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다, 개정판 현대 예술의 거장
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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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매그넘 사진전에 꼬맹이를 데리고 함께 갔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천천히 감상하고 이동하며 사진이 아니라 역사 속에 푹 담겼다 빠져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오랫만에 예전 도록을 다시 넘겨 봐야 겠습니다. 반가운 책과 사진전의 건승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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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쁜씨와 로봇 고래책빵 그림동화 9
조희양 지음, 임종목 그림 / 고래책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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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손바닥으로 배터리 충전, 채소로 만든 자동차, 햇빛 먹고 자라는 초록 소 등 인상적인 생명공학 소식으로 시작하는 내용이라 아이보다 내가 더 흥미가 솟았다. 어린 시절 기대대로라면 지금쯤 자동차를 하늘을 붕붕 날아다녀야 하고 해저도 붕붕 다녀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2040년이 그리 먼 미래는 아니지만 여전히 배터리와 자동차를 이용하고 소들이 자라는구나하고 혼자 상상해본다. 예전 인간도 광합성을 할 수 있으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울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햇빛을 먹고 자라는 초록소! 피부만 초록인지가 뜬금없이 궁금하다. 우리집 꼬맹이를 구슬려 배터리와 자동차와 초록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 재미있겠단 궁리도 든다.

 

​​한편 2040년에도 여전히 넥타이를 매고 바삐 출근하는 직장인이 등장하고 부모의 노후가 가족과 분리되어 쓸쓸하다는 것, 그리고 ‘효’의 가치가 여전히 사회에서 논쟁이 된다는 점이 살짝 마음 아픈 모습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바쁜 당신을 위해 대신 효도해줄 로봇이 발명>되는 전개로 나아간다.


최신형 로봇인 만큼 아버지를 잘 보살필 거라고 생각하니 이제야 자식 노릇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 이름은 ‘참바쁜’이고 그 아들의 이름은 ‘참빠른’이다. 이름이 이들의 삶의 모습을 미리 들려주는 스포일러처럼 명맥하다. 어머니의 철학이 이겼다면 아이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다르게 사는 이야기가 되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아버지의 주장을 따라 아이의 이름이 정해지고 이후의 삶 또한 이름을 따라가게 된다.

 

“누구보다 동작 빠르게 움직여야 앞서갈 수 있어요. 우리가 이만큼 잘 사는 것도 내가 바쁘게 산 덕택이잖소. 남보다 좀 서둔다 하여 손해 볼 게 뭐 있소.”

 

2040년인데 심지어 아직 먹튀사기사건도 있다. 슬프다. 나는 확실히 미래란 무조건 좋은 방향으로 개선 될거란 믿음이 너무 강한 듯하다. 더구나 효도대리사업에서.

 

효도를 대신해 준다 해 놓고 계약금만 받고 달아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옛날에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 했는데, 이제는 로봇만도 못한 사람이란 우스갯소리가 생겼다면 출연자들이 웃었습니다.

 

아버지에게 효도대리로봇을 사드렸던 참바쁜 씨는 아들에게서 효도대리로봇을 받게 된다. 이때가 아흔이니 적어도 50년은 지났을 때인데 두 세대에 걸쳐 살아가는 모습에 변화가 없어 이또한 쓸쓸하다. 작가가 그림동화 이야기 전개를 간결하고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려한 구성인데 괜히 어른인 내가 나서서 이런저런 혼자만의 지적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빠르게 집중해서 잘만 읽고 있는데.ㅎㅎ

 

마지막 장면은 참바쁜 씨가 영원하길 바라고 또 바랐던 순간이다. 함께 하는 시간, 함께 웃는 시간. 참 마음이 아리고 쓸쓸하다. 아무래도 나이 탓이다. 어린이용 그림책이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 것은 다 아시는 바이겠지만, 이 책은 내가 느끼기에는 어른 독자들에게 더 큰 울림과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주제와 분위기가 있다.

책을 읽고 가만 생각해보니 가족들이 모두 모여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은 드물다. 일상을 해결해 나가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대부분 쏟아 붓는 일로도 버거운 나날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대화는 줄어들고 있지만, 한번이라도 우리가 가족으로서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행복이란 어떤 모습인지 어떤 내용인지, 과정과 결론이 멋지진 않더라도 시도해 보는 일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 지금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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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로 가는 담쟁이 고래책빵 그림동화 10
방승희 지음, nroow 그림 / 고래책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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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유행이었던 듯도 싶은데, 빨간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들이 점점 늘어나는 시기가 있었다. 그런 집들 중에는 유난히 담쟁이덩굴이 잘 자라 한쪽 벽면을 덮으며 무성하게 올라가는 집들도 있었는데, 그런 집들은 마치 차가운 벽돌이 동화와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특별한 공감으로 바뀌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세월이 가고 덩굴이 굵어지면 건물을 밀어낸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담쟁이덩굴은 주기적으로 제거해야 되는 대상이 되었는데, 그런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면 어린 내 상상과 추억도 함께 잘려 나가고 벽돌들이 다시 평범한 건축 재료로 바뀌고 마는 것 같아 황량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제는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도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드문 시절이다. 담쟁이덩굴이 주인공인 책은 처음 읽어본다. 어쩐지 추억이 한 조각 튀어나온 듯 반갑다.

 


꿈을 가진다는 것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보다는 이런저런 놀림과 방해를 받는 일도 자주 있는데, 이 책의 담쟁이 역시 그러해서 안타까웠다. 이 동네 다람쥐, 들쥐, 참새들은 어찌나 성격이 고약한지 담쟁이의 꿈이 바보 같고 한심하다고 조롱한다. 태풍조차 담쟁이를 괘씸하게 여기며 기어코 힘자랑을 해대는 가혹한 환경이다. 현재의 익숙함과 편안함을 떠나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일은 대개 그렇듯이 주변도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높은 곳에 혼자 머무는 것이 외로워서 땅에 내려와 친구들을 찾아가는 일이 뭐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싶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가슴에서 두근두근 북소리가 난다고 말하는 담쟁이는 꿈을 갖고 있고 용감하게 도전하니 부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신간서적의 첫 장을 넘길 때를 제외하면 가슴이 선명하게 두근두근하는 일이 드문 나로서는 그렇다.

 


역시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는 것! 고래로 도전하는 이들에 대한 조롱과 멸시와 방해는 계속되었지만 좌절과 실패에 지지 않으면 애초에 목표로 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결실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초등여자축구부활동을 오늘도 열심히 하는 온 우리집 꼬맹이가 겹쳐진다. 대단한 반대는 없지만 몰이해와 친절의 옷을 입은 거리낌 없는 차별발언을 한동안 더 들으며 자랄 것이다. 담쟁이덩굴만큼의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고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모든 것이 신나고 신기하고 재밌고 친구처럼 보이는 더 어린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담쟁이에게 뭐라고 말을 건넬까 궁금하다. 놀리기 보다는 열심히 응원을 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른들이 보기엔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새롭고 흥미로운 것에 손을 잘 내미는 아이들, 어른이라 조심성과 의심이 더 먼저 앞서지만, 무언가 용감하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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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알고 싶다 : 낭만살롱 편 - 고독하지만 자유롭게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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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odbbang.com/ch/14854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작이 어땠는지 기억이 없다. 5살에 이미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는데, 내가 배우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졸랐는지, 부모님이 좋아하는지 어떨지 일단 시켜보자셔서 시작되었는지. 나의 첫 피아노 선생님은 별로 말씀이 없고 늘 차분하고 잘 웃지도 않는, 그래도 나는 늘 연습실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불편하거나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첫 수업에 피아노 의자에 앉은 나를 사진으로 찍어 주셨고, 진도에 따라 가끔 기념사진(?!)도 빠지지 않고 찍어 주셨고,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로 이사를 가셔서 마지막 수업을 하는 날도 역시 사진을 찍어 주셨다.

그 이후로 다닌 교습실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 나에게 피아노에 대한 추억은 처음 그 시절의 모습으로 각인되어있다.

다른 교습실에 다닌 친구들과 얘기하다보니, 연주가 틀릴 때마다 붉은 줄이 생길 정도로 손등을 맞은 일도 있고, 힘들고 실어서 운적도 많다고 하는데, 다행히 그런 경험이 없어서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형식에 집중해서 상당히 전형적 방식을 따르는 교습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분위기라면 그나마 경험할 수 있는 음악의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을 모조리 망쳐버렸을 것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로서는 일찍 시작한 음악 교습으로 인한 덕분인지, 나는 비교적 정확한 음감을 가지게 되었고 운 좋게도 집에서 원하는 연주를 거의 매일 원하는 만큼 연주하는 일이 버릇이 되었다. 바이엘이나 체르니가 세상에서 젤 좋은 교재는 아니지만(이 교재들로 인해 한국의 피아노 연주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어쨌든 피아노 연주에 필요한 테크닉을 안다는 것은 연주와 음악에 대한 두려움의 무게를 상당히 덜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집중적으로 인생을 걸고 연주자가 되어보겠단 꿈을 꾼 적은 없다. 부모님도 그런 권유를 하신 적이 없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발표회는 자주 참가했지만 수상경력은 없는, 수상하지 못했다고 속상해하거나 울지도 않는 나의 재능(?!)에 그저 즐겁게 하는 정도로 합의된 환경이었던 듯하다. 그렇게 일상이 되어버린 즐거운 취미생활로 피아노와 가깝게 지내다, 초등4학년 때 현악부에 들어갔다. 부서에도 피아노 파트가 있는데, 무슨 이유였는지 나는 첼로 파트를 지원했다. 아름답지 않은 악기연주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첼로 현이 떨리며 들리던 그 순간에 얼마나 가슴이 함께 떨렸는지 설명할 수 없는 애착이 생겨서였다.

첼로와 함께 하는 시간동안에도 역시 인생을 걸어보자 연주자가 되어 보자 이런 방향으로 결심을 하거나 야망이 생기진 않았지만, 나는 그 활동을 통해, 독주와는 완전히 다른 합주의 다른 아름다움과 재미를 확실하게 느꼈고 ‘서양클래식’에 대한 취향이 깊이 형성되었다. 길을 걷다가도 좋아하는 튠이 절로 흥얼거려지고 연주회 연습이 즐겁기만 했고 연습이 없는 시간들이 무료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딱히 시대와 연주형식을 가리지 않고 갈 수 있는 연주회나 음악회를 즐겁게 다녔다.

물론 취향은 자리를 잡았지만 본격적으로 덤벼들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클래식 전반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체계적이고 폭넓은 것이 아니란 점을 깨닫고는 원하지 않는 친구들을 감언이설과 협박으로 꽤서 클래식 100곡 연주를 듣고 외우는 무모한 내기도 벌린 적이 있다.

 


그 시절을 모두 지나면서 이리저리 다른 이유들로 이동이 많은 삶을 살면서 사용하던 피아노와 첼로는 이미 오래 전에 기증을 했다. 더 이상 연주의 영역이 아니라 듣는 이로만 산 세월이 점점 쌓여갔다. 그러다 우리 집 꼬맹이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오랜만에 반갑게도 다시 피아노와 피아노 연주가 돌아오게 되었다. 기대보다(기대가 없었다) 빠른 진도와 향상을 보이는 꼬맹이가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내게 피아노 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는 모습이 넘 귀여워서 다시(?!) 배우게 되었다. 제가 잘 가르쳤다고 생각하는지 이제 번갈아 연주하자고도 하고 노래를 부를 테니 연주해보라고도 하고 충실한 노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혼자인 시간에 원하는 연주를 해볼까 손을 올렸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피아노를 배운 것은 전생이었나 싶게 연주가 안 된다! 애성과 욕심이 강한 성격이 전혀 아닌데도 순간 악몽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억울하고 충격적이었다. 세월 탓을 할 밖에......

올 봄에 연주회에서 뜻밖에(?! 가족들 모두 아무 기대가 없었다) 2등을 한 꼬맹이가 더욱 열심히 집중하는 귀여운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운 좋게 알게 된 [클래식이 알고 싶다]를 읽었다. 해당 음악가에 맞춰 팟캐스트와 유튭 또한 제공하는 저자 안인모의 선곡플레이를 들으며 읽었다. 친절하고 유쾌한 강연 그대로의 목소리가 책에서도 들려오는 듯하다. 참 재미있고 기분 좋은 책이다. 순서대로 읽은 필요는 없다. 나는 가을이라 브람스로 시작해서 클라라, 쇼팽 순서로 책을 읽어 나갔다. 부지런한 분들은 책 내용에 맞는 QR코드를 일일이 확인하고 감상하시며 읽으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덕분에 지난 주말은 올 가을 최고의 휴식시간이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03QFJjjurmki1sXhktlCq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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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을 어릴 적에 문고판으로 읽어 보고 영화도 보았지만, 다시 흥미를 가지게 될 줄 몰랐습니다. 특히 [그래픽노블 모비딕]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장바구니에 담아만 두고 이제나저제나 하고 있네요. 어쩌면 제가 어릴 적엔 의무감으로라도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공감하고 얘기를 나눌 수 없는 아이들과 함께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매일 자잘한 일상을 해치우고 유지하는 일에만 체력의 대부분을 고갈하는 저도 오랜만에 깊고 푸른 바다와 신비하고 아름다운 바다생물을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란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도 합니다. 아름답고 가치있고 참 좋은 인류에게 주어진 선물, 세계문학클래식을 새롭게 더 아름답게 출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판문화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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