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밀한 사이
케이티 기타무라 지음, 백지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친밀한 관계들*은 위태롭고 위험하다. * 원제 Intimacies 이제 4월인데... 해양 온도가 후텁지근하게 느껴졌다. 다가올 여름이 너무나 두렵다. 반갑지 않은 열기를 잠시 잊게 해줄 그런 서늘한 작품일거란 기대.

“나는 생각했다- 집에 가고 싶다. 집처럼 느껴지는 곳에 있고 싶다. 그게 어디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집이란 짐이나 보관하고 잠이나 좀 자는 장소로 여기며 살던 시절, 누가 질문했는지 기억은 정확치 않지만, 대답은 지금도 같다. “제일 좋아하는 여행은 한 장소에 도착한 후 동네 사람들과 일상적인 산책을 하며 가능한 오래 머물기.”
그러니까 나는 익숙한 모든 것에서 멀어지는 낯선 방식을 좋아라 선택하지만, 관광객이나 방문객이라는 낯선 존재에서 조금이라도 더 친숙하고 일상적인 존재로 얼른 친숙해지고 싶은, 짧은 주기로 진동하는 이율배반적 존재였다.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버거운 책임에 더해, 복잡하고 모순적인 제 본성에 휘둘려야하는 쉽지 않은 인간의 삶, 한 존재 안에서도 관계 사이에서도 함정처럼 도사린 수많은 균열들, 그 틈은 때론 노력을 무용하게 만들고, 때론 훌쩍 뛰어넘었단 착각으로 모든 것을 위태롭게도 만든다.
끝까지 이름을 알 수 없어서 읽는 내내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든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언어의 간극을 메우는 통역사인 것은 기막히게 적확한 상징 같다. 의사소통행위의 핵심이 언어라고 여기는 내게는 더욱 관심이 가는 설정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우리는 잊어야만 하고 실제로 잊는다. 알지만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더구나 언어는 의식 자체이며 의식을 만들고 변화시키고 고정시키기는 강력한 인지 도구이다. 세상을 파악하고 반응하는 방식이 감정이라고 생각하므로, 언어의 다름, 모호함, 간극은. 살며 느끼는 종합적인 감정적 어려움에 대한 실마리처럼 들린다.
‘물증’이 있는 사건조차, 진술과 행위로서 모두 설명될 수 없는, 복잡성을 가지지 마련인데, 각자의 사정과 고통은 얼마나 오래 반복되는 부족과 결여의 복잡성을 지닐까. 이런 면들로 인해, 최선의 최선조차 때론 서글프고 적막하다.
그래서 있지 않은, 장담할 수 없는, 보장 받지 못하는, 안전과 안정을 조바심을 내며 바라는 것일 테지. 친밀한 모든 것이 애달프다. 시간이 지나 낯선 곳에서 문득 잠이 깬 어느 새벽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모든 확실성은 예고 없이 무너질 수 있다. 아무도 또 아무것도 이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