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이 함께 보는 것은 그게 제아무리 괴기한 것이라고 해도 우리를 미치게 만들지는 않아. 하지만 혼자서 새벽 두시의 국도를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 앉아 있다면 바라본 게 그저 평범한 벚나무일지라도 미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런 거야."-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21
기차 안에서 정민은 어느 길의 풍경에 대해 얘기했다. 어느 봄날 밤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삼촌이 『희랍인 조르바』를 읽고 있던 정민의 방문 앞에 와서 자느냐고 물었다. 문을 열었더니 환한 보름달을 등에 지고 삼촌이 서 있었다.-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8
백자는 역한 풀냄새가 심하게 나는 이백원짜리 담배였다. 우리는 계단에 나란히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정민은 담배연기를 삼키지 않고 그저 입안에 머금고 있다가 다시 뱉었기 때문에 연기 색깔이 파랬다. 나의 담배연기는 하얀 새처럼, 정민의 담배연기는 파란 새처럼 허공으로 솟구쳤다.-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5
그중의 하나가 바로 남양군도에서 돌아온 할아버지의 입체 누드사진이었다. 내가 불구덩이에 손을 넣어 꺼낸 그 사진은 고향집 내 책상 두번째 서랍 속에 감춰져 있었다.-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