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는 기본적으로 남의 말을 잘 듣고 분석하는 사람이며 자기주장이 강해선 안 되고 언제나 더 나은 단어와 문장이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출판사에 완성 원고를 보내면 그저 잘 읽힌다는 한마디만 들었으면 좋겠는데, 묵묵부답일 경우도 많다. 그러다 어느 날 빨간 펜 자국이 가득한 교정지가 날아온다. 나 또 여기 오역을 했네, 실수했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그러고 집에 갔더니 부엌과 안방은 폭발 직전이다. - <오늘의 리듬>, 노지양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0365 - P23

물론 요즘 같은 세상에서 겸손이란 다른 꿍꿍이를 감춘 음흉한 태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겸손이 세계의 실체에 접근하는 가장 기초적인 기술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 김연수, 『시절 일기』 - <오늘의 리듬>, 노지양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0365 - P15

나는 작가가 되려는 나의 몸부림을 사치나 별난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내 일은 대개 돈이 되지 않았다.

§ 에이드리언 리치, 『분노와 애정』 - <오늘의 리듬>, 노지양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0365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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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무어Lorrie Moore의 최고 작품(이자 가장 저평가된 작품)인 반反소설 《애너그램Anagrams》에서 주인공 베나 카펜터는 말한다. "문학의 유효한 주제는 하나뿐이다. 인생이 당신을 실망시킬 것이라는 사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데이비드 실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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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body has a story and a history. Here I offer mine with a memoir of my body and my hunger. - P10

The story of my body is not a story of triumph. This is not a weight-loss memoir. There will be no picture of a thin version of me, my slender body emblazoned across this book’s cover, with me standing in one leg of my former, fatter self’s jeans. This is not a book that will offer motivation. I don’t have any powerful insight into what it takes to overcome an unruly body and unruly appetites. Mine is not a success story. Mine is, simply, a true story.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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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나는 답을 얻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뒤, 게센은 에큐멘의 일원이 될까요? 네. 수수께끼 같은 답도 아니고 애매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 답을 예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관찰로 받아들였다. 그 답이 옳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 예감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뚜렷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3

"음, 저희 대부분은 물어서는 안 될 질문이 무엇인지 배우기 위해 성채에 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답을 하는 자들이잖습니까!"
"저희가 왜 예언을 하는지 모르시겠습니까, 겐리?"
"네."
"잘못된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8

파세가 맑고 상냥하고 솔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에는 마치 1만 3천 년의 전통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주 오래되고 아주 잘 정립된 사고와 생활 방식이 담긴 시선으로, 아주 잘 확립되어 있고 총체적이며 통일성이 있기에 영원한 현재로부터 똑바로 당신을 바라보는 야생 동물, 거대하고 낯선 생물의 무아와 권위와 완벽함을 당신에게 전달해주는 시선으로.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8

숲 속에서 파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려지지 않은 것, 예견되지 않은 것, 증명되지 않은 것, 삶이란 바로 그런 것 위에 서 있습니다. 무지는 사고의 기반입니다. 입증되지 않은 것은 행동의 기반입니다. 만약 신이 없다고 증명된다면, 신도 없고 종교도 없을 것입니다. 한다라도 없고, 요메시도 없고, 화로신들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또한 신이 있다고 증명되면 신이 있어도 종교는 없게 됩니다……. 말해주십시오, 겐리.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무엇이 확실하며 무엇이 예견 가능하고 무엇을 피할 수 없습니까? 당신이 당신의 미래에 대해, 그리고 제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대답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겐리.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대답을 알고 있습니다……. 인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영원히 우리를 괴롭히는 불확실성,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무지’입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9

성의 주기는 평균 26~28일이다(그들은 달의 주기에 맞춰 대체로 26일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21일 또는 22일은 성이 잠재 상태인 ‘소메르’다. 18일째 되는 날에 뇌하수체의 작용으로 호르몬 변화가 시작되며, 22일 또는 23일째 되는 날 각자는 ‘케메르’, 즉 발정기에 들어간다. 케메르의 제1단계(카르히데에서는 ‘세헤르’라 부른다)에서 개인은 완전한 양성체지만 혼자 있으면 성과 성교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 제1단계 케메르의 게센인은 케메르 중인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으면 성적 결합을 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된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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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이름만은 있습니다. 게세렌, 그것이 제 이름입니다. 저는 제 불명예와 함께 그 이름을 이 화로에 저주로 남겨두고 떠나려 합니다. 저를 위해 그 이름을 간직해주십시오. 이제 저는 이름 없는 몸이 되어 죽음을 찾아가겠습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44

카르히데에서 화롯불은 몸이 아니라 정신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카르히데의 기계·산업적 발명 시대는 적어도 3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 3천 년 동안 이들은 증기와 전기 그리고 다른 원리를 이용한 매우 우수하고 경제적인 중앙난방 장치를 개발했다. 하지만 그것을 주택에 설치하진 않았다. 아마도 타고난 내한성을 잃을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따뜻한 텐트에 있던 북극 새가 풀려나면 발에 동상이 걸리듯 말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0

일반적으로 카르히데인들은 글을 별로 읽지 않으며, 뉴스와 문학 작품도 읽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 책과 영상 매체는 라디오만큼 보급되어 있지 않으며 신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0

옆으로 비켜서서 "겐리Genry 아이" 하고 불렀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Genly지만 카르히데인들은 L 발음을 하지 못해 Genry라고 발음한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2

나는 문득 지난 2년 동안 내게 조언을 해준 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 사람들은 내 질문들엔 대답해주었지만 솔직하게 조언을 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에스트라벤조차도.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4

아르가벤은 비록 제정신도 아니고 기민하지도 않았지만, 고차원적 시프그레소 관계의 성취와 유지만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고 살아온 사람들의 대화에 담긴 핑계와 도전, 교묘한 수사학적 표현에는 오랫동안 닳고 닳은 이였다. 나는 그들의 시프그레소 관계에 대해 전부 다 알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들 간의 경쟁적 권력 추구와 거기에서 비롯한 끊임없는 설전에 대해서까지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6

나는 전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카르히데어에는 ‘전쟁’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7

우리는 모두 똑같은 인간입니다, 폐하. 우리 모두, 전 우주의 인간들은 무한히 먼 과거에 헤인이라는 하나의 세계에서 퍼져나와 정착했습니다. 우리는 다양하지만 여전히 같은 화로의 아들인 것입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7

나는 좀 더 이야기를 끌어가며 에큐멘의 존재가 왕이나 카르히데의 시프그레소를 강화시키면 시켰지 위협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설명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헛수고였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8

"키메 출신 사람입니다. 여자입니다." 나는 게센인들이라면 케메르의 정점에 달한 사람에게나 썼을 법한 단어, 즉 동물의 암컷에 해당하는 존재를 표현하는 단어를 써야만 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8

"그렇다면 이 행성 밖의 모든 인간은 영원히 케메르 상태에 있단 말인가? 변태들 집단이란 말인가? 티베 경이 말한 대로군. 난 농담인 줄 알았지. 뭐,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아이 특사. 나는 우리가 그런 괴물 같은 종족들과 왜 교류를 해야만 하는지, 그걸 참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어. 물론 그대는 내게 그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리러 여기 왔겠지만."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59

"이것은 전파를 사용하지 않으며 그 어떤 형태의 에너지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작동하는 원리는 동시성 상수에 의한 것으로, 중력과 어느 정도 닮은 면이 있습니다……." 나는 이야기하는 상대가 나에 대한 모든 보고서를 읽고 내 설명에 진지하게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던 에스트라벤이 아니라 내 말을 지루해하는 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잊고 있었다. "앤서블이 하는 일은, 폐하, 두 지점에 동시에 메시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곳이 어디든 말입니다. 한 지점은 어느 정도 질량이 있는 행성에 고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다른 한쪽은 이동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곳이 그 다른 한쪽에 해당합니다. 저는 중심 행성인 헤인의 좌표를 설정해두었습니다. NAFAL* 우주선으로는 게센에서 헤인까지 가려면 67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제가 그 자판에 메시지를 쓰면 제가 글을 쓰는 동시에 헤인에서 수신을 하게 됩니다. 헤인의 스테빌들과 교신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십니까, 폐하?"
* Not As Fast As Light의 약자. ‘빛만큼 빠르지 않다’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아광속을 뜻한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60

이런 식이었다. 말했듯이 그는 달변인 데다가, 내게 시프그레소가 없다는 것을 알고 기회만 잡으면 조언을 해주려 안달이었다. 물론 ‘만일’ 또는 ‘혹시라도’라는 단서를 달아 조언이 아닌 척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72

나는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매번 약간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내가 받은 문화적 충격은 삶의 6분의 5를 남녀 양성을 가진 중성인으로 지내는 사람들 속에서 남성으로서 겪는 생물학적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72

이것은 논쟁할 여지가 없는 취향의 문제이다. 테라인들은 남보다 앞서가는 걸 진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늘 원년을 사는 겨울 행성 주민들에게는 진보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74

그 사람은 우리가 첫 번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꼼짝도 하지 않았으며 우리를 보지도 않았다. 이들은 한다라의 현존법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것은 감각의 수용과 자각을 극단으로 몰아 자아의 망각(자아의 확대?)에 이르는 일종의 몽환 상태(부정적인 경향이 있는 한다라 교인은 이를 반대로 비황홀경 상태라 불렀다)였다. 비록 기법상으로는 대부분의 신비주의와 정반대였지만, 그 역시 내적 존재의 체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신비주의적 수행법이었다. 하지만 한다라의 수행 방식을 딱히 뭐라고 정의할 순 없다. 고스는 주홍색 히에브를 걸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정지 동작을 풀고 우리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순간 나는 그에게 경외심을 느꼈다.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 자신만의 광채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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