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줘서 고마워 -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의사의 기록
오수영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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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병원에 가지 않으면 사람이 죽습니다.

 

산부인과 의사에게는 인공지능보다 순간 이동 기술이 필요하다가끔 택시 기사님이 험악할 만큼 빠르게 운전하실 때면 속으로 왜 이러실까하고 불안했는데 그때는 말 그대로 총알택시처럼 운전해 주시니 너무 고마웠다.

 

희망을 주는 의사에서 절망을 주는 의사가 될 수밖에 없던 내가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부모를 대신해 임종을 지켜주는 일이었다.

 

살아 보면’ 사는 일은 아무 것도 평범한 것이 없고 당연한 것도 없다는 당혹스럽고 황망하고 충격적인 현실과 만나게 된다꿈꾸던 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으며그 혼돈의 길 끝에는 자신이 생각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자신이 버티고 있다자기 자신도 잘 모르겠고타인도 잘 모르겠고 사회도 세상도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통 모르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개인적인 경험입니다안 그러신 분들도 많겠지요부럽습니다.) 그러면 이제 타인과 부부가 되고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고 이런 일들이 까마득한 도전 최고봉으로 느껴진다그러다 어느 시절 사는 일은 언제 어떻게 방향을 선회할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세찬 계곡물과도 같이 튀어 오르기도 한다.

 

나는 1995년도에 결혼해 이제 다 큰 딸이 있는데이 산모는 같은 해에 결혼해 이제 처음으로 엄마가 된 것이다이처럼 세상은 임신과 출산에 관해서는 불공평하다.

 

임신을 하면 아기가 구조적으로 정상적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이지만실제로 태어나는 아기의 2-3 퍼센트는 확률적으로 구조적인 이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이 설명을 지금가지 천 번 이상은 한 것 같다.

 

가족 중에 고위험산모로 분류되어 출산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누워만 있던 이가 있었다입덧도 너무나 심해서 수분섭취 외에는 거의 입도 못 대서 산달에 이르자 산모가 18kg이나 체중이 줄었다지켜보는 주변인들조차 이러다 큰 일 나는 거 아니냐고 겁을 먹던 시절그래도 신기하게 태아는 자라서 3kg대로 태어났다그 과정에서 정기검진 받으러 병원도 다니고 그렇게 몇 달을 노심초사하며 행여나 혹여나 마음을 극한으로 졸이며 산다는 건 참 두 번은 못할 일이다 싶었다.

 

임산부와 일반인의 착각 중 하나는 모든 임산부와 태아를 기본적으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이는 서울에서 365일 교통사고가 100퍼센트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요즘 세상에 아기를 낳다가 죽는 게 말이 되냐고 묻지만 분만 의사의 답은 이렇다.

아기 낳다가 드물게 죽을 수 있습니다임신이란 생리적인 상황인 동시에 병적인 상황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그저 산모와 아이가 무사한 거 외에는 다른 아무런 소원이 없었다,는 것이 순전한 진심이었다그런 시간을 거치며 몰랐던 일들도 알게 되고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누군가는 무사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당사다가족의료진들 누구 하나 애쓰지 않은 이들이 없기에임신과 출산 관련 모든 일과 직업은 업무 강도가 최고조로 솟구치는 일이라 생각한다.

 

산전에 발견되는 어떠한 선천성 기형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중략마음을 정직하게 들여다보자이는 아이의 고생이라기보다는 아이의 고생을 옆에서 보고 싶지 않은 어른의 마음일 뿐이다.

 

조산아들 중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아이들 당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가족들의 고생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그래서 내가 키워줄 게 아니라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말을 쉽사리 건네기도 참 어려울 것이다간혹 장애아와 재활치료를 오랜 기간 하던 보호자의 자살 소식이 들리기도 해서 그럴 때는 너무나 마음이 쓰리다


예전 타학과의 젊은 교수 부부가 임신 중 태아의 장애 진단을 받았는데도 출산하기로 결정한 일이 크게 회자되었다다들 너무나 용기 있는 일이라고부디 불행 중 다행이기를경증이기를 기원했지만아이는 중증 뇌병변으로 인해 시선을 맞추는 것 외에는 말을 하는 일도 어려운 상태로 자라났다언젠가 그 교수님이 학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평생의 소원이 자신을 부르는 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어쩌면 나중에 시계를 함께 보며 시간을 가르쳐줄 수 있는 일도 있지 않을까그런 내용을 담았다간혹 이렇게 다 알고도 큰 용기를 낸 선택을 하는 분들이 있다.



정말 안타깝게도 임산부 중 일부는 의사의 말보다 역술인의 말을 잘 듣고 더 믿는다의사의 권고에 반하는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중략자궁내태아발육지연 때문에 유도분만을 해야 했더 임산부도 그랬다역술인이 어느 시점에 낳는 게 좋다고 했다면서 의료진이 권한 수술 시간을 거절했다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자궁 안에서 태아가 사망한 뒤에야 병원에 왔다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임산부와 태아에게 최선의 출산 시기를 결정하고자 노력하는 산과 의사로서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시인가요?”

 

주변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면 진통이 온다고 해서 계단으로 20층까지 올라갔는데그 뒤에 배가 너무 뭉치고 아팠어요결국 병원에 갔더니 태반조기박리되어 아기가 잘못되었다고......” 아니계단을 오르내린다고 진통이 걸린다면 이 세상에 유도분만이라는 게 없어졌겠지의사의 충고보다 옆집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임산부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 안타까운 경우가 가끔 있다아마도 우리 몸이 기계가 아니기에 사람마다 치료나 약제에 반응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환자와 의사의 신뢰는 결국은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준다.



다음 날인 월요일 아침 중환자실로 회진을 갔더니 어제 피바다가 되었던 전쟁터수술을 집도했던 그 자리에서 환자가 눈을 깜박거리며 내게 물어왔다. “선생님물 마셔도 되나요?”

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았을 질문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말 한마디도 건넨 적 없던 산모의 질문을 받으니 어제의 피로가 치유되는 느낌이었다물을 먹어도 되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살아주어 고맙다고.



5-6 주의 배아와 9-10 주 이후의 태아가 얼마나 다른지초음파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서 이들의 움직임을 느끼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간절히 바란다.

 

부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임신과 출산 그리고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혹시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이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또한 엄마를 이렇게 힘들게 하고 나온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느끼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에세이를 읽다 보면 살아보지 못한 다른 삶에 대해 가장 생생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읽는 것뿐이지만 없던 이해가 생기고 공감이 든다그런 독서 경험이 있으면 이후에 실제로 그 직업에 종사하는 이를 만났을 때 태도가 달라지기도 한다특히나 이야기 하나하나 가볍게 쓰여지지 않은 이런 에세이는 더욱 그 효과가 선명하고 오래 남는다.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만이 에세이의 순기능은 아니다적어도 나는 언제나 독서의 효능이 나 자신에게도 돌아오는 방향성을 예외없이 지니고 있어서불안한 세상불신이 들쑥날쑥한 세상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잘 하는 이런 분들이 의지가 되고 안심이 되고 치료약이 되기도 한다간혹 어떻게 아직 세상이 안 망한 건가 의아할 만큼 엉망진창인 면면을 보게 될 때도 늘 더 많은 이들이 이렇게 고군분투하며 삶을 떠받치고 있다는 희망을 떠올릴 수 있다사회에 환원할 것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늘 참 감사하다.

 

세상에 쉽게 오는 생명은 없다다만 우리가 미처 모를 뿐.



이 책의 수익금은 출생 전후 염색체 이상을 진단받고 삼성서울병원에서 태어나 치료받는 아이들의 치료비로 기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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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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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는 잠자리에서 되도록 먼 곳인 원형 통로의 반대편 구석에 용변 장소를 정해두었다처음에는 난간을 잡고 시도해보았지만상체가 앞으로 쏠렸다쭈그리고 앉은 자세를 유지하려면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어야 했다그래야만 앞으로 쏠리거나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작년부터 연재된 글을 일주일에 두 번 빠지지 않고 읽었다. 한 여름의 어느 날 땀이 차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리에 붙어 반복해서 읽던 그 시간이 후각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마치 오래 기다린 누군가를 비로소 소개받는 것처럼 출간 소식이 반갑다. 10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한 집안이 겪는 시간을 현대사에 녹여 그려내는 시공간적 배경을 담은 이 글은 나보다 부모님이 더욱 반갑고 흥미롭게 읽으셨다. 현재는 낭만과 편리로 대표되는 이동수단인 ‘철도’를 상징물로 삼아 작가는 식민지 시대의 산업 착취에 대해 역사서 못지 않은 설명과 설득을 탄탄하고 구체적으로 이어나간다. 

 

철도는 조선 백성들이 피와 눈물로 맹글어진 거다.“



한일합방 이전 일본 제국주의는 경인선과 경부선을 이미 개통하고중국 진출을 위해 호남선과 압록간 철교를 개통한다그 와중에 조선인들은 철도 건설을 위해 주변 부지를 수탈당했고덧밭조상의 무덤까지 헐값에 강매당한다친일파가 운영하던 토건회사들은 일본인들이 차지했으며더 나아가 농가에서는 소와 말닭과 돼지들을 강제로 탈취 당하고 장정들은 강제 동원된다농어촌 사회는 붕괴되고 나라를 읽고 터전과 생산수단마저 빼앗긴 이들은 제대로된 저항을 할 여유도 없이 삶의 방편을 마련하고 생존하느라 온갖 발버둥을 쳐야만 했다이렇게 수백만명의 삶을 망치며 건설된 철도는 아이러니하게 누군가의 기회가 되었고이런 산업 구조는 해방 후 산업화 과정에서 반복된다. 이 때 도시로 모인 이들은 도시 노동자가 되어 위장 파산불법 해고일상적인 강제 노동만연한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가게 된다.

 

소설의 시작이 어째서 25년 간 공장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이진오가 하늘도 아니고 딸도 아닌사람이 거처하는 공간이 아닌” 곳에서 10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용변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심하는 장면이 등장하는가는 이런 작가의 역사적 추적에 의한 구성이다개별적인 모습은 다양해도 우리가 삶아 온 삶의 양상이 이런 구조 속에서 필연적으로 태어난 것이라면 굴뚝 농성의 장면과 우리 삶의 모습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 싶다.

 

코로나 시절을 견디며 다른 이슈들은 해결되었는지 아닌지 잘 관심이 가지 않기도 했고 노출되지 않는 상황들을 애써 찾아가며 알아보려는 노력도 없었다그러나 코로나 이전부터 지금까지어쩌면 앞으로도 한동안 길 위에 선 이들과 탑 위에 올라간 이들은 사회와 격리되어 지치도록 이야기를 들어 보라며 견디고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막강한 자본주의(와 결탁한 다른 권력들)의 힘이 작용하여 진작 삶이 멈추고 사회와 격리되어 철탑으로 오른 이들과신종 바이러스에 휘둘려 자발적 준자가격리를 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겹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하는 느낌이다만약 우리가 일상을 결국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세계 경제가 작동 방식을 바꾸어 결국엔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되면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존재가 된 우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불안과 함께 차오르는 생각에 문득 문득 위가 비어 긁히는 느낌이 드는 듯해 초조한 기분으로 읽기도 했다.

 

이 글을 읽은 이들은 이진오가 왜 굴뚝에 올라가야 했는지 대답을 찾을 수 있을까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함께 읽은 독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찾은 질문과 답들이 궁금하다.

 

부침이 심한 근현대사를 살고 있지만어쨌든 나는 국적을 가지고 태어난 세대라정부의 부재와 치열한 독립운동을 글로 배울 수밖에 없다어느 덧 정부수립 100년이 넘었지만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한 일들을 제대로 찾아내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산재해 있을 듯하다당사자들은 물론 국내외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어 바로바로 해결될 일은 드물 것이다그래도 피해자들이 분명이 존재한다는 것은 잊지 말고가능한 근현대사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는 기회가 있는 대로 열심히 배우고 생각해보면 좋겠다이는 현재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에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것은 유년기의 추억이 깃든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문학의 비워진 부분에 채워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


뒤돌아보면 까마득하게도 느껴지는 세월을 작가는 글을 쓰고 나는 읽어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석영의 신간 소식은 언제나 반갑고 기대로 가득하다적어도 이 작가는 자기복제를 하지 않는다세세하고 치밀한 전개 방식에도 언제나 유쾌하고 시원한 퉁찰들이 빠지지 않고 인식과 관심의 지평이 마치 친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처럼 현실감이 있지만 사회와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 온 적도 없다혹자들은 요즘은 대서사적인 장편소설은 경향이 아니라고 하지만나는 언제나 서사 장편이 반갑다도전과 배움과 먹먹한 감동을 받을 결연한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는 그 기분이 좋다시작부터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치밀하게 연결되는 장면들이 좋다연재가제본정식 출판 본까지 시간을 따라가며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이재유라는 이름은 몇 년 뒤 시문의 일면을 가즉 채우며 체포 탈출 잠행 지명수배’ 등의 머리글자와 함께 조선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그는 체포되어 오랜 세월 구금되었다중략용산에서 접촉하던 사람은 이이철과 종씨이자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인텔리로 나중에 서대문형무소와 예심 재판정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그것도 수년 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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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사람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박승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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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퇴직하신 부모님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는 책이어서 당시엔 미처 헤아리지 못한 심정을 상상해보며 읽었다. 어머니는 몹시 즐겁고 행복하게 바로 자신의 영역을 바꾸고 신나하셨는데 아버지는 그렇지 못하셨다. 특히 기억이 나는 장면이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신 아버지께서 전혀 안 보시던 텔레비전 드라마를 거의 몽땅 정주행 하시더니몇 달 후 시청 소감을 발표하신 장면이다. “정말 나쁜 인간들이 어떻게 하면 남을 괴롭히나 연구하는 내용이 많더라볼 게 못된다.”

 

드라마를 엄청 사랑하는 가족이 없었기에 대단한 반발은 없었지만다소 박한 평가라는 생각은 들었고 재미있기도 했다다소 특이하게 우리 집 가족들은 중독에 면역력이 있는 지 딱히 고착된 중독을 보이는 대상이 없이 산다열정과 몰입 능력이 부족하거나 세상 심심하게 사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담배미디어도박게임 기타 등등가끔 생각나면 맛있게 먹을 음식 메뉴처럼 즐기는 것들은 있지만 누구도 집착과 애착과 의존성을 보이지는 않는다그래서 아마 그런 이유로 괴로워하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아주 부족한 이들일 수도 있다.

 

어쨌든 한국 드라마에 충격을 받고 시청을 중단하신 아버지는 그 후 여러 가지 새로운 취미나 모임을 시도하시는 듯 보였으나크게 좋아하시거나 기뻐하실 일을 찾지는 못하신 듯하다젊은 시절에 시작해서 힘껏 노력하고 큰 실패 없이 일종의 성공처럼 직장생활을 마치기까지 그 세월이 가장 길기도 하고 보람 있기도 하고 의미가 크셨을 테니갑자기 그런 일상이 사라진 나날들에 적응하기가 누구라도 쉽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후회되는 점은 그때 지내시기 어떠시냐고 진심을 담아 여쭤보지 못한 점이다상실허무이 책에서 묘사된 것처럼 어쩌면 생전장례식과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었을 터인데.

 

이 책의 주인공은 이제 51세이다일본의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이 나이면 퇴직이라기 보다는 해고에 가까운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더구나 가장 노력하고 가장 유능한 사람이 가장 책임 있는 자리에 임명되지 못하고 조직 사회에서 밀려나다 퇴직한 사례여서 서글프다이런 사례는 그야말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젊은이들을 미리 좌절시키는 구조하고 생각한다.

 

이런 심정 속에서도 주인공처럼 자신의 억울함보다 가족 생각이 먼저 든다면 참 선하고 좋은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가부장제를 찬미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주인공이 가족에게 능력이 닿는 한 최고로 잘해 주고 싶다는 마음은 진심이라 믿는다굳이 남성 가장이 아니더라도 지켜야할 가족과 일상이 있다면그 모두를 평온하고 편안하게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정말로 피해갈 수 없는 깨달음이다나는 아직도 나 하나 책임지는 일도 벅차서 허덕인다가족의 지속적인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축하받기에 충분한 성공이다.

 

다만 다른 꿈이 있고 다른 일이 하고 싶었다면 그것만으로는 마음이 다 채워지지 않았을 듯 해서 안타깝고 아프다부디 주어진 시간을 기회이자 축복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 행복할 일을 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물론 퇴직한 다음 날혹은 실직한 다음 날의 멍할 정도로 한가한 상태가 바쁘게 살던 이들에게 얼마나 난감한 일인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더구나 일말고는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라고 아무리 격려한다고 해서 가능할 리가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당신은우리는 끝난 사람들이 아니다시계가 움직인다는 것은 내 시간 역시 여전히 움직인다는 것이고 아무리 이상하고 불필요한 시도라 하더라도 뭐든지 시도해도 뭐랄 사람들이 없는 새로운 날들이 이어지는 것이다나 역시 휴직을 일 년하는 동안 바쁘게 살던 버릇을 어쩌지 못해 놀러 다니고 쉬기는커녕 공부하고 자격증 시험을 보고 강의를 들으며 시간을 채우기 바빴다그래도 괜찮다뭐든 놓치지 말고 보고 듣고 경험하고 그래서 새로운 자신과 새로운 시간을 반갑게 꼭 만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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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친일파 - 반일 종족주의 거짓을 파헤친다
호사카 유지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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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집단적 기억을 반일적이면서 거짓이라고 보는 그들의 시각은 극히 일부분에서는 맞기도 하지만

전혀 맞지 않으면서 일본에 대한 노예근성을 되풀이해서 보여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들을 입증하는 것이 본서의 목적으로

정치적 논리를 떠나서 오로지 역사적 진실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9

 

아무리 친밀하다 할지라도 아무리 국제 사회의 공조가 긴밀해야 한다 하더라도 타국 정권에 대한 관심은 지속하기가 어렵다그런 의미에서 아베 정권이 시시때때로 잊힐 여지를 주지 않고 늘 미디어에 등장해 관심과 비난을 자초한 일은 평범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발언과 정책의 수준이 쳐다보고 욕하기에도 민망하게 저질스러워 왜 또 저래지긋지긋하게만 느껴져 골똘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호사카 유지의 <신친일파>를 읽으면서 쉽고 간단히 이해된 바는아베 정권이 자민당 내에서도 강성 우파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이 강성 우파는 일본 내 반한혐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일본 극우세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배경이다이 극우세력은 무려 1997년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극우 단체 일본회의(특별 고문 아베 총리아소 다로 부총리)’를 결성해 일본 내 역사 왜곡을 심화시키는데 주체적인 역할을 한 세력과 추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 ‘역사 왜곡을 심화시키는데 주력하는 단체이런 역할로 권력을 잡고 유지하고 있다니 일본의 정치수준 역시 내가 알고 있는 훌륭한 일본시민들의 수준과 괴리가 어마어마하다.

 

문제는 일본 국내 정치지형이 아니라수십 년째 일본과 세계 최고의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 유사 부류가 있다는 점이다그것도 개별 활동이 아니라연구소를 만들고 도요타 재단의 자금을 지원받아 여전히 식민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지식인들이 있다만고의 진리처럼 연구를 평가하는 척도는 연구비가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다지지자와 후원자를 거스르는 주체는 아무도 없다따라서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성격과 <반일 종족주의>를 출간한 이영훈 이하 저자들은 지원받은 자금만큼 충실히 식민지 근대화론을 2020년에도 주장하고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또한 이는 위에 언급한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을 대부분 열렬하게 수용한 내용들이다이쯤 되면 학문적 소신으로 연구를 한다기보다는 자금 지원을 보장받기 위해 무엇이든 연구하는 모양새인데굳이 이들이 학자라는 타이틀과 연구 활동에 열심히 이유가 이해불가해진다.

 

스스로 학자라는 사람이 왜 위안부들의 증언을 단순한 거짓말로 일축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학자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어떠한 사실과 맞닥뜨리기 전부터 한쪽에 치우친 선입견을 갖고 있거나

불순한 목적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17-18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사실 100가지 중에서 그가 인용하거나 차용하는 비율은 20-30 가지에 불과하며

나머지 절대다수의 진실은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

 

그의 주장은 사회가 거짓말에 관대하면 그 저변에는 물질주의가 자리 잡고 있고

그 뿌리는 샤머니즘이라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필자가 <반일 종족주의>를 꼼꼼히 읽어본 결과 이 책 자체가 물질주의나 물질만능주의

바꾸어 말하자면 배금주의적 개념을 토대로 쓰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8

 

따라서 이 책은 당연히 일본 극우 단체들이 왜곡 심화시키고 한국 내 신친일파 단체가 주장하는 주제들에 대해 살펴보고 지적하며 가능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큰 주제 세 가지는 강제징용문제일본군 성노예 문제독도 문제이다이 중 어떤 것도 말끔히 해결된 것이 없고 앞으로도 지루한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되어 기운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들지만기회가 왔을 때 잘 알아보고 제대로 대응하려면 우선 충분히 잘 아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나로서는 내내 자투리 정보들을 짜깁기한 수준으로 밖에 이해와 배움이 남아 있지 않아 이번 기회에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구체적 근거들을 알게 되는데 좋겠단 생각에 천천히 읽어 보았다.



가장 도움이 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부분은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한 근거들과 사례들을 여럿 보여주는 것이다주장을 논리로 반박하는 일은 논자의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때에 따라 선명하게 읽히지 않을 경우가 있다그러나 역사적 사실연도문서 기록발언 기록사용하는 용어들의 비교 분석 들을 통해 양측의 논리를 확인하다보면 사실을 근거할 때 조금만 공들여 들여다보면 어떤 주장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는 지를 부정할 수없이 명백히 알 수 있다물론 자기 확신에 빠진 이들과 지원 자금이 가장 중요한 이들에게는 이런 사실 근거가 설득력을 발휘할 리 없다는 문제가 남기 하지만.

 

관심 있는 주제가 있고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자료를 충분히 알고 싶은 독자라면 쉽고 친절하게 쓰인 이 책을 읽어 보시길 바란다적어도 나는 덕분에 짜깁기가 아닌 좀 더 격식 있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다여기에 제시된 귀중한 자료들이 아깝고 더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부디 더 많은 분들이 읽고 함께 얘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활성화되기를 고대한다.



신친일파 청산은 국가의 존망과도 연결된다

친일 청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신친일파의 잘못된 사상도 바로잡아야 한다. 319

 

<반일 종족주의저자 중 한 사람인 이우연은 일본의 극우단체 국제역사논전연구소’ 파견단에 참가하여 

2019년 7월 2일 제네바유엔인권이사회의 제41세션에서 전시 조선인 노무 동원에서 차별은 없었다는 취지로 연설했다

국제역사논전연구소는 그 홈페이지에 <반일 종족주의>를 한국의 진정한 애국자들이 쓴 책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단체는 혐한을 일삼는 일본의 극우단체다

중략어려운 시대를 사는 지금우리는 진실이 무엇인지 분별할 줄 아는 눈이 절실히 필요하다

본서가 올바른 세상과 밝은 미래를 꿈꾸는 모든 분들께 미약하나마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다면 더없는 영광이다.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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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 - 블룸버그 선정 세계 1위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의 미래예측
제이슨 솅커 지음, 박성현 옮김 / 미디어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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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오만했던 시절의 어느 날학회에서 친구들과 동료들과 미래학에 대해 예의 없는 농담을 주고받은 일이 생각난다미래학자들은 편하겠다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그 때는 적어도 자신과 주변의 미래에 대해 과도하고 근거 없는 자신이 있었거나인류가 살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허약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 감각이 없었을 것이다.

 

나와 같은 미래학자들은 미래가 가장 중요한 지렛대동력변화 요인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큰 위험 요인과 기회가 무엇인지 살피고 어떤 트렌드와 변하지 않는 기본 원칙을 면밀히 조사한다.

 

그러다 이후의 세월을 살아가면서 과거란 자칫 후회투성이일 수 있고현재에 집중해서 온전히 사는 일은 아주 벅찬 일이며미래에 대한 상상력이나 계획은 한심할 정도로 빈약한 자신을 자주 마주보게 되었다내 사적인 일상과 삶이야 그렇다고 해도다른 많은 이들의 재능과 노력에 기대어 이럭저럭 살아남았다그리고 코로나 판데믹.



내 일상이 여전히 제일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것과 별개로 인류 문명과 세계가 동시에 멈췄다막연하고 게으른 낙관을 내세워 처음에는 치료약도 개발하고 백신도 개발하고 상황이 진정되면 지루하지만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가리라잠시 견디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차 그 일상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 봤자 똑같은 문제들만 반복해서 직면할 거란 자각이 점점 선명해진다자신의 일상이 덜 무너졌고 돌아갈 수 있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나그것은 극소수일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도 안 될지 모른다이런 종류의 위기는 단일 사건도 아니며 더 이상 인류 전체의 기회가 아닐 수도 있다.



코로나 판데믹의 시간을 아직 견디면서 이미 모든 분야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눌어붙고 타버린 끈질긴 양념장의 흔적처럼 아직도 지루한 주장과 논리를 펴는 집단이 존재하지만그런 도움도 분석도 되지 못할 한심한 이야기나 집단은 자연 소멸할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미디어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못 한다

국가적 정체성에 균열이 생길수록 미디어는 악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미래학자인 저자가 분류한 목록만으로도 한 호흡에 다 읽어낼 수가 없다일자리교육에너지금융통화 정책개정 정책부동산농업공급망미디어국제관계국가안보정치리더십여행과 레저, EG와 지속가능성스타트업불황. 당면한 위험은 무엇이고 변화에 대한 전망은 무엇인지 연구하지 않은 내 안에서도 질문은 수없이 생겨난다이럴 심정일 땐 권위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다혜안이 밝은 전문가가 하는 말이 듣고 싶어진다.

 

코로나19 사태 그 자체에서는 긍정적인 구석을 찾아 수 없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예측해 보면 비극적 펜데믹 사태와 잇따른 경제 위기 속에도 가치 있고 긍정적인 요인을 발견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헛되지만은 않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인간 본성기술 발전역사적 트렌드등과 미래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어떻게 일치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내용을 간절히 읽어보면서갈급한 마음과는 달리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내용들을 모조리 숙고할 여유가 없어 통독을 하며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집중했다중간중간 불안해지면 그래도 미래가 있다고 얘기하고 있잖아다행이다,라고 위안을 삼기도 했고장기적인 영향 말고 단기적인 전망과 예측에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전 세계가 복잡한 영향을 주고 받을 텐데한치 앞도 안보일 텐데 무슨 예측이 가능할까우울해지기도 했고현재 펼쳐 놓은 것들 중에 내 삶에서 급히 정리해야 될 것들이 무엇인지 목록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먼 미래에 더욱 중요해 질 것들이 무엇인지 아는 것 만큼이나 머지 않은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솅커는 코로나 이후 실체도 없고 부풀려지기만 한 세계 경제는 일종의 양자(量子상태가 될 것,이라 한다가장 강력한 물리학 이론이지만나는 아인슈타인에 빙의된 듯 늘 이 양자상태가 못마땅하고 속상하기도 했다양자 상태란아무 것도 정확히 알 수 없다,란 뜻에 다름 아니다한 가지 정보를 구하면 다른 정보는 잠정 포기하거나 불가지이런 형태의 세계 경제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위기 상황이라는 건 확실한데 기회인지는 모르겠다방향이 어디를 향하든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그런데 그 변화가 우리가 지켜보고 파악할 수 있는 속도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불안하다현기증에 눈을 감거나 멈추거나 탈선할 만한 속도라면 살아남지 못할 인구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보다시피 화석 연료와 에너지 수요는 일과 교육에너지의 미래의 맞물려 있고 장기적으로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현재 상태로 아무리 살펴봐도 그나마 안전한 대책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원격근무와 온라인 교육 밖에다른 것들은 어둡다하지만 누군가의 원격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려면 다른 누군가는 현장에 나와 오프라인 근무를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가지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다

바로 지식 노동자로 산다는 것 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직업 종말의 시기에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과 경제 손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피해가 닥칠 지도 모르지만오늘은 여전히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그러니 잘 대비하여 올바른 계획을 세우자,는 미래학자의 이야기를 의지 삼아 남은 일요일을 살살 살아보려 한다.

 

이 책은 산업과 경제사회를 가로지르는 단기적이고 장기적인 나의 예측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을 통해 손에 쥘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코로나 19로 심각한 인명 피해와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서도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이지만 읽기가 꺼려질 만큼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분들이 읽고 많은 공감대가 쌓여가고 좋은 의견들이 제시되어

희망의 근거가 될 제안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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