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네가 사라졌을 때, 네 엄마는 이렇게 경고하더구나.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아는 건,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할 거라고.13쪽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143

나는 실제 외계인은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과 전혀 다를 것이라고 말해왔다. 외계인은 A) 우리를 죽이려거나 B) 우리가 사는 행성을 차지해 우리를 노예로 삼으려거나 C)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에서처럼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하려거나 D) 지구 여성과 섹스하려고 오지는 않을 것이다. 괜찮은 사람을 찾기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설마 데이트나 하려고 외계인이 수천 광년을 여행해서 오겠는가? 더구나 그들은 지구 여성이 아니라 멧돼지나 실난초, 심지어 에어컨에 오히려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다.223쪽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151

코니 윌리스는 진정한 소통이란 우격다짐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의 마음을 섬세하게 살펴야지만 성립될 수 있는 것임을 아주 영리하게 보여준다. 성공적인 소통이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강요해서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게 아니다. 먼저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살피고, 내 생각을 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함으로써 서로 원하는 바를 조율해나가는 것이다.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156

다 큰 딸이 정오까지 자고 있을 때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소리를 꽥 지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있다가 얼굴이 퉁퉁 부어 일어난 딸에게 무슨 고민이 있어서 밤잠을 못 이뤘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소통 방법일지도 모른다. 나는 딸과 무수한 고함지르기 시합을 벌인 끝에 간신히 이 방법을 터득했다. 이제 딸과 나의 사이는 그럭저럭 평화롭다.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157

용감하고 영리한 젊은 여주인공이 삶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다들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일에서 기필코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8쪽
 
작가 P. D.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91

겐리는 남성이지만 그와 일종의 동지가 된 에스트라벤은 성이 모호하다. 이 게센인들은 모두 남성과 여성 둘 다 가지고 태어나 평소엔 중성으로 살다가 한 달에 며칠 동안 케메르(발정기 비슷한 것이다)가 찾아오면 그때그때 상황과 자신의 선택에 따라 남성이나 여성으로 변해 성교를 치른다. 이곳 사람들은 남자도, 여자도 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출산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 경력 단절이라는 용어 자체도 없다. 모두 평등하게 출산의 의무를 짊어진다.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101

그러나 우리의 몸과 의식에 자동 저장된 그 프로그램을 삭제할 때만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설과 삶을 통해 내가 본 그 모습은 생각보다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이것만큼은 믿어도 좋다.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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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와 비교되는 또 한 명의 인물은 아테네 귀족 출신 투키디데스다. 그는 외국인이었던 헤로도토스에 비해 아테네인이고, 그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헤로도토스의 책이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데 비해 엄밀한 필체를 사용해 역사가들에게 칭송받는다. 이 책도 본래의 이름이 《히스토리아》였지만 앞의 책과 구별하기 위해 전쟁사가 되었듯이 진짜 전쟁 이야기만 온전히 말하고 있다. - <인생 전략을 위한 전쟁 이야기>, 안계환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09288 - P5

이 책에 관련한 유명 단어가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다. 기존 패권자가 있는 상태에서 신흥국이 등장했을 때 두 세력 간에는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페르시아가 그리스로 쳐들어왔을 때에는 스파르타 중심의 그리스 연합이 있었지만 이후 아테네가 델로스 동맹의 맹주가 되었고 신흥 패권자가 되었다. 결국 구세력 스파르타와 신흥국 아테네는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되었다. - <인생 전략을 위한 전쟁 이야기>, 안계환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09288 - P6

경영학 용어의 상당수가 전쟁에서 왔듯이 전쟁 사례는 조직 경영과 관련성이 높다. 전략, 혁신, 마케팅, 물류, 인사 조직 등등 모두 군대에서부터 시작해 현대의 기업에 적용되었다. 전쟁의 승리법과 기업 경영의 성공법이 다르지 않다. - <인생 전략을 위한 전쟁 이야기>, 안계환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09288 - P8

내 땅의 전쟁은 참혹하지만 과거에 일어난 전쟁 이야기는 재미있다. 여기에 경영에서도 개인의 인생 전략에서도 쓰일 만한 교훈이 있다. 가볍게 읽고 다른 이에게 전달할 기회가 있다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의 하나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인생 전략을 위한 전쟁 이야기>, 안계환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09288 - P9

보병, 기병, 발사병 이들 세 병종은 가위바위보같이 물고 물리는 관계였다. 창을 든 보병은 말을 타고 전진하는 기병에 강했다. 기병은 발사병을 공격할 수 있었으며 발사병은 보병을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었다. - <인생 전략을 위한 전쟁 이야기>, 안계환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09288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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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죽으면 어디에 묻혀 있는지가 중요할까? 더러운 구정물 웅덩이든, 높은 언덕 꼭대기의 대리석 탑이든 그게 중요한 문제일까? 당신이 죽어 깊은 잠에 들게 되었을 때, 그러한 일에는 신경쓰지 않게 된다. 기름과 물은 당신에게 있어 바람이나 공기와 같다. 죽어버린 방식이나 쓰러진 곳의 비천함에는 신경쓰지 않고 당신은 깊은 잠에 들게 되는 것뿐이다.

-알라딘 eBook <빅 슬립 (필립 말로 시리즈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중에서 - P5

10월 중순 오전 열한시경이었다. 햇빛은 비치지 않았고 선명하게 드러난 산기슭에는 거센 비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나는 진한 청색 와이셔츠와 넥타이에 담청색 양복을 입고 장식용 손수건을 꽂았으며 검은 단화와 짙푸른 실로 수놓은 검정색 모직 양말을 신고 있었다. 단정하고 깨끗하고 말끔히 면도도 한 데다 머리도 맑았지만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립탐정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사백만 달러짜리를 방문하러 가는 길이었다.

-알라딘 eBook <빅 슬립 (필립 말로 시리즈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중에서 - P6

스무 살 가량 되어 보이는 여자로 작고 섬세한 체격이었지만 튼튼해보였다. 연푸른빛 바지가 잘 어울렸다. 여자는 마치 떠다니는 것처럼 걸었다. 멋진 황갈색 곱슬머리는 요새 유행하고 있는, 머리 끝을 안으로 마는 페이지보이 스타일보다 훨씬 짧게 손질되어 있었다. 눈은 석판과 같은 짙은 회색으로, 나를 바라볼 때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녀가 내게 다가와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자 신선한 오렌지 껍질 속처럼 하얗고 도자기처럼 광택이 나며 육식동물을 닮은 작고 뾰족한 이가 드러났다. 이는 얇고 지나치게 팽팽한 입술 속에서 반짝였다. 여자의 얼굴엔 혈색이라고는 없었고 지나치게 건강해 보이지도 않았다.

-알라딘 eBook <빅 슬립 (필립 말로 시리즈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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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다정하고 살뜰한 양육자였느냐면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할머니에게 받은 가장 큰 유산, 지금도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유산은, 할머니가 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시기 전에 명주로 곱게 싸서 큰손녀인 내게만 물려주신 은수저 한 쌍이 아니라, 바로 이야기들이다.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6

나는 스스로의 적성과 취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성적에 맞추어, 그리고 어릴 때 본 인도 영화 『신상』에 나온 코끼리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선택한 인도어과가 나랑 너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나 재수를 할 용기도 돈도 없었던 나는 술·연애·독서라는 치명적인 조합에 몰두하며 대학 생활을 보냈다. 그때 나의 유일한 야심은 졸업 전까지 천 권의 책을 읽는 것이었지만 결국 675권을 읽고 세상으로 나가야 했다.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8

그래서 《밤의 동물원》 속 조앤의 선택은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평범하고 이기적인 인간이었던 조앤은 케일린을 짜증스럽게 여기고, 마거릿을 부담스러워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진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사력을 다해 모두를 지켜냈다.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130

다시 메이 엄마의 말을 생각한다. 너는 인생의 구경꾼이 되어버렸다는 그 말은 실로 옳다. 어떤 노동의 외주화는 결국 경험의 외주화로 이어진다. 한 번뿐인 인생을 오로지 돈과 효율에 중점을 둔 일로만 채우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자신을, 타인을 소외시키게 된다. - <소설의 쓸모>,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7163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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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 걸로 하겠다"는 장그래의 가치관은 따져보면 모든 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잔혹한 논리이고 절대로 사회적으로 찬양되어서는 안 될 위험한 이데올로기다(누가 좋아할 논리겠는가). 그러나 저 말은 온몸을 내던지며 사회의 장벽에 맞서 싸워온 이가 자기 자신을 추스리며 했던 다짐이기에 정서적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45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재능이 적재적소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주의만 해도 먼저 자리를 차지한 이들의 탐욕과 벽 쌓기로 인하여 실현하기 어려운데, 맞춰야 할 과녁조차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인간의 능력들 중 상당수가 기계에 의해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2

부와 권력이 극소수에게 집중되고 인구의 대부분이 잉여인력으로 전락하게 되면 자본주의도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 노동자는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하다. 노동자에게 구매력이 없으면 첨단 기업이 무엇을 생산해도 소비될 수 있는 시장이 없게 된다.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생산성 경쟁이 인간을 생산과 소득에서 축출하여 결국 시장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는 딜레마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3

결국 1인 1표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자기파괴적인 자본주의의 폭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인지 모른다. 우리 중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쓸모없는 노동력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미래에 보통선거 원칙이 우리의 미래를 공동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밑천일 수 있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3

상상하는 김에 아예 더 미래로 가보면, 복지 서비스, 정서적 서비스, 문화 서비스 분야에서 타인의 행복을 창출할 경우 뇌과학적인 방법으로 자동 측정하여 그것이 새로운 화폐가 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행복 자체가 가치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남을 한 번 활짝 웃게 한 선행으로 획득한 행복 화폐로 아이스크림 한 통을 구매한다. 정부를 통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교환가능한 것이다. 뭐, 보통 이런 공상은 SF영화에서 이상한 부작용으로 이어져 재앙이 되곤 하지만 상상은 자유니까.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6

유토피아는 믿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뿔뿔이 흩어진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가만히만 있다보면, 상상보다 훨씬 나빠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스스로 공동구매하지 않으면 강제배급받게 될 테니 말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7

불편하다는 이유로 실재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5

인류는 자연 상태의 폭력성을 문명화 과정을 통해 극복하여 현대적인 평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옳고 그른 것이 아니다. 옳고 그른 것의 기준은 지금의 발전한 문명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에 따라 옳은 것은 더욱 북돋우고 그릇된 것은 제어해야 한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3

상대를 몰살시키는 전쟁이 아닌 이상 중간에서 타협하는 게 현실적이다. 당파적 진영 논리는 이런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생략하려는 게으름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5

문제의 다층적인 구조를 직시하자고 하면 대뜸 비겁한 양비론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양비론 아니라 삼비론 사비론이더라도 맞는 건 맞는 거고 아닌 건 아닌 거다. 재판도 양비론이다. 손해배상 책임을 정할 때 피해자측의 과실도 참작한다. 책임의 비율을 달리할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어느 한쪽만이 전적으로 옳고 전적으로 틀린 경우는 없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5

아름다운 윤리와 당위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인간의 이기심,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일단 인정하고 그걸 출발점으로 타협할 지점을 찾는 냉정함이 현실적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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