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헌의 사주 강의 : 상 이동헌의 사주 강의
이동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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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주’, ‘궁합’ 실제로 어떤 역학과 철학이 있는지는 모르지만단어만큼은 아주 익숙하다태어난 년시를 보고 기질과 운을 설명하는 것이 사주이고궁합은 두 사람의 상성을 알아보는 것정도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재미삼아 보는 별자리 운세나 한때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기기도 했던 타로를 본 적은 있지만믿음이 부족해서 오래 기억하거나 찾아보는 일이 버릇이 되지는 않았다몇 해 전엔 친구가 새해에 토정비결 운세라고 12달과 총운이 아주 길게 분석된 자료를 보내 주어 읽어 본 적이 있었고오래 사귄 상대와 결혼을 결심한 친구가 집 안에서 본 궁합이 상극이라고 말리는 것을 무릅쓰고(?) 결혼하는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들은 것이 기억이 남는다.

 

퇴직하신 부모님이 평생교육원 강의들을 들으시다 사주명리학이 가장 인기 강의라서당신들도 들어볼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고 하셔서사주는 명리학을 이론으로 한다는 것을 처음 듣게 되었다결국 부모님은 경쟁률을 뚫지 못하셔서 수강 기회가 없었지만친구 분 중에 한 분이 엄청나게 두꺼운 강의 교재를 구경 시켜 주시며 무척 어려운 내용이라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명리학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우주와 인간을 대상으로 평생과 순간의 운을 다 살펴 보는 이론이 어렵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차에 외향이 정말 벽돌책과 같은 묵직한 사주 강의 세트를 읽을 기회가 생겨 부모님과 함께 얼마나 이해할까 걱정은 일단 접고 대략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살펴보자고 시간을 들였다.

 

자기 자신을 자각하는 것이 사주명리학 공부의 시작이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205


사주명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양


음양의 기본의미는 순환이다없는 데서 무언가가 생겨나서 성장해서 최고점을 찍은 후에 점점 쇠퇴해져 다시없는 것으로 돌아가는 것성장하고 쇠퇴함을 반복하는 것이 음양이다. 27

 

오행은 각각의 요소가 고정된 것이 아닌 서로서로 '생극'과 '왕쇠'라는 상호 작용력을 가진다앞에서 오행의 변화 순서가 일정하고도 반복적이라고 말했는데그 순서를 따를 경우 상생이라 말하고그 순서를 뛰어넘을 경우 상극이라고 말한다. 35

 

사주명리학을 오래 했다는 분들이 음양만큼이나 잘 모르는 부분이 좌표론이다좌표론이란 말 그대로 사주팔자 천간 네 자리지지 네 자리로 구성된 2행 4열을 하나의 좌표로 본다는 얘기다. 196

 

사주팔자의 종류가 518,400가지라고 자주 말씀드렸다. 201

 

사주를 완성형이나 운명형으로 생각하지 말라공식으로 삶의 과정을 단정 지으려고도 하지 말라사주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그 생물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언제뭐 했고'가 아닌 '어째서 그걸 했고'가 되어야 한다그렇게 계속해서 적용하고 생각해 보시라그럼 다 보일 것이다. 244

 

사실 사주는 남자인지여자인지를 알고 사주팔자를 보고 대운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삶의 큰 틀은 모두 나오게 되어 있다사람이 산다는 게 옷 입고 밥 먹고 어딘가에서 자는 것뿐인데 이것으로 옷은 잘 입을지밥은 잘 먹을지어디서 잘지가 나오는 것이다. 335

 

실제 사주를 열어 보고 말씀드리면 더 정확하겠지만 찾아낸 원인과 반대되는 노력을 하면 대부분 해결된다반대되는 노력이란무언가를 자꾸 시켜서였다면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그냥 두면 되는 것이고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게 원인이라면 뭐라도 자꾸 시키면 된다그 밖에도 지금까지 자신과 자식의 관계를 돌아보고 그 반대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이면 아이는 곧 원래 인간이 그 나이 대에 살아야 할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347

 

4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살아남고 변화한 사주명리학이라니저자가 아주 친절하게 역사와 체계와 노하우까지 별책부록으로 만들어 설명을 잘 해주고는 있으나역시 잘 이해하기는 어려운 느낌이다특이 오행과 간지 부분은 이해하기기 어렵다벽돌책의 두께만큼이나 노력을 들여야 통달하게 될 일이지만일단 통독을 해냈다는 만족감은 든다공자도 <주역>을 묶은 가죽끈이 닳을 때까지 반복해서 읽으셨다고 하니 내용도 변화도 활용도 도전적인 학문임에 틀림없을 듯하다새삼 사주명리학의 전문가들의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주명리학 원론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도 실 사례들을 수많은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들어서 이야기한 내용은 무척 흥미로웠다역학적 사고에 대해 배운 점도 재미있었다만약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무척 세밀하고 꼼꼼하게 가이드하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기질을 분석하고실제 사주팔자를 풀이해보는 연습 과정도 아주 많아서 진지하게 연구하는 텍스트로서 재미있으면서도 유용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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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유치원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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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을 열고 잠시 어리둥절했을 만큼 이토록 어여쁜 가제본은 처음이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이라 가제본을 읽으면서도 이런 충분한 호사를 누리는 기분.


누구나 때때로 긴장을 풀고 하고 싶은 말도 잘 하면서 사는 일은 중요하지만,

본인 긴장을 푸는 일에 그치지 않고 배려가 부족한 태도와 말을 하는 이들은 늘 있었지만,

오늘따라 감정이 요동쳐서 막 짜증이 나려는 순간, 자가 치료처럼 이 책을 집어든 선택을 칭찬하고 싶다.

 

두 권이라면 한 장씩 떼어다 큰 그림으로 만들어 벽에 붙여두고 싶다.

색감도 질감도 디테일도 내용도 감성도…… 늘 이런저런 부작용이 따르는 치료약 따위 저리가랄 만큼 완벽하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부글거리던 머릿속이 사르르 식는다.


마크 표시 보이세요? 거름(compost) 만드는 용도 표시랍니다. 


손과 앞치마에 살짝 묻은 클레이,  뒷 허리춤 옷주름, 책장 책들이 나오고 들어가고 높고 낮고 기울고 

하나하나 경탄하며 봅니다. 


이번에도 허리춤 올라간 윗 옷, 아이들 높이에 맞춘 손잡이, 

용무가 급한 아이들의 자세, 유리창을 비워두지 않고 당근 드시는 누군가(?) 

감탄이 한숨처럼 나옵니다.


적당히 어질러진 식탁, 당근 달라는 아이 의자가 뒤로 넘어간 것이 백미입니다. 


가제본이라 판형이 조금 작은 듯해서 시선을 바짝 대고 이러 저리 요모조모 열심히 보았다.

현장 취재 나가셔서 사진 찍은 거 다 모아서 베끼신 거 아니에요, 여쭤보고 싶을 만큼 디테일이 섬세하고 그런 부분들 덕에 그림동화 캐릭터들이라는 걸 싹 다 잊고 몰입해서 여러 번 보았다.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틀린 그림 찾기처럼, 같은 배경에서 뭔가가 달라졌을까 왔다갔다 넘기며 보고.


8시만 되면 열심히 울고 있는 뻐꾸기 시계가 반갑고,  

선생님께 칭찬받은 클레이작품 코끼리가 당당하니 수납장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기쁩니다. 


창비아동도서를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한다는 것은 자타공인이고, 안녕달 작가의 책은 특히나 그러하다. <안녕>을 볼 때도 아이들이 웃는 동안 다 큰 어른들(?)인 나와 동생이 가장 먼저 눈시울을 붉혔다.

 

이전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차분히 그림을 보면서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듣고 상상하고 느끼는 마치 명상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었다면, <당근유치원>은 유치원과 아이들과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모두 등장하고 - 나무와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보랏빛 새들도 - 아이들이 행복하고 떠들썩하게 재잘거리는 귀여운 대화들이 조잘조잘 귀엽게 수다스럽고도 적확한 입말들로 표현되어 있다.



당연히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님들도 해야 할 말들이 있으시고, 유치원 선생님들도 안전과 교육을 위해 때론 큰 목소리로 말을 하셔야 한다. 그림들만으로도 행복한데 입장에 따라 읽어도 재미난 내용이 한 가득이니 떠들썩한 봄날 같이 즐겁고 행복한 그림책이다.

 

새로 등원한 얼굴이 빨간 아이가 엄청난 역할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으레 다들 하는 아이다운 행동들을 벗어나지 않는 너무나 평범하게 귀여운 캐릭터이다. 긴장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아주 편안하게 웃으며 지켜볼 수 있는 ‘우리 아이가 조금 달라졌어요’ 같달까. 귀엽다, 귀엽다, 아휴~ 귀엽다.


우리 집 작은 꼬맹이는 예전 유치원 선생님이 매일 화려하고 귀엽고 기발하게 머리를 묶어 주셔서 얼마나 신나고 기뻐했는지 모른다. 다른 가족들이 모두 똥손이라 아이에게는 그 기간이 멋 부리기가 가능한 유일무이한 시절로 남았다. 바쁘신데 노고를 더할까 조심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중단하셔도 아무 원망(?)도 안하겠다 말씀 드렸더니, 아들만 둘이라 해보고 싶었던 소원 풀이하는 거라 말씀하셔서 가족들 마음속에 기쁨과 환호의 함성이…….

 

마지막으로 내게 특별한 감동을 더한 이 책의 미덕은 안녕달 작가님의 시선이 아이들에게만 모이지 않고 아이들이 모두 귀가한 후 선생님들의 남은 업무와 표정에 차분히 머물러 주시는 것이다. 한참 선생님들의 표정과 몸짓을 바라보니 마음이 달달하게 풀어진다. 무대 뒤, 이면, 끝까지 남는 이들을 빠뜨리지 않고 이토록 따스하게 표현해 주시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작가님의 태도와 시선이 존경스럽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그리고 자식이란 관계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모두 다 귀한 개별적 인격체이다.



아이들이 무탈하고 즐겁게 보내는 일상을 유지하느라, 하루 종일 누구의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게 보호하고 가르치고 사랑까지 해주는 많은 선생님들이 계시다는 것……. 연봉에 따라 급수가 정해지는 직업 세계에서 때론 부당하고 억울하지만 그래도 계산으로는 다 설득할 수 없는 감성과 의미를 담아 교육 환경에서 애쓰시는 분들의 현실도 좀 더 잘 알아주시면 좋겠다. 가해자 당사자에게만이 아니라 직군 전체를 성급하게 일반화해서 비난하고 욕하는 일은 너무 천박하고 잔인한 게임이니 하루 빨리 중단되길 바란다.


당근유치원의 다람쥐 교장선생님은 

말씀도 없이 하루 종일 온갖 뒷정리와 청소와 그 외 필요한 일을 쉬지 않고 하십니다. 

저도 이 장면에서는 못 찾아 보고 지나칠 뻔 했습니다.


마치 돈만 밝히는 속물 의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전문 의료직을 존경하면서도 경멸했던 우리 사회가 코로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의료종사자분들 -의사, 간호사, 연구자, 그리고 의료진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다른 모든 업무 지원을 해 주신 직원분들 등등 - 이 자기 이익과 갈등과 심지어는 건강과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면서도 ‘일단 사람들을 살리자’는 간단한 이유로 기꺼이 달려 나와 애쓰신 모습들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울게 되어도 웃게 되어도 차분해질 수 있게만 되어도 늘 참 좋은 안녕달 작가님의 그림책이다. 생일을 맘대로 옮길 수만 있다면 앞으로는 신간이 출간되어 읽게 되는 날로 정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도 마구 엉클어져서 후회할 말이나 행동을 했을 지도 모를 나 자신이 그림책을 읽고 보는 것만으로 좀 더 괜찮은 사람의 시간으로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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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에 묻다
이주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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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잔잔한 일상과 심리에 대해 귀 기울여 듣는 기분이다가, 이제 겨우 30여 쪽이 지났는데 같은 방식으로 두 건의 사망이 발생했다는 생각이 들어 화들짝 놀랐다제목의 묻다가 장소가 앞에 나오니 땅에 무엇인가를 묻는 일이겠지만어쩌면 질문을 묻다란 중의적 표현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이런 전개라면 땅에 묻는’ 사건이 더 발생할 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내가 그런 존재라는 막연한 의식만 있었지 구체화되지 않아 

그것을 소리 내어 누구에겐가 표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에 타인에 대한 방어의 몸짓으로서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소아정신과 선생님이 의심할 만큼 지극히 내성적인 데다 더해서 의도적으로 소리 자체를 내지 않았더랬다.

 

주인공 민주의 시간을 따라가면서 읽는 것이 쉽지가 않다태어나면서부터 어떤 식의 상처를 이미 받았고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이어지지만아이는 마치 트라우마에 걸린 당사자처럼 조심스럽게 성장한다지극한 사랑을 주는 대상도 있지만 그 결합은 탄탄하지만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어린아이가 화자로 묵직한 사건의 한 가운데에 있을 것 같아 자주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평범한 타인뿐이 아니라 전문가인 의사를 완벽하게 속일 만큼 영악한 괴물이 되어 버린 이유를 

스스로 합리화하자면 고모와 고모부고종사촌 언니 둘, 4명의 식구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정확하게 두 개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표현하면 환희와 환멸이었다

어린 나의 정서는 어디로 향해야 했을까?


민주와 민주의 친부모이들의 사연을 알고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향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설명되어야 한다하지만 저자는 현상만을 반복해서 묘사하고 감정의 색깔조차 조심스럽게 혹은 흐릿하게 두고 있어서 원인을 짐작하거나 추리해내기가 막막하다.

 

내가 알아서 안 되는 일이 뭘까?’

 

그녀는 무엇을 의심하는 건가?

 

나의 부모는 누구고 왜 고모네 집에서 살게 되었고 고모부는 왜 나를 그다지도 미워했나?

 

아이는 자라고 변하게 마련이라 어느 덧 민주는 말도 하고 감정 표현도 하고 학교생활은 기대 이상으로 무탈하고 평범하게 한다단짝 친구도 생기고 미래와 꿈을 이야기하기도 한다실패하는 법 없이 진학하여 대학에 간다심지어 동아리활동도 즐겁게 하고 사랑에도 빠진다이렇게 지내는 동안 더 이상 어디에도 묻을’ 일은 일어나지 않고어린 민주에게 드리웠던 심적 고통과 어둠이 흩어진 것만 같아 한참을 마음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고모 집에서 사는 동안 나의 머릿속에는 항상 암울함과 더 알아서는 안 되는

그래서 스스로 알려는 노력 자체를 안 하고 싶고 어둠으로 숨기려는 기운이 늘 존재했다.

 

교감이라는 건 영혼이 서로 교통한다는 말인데 

피차에 자신이 가지고 이는 비밀을 상대방에게 들키기 전에 말머리부터 돌려야 하는 운명이라면 

차라리 입을 열지 않는 것이 현명하리라는 걸 서로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평화의 시간들은 민주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단 하나의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 이야기 하지 않는 고모의 닫힌 입과세상에서 유일하게 애정과 신뢰를 느끼는 대상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아이의 타협과 유예로 유지되는 아슬아슬한 것이었다.

 

우리는 그날의 진실을 똑바로 알아야 하잖아?”

 

질문은 민주의 마음에서 떠난 적이 없고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놀랍게도 이런 영향력은 살아 있는 것으로 결국 밝혀진 민주의 생부와 그가 신출귀몰하게 오랜 세월 제공한 물리적 뒷바라지를 포함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사연에서 으레 동반될 감동적이거나 희생적인 이야기는 전혀 없는 점이 특이하게 느껴졌다문학에서 어떤 신파나 감동을 최우선으로 삼거나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비극적 역사나 환경과 맞물리는 사연들이 등장하는 소설 속에서 이토록 건조하고 사무적인 관계 역시 놀랄 만큼 생경하다저자의 스타일일 수도 있지만저자가 주목하는 것이 다른 부분일 거란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의 등이 깜깜한 산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도하고 나도 모르게 그에 대해 연민이 생겼다

동질감이었다

다음에는 분노했다

나는 산으로 그를 따라가 묻고 싶었다

산속에 어느 길이 당신이 가는 또 다른 세계로의 길인가?

 

끝까지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이 완전하게 부재하는 생모아이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헷갈리는 생부그리고 그 생부의 놀라운 행적그리고 가장 놀라운 점은 마지막 장까지 다른 비밀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 고모의 행동이다그리고 밝혀진 또 다른 살인 사건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시장기가 몰려왔다

죽고자 하는 것과 먹고 싶다는 생각이 공존하는 것이 얼마나 역설적인 것인가를 깨닫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뭐라고 하면 좋을까역사탐사기획보도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적은 종종 있었지만 감정이 흔들리거나 강렬한 인상을 받거나 하는 느낌이 없었다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타입의 신기한 글이다마지막까지 하나쯤은 다들 이상한 등장인물들을 추리하느라 머릿속이 분주했다그런 인간 유형들이 지극히 더 현실적인 것인가일상에서는 실제로 드라마같이 모두 다 설명되고 이해되는 그런 일들은 드문 것인가.

 

그래저 찬란한 산 중턱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내가 산다니까.’

 

유일하게 적을 두고 살아 온 집마저 타인들의 손과 발에 의해 파헤쳐지고유일하게 친밀감을 형성한 고모와도 이별하고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사람을 밀어 낼 것만 같은 곳에서 주인공 민주가 남아 있다냉장고와 창고의 식재료들만으로 그저 숨 쉬며 버티고 있다막바지에 몰려 확인해본 통장엔 따스한 체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돈이 입금되어 있고마지막 순간까지 민주는 한 번도 큰 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이야기의 끝과는 상관없이 모든 것은 그대로 무등산에 묻혀 있는 것만 같다.

서늘하다 못해 손발이 시린 기분이다.

뜨거운 차라도 마셔야 속이 풀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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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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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끝이 아니다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그리고 마침내 세상을 떠났다중략부모님의 아들조부모님의 손자증조부모님의 증손자유고슬라비아의 아들인 나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우연히 독일로 피난을 왔다아버지작가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모든 게 나일까? 438

 

제목 때문이었을까이례적으로 내용이 궁금하여 활짝 펼치지 않고 표지를 한참 보았다표지의 용이 마치 인간으로서의 근원적 출신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유전자의 형태처럼 보인다저자의 이름이 흩어지는 용의 육체 가운데에 적혀 있는 것은 어떤 고정의 의미일까아니면 꽃들이 흩어지고 날리듯 무상한 흐름의 의미일까출신으로 차별받은 선명한 기억이 없음에도 출신이라는 말이 폭력적으로 들려서 목이 막히는 기분이다.

 

할머니우리 할머니 크리스티나가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할 때 나는 기억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86

 

소천하신 조모님이 나를 손주가 아니라 재종질녀로 부르기 시작한 때가 다시 떠올랐다마치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문득 떠오르듯 단편파편시간의 비순차적 전개감정의 고조와 다채로운 색감들이 작법의 제한 없이 지면의 제약 없이 흘러넘친다장편소설을 읽고 있었는데 어느 새 저자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분에 잠시 읽기를 멈추고 긴 호흡을 하기도 했다.

 

우리를 이곳저곳으로 이끈 달콤쌉쌀한 우연들이 출신이다. 89

사람들과 아무 상관없는 소속감이 곧 출신이다. 89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조차 처음 알게 되었다한 세계가 그렇게 사라졌는데 내 세상엔 영원히 기억될만한 천둥번개와 같은 울림이 전해지지 않았다니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공간에 대한 향수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게도 생겨났다. ‘나라를 잃었던’ 그 시기에 내가 살지 않았음에도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배워서 알게 된 것처럼소설 속의 시대와 배경과 인물들이 자주 내가 아는 시대와 배경과 인물들을 떠올리게 했다. ‘해외 동포라는 친밀한 단어로 불리지만여태껏 잊고 살았는지 찾으려 하지 않았는지 모를 이들도 떠올랐다내게는 자주 방문해서 익숙하고 여전히 여러 좋은 친구들이 사는 독일 하이델베르크가 이민자들에게는 어떤 터전이 되었을까도 가능하면 더 정확히 생생히 상상할 수 있으면 하고 바랬다.

 

내가 만들어내는 허구의 세계는 창작인지기억으로 이루어진 열린 체계로이 체계는 실제로 일어난 일에 맞닿아 있다고. 28



이 이야기는 기억이 소멸되는 시점에서짧은 시간에 사라져버린 한 마을에서망자들의 현존에서 시작되었다. 40

 

저자의 세계는 그리움과 공상과 사색으로 가득하다그리고 이 모든 것들로 저자는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유지하려 한다이는 단순한 허구라 말할 수 없다내가 기억하는 지난 시간들과 함께 한 모든 이들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허구가 아닌 것처럼그 기억 속 일화들이 얼마나 미화되고 치장되고 선별되어 나에게 남아 있는 지와도 무관하게 그것들은 모두 현재의 나에게 실재하는 세계이고 내가 기억하는 한 그렇게 살아남을 것이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해서 행복해하는 사람도 드물다그 사람들은 쉴 새 없이 도망치는데때론 그 어떤 무엇으로부터때론 실존적 존재로부터 도망친다이처럼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건 때론 무거운 짐 같고때론 선물 같기도 하다. 86

 

목적지도 없이아직 거리 이름도 강 이름도 모르는 세상을우리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이곳엔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도우리가 이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167

 

무엇을 할 것인가어디에서 살 것인가는 나의 20-30대를 관통하던 가장 중요하고 고통스런 질문이었다그 둘은 때론 서로 결합되어 한 번의 결정으로 정착되기를 강요했고때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괴리로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공항만 봐도 멀미가 날만큼 세계의 절반을 돌아다녔지만 나는 결정을 하지 못하는 자신과 여지를 보여주지 않는 현실로부터 뿌리 없이 날려가듯 그렇게 도망을 다니며 시간을 견뎠는지 모른다결국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 곳에서 사는 꿈을 끝없이 유예하다가어느 순간 잘 하는 일도 아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고향은 우연에 의해 탄생한다. 166

 

나의 반항은 일종의 적응이었다중략그러나 소속감은 지지했다나를 원하고 내가 있고 싶은 곳에서는 소속감을 갖고 싶었다. 295

 

나는 모국에서도 고향이 없다좀 더 정확하게는 소속감과 애정과 그리움을 느끼는 대상으로서의 장소가 없다필요할 때면 언제나 두 팔을 벌려 나를 기다려 주시던 분들이 돌아가시고 사회적 고아가 된 기분을 거듭 느끼며 가난한 어른이 되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그 때로부터 영원히 부재하나 유일하게 깊은 의미를 가지는 존재들로서 그리운 그 분들이 나의 유일한 고향이었을 지도 모른다그래서 사람을 고향으로 삼고 만 내 정서는 그분들의 세계가 사라지자 내 기억 속에 튼튼한 집을 짓지 못하고 물리적 공간마저 탄생시키기 못한 능력의 부재로 귀결되었는지 모른다.

 

분명히 내 감정은 묵직했고 읽는 내내 의미를 찾아 몰입했지만 또한 놀이동산의 조명들과 기구들과 방문객들의 반응처럼 다채롭고 떠들썩한 재미난 입말들도 상당한 분량이며, 이는 저자의 지적이고 성숙한 사고와 현실 대처에 대한 지혜로운 여유를 잘 보여주기도 한다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오랜 시간 잔잔하게 이어지는 누군가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는 특별한 경험과도 같은 신기한 책이다웃다가 울다가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기도 했다저자의 기억인지 소설 속 인물들의 기억인지 더 이상 구분이 안 가는 것도 더 이상 문제가 안 될 만큼 장면들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다시 책을 투르르 넘겨보니 저자는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대답을 350쪽이 넘는 분량으로 계속 설명했다적어도 저자에게는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확해지지 않았을까 싶다출신과 고향은 하나가 아니다.



오랜 사색과도 같은 독서의 끝에 숨을 고르고 잠시 멈출까하는 순간상상도 못하게 유쾌한 엔딩, ‘용의 보물이 등장한다이야기의 백미라 느껴지는 부분을 망칠까 두렵지만이런 형식의 엔딩이야말로 저자가 망각과 기억을 동시에 불러 오면서 전개한 이 소설의 발걸음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라고 공감한다요소요소가 충실하고 정성스런 장편이 엔딩이 제일 재밌고 유쾌하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무엇을 잊고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가.

 

표지의 뒷장을 쳐다보는 내게 남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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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가지 - 마음을 달래줄 캘리에세이
나하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검정색 같았던 지난 세월 속에서 하얀색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읽고 쓰고 그림 그리고

때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픔 속에서 좌절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썼다.

아무도 없을 것 같지만 고개를 조금만 들어보면 하늘에도 땅에도 만물이 있다.

힘들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빌고 또 빌었다.

 

아침마다 부대치는 감정에 최소한으로만 휘둘리려 애쓰는 날들이 반복된다현실적인 고민도 분명하지만닥치지 않을 지도 모르는 걱정을 당겨서 헛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어떤 것들은 금방 결론이 나기도 하고 상황이 정리되기도 하지만그러지 않은 것들은 잊어버릴 수 없는 한 반복되는 불안과 헝클어짐을 피할 도리가 없다.

 

세상은 보물 창고 같은 것이다.

보물을 발견하기까지 고되지만 또 혼자서는 어렵지만,

보물은 험한 그 길을 용기 내어 걸어온 이들의 것이다.

 

내 앞에 놓여 있다 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감추어져 있어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닌

의식적으로 살펴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그런 것들

이오덕 선생님이 말한 '아이처럼 보는 힘'이 그런 것이다

햇살이바람이사람이삶이 그렇다.

 

나는 열심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어디로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잠시 쉬자,고 했던 시간이 멈추지 않는새로운 계획의 부재아주 사소하고 시시한 일들만 종종 시도해 보고 싶다그런데도 거의 매일 피로하다어쩌면 호흡과 명상과 결심을 새롭게 하는 것보다 염증 수치를 낮추고 뇌의 세로토핀이나 아드레날린을 늘이는 치료가 더 효과적일 지도 모르겠다,

 

정여울 작가의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를 읽고 그녀의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다그녀는 치유의 문학을 쓴다강의 시간 동안 내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며 내 아킬레스건을 찾아내어 다독여주는 위로의 시간을 경험했다이날 강의 주제는 '상처를 치유하는(심리학인문학의 힘'이었다중략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위한 노력보다 숨기기 위한 노력을 하며 산단다그런 잘못된 행위는 자칫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작가의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중략정여울 작가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글쓰기를 하고 산단다아픔을 문학으로 풀어내기까지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며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주기까지 얼마나 고된 글쓰기를 했을까행복을 넘어 희열을 안겨준 그녀의 마음과 문학에 감사한다.

 

그렇게 눈 뜨는 것이 후회가 되는 오늘흐릴 것이라 예보된 날씨를 걷고 5월의 햇살처럼 이 책이 도착했다글귀 문장 하나하나가 차분하고 다정하게 위안이 되는 것에 더해마음이 색이 번지는 듯한 일러스트레이션들이 모자람 없이 나타나고글도 그림도 아닌 캘리그래피들이 육성으로 들리듯 생생하게 말을 건다.




 

지금껏 자연을 무상임대 하며 살았다.

불행과 행복이란 장학금을 받기도하고 좋은 날좋지 않은 날을 번갈아 겪어가며

37년째 인생학교에 다닌다.

가난은 훌륭한 스승이었고 내가 가진 아픔(장애)은 겸손과 사명이 되었다.

내 앞에 놓인 자연을 가만히 오래 들여다보면 나를 어루만져 주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자연이 주는 힘이다.

 

마음이 따가울 정도로 아프게 읽은 저자에 대한 소개글고통과 괴로움을 겪을지언정 힘을 잃지 않았던 이의 저력과 용기와 재능이 빛난다한 시절을 늘 전력질주를 하다 어느 날 손을 탁 놓아버린 듯한 기분이 드는일관성의 줄기가 끊긴 듯한 내 삶과 참 다르다.


 

안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 27번의 수술을 거친 꼬마 주인공 어기는 이제 홈스쿨이 아닌 일반학교로 들어가게 된다우주인처럼 헬멧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지구인들 세상 속에서 외롭고 아프게 그만큼 뜨겁게 살며 견디며 산다어기가 느꼈을 세상의 온도차무게감이 얼마나 컸을지어기는 포기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짧게 울고 빨리 뛴다중략영화 <원더>.

 

어기는 곧 나의 이야기-나는 어른이 되었고 더 이상 헬멧을 쓰지 않는다나도 안면 장애를 가지고 있다마흔 번의 수술을 거쳤다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회사 선배의 추천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영화 중간 중간 우리 아이들이 마무 말 없이 내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중략특별함(장애)을 가진 아이의 형제자매는 외롭고 아프다내 동생들도 그랬다힘겨운 만큼 우리 가족은 단단해졌다우리는 모두 원더(Wonder).경이롭고 위해한 존재인 것이다헬멧도 가면도 쓰지 않고 사는 사회가 오길 바라고 또 바란다.

 

"어기의 모습은 바뀔 수 없으니 우리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자신의 현존에 집중하면서 차분히 호흡을 고르고 생각을 모으는 일이 명상이라면어쩌면 이 책의 면면이 오늘 오후를 구원해 줄 가이드였을 것이다어찌할 바를 정확히 몰라 불안한 모든 분들이 만나봤으면 싶은 깊고 고운 저서이다.

 

고된 하루의 끝에서 내가 보고 들은 좋은 이야기들을 베개 삼아 잠이 들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글을 썼다

글이 써지지 않는 날엔 책을 꺼내 읽었다

그 떨림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만물을 살펴보며 글감 삼아 글을 쓰는 일은 여행을 떠나는 것마냥 설레고 하루에 이틀을 사는 기분이다.

 

"옭음과 친절 중에서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면친절을 택하라."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린 종종 잊고 산다그래서 쉽게 화를 내고남의 이야길 하고비난을 하고험담을 하며 시간낭비를 하기도 한다중략나 역시 매일을 반성하고 속죄하며 다짐하기를 반복하며 산다실수의 연속버거움의 날들그러나 그 길에서 오늘을 살아낸다열심히 하지 않아 얻을 수 있는 일이 과연 존재한단 말인가그것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단 말인가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먹고살기 바빠 흘린 눈물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희망이다. "내게 행복이 올 리가 없지"라고 생각하는 힘든 상황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내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먹고살기 바쁜 사람들나 같은 사람들우리 부모님 같은 사람들과 나누기 좋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나를 살게 해준 가족들친구들동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감사의 마음도 함께 담았다책을 통해 배운 세상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만난 사람들일상 속에서 떠나는 소소하고 잔잔한 여행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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