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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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만들고 싶다. 그중에서도 한국 책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에세이가 읽히지 않아 속상한 시간이 길었는데, 내가 늘 선망하는 색감과 탄성의 에너지를 가진 분의 글을 만나 병(?)이 나았다. 뵌 적도 없고 글을 읽는 것도 처음인데, 글의 분위기와 꼭 닮았을 듯해서 내 멋대로 친밀감도 커진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세상은 그래서 깊어지고 따뜻해질 것이다.”

 

을 좋아하는 이들을 좋아한다. 종이에 적힌 글자를 읽고 울고 웃고 설레고 삶이 바뀌기조차 하니, 함께 책을 읽는 이들도 좋아하고 책을 만드는 분들을 흠모한다. ‘을 통해 만난 거의 모든 이들이 다정하고 선량해서, 지나친 오지랖을 부리며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살아남을지 걱정을 하기도 했다.

 

진심에 진심으로 동해주는 사람들은 대체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니까.”

 

짧고 단단한 문장의 힘이 목소리로 외모로 느껴지는, 말 그대로 읽는 것만으로 나도 씩씩해지는 글이다. 내가 모르던 세상의 풍경이 이렇게 멋진 이들로 채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라서, 대책 없이 행복한 기분이 든다. 한 여름의 추리 미스터리 신간보다 더 반갑고 재밌게 읽었다.

 

책과 관련된 모든 일은 이렇게나 설레는 마음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킨다.”

 

그리고 책방이나 북카페나 그런 노후를 그만 꿈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창업과 운영의 어려움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해본 게 아니라서, 상세한 수고까지는 알 수 없었다. 이 에세이는 책에 대한 사랑과 즐거움에 몹시 설레게 하지만, 솔직한 기록 자체로 만난 현실에 나는 스스로 혼이 난다.

 

인생에서 큰 결심을 한 사람에게는 걱정보다 응원이 필요하다.”

 

담대함이나 행동력이 워낙 부족하다는 자각은 있으니, 시기와 질투와 좌절과 절망 대신, 쉬어가며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아까워하며 계속 읽게 된다. 어떤 일화는 동화 같기도 하지만, 이런 시대에 종이책을 좋아하고 만들고 쓰고 사고 읽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현실은 늘 판타지 같았다.

 

나에게 좋은 책이란, 읽고 나서 행동하게 하는 책이다.”

 

유쾌하고 멋진 이야기를 자꾸 훌쩍 거리며 읽었다. 있는 힘껏 진심으로 전력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어느 아름다운 세계가 끝을 모르고 커질 수 있도록 용기를 내는 누군가를 응원하겠다는 저자의 선명한 고백이, 여전한 기도처럼, 이미 실현된 빛나는 현실처럼 벅차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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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나에어로빅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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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향...? 된장 맛...? 이 나는 커피... 입맛 탓인지 재품 탓인지 모르겠네... 취향이 아닐 수도... 평생 마신 커피 중 이렇게 거북한 향과 맛은 처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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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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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가 아니라, 과학책의 역사! 소재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전공을 제외한 과학 분야는 모두 글 잘 쓰는 과학자들의 대중과학서로 배우는 중이라서, 속속들이 기대되는 책!

 

과학 저술의 변천사를 시대별로 따라가 보면, 책을 누가,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지와 과학책의 특성이 함께 맞물려 변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90년대 과학전공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교양과목은 많지 않았다. 운 좋게도 과학사와 과학철학 교양 수업은 아주 재미있었다. 수학어로 도출된 답의 물리학적 의미를 파악하는 공부만 하던 때에, 소재가 과학이긴 하지만, 철학과 역사 강의는 한국어(?)를 잊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실험물리학을 전공한 저자의 책이 그 추억을 능가하는 감탄과 재미를 준다. 과학책 박물관의 전시 도록처럼 아름다운 구성은 페이지를 넘기는 기쁨을, 흥미로운 관련 일화들은 읽는 즐거움을 끝까지 지속시킨다. 과학의 역사, 과학책의 역사, 과학자들의 이야기 모두를 재밌게 읽고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무엇부터 기록이고 문자이며 과학인가란 질문에 독자 나름의 기준을 고민해볼 수도 있다. (발견된)최초의 숫자 표시, 문자, 기록 방식, 기하학과 수학, 무엇보다 수많은 사본으로 전해지는 지식 내용의 변화와 오류 가능성, 필사의 방식이 가진 내용 변질의 문제, 논문과 저술과 정전 등 다양한 전승 방식들. ‘과학책이란 무엇인가 막연한 정의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바꾸어준다.



 

간략한 연도와 발명 기술의 조합이 아니라, 해당 기술이 가져온 과학과 과학책과 시대의 변화를 부드럽게 연계하는 방식이 이해와 기억 모두에 도움이 된다. 지도와 발명, 암호와 회화기법, 백과사전식 집필, 세계지도, 우아한 컬러 삽화들, 수작업으로 채색된 판화 예술, 강의록 형식, 사진의 활용 등. 과학책들은 예술 작품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정성스럽다.

 

대중 과학 장르는 크게 번성해서 해마다 수백 권의 과학책이 출간되고 있다.”



 

전공이기도 했지만, 평생 여러 분야의 과학을 좋아하고 대중과학서를 즐겁게 읽는 독자로서 호사스럽고 행복한 독서를 누릴 수 있었다. 무더위도 잠시 잊을 만큼 즐거웠다. 그러니 #강추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다 읽은 책을 덮고 나니, 이 책을 가이드 삼아 과학책의 역사란 주제의 책장을 새로 만들고 싶다. 등장한 모든 책을 읽게 되진 않겠지만, 관심이 더 커진, 전에 읽었으나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사람들이 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도록 독려해야 하며, 일부 정치적 신념과 손잡은 반과학적 관점을 물리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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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
엘리스 피터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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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는 것이라곤 지금 자신이 뭔가 새롭고 중대한 일, 또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열린 문 앞에 서 있다는 것뿐이었다.”

 

완벽하지 않아서 정감 가는 주인공 캐드펠 수사에 집중해서 읽을 한 권이 시리즈 마지막이라서 섭섭함이 덜하다. 엘리스 피터스 작가의 이야기를 오래 좋아했는데 시리즈가 끝나니 생각보다 허전하다. 주인공 이야기라서 다른 방식의 서사는 아니고, 이전 작품들처럼 추리를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무기를 가진 이들은 어르신의 일행뿐이었습니다.”

 

20세기 초가 배경이라고 해도, 살아가는 어려움과 갈등은 놀랄 만큼 유사한 면면이 있다. 그래서 캐드펠이 수사로서 살아가기로 결정하고 단단해지는 서사가, 오늘날의 자유와 평화와 신념과 생존과 사랑을 환기키시며 곱씹게 만들어준다.

 

옛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의 짧지만 진정한 열정이 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며 살아온 세월에 따끔한 통증을 안겼다.”

 

어떤 조건이라도 여전히 사람들의 좋은 면을 열심히 보는 이들이 있고, 때론 그런 이들이 누군가를 구원하기도 한다. 영국적인 냉소와 현실적인 기대수준도 길게 보면 오래 가는 힘이 된다. 분노하게 하는 비극과 잔인함이 없는 작품이라서, 마지막 이야기도 차분하게 즐겼다.

 

다만, 사회적 자산을 합법적으로 도둑질하는 계급과, 다양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의적 방식의 되찾음과 분배가 2025을 사는 독자에게 여전히 고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현 시스템과 사회의 약점을 증명하는 듯해 살짝 씁쓸하다. 그럼에도 충분히 헤피엔드인 다정한 이야기들은 매번 안도와 힘이 된다.

 

슈루즈베리는 자유민이 아닌 이들이 1년하고도 하루만 버티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자치구이기도 하지.”

 

종교인이 아니라서 나는 모르는 신앙심과 영혼의 문제, 그에 따른 기쁨과 안도를 문학을 통해 간접 경험해보는 것도 참 좋다. 늘 완벽하지는 않더라고, 정의는 대개 실현되고,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높고, 고통과 죽음은 줄어드는 그런 사회를 시대불문 바란다. 사람들 사이에 온기가 사라지지 않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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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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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 전, 1950. 그 때 주연은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 줄 시간이 없었다.”

 

가장 행복한 꿈의 배경으로도 울고 마는 반복되는 악몽의 배경으로도 어릴 적 살던 집과 동네가 나온다. 환골탈태 수준으로 변한 장소들이라서 현실에선 그 시절과 닮은 면면을 이제 찾을 수 없어도, 꿈속에서는 동네 이웃들의 일상까지 무섭도록 복제된 세팅이다.

 

나는 오래 전 그곳을 떠났지만, 나의 일부는 그 공간에 깊은 뿌리를 내려서 내가 소멸할 때까지 붙어 있을 작정인지도 모르겠다. 생명은 현실에서도 추억 속에서도 살아갈 장소가 필요한 걸까. 그 장소가 때론 누군가’가 되기도 한다. 반백이 넘어서야 인간의 생존에 장소가 어떤 의미인지 깨달아가는 중이다.

 

저는 지금 당신이 어디 계신지 상상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요.”

 

그러니 그 뿌리가 뜯겨나가고 찢겨나가고 떠돌며 살아야하거나 강제로 떠돌게 되는 일, 유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삶인 일상이 느닷없이 망가지고 부서지고 사라지는 경험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소스라치는 격통을 느낀다. ‘디아스포라라는 단어가 평생 꾼 악몽보다 두려울 때가 있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을까요? 이 모든 세월 내내, 제가 오기 훨씬 전부터?”

 

조금은 겁을 먹은 채로 펼친 작품, 반가운 반전처럼 간명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이 걱정도 불안도 잊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진짜 삶에 감정과잉은 사족이라고, 고통과 상실이 가득한 삶을 안전한 장소에서 담담하게 경험해보라고 다정하게 권한다. 덕분에 즐겁게(?) 다 읽었다.




 

계속 살아가기로 했다면, 한방 해결, 영원한 해피엔딩, 지속되는 행운, 상쾌한 결말 같은 건 없는, 삶이라는 과다업무를 받아 들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 삶을 버티고 견디게 해주는 조건들이 없진 않다. 작품들 속에서 너무 담담한 힌트처럼 드러나 있어서 뭉툭한 울림처럼 톡톡 알아차리는 기쁨에 고맙다.

 

신기하지 않니? 우린 이 생을 살다가 또 다른 무언가가 되는 거야. (...) 그런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되는 거야.”

 

의지도 계획도 운명도 아니기에 눈치를 챌 수도 없는 현실의 수많은 함정들을 마주치며 사는 건 언제든 발목 정도는 접질리는 사고를 감당하는 용기를 요구한다. 어떤 함정은 자력으로는 빠져나오지 못한다. 삶은 시작부터 원망스러울 정도로 운에 달려 있다. 온전한 상실이 태평한 아침 풍경처럼 닥치기도 한다.

 

그 광기로부터 안전해질 수만 있다면 전 일평생 기꺼이 추방당해 사는 삶을 택할 겁니다.”




 

아주 오래 한 문장을 자문했다. 하나도 벅찬 두 문제를 반드시 동시에 해결해야하는 해괴한 저주 같았다. 어디에서 살 것인가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와 단 한 번도 타협하지 않았다. ‘미정을 변명 삼아 지치도록 방황했다. 결정적 손해는 무릅쓰지 않는 겁쟁이 저항이었지만.

 

해법은 없었지만, 질문이 멈췄다. 늙고 지쳤다. 풀 수 없는 수수께끼와 동행하는 고집스런 방황은 길지 않은 인간의 수명에 조바심을 내며 주저앉았다. 그렇게 그때의 지금 이 자리가 내 집과 직장과 국적이 되었다. 끝을 끝내 보지 못해서일까. 불면과 악몽은 고발과 질책을 일삼았다.

 

이 만남을 둘러싼 오랜 환상을 떠올렸다. (...) 연기하고 있을지 모르는 역할을. 그 갈망을. 갈망으로 채워진 그 모든 세월을.”

 

그래서일까. 적당한 제정신으로 멀쩡한 척 살다가도, 불빛이 흐리게 하나둘 켜지는 저녁 무렵이면, ‘내가 돌아가는 곳이 내 집인가하는 서늘한 물음이 경광등처럼 머릿속에 켜질 때가 있다. 마지막 집을 찾거나 새 집을 짓거나 이사 가는 내용으로 겨우 잠든 의식의 에너지를 소진하곤 한다.

 

생존의 조건과 고비를 넘나드는 이야기들 속에서 어쨌든 살아남기로 결정한 나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꿈과 기대란 허공을 잠시 울리는 기도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최선의 최선은 멈추지 않는 다짐과 결심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운이 좋다면,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결말에 축하나 찬사나 성공이 없을 지라도 살기 위한 모든 선택은 경건하다. 폴 윤 작가의 이야기들은 완독 후 양념처럼 섞인다. 기억과 상상이 복귀를 모르는 전진을 한다. 덕분에 읽는 동안, 이름도 없이 살아남은 아이들과 무덤도 없이 묻힌 사람들 사이를 안전하게 떠돌며, 오래된 나를 기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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