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이코노미 -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시그널에 관하여
유리 그니지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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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끊임없이 분주하게 인센티브를 구축하고, 다른 인간이 설계한 인센티브에 맞춰 살아간다.”

 

인센티브incentive’란 단어는 90년대에 미국 회사에 입사한 학과 선배의 연봉 협상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결과를 보고서 제공받는 인센티브란 개념이 다소 속임수 같기도 했다.

 

이후 다시 듣게 된 것은, 의외로 윤리와 실천에 관한 열틴 논쟁이 있던 장소였다. 인간이 과연 내 자식도 아닌 이들의 미래를 고려해서 현재의 이익을 희생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정이 팽배한 곳이었다.

 

아무리 가치 있고 의미 있고 상당히 정확한 과학적 상상력으로 추론하고 예상했다고 해도, 인간은 조금의 이익도 보장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서늘한 분석과 힘 빠지는 절망. 추동력이 될만한 인센티브 논의가 절실했다.

 

세월에 흘러 사회적 삶의 경계가 넓어질수록 인센티브는 자주 접하게 되고 어느새 일상어가 되었다. 익숙하다고 해서 잘 알고 잘 활용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이 책에서 만나는 많은 사례들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오용 중이다.

 

논리적이지 못한 모순적인 요구나 지시도 흔하다. 저자가 인간과 동물 모두가 인센티브에 반응하지만, 인간이 가지는 차별점을 설명해주어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선명해진다.

 

인센티브에는 현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현금이 가장 강력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분명 다른 것에 더 큰 동기부여가 되는 이들도 있다. 이를 간접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추븐 방식이라 분류하며, 사회적 신호social-signaling와 자기 신호self-signaling로 구분한다.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은 행동 유인력이 (많이)없지만, 효과가 좋다고 해서 인센티브가 만능은 아니다. , 인센티브 계산 수치가 나빠도 공공 서비스가 필수인 영역이 있으며, 정책 설계는 인센티브 하나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인센티브의 크기가 신호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너무 간단하고 무성의하고 게으른 벌금에 관해 부작용을 짚어준 내용은 정말 좋다. 금액이 정해지면 계산은 더 영리해지고 빨라진다. 마치 면죄부처럼 해당 벌금을 내면 선택의 책임이 없어지고 면죄된다는 메시지는 나쁘고 위험하다.

 

자기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보상을 즉시 제공하라.”

 

루틴을 공고히 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인센티브 방식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어있어서 스스로에 대해서도 배웠다. 게을러서 먼 미래보다 당장 가능한 스케일로 정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으니 운이 좋았다.

 

인센티브는 이익 구조를 바꿈으로써 문화를 바꿀 수 있다.”

 

나 개인이 아닌 더 큰 사회, 더 많은 이익을 당사자로 삼아 변화를 모색하는 이들이 읽으면 도구로서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방법과 시행착오에 대해 일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놀라운 예들도 있으니 꼭 만나보기를 응원한다.

 

두껍지만 잘 읽히고, 재미가 있고, 나처럼 경제학에 과문한 독자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은 공부가 된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망을 품고 타인들의 삶을 바꾸고 싶어 하는지,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알게 된 것도 큰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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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오래 보았다
김영롱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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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하는 이별, 그 서늘함을 두려워하기만 했지, 함께 지낼 수 있는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은 부족했다. 회복을 못하시는 어머니, 오래가는 섬망에 정신이 녹는 듯한 시간, 사랑, 확신, 행복 이런 단어로 짜인 글이 반갑고 조심스럽다.



 

환시는 환자의 심리가 드러나는 영역이기도 했다. (...) 낯설어 긴장되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자의 할머니가 경험하는 섬망 증상 중 내 어머니가 경험하는 비슷한 것들이 적지 않다. 읽으면 기분이 더 복잡해질까 했던 우려와 달리, 안도가 된다. 자극적 절망이 아닌 솔직하고 담담한 내용들이라 그런 듯하다.

 

1주일에서 한 달 정도에 사라지지 않으면 좋지 않다는 의사의 최초 의견에 묶여서, 나 역시 치료에 조바심이 났다. 그냥 차분히 옆에 앉아서 한참 얘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세계관과 취향과 외양... 뭐 하나 닮은 점이 없는 모녀라서, 본원적 사랑은 있지만 친한 친구로 살지는 못했다. 그러니 서로 잘 모르고 지나치지 않은 관심과 많이 않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열이 오르내리거나, 혼잣말을 오래 하거나, 잠에 든 어머니 옆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뜻밖의 위안이 되었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내 생각도 갈무리해보고, 할머니의 삶의 이야기를 만나 이해의 폭도 조금이나마 넓혀 본다.

 

무엇보다 유튜브 영상 기록을 결심하고 실행한 행동력에 놀랍고, ‘상대를 오래 본다는 것이 불러온 변화가 감동이다. 사이가 좋았던 저자와 할머니 간이 아닌, 원망과 상처가 깊고 오래된 할머니와 어머니()의 관계 변화가 놀랍다.

 

무엇보다 유튜브 댓글의 내용과 오해의 면면을 보면, 누군가의 삶을 단편적으로 접할 때 인간이 판단하는 방식의 오류와 위험성을 절감하게 된다. 무엇이 타인의 삶에 대한 판단을 그리 무모하고 단호하고 자신만만하게 만드는 지.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기억 위호 잊어도 되는 수만 가지의 기억을 쌓으며 살아간다. 어쩌면 그래서 치매에 걸리지 않은 내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보다 일상 속 소중한 기억을 더 쉽게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를 일이다. 내가 쭉 어머니의 보호자로 앞으로 살아가게 된 것인지, 그 시간이 좀 더 늦춰질지. 생각해보면 그리 두려워할 일만은 아니다. 변화가 불편한, 루틴을 좋아하는, 통제욕구가 강한 탓에 불필요하게 불안이 큰 것뿐일지도.

 

이제 보호자는 바뀌었다. 그건 생각처럼 슬픈 일만은 아니다.”

 

언급했듯이 과장된 자극적인 슬픔과 비극이 없다. 관계란 모두 얼마간 어설프고, 모두가 애매한 타인일 뿐이었다면, 상황과 처지가 어떻게 달라졌든 담담하고 차분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이건 극한으로 몰린 가족이나 보호자들을 몰라서, 무시하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각자의 상황에서 변화의 여지를 찾아내고 싶은 이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책이다. 담담해서 참 용기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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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외 지음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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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겨울을 좋아하고 더위에 속절없이 취약해서 녹는다는 말도 두렵지만, ‘녹아야비로소 흡수되고 향유되는 것들이 있다. ‘디저트들을 구성하고 창작한 문학이라니! 최애 디저트들의 향이 읽기 전부터 뇌를 헝클이는 기분.




 

 

똥을 먹으면 걸작을 쓸 수 있다는 소문이 난 거야.”

 

오한기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 웃음이 터지지 않은 적이 없다. 팬데믹의 음울한 한 시기를 웃게 해준 고마운 기억 후에 처음이라 더 반갑고 기대되면서, ‘민트에서 살짝 체한 듯도 했다. 최초의 민트향이 치약이었기에, 내게 민트는 삼키지 않는 재료다.

 

오한기 작가와 민트초콜릿이라니, 상상해본 적 없는 조합에 조금은 설레고 현기증이 스치기도 했다. 이내 예의 (내게는)유쾌한 방식으로, 에세이 같기도 자전소설 같기도 한 민트와 초콜릿을 전복적으로 뭉개는 차용과 전개에, 부친 상례 이후 처음 소리 내어 웃었다.

 

발작적으로 찬사를 보내고 싶기도 원망을 하고 싶기도 하다. 민트에는 관심이 없지만, 저는 다크 초콜릿을 좋아한단 말입니다, 작가님! 과연 나는 향후 초콜릿을 구매할 수 있을지 흥미롭다. 어쨌든 초콜릿이 보이는 모든 순간 이 작품이 생각날 것은 분명하다. 역시는 역시!





 

나는 그렇게 투명하고 가뿐하게 살아본 적이 잘 없어서 한 번쯤 그래보고 싶었어.”

 

또 다른 흥미로웠던 단편에는 젤리가 등장한다. 종종 자제력을 잃고 사고 마는 곰젤리의 촉감과 양감과 질감과 향과 색,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러운 생명체로 등장한다. 소설의 매력을 절감하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말랑하고 다정하고 그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에 마음 놓았다 쭈뼛한 호러를 맛보았다.

 

초콜릿에 이어 젤리 역시 다음에 살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하는 마력이 있고, 입 안에 넣고 어떤 생각을 하며 씹거나 녹일 수 있을지 한편으로 망설여지고 다른 한편 잔인한 모방 심리가 발동한다. 사랑스러운 형태를 녹여 삼킨다는 제전 같은 섭식.



 

녹을 때까지 기다리자.”

 

그리고 박하사탕, 역시 민트()향이라서 내게 간식이나 디저트 메뉴였던 적은 없지만, 내용이 매력적이고 명치를 얻어맞은 듯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주었다. ‘새삼다 아는 세계가 낯설어지는, 계속 분해되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라지고있다는 단어로 치환되자 겁이 나고 서글퍼지는 생.

 

부친과 이별한 후라서, ‘완전히사라진다는 문장이 아프고 다 녹기 전까지의 아주 잠시의 시간이 가감 없는 인간의 삶 같다. 부친과의 시간이 거의 녹아 사라지고 있었는데도 몰랐던 것이 새삼 안타깝고 애통하다. 사랑하는 이들을 보고 만날 남은 시간이 울고 싶을 만큼 간절해진다.

 

손을 잡고, 뭐라도 나눠 먹으며, 아직은 녹고 있는 중이라고, 아직은 괜찮다고,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그런 생각을 고요히 하며 소중한 이들을 보고 싶다. 다 읽고 나니 현실에서 곧 다가올 가족모임이 반가워진다. 읽기 전엔 그 시간 동안 혼자 자고 싶었는데.



 

디저트 이벤트처럼 다채로운 앤솔로지다. 여러 해 만에 다시, 12월에 슈톨렌을 하나 살지도 모르겠고, 민트나 박하향이 나는 무언가를 씹거나 삼킬 지도 모르겠다. 낯선 디저트도 반갑게 만들어주는 인상적인 작품들이다. 덕분에 즐겁고 기운도 조금 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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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우맨 암실문고
마틴 맥도나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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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맥도나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암실문고 시리즈의 팬이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아일랜드 바닷바람과 피 냄새가 아직 코끝에 맴도는 듯 생생하다. 베개(필로우)가 제목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깰 수 없는 악몽처럼 무섭다. 분명 내가 짐작하는 것보다 더 쓰리고 잔혹할 것이다. 지치도록 슬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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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필로우맨은 이렇게 생겨야 했어, 부드럽고 안전해 보여야 했지, 그가 하는 일 때문에 말이야. 그가 하는 일은 아주 슬프고 아주 어려운 일이었거든…….”



 

필로우맨이 무섭지 않다. 그 존재의 용도가 측은하기만 하다. 괴물이라도 상상 속 친구를 만든 아이들의 처지에 나도 필로우맨처럼 하루 종일 울면서 돌아나닐 뻔 했다. 공포 속에 살다 고통 속에 혼자 죽는 것보다, 필로우맨이 함께 인 것이 차라리 다행인 것만 같아서.

 

필로우맨이 자기 일에 성공하면, 어린 아이는 끔찍하게 죽어. (...) 성공하지 못하면, 어린아이는 끔찍한 삶을 살고, 자라서 어른이 되어서도 역시 끔찍한 삶을 살다가 나중에 끔찍하게 죽게 되지.”


마흔 전의 나는 이 작품에 더 많이 놀라고 경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족 내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는지 나는 서늘한 통계로 만났다. 믿기 싫은 현실이, 그나마 10% 정도의 신고 자료에 근거해서 적나라하게 기록되어있었다. 누락된 90%의 처지를 상상하기가 두려웠다.

 

자신의 아이에게도 남의 아이에게도 빈번하게 못할 짓들을 하고 너무 많이 죽이는 엄마, 아빠, 어른들. 어둠 속에서 다른 결말을 상상하는 아이들의 간절한 기도 같은 시간, 카투리안에겐 이야기들이 전부였다. 결코 현실보다 잔혹할 수 없는 이야기들에 지금도 꼼짝 없이 그 잔혹함에 붙들린 이들을 생각한다.



 

부분 소리 내어 따라 읽는 것을 좋아하는 희곡을 숨을 죽이며 읽어내었다. 영상화되지 않은 글과 행간을 상상하며 강렬함에 숨을 삼켰다. 보이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보고되지 않은, 기록되지 않은 현실의 행복하지 않은 결말은 얼마나 많을까.

 

외면도 미화도 아닌, 마틴 맥도나의 밀도 높고 숨 가쁜 문장들, 끔찍하게 아름답도록 완성도 높은 서사가 미처 피할 수 없는 소나기처럼 힘차게 전해진다. 아파서 눈물이 나고 슬퍼서 울었다. 그럼에도 이 희곡이 영상이 된다면 나는 필히 보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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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좀 환상하는 여자들 4
라일라 마르티네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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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하는 여자들시리즈가 이어지고, 벌써(?) 4권이라는 것에 괜히 뭉클하다. 첫 권부터 응원하는 입장이다. 낯설고 새로울수록 나 자신이 무지한 영역들에 대해 깨닫게 된다. 어째서 환시이고 유령일지를 고민하다 서글퍼진다.

 

더 기이하고 소름끼치고 강렬하게 끓어오르기를! 힘이 아주 센 악몽처럼 영향력을 미치기를! 겁쟁이 주제에 응원만은 매번 열병처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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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怨望)과 밤에 누워 자는 곳, 이 두 가지만 이 집에서 물려받을 수 있다.”

 

집에서 떠날 수도 없는 이들이, 욕망이 거센 집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었다.성인들에게 기도를 드리거나, 그래도 안 되면 이 집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수밖에.” 욕망 중에서도 굶주림이란 가장 무섭다. 다른 생명을 섭취하는 방법만이 유일한 생존법인 인간과 관련된 경우는 결론이 하나뿐이니까.

 

집이 우리를 지켜주려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우리를 압사시키려고 그런 것인지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인간의 혐오와 증오는 최초에 자신에게로 향했던 것인가 생각했다. 살해와 거짓으로 차지하고 이룩한 것들이 인간 문명에 적지 않다. 갖가지 이데올로기의 발명과 고압적 행사가 가장 오래 이루어진 곳()이 가족이다. 운이 좋으면 아주 행복한 감옥에서 생존하는 법만 배우면 되는.

 

저자가 살면서 겪어야 했던 고통을 죽어서도 겪게 하소서.”



 

타인을 이용하고 강탈하고 희생해서 이룩한 것에 대한 고발과 비웃음이 강렬하고 어둡다. 아이러니하지만 노골적이고 직설적인환상문학이다. 비유가 다채로울수록 현실이 선명하게 보인다. ‘나무좀(carcoma, 나무벌레)’이 읽는 내내 내 속도 파먹어 헐게 만드는 것 같아서 긴 호흡을 반복했다.



 

약자에 대한 폭력이 기세등등한 한국사회에 사는 동안 내 맷집은 커졌다. 작품 속 어둠, 오한, 전율, 분노, 혐오가 두렵지는 않다. ‘어머니가 선택한 일종의 복수이자 자구책에 나는 안도했다. 타인들의 증오심으로 죽임 당하는 것보다 스스로를 죽이는 증오심을 삼키는 편이 덜 비극적이다.

 

게으르고 유약해서 대가 증오심마저 오래 유지할 수 없지만, 그건 이를 악물고 살아남아야하는 통렬한 비극들을 피해 살아올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권력)을 가진 개인이건 국가건, 제가 한 짓들이 잊히기를 원한다. ‘망각을 도모하기 위해 언어를 뺏고 금지시키기도 한다. 잊힌 기억은 잃은 언어다

 

어느 한 시기 가해를 한 자는 죽고, 폭력을 퍼부은 권력도 사라졌지만, 이야기와 기록이 있으면,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이 이기는 것이다. 함께 읽는 이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큰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스페인 내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을 그린이 작품이 승리의 선언 같기도.

 

“(...) 광기는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고 다른 세계로 향하려는, 미래의 언어로 말하는 미친 여자의 이야기라는 유토피아적 욕망에 다름 아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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