼던 죄의식의 원인 일체가 물질적으로 집약·구현된 고래극장을 건설하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길 만큼 부지불식간 자신의 과거에 구애되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72

그저 노파와 금복이 자신의 죄를 회피하려 한 것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온 것이며, 애꾸와 춘희 역시 우연찮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에 각자 운명처럼 받아들인 것뿐이다. 이 과정에 개인들의 의도는 개입되지 않으며 이에 따른 특정한 인과관계 역시 설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이 상속한 바로 이 일에만 구애되고 각각 꿀벌과 벽돌이라는 사물에 즉卽하면서 스스로 세속과 교유하지 않게 된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78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다시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공장을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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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는 현재로부터 과거로, 현실로부터 꿈으로,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이미 사라진 것으로, 사람들 간의 대화와 교통으로부터 혼자만의 고독한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278

그날 이후, 소녀를 지배한 건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그리고 인생의 절대 목표는 바로 그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거였다. 그녀가 좁은 산골마을을 떠난 것도, 부둣가 도시를 떠나 낙엽처럼 전국을 유랑했던 것도, 그리고 마침내 고래를 닮은 거대한 극장을 지은 것도, 모두가 어릴 때 겪은 엄마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고래에게 매료된 것은 단지 그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바닷가에서 물을 뿜는 푸른 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두려움 많았던 산골의 한 소녀는 끝없이 거대함에 매료되었으며, 큰 것을 빌려 작은 것을 이기려 했고, 빛나는 것을 통해 누추함을 극복하려 했으며, 광대한 바다에 뛰어듦으로써 답답한 산골마을을 잊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바라던 궁극, 즉 스스로 남자가 됨으로써 여자를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02

큰 물고기는 이미 산속에 떨어졌다. 종말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으며 저주는 그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전조는 남쪽에서 온 사내, 금복에게 먼저 찾아왔다. 금복은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 같았으나 곧 그것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드러났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26

무모한 열정과 정념, 어리석은 미혹과 무지, 믿기지 않는 행운과 오해, 끔찍한 살인과 유랑, 비천한 욕망과 증오, 기이한 변신과 모순, 숨가쁘게 굴곡졌던 영욕과 성쇠는 스크린이 불에 타 없어지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과 아이러니로 가득찬, 그 혹은 그녀의 거대한 삶과 함께 비눗방울처럼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36

그것은 토론의 법칙이었다. 지식인이란 부류는 대개 음험한 속셈을 감추고 있어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것은 한편으론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론 아무하고도 적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대화는 언제나 수박 겉핥기식일 수밖에 없었으며 약장수는 그 점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81

그간 춘희의 수형생활은 침묵과 망각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그녀는 사람들이 두려웠다. 그래서 언제나 사람들을 피해 구석자리를 찾아다녔다. 그동안 새순처럼 여리고 무구한 춘희의 감성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춘희는 자신의 상처를 어떤 뒤틀린 증오나 교묘한 복수심으로 바꿔내는 술책을 알지 못했다. 고통은 그저 고통일 뿐 다른 어떤 것으로도 환치되지 않았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고 그녀의 가슴 한가운데엔 고통이 화석처럼 굳게 자리를 잡았다. 그것이 춘희의 방식이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90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갑자기 그 놀라운 세계가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금복은 뭔가 속은 것처럼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오르가슴을 향해 솟아오르다 추락한 것 같은 허망함과 아쉬움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질 못했다. 그 순간 그녀는 방금 눈앞에서 펼쳐졌던 그 신기한 세계가 멈추지 않고 영원히 계속되길 간절히 원했다. 그리고 만일 누군가 그렇게 해줄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과 맞바꾸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84

노파는 겁에 질려 쳐다보는 춘희를 보고 썩은 이를 드러내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어서 두부를 받으라는 듯 눈짓을 했다. 춘희는 조심스럽게 손으로 두부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두부를 베어먹었다. 비릿한 콩냄새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노파는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표정으로 옆에서 춘희가 먹는 양을 지켜보다 어느샌가 함지를 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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