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혁명
최제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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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생일(生日)만 알면

자신의 길흉(吉凶)을 알고 대비할 수 있게 만든 최초의 사주 책이다.

 

믿고 싶은 마음이 커서 믿었다!

 

그러나 이 책은 400페이지에 이르는 그 분량에서 말해주듯이, 초보자가 한번 읽고 사주 통달할 수 있는 책은 결단코 아니다. 아는 것을 다 말해 주고 싶다!’란 저자의 의지가 그대로 탄탄하고 촘촘하게 표현되니 마치 교재처럼 충실한 책이다.

 

애초에 사주팔자도 모르고 점을 보러 간 적도 없고 존경하는 공자가 이음 가죽끈이 닳도록 읽었다는 주역읽기에 실패한 후로는, 사주나 역술에 관한 이해 가능성을 스스로 버린 지 함참이었다.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사주혁명]이란 책을 읽자한 이유는, 어머니가 평생교육원에서 <사주명리학> 수업을 듣고 오신 것이 계기가 되었다. 초보이긴 마찬가지이나, 그래도 수업을 들은 이와의 차이는 분명한 법이다. 도무지 대화상대가 되어 드리지 못하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평생을 관심 없이 기초지식 없이 살아 온 분야에 선뜻 손이 가진 않았는데, 위의 저 자신만만한 문구 때문에 눈이 멀어 두꺼운 책 분량은 잠시 못 알아차리고 눈누난나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 일단 용어가 전근대스럽진 않다. 예를 들면,

 

이 세상 모든 사주에는 알레르기(ALLERGIE)가 존재한다.


사주의 알레르기란 삶의 길흉(吉凶)을 나타내며 이를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삶의 방패와 무기가 될 수 있다.


삶의 알레르기(ALLERGIE)를 안다는 것은 삶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삶의 혁명이다.


사주명리의 최대 변수는 알레르기(ALLERGIE)에 있고 알레르기(ALLERGIE)는 창조를 동반한 가장 강력한 변화현상이다.


일생일대의 사건 사고를 만드는 원인은 바로 알레르기(ALLERGIE)인 합충(合沖)변화에서 발생된다.

 

이런 식으로.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쉽기만 할 수는 없는 법,

 

우리가 사주명리란 학문을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음양오행의 원리와 동양사상의 공통분모인 중용의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10

 

그렇다, 음양오행의 원리와 중용 정도는 그 이치를 깨달아야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사주명리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책을 팍! 덮을 수만은 없는 것이고, 일단 현대어(?!)’로 써졌으니 끝까지 읽어나 본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마치 교재와 같은 무게감을 가진 대중서라서 한번 읽고 이해하는 만큼 배우고, 다시 또 반복해서 익다 보면 이해가 넓어질 터이다.

 

저자가 강조하고 내가 따라갈 수 있었던 부분을 발췌해 보았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것은 균형, 조화, 항상성이다. 이것이 바로 사주명리의 근본 원리이며 이것을 모르면 사주명리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다.(......) 조화는 균형이고 균형은 음양오행과 상극제화에 의해 생성되고 유지된다. 사주명리는 음양오행의 학문이다. 13


음양오행은 자연과 인간을 조화롭게 하고 인간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게 천명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22


사주의 지향 점은 균형이다. 사주가 균형인 이유를 모르면 사주의 깨달음은 절대 얻을 수 없다. 22


음양오행은 기의 학문이다. 기의 역할과 작용, 순환과정을 해석하는 학문이다. 기란 일종의 에너지로 보이지 않지만 명확히 살아 있는 존재이다. 가장 대표적인 에너지가 생각이다. 22


곧 사주팔자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노력과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서 미래가 바뀌는 것이다.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는 행운이고 자동차는 사주팔자라고 이해하면 된다. 126-127


운은 공간과 시간이 만나 발생하는 타이밍의 미학이다. 한겨울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싹이 나올 수 없고(시간의 한계) 사막 한가운데서는 무엇을 심어도 싹은 나오지 않는다. (공간의 한계) 그러나 실제 모든 사주의 알레르기는 공간과 시간이 만나 발생한다. 127


사주와 운은 운명을 결정하는 양대 요소이다. 사주해석의 진정한 고수는 운과 사주원국의 변화를 기의 흐름으로 이해하면서 운의 동태를 입체적으로 살필 줄 아는 것이다. 132


사주의 알레르기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미리 보고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44


시간+공간_생명호흡 = 사주팔자(......) 사주팔자의 어원은 연월일시를 나타내는 네 개의 기둥이 음양으로 나누어져서 천간지지로 구분하여 여덟 개의 오행으로 변환된 상태를 말한다. 392-393

 

너무나 아쉽게도 나는 이 책을 일독하는 것으로써는 어머니의 대화상대가 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대충 역학관계는 알 듯하다. 세상 이치란 다 그렇게 비슷비슷한 것인지, 고층 아파트 사는 김에 계단걷기만 해도 지금보단 건강 상태가 훨씬 좋아질 것이란 친구의 충고를 따르지 않는 것처럼, 간단한 공식을 익히고 예전보다는 좀 더 여유 있게 액운 사이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친절한 안내서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일은 아마 다른 일일 것이다. 나처럼 이해가 부족한 독자가 절망하지 않도록 상냥한 저자는 친절한 멘트를 마지막에 남겨 두었다. 이 또한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드물게 실천하는 진리로 들린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를 생각하지 말고 나는 오늘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하면 될까를 생각하세요. 400


찬찬히 다시 여러 번 읽어볼 일이다.

그럴만큼 충실한 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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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문의 비극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5
고사카이 후보쿠 외 지음, 엄인경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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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아무나 읽어도 다 좋아할만한 추리소설은 흔치 않다개인적 판단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어느 가문의 비극]은 누구에게라도 위험 부담 없이 권해볼만한 작품이다. 적절한 트릭과 서사가 배치된 구성이 아주 영리하게 이야기의 균형을 잘 잡아 주어서 읽다보면 어느새 끝이 나는 마지막 장이 섭섭하기 그지없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결말은 비극이다. 안타깝지만 적절한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없었던 사연들과 멈출 수 있었지만 불가항력으로 작동했던 인간의 탐욕이 마구 뒤섞여 도달한 비극. 얽히고설킨 죄악도 진실도 결국엔 드러나는 법이고 그렇게 또다른 이 세상의 비극들이 전시된다.

 

어느 시대가 그런 어두운 장면들이 있지만, 특히 그 시대 쇼와 시대의 억지 자백이 당연시 되었던 시대에서, 불합리한 그 구조를 뚫고 이성적인 증거주의자,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경찰이 등장한다. 기가 막히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당사자의 편에서 누구도 관심과 동정을 기울이지 않는 죽음을 해결하기고 한 그 용기가 쪼잔한 기성세대로서 자잘하게 살아가는 독자인 나로서는 감동적이다.

 

특권과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고

안일과 나태의 음탕함을 다 하던 오랜 세월이

이렇게 무서운 유혈 사건을 낳아버린 것입니다.

그것이 다카기 일족과 같은 사람들을 만들어낸 근본적 원인이 되었지요.

 

한 개인의 잔인함과 변태적 기지도 두려운 일이지만, 집중된 힘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집단적 잔인함은 한 여름의 열기 속에서도 가히 몸서리쳐지게 섬뜩한 일이다.

 

과연 그 시대만의 특수한 일이었는지, 오늘날엔 이런 종류의 잔인한 폭력과 범죄가 없는지 잠시 생각에 뜸을 들이다보면, 그야말로 사는 일이 두렵기만 하다.

 

가가미와 같은 용기 있는 사람이, 억울한 이의 희망이, 위안이 되지 못하는 나는 경외와 경애의 마음만을 보태면서 이 글을 읽었다.

 

조금만 덜 힘든 세상, 더 친절한 세상을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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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의 섬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4
에도가와 란포 지음, 채숙향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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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키야 세이이치로가 무슨 이유로 앞으로 써나갈 무서운 악행을 결심했는지, 그 동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또 설령 안다고 해도 이 이야기와는 별 관계가 없다.(...)

어쩌면 그는 선천적인 악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여름이면 언제나 파블로프의 개처럼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주변에도 올 여름을 위한 추리소설들 권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얼마 전 태풍이 올라오던 날, 습기에 못 이겨 에어컨을 켜고 [도플갱어의 섬]을 읽다가 목덜미가 서늘해지고 오한이 드는 여름 밤 추리소설의 위력을 간만에 제대로 실감했다.

 

추리소설의 전개 장르와 형식이 워낙 다양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읽는 재미와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긴 하지만, 치밀하고 과학적인 추리 전개 방식을 가진 탐정이 한 축에 있고, 그와 대조되는 기괴하고도 변태적이고 큰 슬픔이 깔려 있으면서도 지능과 기지가 남다른 범인이 있다면, 가히 태풍에 버금가는 오싹함을 느끼는데 부족하지 않다.

 

특히 최근 기억에 이 4편에 버금가는 작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걸 보니, 가능하면 많은 독자들이 이 각각의 단편이 뿜어내는 인간에 대한 폭로와 추리 대결의 열기를 놓치지 말고 올 여름에 만끽하길 권하고 싶다. 트릭과 반전이 겹치고 교차하여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끝을 놓칠지도 모르는 이 즐거운 게임에 흥미가 있는 독자라면 말이다.

 

그에 더해 현실은 늘 찐 고구마 백 개라도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열린 결말 따위의 혼란이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그야말로 통쾌상쾌유쾌명쾌의 사건해결을 보여준다.

 

그렇게 여름의 더위를 란포 소설의 열기로 몰아내다 보면,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올 것이고, 그때서야 독자들은 그 시원함말고도 란포가 얘기하고자했던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사색하는 선물 같은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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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나는 공자랑 논다
조희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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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대는 흔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렸을 적 동몽선습이나 천자문을 배우는 기회가 있던 시기였다. 취학 전 큰 소리로 따라 읽은 동몽선습은 취학 후 전혀 다른 형식과 내용의 교육을 받으면서 곧 그 내용을 잊어버렸고, 천자문은 천지현황부터 아리송하기 시작해서(하늘이 왜 검다는 거지?) 책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된 주제를 파악하기가 난해한 책이었고, 서너 번 시도는 했으나 결국 천자를 다 알기 전에 완전히 포기하곤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 후로도 가끔 접하게 되는 고전에서 ’, ‘이데올로기가 너무 강조되는 내용들은 드러내지는 못해도 마음에서 본질적으로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결과를 양산해서, 어릴 적 고전에 대한 경험과 인상이 그다지 유쾌하거나 유익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다 시기가 늦어진 것이 후회가 될 만큼 고전의 매력과 가르침에 대해 감탄하고 존경하게 된 시기는 대학원 시절, 문사철 친구들과 함께 한 고전읽기 모임에서였다. 공자가 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이라는 것은 정보로서만 알고 있었지만, 성인들의 가르침과 관련 서적들이 종교로 믿는 마음이 강한 경우가 아니라면, 현실에서 상식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그다지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란 생각에 내게는 권위가 없었다.

그런데, <논어>는 전혀 다른 분류의 서적이었다. 문장이 단아하고 깔끔하고 가르침이 담백한 것은 저자 공자를 닮은 점일 것이다. 그러나 그 가르침의 내용과 깊이는 촌철살인에 잘 어울리는 통찰과 결기를 담고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놀라고 감동하고 존경하게 되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에 <논어>는 읽어 보면 참 좋을 것이라고 소심한 추천을 건네곤 했다.

 

다른 고전은 결과적으로 실패인 듯하다. <맹자>는 결국 끝까지 읽지 못했고, <주역>은 이해가 불가능했다. 내 개인의 역량이고, 혹시 세월이 더 지나면 언젠가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논어>에 한한 한, 내 애정은 변함없거나 더 늘어날 것이고, 추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좋은 것은 일찍 접할수록, 널리 알리고 나눌수록 더 좋으니, 우리 집 꼬맹이들에게도 권해 보았다. 중국어회화는 재밌어 해도 한자는 피카소보다 더 어려워하니, 한자가 없는 <논어> 소문을 듣고 그 시작으로 삼았다. 그런 중에도 글쓰는 것, 필사는 좋아라 하니 필사도 가능한 한글로 따라 읽고 쓸 수 있는 책이라 딱 적합했다.

 

위대한 사람이 되라고 스스로의 열등감을 후벼 파는 것도 아니고,

고루한 훈육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과 제자란 어떻게 서로 존중해야 하는지,

즐겁게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처지에 맞는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당장은 현실적 도움을 찾진 못해도 마음속에 보석처럼 빛날 감동을 받을 수도 있는 그런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단기성과, 혹은 어떤 분야든 소위 한방이 인생을 결정하는 극단적 시험/결과/성과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2,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르침들이 전해 내려올 수 있었는지, 어떻게 끝없이 감동을 줄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경외와 경애의 마음으로 느껴 가면 좋겠다.

 

아이들이 따라 쓰는 옆에 앉아 있다 보니, 다시 <논어>의 원문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는 나도 필사의 대열에 합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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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 안의 소녀 소설의 첫 만남 15
김초엽 지음, 근하 그림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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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주관하는 <2019년 책 한 권도 안 읽은 사람 100인에 선정> 되어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선정 과정이 끝날 때까지 알지 못했고, 책 계속 읽은 가족 구성원이 대리 신청해 주어 선정되는 상상할 수 없는 이벤트 당첨자가 되었다. 기한 내에 읽고 리뷰를 올리지 않으면 도서 반환을 해야 한다고 해서 뭐라도 써보기로 하였다.


음... 일단 제목이 무지하게 낯설고 책을 거의 읽지 않지만 그래도 내 취향이 아닐거란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88페이지 얇은 책을 중반까지 좀비처럼 책장을 넘겼다. SF... 나노기술, 입자알레르기, 기상통제... 어쩌지... 그래도 동정받는건 싫다고 확실히 말하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다. 남들은 다 혜택을 받는 기술인데, 혼자 앓는 병은 병증보다 마음이 몹시 외로울 것 같았다. 그렇게 다 읽고 나니 주인공 얘기를 끝까지 들어준 것같아 속이 시원했다.

2019년 한 권 읽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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