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의 영화 - 공선옥 소설집
공선옥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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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성함이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본 책이 없어서 혼자 당황했다. 최근 [은주의 영화]를 읽은 친구의 추천으로 덕분에 드디어 읽게 되었다. 무겁고 아프고 서글픈 세월을 살아가는 이야기 8편이다. 읽다 보면, 우리는 늘 사는 일이 이토록 불안하고, 시절은 여전히 폭력적이고, 상처는 깊어가고, 나이가 드는 일은 외롭고 쓸쓸한 일일 수밖에 없나 하는 서러운 생각이 절로 든다. 등장인물들은 폭력과 상처에도 말 못하고 숨죽여 살다가 어떤 계기로 소리 지르고 울고 노래한다. 그래서인가 나는 다 알아 듣지 못할 전남사투리가 판소리 가락처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실어 나른다.

 

각각의 단편들은 하나의 인물이나 일화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마도 작가가 살아 온 세대와 사회를 교차하여 위로의 말을 보내고 있다. 5.18이 보이고, 1989년 조선대 학생 이철규 의문사, 평택 쌍용자동차, 가족의 해체, 세대가 지나도 대물림되는 고달픈 삶,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 이렇게 반복되는 불행들이 가득한 현실에서 시대가 변했다는 말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한편 작가는 이런 슬픔과 불행에만 머무르지 않고 [은주의 영화]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낀 것처럼 당사자 세대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소통과 행동을 제안하는 것으로 읽힌다.

 

늘 되풀이되는 깨달음이 이번에도 아프다. 사적인 일상을 일부 희생하면서 사회문제에 직접적으로 나서서 행동하진 못하고, 지난하고 힘겨운 싸움일 줄 알지만 큰 권력 앞에 힘들게 투쟁하는 단체나 대신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는 곳에 그저 정기후원을 하는 정도로 면죄부를 주며 지금까지 살고 있다. 마치 그 행위만으로 적당히 무관심하게 일상을 보내면서. 큰 사건의 직접 피해자들도 안타깝고, 주변에서 소외되는 이들도 아프다. 언젠가는 소설 밖의 현실과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언제나 맴돈다.

 

이 소설들이 지금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 가닿아서

그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걸까. 말을 걸 수나 있을까?

​혹은 누가 이 소설들에 말을 걸어오기나 할까?

​소설이라는 물건이 세상에 의미가 있기는 할까?

​나는 혹시 노래를 익혀 ‘밤무대 가수’로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렇게 사는 것이 ‘존재 의의’로서는 좀 더 윗길이지 않았을까?

​소설이 세상에서 그리 유용한 물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는 해도

어쨌거나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나는 앞으로 사는 동안은 소설을 쓰면서 살게 될 것이다.

​내가 ‘소설’로밖에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공선옥

...............................................

나는 저런 길모퉁이에서 파란 제복을 입고 호각을 불고 있었는데, 단발머리 나풀거리며 길을 건너오던 너희 엄마가 내 옆을 지나가더라. 예뻐서 호각 소리를 더 크게 냈다. 너희 어마가 한 번 더 돌아볼까 봐, 가슴을 졸였지. 정말로 돌아보더라. 숨이 멈을 뻔했지. 거의 영화였다, 영화였어. 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서 거의 영화였다, 영화였어, 했던 순간이 내 영화의 시작이었다. 74

 

"아따, 그런 말 하지들 마쑈, 저 아래 누구 집, 누구 집 해서 죽은 사람들이 얼매나 많은디. 우리 집 가시내는 직접적 피해를 입은 것도 없고 단지 달구새끼 때문에 충격을 좀 먹은 것을 가지고 무슨 피해자는 피해자여…." 79

 

카메라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카메라가 숨을 쉰다. 카메라가 큰 숨으로 나를 빨아들인다. 나는 저항하지 못하고 카메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카메라 속에서 카메라를 찾는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카메라 속에서는 카메라가 필요 없다는 것을. 카메라 속에서는 내가 카메라이고 카메라가 이모다. 나는 이제 이모가 되었다. 83

 

"군인들이 너한테 해코지를 한 것도 아니잖아, 근데 왜 등신처럼 구냐고요, 가시내야아." 92

 

울지 말라고 했건만, 카메라 밖에서 엄마가 울다가 악을 쓴다. 미친 가시내야, 아니 은주야, 내가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좋은 일 하는 셈치고 밖으로 나오너라.(중략) 언니 땜에 엄마가 죽고 싶다고 난리잖아 지그음. 누구는 밤새 알바하고 왔는데 누구는 골방에 처박혀서 사람 미치게 하고 엄마는 죽고 싶다 난리고 아빠는 아픈 몸에 술만 마시고오, 나만, 나만 살아보겠다고 이 고생을 왜 해야 하냐고오. 100

 

말 들어보니 그날 밤에 대학생 한 명이 검문에 걸려 쫓기고 있었다등만. 이 어린애가 저 잡을라고 쫓아온 사람들인 줄 알고 그 밤에 쫓기다가 어이없이 사고를 당한 거여. (중략) 그렇게 그날 밤에 이 산에서 두 놈이 쫓기다가 죽은 것이여. 두 놈 다 자기만 쫓아오는 줄 알았겄제이. 129

 

시내에서 학생들이 철규를 살려내라,고 데모를 해. 우리 철규를 왜 살려내라고 하나, 왜 그러느냐고 우리 철규를 당신들이 아냐고, 왈칵 물었지. 대학생들도 울어. 울면서 나한테 물어. 이철규 누냐냐고. 아니라고, 나는 박철규 에미라고 했지. 129

 

오랫동안, 철규는 카메라 밖을 뚫을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 침묵이 너무 단단해서, 뭐라고 말을 붙여볼 수조차 없는 그런 침묵이었다. 오랜 침묵의 뒤에 소년 철규는 카메라 저편으로 사라졌다. 내 영화가 소년 철규의 그 오랜 침묵의 끝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한 채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135

 

이런저런 생각들이 간단없이 밀려왔다가 밀려갔다. 이 애가 잘 살고 있는지,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제 남편하고도 상관없는, 그러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말하지 않는 깊은 곳, 제 몸속 어딘가, 저만이 알고 있는 우물 같은 장소에 웅크린 딱딱한 것, 그것을 굳이 슬픔이라거나 그늘이라고 하면 좀 민망해질 수도 있을, 그런 것이 딸에게도 있을 것이다, 왜 없겠는가, 사람의 자식인데… 153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별과 별 사이가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뜻하는 거 아니냐, 사람 사이처럼 말이지." 157

 

나의 염소 가족들은 언제쯤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모일 수 있을까. 한 마리도 빠짐없이 다 함께 모여서 어느 햇빛 가득한 봄날이거나 햇빛이 만들어낸 그늘이 싱그러운 여름날의 언덕에서 향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을까. 162

 

“맞소, 우린 사측의 개요.”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피로와 슬픔과 분노가 서려 있기는 쇠철문 바깥 사람들이나 안 사람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고 있었다. 인간 세상에서 벌어진 아수라를 구경하러 나온 공장 인근 마을 개들이 저물어오는 벌판을 동네 양아치들처럼 몰려다녔다.(중략) “나도 배고픈데 울 아빠도 디게 목마르고 배고프겠다.”“사는 기 이케 서룹다.” 185~186

 

"나는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말들은 내 속에서 통통하게 살이 찔 것이고 배가 고프면 내 말들을 먹을 것이다." 191

 

옛날은 내게 지금보다 훨씬 더 선명하다. ‘선명한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말을 해야지 안 그러면 사람이 ‘시낭고낭’ 앓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시작한 이야기가 [은주의 영화]다. [은주의 영화]는 언젠가 또 다른 이야기를 내게 데려다 주리라. 어쩌면 문 앞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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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법원 - 사법농단, 그 진실을 추적하다
권석천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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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부터 살고 봐야 한다는 도그마 속에서

조직의 존재 이유를 배신해왔습니다. 5

 

‘사법농단’의 근본적 원인은

대법원장을 받들고 사법부를 지켜야 한다는 조직논리로 움직이는 현실의 법원

 

나에게는 국정 농단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사법 농단이 드러나는 시기, 주변의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언제 제대로 기능한 적이 있느냐, 법이 언제 약자의 편이었냐, 뭘 새삼스럽게 놀라냐......

 

그렇게 본다면, 나는 정말 별 생각없이 살아왔다. 흔히 흔히 판사는 명예, 검사는 권력, 변호사는 돈이라고 하는 구분에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 법조계에서 판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견고했다. 그것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사법 체계가 판결이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며 그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판사들에게 그에 해당하는 직업윤리를 기대하고 사회적 존경을 보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흡족하지 않더라도 판결에 승복하는 일이 사회 전체의 정의와 공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끄덕이기도 했다.


사법권 독립의 두 기둥은 '법원의 독립' 과 '법관의 독립'이다. 두 가지는 같은 길을 걷지만 갈림길에 서기도 한다. 외부로부터 독립해야 하지만 내부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 대법원장도 재판에 관한 한 판사에게 지시나 명령을 할 수 없다. 지시나 명령을 하면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다. 판사의 판단을 구속할 수 있는 것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스스로의 양심뿐이다. 15


사법 농단이 근본적으로 충격과 분노를 주는 것은 이러한 사회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일련의 시기를 지내오면서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뿌리부터 믿지 않게 되었다. 판사들이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반성도 없고 개선될 여지도 없다는 이 끔찍한 현실. 이런 식으로 어른이 되고 현실을 보는 눈이 밝아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법원은 독립적이고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하는 곳이라고 그런 희망을 여전히 갖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근거 없는 믿음일지라도 그들이 그저 승진과 보신에 급급한 관료들이라는 것이 더 할 수 없이 절망적이다.

 

이번에 들키지만 않았다면 이들은 이렇게 유구한 세월을 물셀 틈 없이 견고하게 범죄를 저지르며 살았을 것이다. 그런 범죄자들이 퇴직 후 국회의원이 되어 입법을 망쳤을 수도 있다. 언제나 바르게 성실히 살아가는 이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세상이 아직 망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그런 이들을 수없이 많이 만난 운 좋은 삶을 살고 있지만, 다른 한편 한국 사회에는 이런 두 얼굴의 범죄자들이 너무 흔하게 존재해서 자정 능력이란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


그렇다고 법원을 무너진 채로 방치하고 법마저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법 체계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인생의 뒤흔들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다. 불공정한 수사 대상이 되고 증거 없이 기소되고 부정의한 판결을 받는 대상이 되어 살아 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당장 뭐가 있을까 싶지만, 일단 해당 사태를 정확하게 알아 두어야 하는 것은 필수이다. 명백한 악의와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가짜 뉴스들이 활개를 치고, 기성 언론들조차 삥뜯고 돈먹기,처럼 보이는 저질 영업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는 요즘엔 더욱 그러하다.

제가 이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 중대한 상황을 또다시 무관심과 진영논리의 휴지통에 욱여넣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과거'를 손가락질하는 대신 '우리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모두이 미래'를 바꾸고 싶기 때문입니다. 관련자 몇몇의 처벌을 판단하는 형사법정의 좁은 틀에 '사법농단'의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중략)

 

이제 서막을 올렸을 뿐입니다. (중략) 이 순간에도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권력에 선악이 없듯 진실에도 선악이 없습니다. 맞서지 않으면 진실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조금은 다른 세상에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보냅니다. 부디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행동하고, 대안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7

묵직한 책이다. 논픽션인데 스릴러 영화처럼 진땀을 흘리며 읽었다. 목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17년 2월 이탄희 판사의 사직서 제출부터 세 차례에 걸친 대법원의 진상 조사, 검찰 수사와 재판,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내막까지 담겨 있고, 끝까지 읽다 보면 이탄희 판사가 왜 두 번 사표를 내야 했는지, 판사들은 왜 좌절해야 했는지, 한국 법원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언론 보도가 있었고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파악하지 힘들만큼 다수의 사람들과 사건들이 얽히고설켜서 당사자들이 아니면 사건의 전체적인 모습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화가 나고 우울하기고 하지만 전직 판사 이탄희 변호사의 담담하고 절제된 증언을 읽다 보면 다행히 차분해지는 장점을 가진 책이다.


분리 통치의 체계 안에서 자신의 고민을 같은 조직 사람들에게도 터놓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부당한 일이 맡겨져도 해내야 할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 쫓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닐까. 62

 

조직논리는 무섭다.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조직만 무사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의 명예나 인격쯤은 한입에 집어삼킨다. 어느 조직에서나 내부 고발자가 나타나면 바로 공격이 시작된다. 사생활이나 인성에 대한 공격이다. 문제 삼을 것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공격한다. 131

양승태 코트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해보자. (행정처를 통한 대법원장의) 압력이나 (판사에 관한 평판 등에 대한) 얘기에 꿋꿋하게 버틴 행정처 판사들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일선 법원 판사 중에서 행정처 전화 한 통에 쩔쩔맨 이들이 분명히 있지 않았는가. 더욱이 압력은 교묘해지고 내면화되고 있다. 유신시대나 제5공화국 때는 외부의 압력에 맞서면 판사사회 내부에서 박수를 받았다. 민주화로 외부의 압력이 사라진 대신 법원 내부의 압력은 훨씬 세졌다. 내부의 압력에 순응하지 않으면 판사로서의 평판에 금이 가고 판사사회에서 따돌림을 받게 된다. 이제는 양심껏 재판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오히려 법관의 양심을 지키기 어려워진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379


언론에서 떠드는 사법 개혁은 마치 검찰 조직의 정비로만 들리지만, 사법체계의 폐쇄성과 악취들을 걷어 내는 작업이 필수불가결해 보인다. 그 잔인한 조직 체계 안에서도 양심을 지키려 저항하고 좌절하고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서서 알려야 할 것들을 알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그들에 대한 기대와 응원을 희망삼아 언젠가 나를 포함한 한국 사회의 시민들이 사법 농단의 역사적 의미와 새롭게 찾아낸 사법 신뢰에 대해 기뻐하며 이야기 나눌 시간을 꿈꾼다.

 

우스운 얘기가 될 수도 있지만, 만일 사표를 낸 판사가 이탄희가 아니었다면 많이 달랐을 거예요. 이탄희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였거든요. 재판 잘한다는 소문도 났지만 행정처TF일도 많이 했어요. 그것도 굉장히 열성적으로 하면서, 샤프하고, 예의바르고... 그러니까 다들 인정했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판사였어요. 평판이 좋았던, 아니 굉장히 좋았던 판사가 무슨 부당한 지시를 받고 사표를 썼다는 것만으로, 그걸로 게임 끝이었던 거죠.(지방법원 부장판사) 135

 

'사법농단' 사태는 구시대적인 시스템이 더이상 기능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내부자 몇몇이 입을 맞춰 은폐하면 감출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법원에도 교과서에서 읽은 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이탄희의 저항은 새로운 세대의 계절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예고편이다. 뒤이어 나타난 희망의 징후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이다. '판사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작됐던 판사들의 자발적인 회의체가 법원의 공식 기구로 자리잡았다. 399

​...............


사법농단에 연루된 이들을 법관이 아닌 '요원'

요원의 특징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더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심리적으로 노예상태에 있는 사람"

​"뭐든지 은폐하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

  
"법관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

본인의 법정에서 주장과 증거를 통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또 은폐가 아닌 진실을 드러나게 하는 사람이다."

"근데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원행정처 법관들은

진상조사 과정에서 사안을 은폐하려고 했으며 '다 시키는 대로 했다',

'수족에 불과했다'고 말하고 있다."

“나하고 여기, 여기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연구회 공동학술대회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인사권자에게 보은해라.”

“판사 뒷조사 파일이 나올 텐데 놀라거나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 부분은 이미 정책 결정이 됐다.”

  
"더 무서운 건 한 번 요원의 덕목을 내면화한 사람은

완벽히 법관의 상태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저는 그걸 확신한다."

​"국민들은 사법행정 잘하고 제도설계 잘하는 법관을 존경하는 게 아니다."

"법관이 잘 할 수 있는 건 재판이다, 법관은 재판만 잘하면 된다."

"사법개혁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법관은 재판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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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감이여 - 충청도 할매들의 한평생 손맛 이야기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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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란 확실히 세월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 어릴 때는 식감이나 색상 때문에 먹을 시도를 하지 않았던 식재료들이 갑자기 맛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지, 부추, 꽈리고추 등등...


그 중 특별한 찬거리 하나를 꼽자면 어머니가 아니면 세상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었을 듯한 요리가 있는데, 다수의 한정식집에서도 알고 계시거나 반찬으로 내주신 적이 없고, 어머니 친구분들도 할 줄 모른다 하시니, 이건 아마 외할머니, 어머니에게로 이어져 내려온 찬거리가 아닌가 한다.

가을 장마가 시작되어 눅진하긴 하지만,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딱 그 철에 일년에 단 한 번 먹을 수 있는 귀찬 찬이고 추억이라 9월이 되자마자 기대가 된다.


물론 이제는 어머니가 호기롭게 예전처럼 요리를 하시진 못해서, 내가 열심히 배우고 있다. 널리 알려진 요리 미스테리 중 하나인, 같은 재료 같은 순서로 해도, 심지어 감독관 어머니가 옆에서 일일이 다 지시하고 허락을 받아도 같은 맛은 아니다. 좌절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제대로 맛이 나면 얼마나 기쁠 것인가, 상상의 힘을 빌어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한 가지 찬도 이럴진대, 51명의 할매들의 각각의 손맛은 얼마나 풍부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 읽기 전에 기대다 높았다. 오랫만에 어머니와 함께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었다.


이것만은 내가 젤 잘하지!

글보다 어려운 걸 척척해내던 인생

 
이 책은 내용과 별개로 탄생 과정에서도 감동적인 부분이 많다. 특히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워 요리법을 쓰고, 여기에 중고등학생과 자원 봉사자가 재능 기부로 그림과 채록에 참여해 완성된 그아먈로 3세대가 힘을 모은 저작이다. 특히 질문할 거리를 만들어 여쭙고 녹음하는 과정을 거치며 할머니들이 쓰시는 충청도 사투리까지 꼼꼼히 받아 적은 덕분에 할머니들의 인생과 요리가 기록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요리책으로는 낯설게도 이 책은 부록조차 흥미롭다. 충청도 사쿠리에 익숙한 분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나, 내게는 생소하면서도 재밌는 말이 잔뜩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치를 한층 높여 주는 요소이다. '할머니가 알려 주는 사계절 제철 재료들'에는 할머니들이 직접 그림을 그린 재료들이 수록되어 있고, '할머니 요리어 사전'에는 사투리 단어들이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설명을 들어도 도무지 그 느낌을 알 수 없는 단어들도 있는데, 그래도 심각해 지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만의 매력이다. 참! '별미 요리 꿀팁'도 있는데, 못 먹어보고 못 들어 본것이 대부분이라 꿀팁을 살려 요리할 수 있을지는 요원하다.


읽어갈수록 이 책이 요리책인가 싶은 마음이 커져 간다. 51명 할매들의 요리법이 분명히 정성스럽게 담겨 있지만, 할매들의 인생이야기가 훨씬 더 선명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인사말부터 인생역전 에피소드들, 해당 음식에 얽히고설킨 사연들. 요리법을 자필로 적으셨는데, 그 정갈함과 정성에 더 많은 생각이 머루른다.

“9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동생들 키우느라 공부를 못했다.

얼마나 공부하고 싶었는지 말도 못한다.”

“면사무소 가서 혼자 해결할 수 있으니 너무 감사하다.

아들이 캐나다에 있는데 편지도 쓸 수 있게 됐다”


기회 보상이 더욱 더 잘 이루어지면 좋겠다. 자립적으로 간단한 공무를 해결하는 일, 자식에게 편지 쓰는 일이 더 없이 행복한 보상이라니 교육 보상 효과를 들은 것 중 최고로 감동이다. 돈이 부족한 것이 생계에 직결되는 위협이라면 글을 읽고 쓸 수 없다는 것은 개인의 자립과 독립 그리고 자존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일 것이다. 글을 깨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세상을 살아내시다 돌아가신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상상해 보니 마음이 뻐근하다.

 
손글씨와 사투리의 효과인지, 요리법이 구술로 듣는 듯 너무나 생생하여 요리를 만들어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게는 분명히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일단 계량 따윈 하지 않으신다. 부연설명이 상세하진 않다. 그냥 자르고 불리고 찌고 볶고 지지라! 는데, 간혹 양념이나 부재료 주재료의 분량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ㅠㅠ 계란 물을 만들어 밥 위에 올려놓고 찌라고 하시면...... 아궁이와 가마솥을 먼저 마련해야할 것 같으다. 맷돌로 이래저래 갈아라! 하시는데 맷돌도 없...... 뉴슈가(사카린)과 미원...... 구매해 둬야하나 잠시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할매들이 공동 식당 창업 해주심 이사 가서 단골이 되고 싶을 정도로 기회가 된다면 얻어먹고 싶은 것들은 지천이나 따라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래도 이 책은 이대로 완벽하다. 알게 되어 반갑고, 감사하고, 맛있는 거 많이 드시며 오래 사시면 좋겠다. [요리는 감이여] 식당이 생기면 참 좋겠다. 꼭 가서 먹어 보고 싶다.


이 책이 승승장구해서 할머니 저자들이 공부하니 재미난 일들이 많더라, 응원해주는 이들도 많더라, 이렇게 자랑을 오래하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계획대로 수치 딱 떨어지게 정확하게 진행되고 마무리되는 일이 얼마나 있었던가 싶다. 그나저나 ‘감’은 어떻게 능력치를 키우는 것인지 ‘눈치’도 없기로 유명한 나로서는 참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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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2 - 검은 땅의 주인 창비아동문고 305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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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어!”


푸른 사자 와니니 2권이다. 1권에서는 마디바 무리를 떠나서 자신들만의 무리를 이룬 와니니와 친구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나는 약하지만, 우리는 강해!"

1권의 엔딩 부분에서 기억나는 인상적이 구절이다.

 

우리 집 꼬맹이와 나는 1권을 읽을 때부터 왜 푸른 사자라고 하는 지가 궁금했다. 어리다는 뜻인가? 와니니가 희망하는 대로 잘 자라서 행복하게 된다는 의미인가? 여러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실은잘 못한다고한 살짜리 어린 사자를 무리에서 내쫓다니! 놀라서, 꼬맹이가 어떻게 받아 들일까 맘속으로 긴장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극단적인 고난과 시련이 계기가 되어 성장하는 이야기를 산나게 들려 주려면 꼭 필요한 구성이었겠지요. 역시 '야생'이란 생각이!

 

물도, 먹이도, 무리도. 힘도. 초원에서는 그 무엇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초원의 동물들이 마음먹은 대로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희망이다. 와니니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 26

 

이렇게 눈치나 보고 도망이나 다닐 거면, 뭐 하러 사자로 태어나? 72

죽고 사는 일은 초원의 뜻이라고들 하지. 맞아. 그렇지만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하는 건 우리 자신이야. 그게 진짜 초원의 왕이야. 89 

제가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포효한다는 것, 그건 사자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영토를 가진 사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었다. 187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심장이 힘차게 뛰었다.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해졌다. 사냥꾼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74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 되는 것, 그것은 암사자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그것이 암사자의 일이다. 206

 

스스로 원하던 싸움을 했으니 나는 스스로의 왕이다. 초원의 왕이다. 207

 

크하하하항! 크하하하항!

검은 땅의 주인, 와니니 무리는 자신들의 땅에서 사냥을 시작했다. 219

 

엔딩이 멋지다. 3권이 나오려나 하는 기대도 가질 수 있다. 자신들의 땅사냥을 시작했다란 말이 동일한 무게로 중요하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긴박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는 다채로운 이야기이면서, 묵직한 여운을 준다. 특히 남의 생각과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을지 자신이 선택하는 것, 그 과정은 자신답게 사는 것. 자신이 살아갈 영역을 만들고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포효해 보는 기쁨을 누리는 것. 마치 사람이 인생에 대해 전해주는 충고를 듣는 듯하다.

 

나는 배움이 늦어 중년이 되어서야 내가 얼마나 많은 주변의 배려와 도움을 받으며 살아 왔는지 제대로 깨닫고 아프게 실감할 수 있었는데, 와니니가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아 들여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감동이다. 

저자가 무려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직접 취재했단 점도 놀랍고 존경스럽다. 그런 취재의 힘이 제대로 드러나서인지, 사자뿐만 아니라 혹멧돼지, 하이에나, , 버펄로, 개코원숭이, 하마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러 동물이 등장하여, 꽤난 집중해서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작가는 다양한 동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 주면서, 더 나아가 그들이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세렝게티 초원의 조화로운 모습까지 담아낸다. 겁쟁이라 기회가 있을 때에도 결국 시도하지 못한 아프리카 여행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썼습니다.

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작고 약한 암사자 와니니가 어엿한 우두머리가 되어

검은 땅에서 포효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와니니의 친구가 되어 준 어린이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충실한 열정으로 태어난 귀중하고 아름다운 책이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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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내려와 들꽃이 된 곳
박일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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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생을 모든 종류의 시집을 탐내며 살았고, 완독했다 하더라도 절대 남을 주거나 하는 법이 없이 서가에 몽땅 두었다가, 필요한 날 몇 번이고 꺼내 읽는다. 소설과 달리 모든 시는 매번 다르게 읽히고 다른 이야기를 전해 주는 신비한 마법서이다. 그래서 시집 발간 소식이라면 일단 탐욕이 발동하는 마음을 갖지 않기가 힘든데, 시인이자 다른 많은 호칭들인 저자의 이력을 읽으며 무척 놀랐다. 경영학과 졸업, 시인, 수필가, 서평가, 아나키스트, 귀촌 펜션지기, 개인 사진전 3...... 무수한 경험을 말해 주듯, 목차에는 별에서 작은 들꽃까지, 하늘, , , 개천, , , 몽골, 히말라야, 메콩까지, 다시 별이 내려와 들꽃이 된 곳에까지 글 길이 이른다.


부정하고자 애써도 불가능하게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내가 만난 것들 중 하나가 이 책에 담긴 사진들이다. 하늘을 먼저 보고 그 하늘 저 멀리 있을 수도 있고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지만 별들이 있다. 그리고 그 별들이 내려와 들꽃이 되었다고 한다. 저 많은 별들 중 어느 별은 생명이 다해 떠돌다 아주 작은 씨앗이 되어 지구에서 꽃으로 피어났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문학에서도 시인들이 현대의 천문학자들이 밝힌 것들을 시적 언어로 정확하게 예언하고 묘사한 작품들이 있다. 나는 언제나 그런 것들이 사랑스럽다. 결국 우리는 같은 고향 출신들이다. 별꽃들. 지구 반 바퀴를 돌아다니며 살았다고 자주 말한 시절이 있지만, 저자가 가본 곳엔 가 보지 못했다. 다시 나설 체력이 남아 있을까 싶어 서럽다.

 

생각해보면 포토 산문집이라는 형식이 그리 익숙하진 않다. 이 책은 내 기준에서 구성이 참 독특한데, 예술이 결국 예술가의 시선이자 고백이라면 사진과 시와 에세이와 수필과 서평까지 빼곡한 이 책 또한 저자에게 가장 맞춤한 표현방식일 것이다. 나는 별과 하늘이 좋아 그 부분을 오래 기쁘게 보았다. 다른 독자라면 꽃과 나무와 강과 땅과 산과 계절...... 다른 것을 또한 기쁘게 볼 것이다.

 

 

별을 본다는 것은 꿈을 잊지 않았다는 것이다.

별을 보는 사람들은 결코 악할 수가 없다.

별을 보면 우리네 인간사가 얼마나 찰나적이며

작은 먼지 같은 것인지 깨닫기 때문이다.​

 

머언 과거의 빛이 현재의 나를 위로합니다.

세상사 아무리 복잡하고 심란해도 별빛은 변함없이 우리를 반겨 줍니다.

 

 

별들이 스러져 꽃이 피는지, 꽃잎들이 스러져 별이 되는지......

별도 꽃도 총총 피어나는 하늘내들꽃마을의 봄밤!

어찌 잠을 이룰 수 있으랴.

 

아직 잠이 덜 깬 겨울 숲에 들어 스러져 가는 것들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제 임무를 마치고 사라져 가는 것들......(중략)​

문득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했던

윤동주 시인이 떠오릅니다.

 

 

낯선 것들도 있지만 익숙한 것들도 있는데, 시인과 작가는 역시 숨겨진 것들을 보는 능력이 있다. 그런 시선이 나에겐 부재하더라도 역시 새로운 감정을 일렁이게 하니, 글이란 참 소중한 소통방식이다. 무더운 여름이 서늘한 가을로 바뀌는 계절의 문턱에 올라선 기분이다. 환절기를 제외하고는 계절,을 자주, 오래 잊고 사는 기분이다. 도시란 변화보다 무변화가 더 많으니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좋은 친구들과 아나키스트 주인장이 운영하는 생태 쉼터 하늘내들꽃마을 펜션에서 묵으며 쉬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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