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동영상 스토리콜렉터 90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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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사랑법 A killer's mind]을 읽고 무시무시하지만 후속 시리즈를 읽게 될 거라 생각했다10개월 만에 두 번째 [살인자의 동영상 In the darkness]이 출간되었다원제보다 번역본 제목이 매번 더 섬뜩하다.

 

그들이 늘 프로파일링하는 부류의 인간들 중 누군가가 내 가적을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걸 안다면……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종양 전문의가 자기 자식에게 뇌종양의 징후를 발견한다면 그런 기분일까

그 증상들이 잠재적으로 어떤 의미일지 너무 잘 아는 심정.

 

아무래도 시리즈물이니 첫 작품을 먼저 읽어야 주요 캐릭터들 범죄심리학자인 조이 벤틀리와 파트너이자 FBI 요원인 테이텀 그레이 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두께가 있지만 휘리릭 잘 읽히는 무시무시한 심리 스릴러이다전형적으로 끔찍한 싸이코패스가 나오는데대결 구도의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구성이 몰입도 최상이고 군더더기가 너무 없다 싶게 깔끔하고 유머코드도 나는 좋았다.

  

2편은 원제와 번역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끔찍한 설정이 벌써 보인다살아 있는 여성을 상자에 넣어 땅 속에 파묻고 동영상 촬영까지 하는 싸이코패스바로 오소소 소름이 끼친다물론 나는 오머의 소설이 마냥 잔인하고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심리스릴러 미스터리로서의 감탄할 만한 완성도와 다른 재미들도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차분히 읽어 나갈 수 있었다그런데!

 

너무 무섭다.......

 

압도적인 시각 영상을 보는 듯한 설정들을 풀어 놓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문장들.

 

어디선가 짧은 온라인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평균 집중 시간이 37초라고 들은 적이 있다

술 취한 고양이영화 예고편그리고 포르노 영상이 남자의 경쟁자였다

속도가 핵심이다그게 남자가 그 통들을 준비한 이유였다.

 

동영상은 자신만을 위한 전리품으로 보관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 영상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뭔가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요.”

조이가 게시자의 아이디 슈뢰딩거를 가리켰다.

자세히는 모르지만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에 고양이를 가두는 실험이니까요.”

그리고 고양이는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모르고요그러니까 양쪽 다일 수 있죠.”

 

물리학을 전공하고 여전히 좋아하는 입장에서아무리 양자역학을 제일 덜 좋아했다고 해도슈뢰딩거의 실험을 살인영상 자막으로 사용하다니화가 난다고양이든 인간이든 이럼 죽었을까 살았을까하며 실험에 사용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당시 수업 중에도 상자 속에 갇힌 고양이가 생존과 사망 여부를 확률로 계산하는 개념 자체가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양자역학에 대해 아직도 덜 반갑고 떨떠름한 기분이 남았는지도그리고 범인아그럼 네가 슈뢰딩거라는 거냐…….

 

사람들은 두 슈뢰딩거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하나는 과학자다른 하나는 살인범.

범인은 자신이 원하던 걸 얻었다바로 명성을.

 

소설 속 실험은 소재만 차용했지 그 잔인함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연쇄살인을 다루는 이야기이고실험1이 의미하는 바를 충분히 짐작하지만, 19세 니콜이 혹시나 살아 있을 가능성을 마지막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문구가 나올 때마다 정말 무섭다사생활을 전시하는 오늘날의 SNS 현상에 대해 갖가지 생각이 든다물론 피해자들의 잘못이라고 여기는 마음은 전혀 없다온라인을 사냥터로 여기는 범죄자들의 존재가 무시무시할 뿐이다변명거리를 찾아 줄 의사는 전혀 없지만 어서 빨리 범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어 치우고 싶었다.  


숨 막히는 순간들이 반복되는 긴장이 이어지다 작가가 영리하게 마련해둔 숨 돌릴 장면들을 불쑥 만나게 된다. 역할을 100% 감당할 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반갑고 감탄스럽다.  심장마비 경험이 있는 87세 마빈은 데이텀의 조부로 스카이다이빙 강습을 받기 위해 보험회사와 실랑이 중이다.ㅎㅎㅎ 마빈이 연쇄살인범을 신나게 혼쭐을 내주면 스릴러 미스터리가 싱겁게 갑자기 끝나도 기분이 나쁠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포스터 형사범죄에 대한 날카로운 감과 해결 능력이 탁월할 듯해 마구 기대하고 의지하고 싶어지는 캐릭터이다. 점잖으신 분일 줄 알았는데, 돌연 역겨운 개자식의 범행!”이란 발언으로 잠시 속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남자는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준비된 남자.

허술한 구석은 털끝만치도 없는 남자뭐든 운에 맡기고 대충 넘기는 일이 절대로 없는 남자.

 

스릴러 장치들은 현실적일수록 더 무시무시한데납치가 집 앞에서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 역시 그렇다모든 긴장이 풀리고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 장소에서……그래서 범인이 더 악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계획범죄의 표적이 되면 사실 어느 누구인들 예방이 가능할까……끔찍할 뿐이다

 

상처 입은 짐승은 더 잃을 게 없다.

잃을 게 없는 짐승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예측할 수 없다.

그건 위험을 뜻했다.

 

뉴스보도가 아니라 책으로 읽은 사건은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잠시 나마 이루어져서인지 불행을 목격하는 일이 심정적으로 더 힘이 든다새삼스럽지만 이런 강력범죄를 반복해서 마주하고 해결해야하는 직업군은 어떻게 견디나 싶다.

 

1편처럼 몰입감에서는 최강이라고 느끼는 오머의 소설스트레스가 가득한 복잡하고 무거운 머리로도 잘 읽을 수 있었다뭔가 조금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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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 - 천체물리학자의 우주, 종교, 철학, 삶에 대한 101개의 대답들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배지은 옮김 / 반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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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이란 문구가 눈과 머리에 각인되고 여전히 의미를 두는 이라면 우주에서 가장 멋진 큰 분류 체계인 에토스코스모스카이로스파토스의 푸른 내지에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나는 가끔 나사에 들러 지구 잘 떠있나그저 이런 이유로 실시간 지구 영상을 보곤 한다젊어서 감수성이 더 보들보들할 적엔 더 이상 창백하지도 푸르지도 않은 지구를 우주 공간에서 만나 악몽을 꾼 듯 깨어난 적도 있다지구가 더 이상 창백하지도 푸르지도 않게 된다면 인류는 멸절된 상태이다.




우주와 소통하려는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코스모스]에 반하고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많은 이들이 자주 나누던 대화 주제에는 왜 유니버스가 아니라 코스모스라고 우주를 칭했는지가 있다타이슨은 코스모스 이후의 인류의 진화와 자신의 영민함을 한 번에 느껴보라는 듯 이 수준을 넘어 내게는 우주적인 사건처럼 느껴지는 분류 체계를 구성하였다.


고대그리스철학과 인문학의 주제로 다루어져오던 이 개념어들 - 에토스코스모스카이로스파토스 을 천문학자가 자신의 책에 배열한 것이 멋져서 마음이 사르르 떨린다철학적 주제들이라고 여겨진 존재와 기원에 관한 질문들을 천문학과 우주론을 배우고서야 답을 들을 수 있었던 그 전환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기부하지 않을 단 한 권의 책만 남기라면 언제나 나의 유일한 선택일 [코스모스]개정판들이 출간되었고 올 해는 무려 앤 드류얀의 [코스모스후속작이 [코스모스]란 이름으로 출간번역되었으며앤은 2020년 1월 1일에 한국 독자에게 특별히 서문 편지를 남겼다.



영국 유학 중에 나사에서 화성탐사연구를 하다 은퇴한 지도 교수의 초청으로 칼 세이건의 동반자앤 드루얀을 만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학창 시절 연예인도 선생님도 좋아해본 적이 없는데 그 날은 팬클럽 회원처럼 발바닥까지 떨렸다조용히 앤의 이야기만 듣고 싶어서 끼어드는 모든 목소리들이 거슬렸다멍청한 질문을 하나 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그때도 내 아이디는 재활용된 별먼지(RecycledStardust)’였고실재 우주로부터 그리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로부터 받은 만족스러운 유산이기도 하다.




우주를 깊이 있고 우아하고 아름답게 이해하고 대화하다 너무나 일찍 우주로 돌아간 칼 세이건의 빈자리를 앤 드루얀과 더불어 닐 타이슨이 외롭지도 아쉽지도 않게 함께 해준다고 느낀다애정이 지나쳐서 그 옛날 동영상을 나는 여전히 보곤 하지만언젠가 가족들이 사람 얼굴도 안 보이는 영상을 뭘 보고 있는 거냐고 제 정신인지 약간 의심하는 듯했음 하는 질문에자료의 수명은 추억이 재생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단 판단이 비로소 들었다.

 

타이슨의 강의와 글은 무척 재미있고 다정하다위트와 재치가 발군인 흔히 만날 수 있는 천문학자는 아니다특히나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는 그 중에서도 쉽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에피타이저들만 모아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책이다독서 가능 연령을 나는 글을 누구나로 소개하고 싶다몇 번이고 크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우울한 일상에 반가운 위로로 치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특히 평행우주에 관해 질문에 타이슨이 답하는 방식은 재밌고 멋지고 최선이다. 혹 어떤 독자는 사람 무시하는거냐, 비웃는거냐, 똑똑하게 욕하는거냐 등등 불편할 지도 모르겠지만, 확인 가능한 물증이 있어야 이론이 가능하다고 사고하는 과학자의 입장을 먼저 충분히 이해해 준다면 이 대답이 얼마나 충실하고 성실한 대답인지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야기를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정신의학적 상태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습니다어떤 유명한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미쳤다고 할 만한 상태였는걸요중요한 건 실험이지 목격 진술이 아니니까요.

그동안 우리는 과학적 방법과 도구를 통해 일부 철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현실이 우리의 인지와는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예를 들면 누가 어떤 도구를 사용해 실험하고 측정하는지와는 상관없이또 당신이 믿거나 말거나 상관없이중력법칙은 매 순간 존재하며 작용합니다.

중략.

그러므로 만일 당신이 환각이 아니니 진짜 평행우주를 본 것이라며 당신이 본 것은 당신과는 무관하게 존재하고 주위 사람들도 이를 관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당신에게는 이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가 충분히 없다는 것이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실험을 꼭 수행해보세요.

그것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까?

그것이 거울에 비칩니까?

그것이 지문을 남깁니까?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보거나 그것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까?

냄새가 있습니까?

소리가 있습니까등등.

중략.

아무튼 다음에는 꼭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세요그물도 좋고요.

- 닐 디그래스 타이슨 올림

 

평행우주를 포함해서 특별한 주장들(Extraordinary Claims)로 분류된 질문들은 군말할 것 없이 특히 더 특별하다편지 제목들만 봐도 막강하다이티 집에 전화해, UFO 목격세상의 종말염력 이동그리고 빅풋!

 

중략.

그런 목격들이 어쩌면 모두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실체가 없는 한또는 인간의 의식 이외의 다른 확고한 증거가 있지 않는 한그런 주장은 연구자들에게는 쓸모가 없습니다참고로 쓸모가 없다는 것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누군가 DNA를 추출할 수 있는 생물학적 조직을 보여줄 때까지(빅풋의 대변도 좋은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생물학자가 그 주장에 대하여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는 뜻이죠.

만일 아직 발견되지 않은키가 2.4미터쯤 되는 선사시대의 유인원이 태평양 북서쪽 연안을 뛰어다니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직접 탐험을 나가 찾아보셔야 합니다죽일 필요까지는 없고요그냥 한 마리만 잡아 오세요.

그렇게 쓸모 있는 증거를 찾는 데 노력을 쏟는 것이 당신이 진실이라 믿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믿도록 설득하는 노력보다 훨씬 더 값질 것입니다.

- 

 

마치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주장들이 그의 앞으로 정성스러운 편지의 형식으로 날아드는 것 같다한편으론 과학과 과학자를 이런 의문을 물어볼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는 점과 물어볼 상대가 있다는 점그리고 무엇보다 질문보다 몇 배나 적어도 분량 면에서는 더 정성스럽게 답해주는 과학자가 있다는 점이 몹시 부럽다이 감정은 거의 질투에 가깝다.

 

성급하게 다음 출간 소식을 바라는 마음으로 희망하는 것은다음 책은 말하자면 레벨 2로 살짝 등급을 올려서 여전히 재미있으나 좀 더 깊이 있고 전문성도 가끔 뽐내는 더 풍부한 천문학적 내용들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빨리 읽게 되는 건 너무 아쉽습니다.


예전 Cosmology 수업을 듣다가 학생 한 명이 질문을 했다. 우주론 수업을 낮에 하는게 맞는 거냐고. 밤 시간대로 수업 시간을 옮기는건 어떠냐고. 정형화된 군대 조직같은 학교를 다닌 나로서는 화들짝 놀랄 제안이었는데, 담당 교수가 정말 흔쾌히, 네 말이 맞다!하고 시간을 변경했다. 쏟아질 듯한 풍경을 지나 손을 뻗으면 정말로 닿을 듯이 느껴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론 수업이 진행되었다. 아직도 마치 우주를 그제야 처음 바라본 듯 홀려서 무심히 손을 뻗었던 그때의 내가 기억난다. 



계속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https://www.nasa.gov/content/goddard/what-did-hubble-see-on-your-birthday 

나사는 30주년 기념으로 자신의 생일에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우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 웹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자신의 생일을 선택하면 그 날짜에 허블이 찍은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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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싱킹 - 속도를 늦출수록 탁월해지는 생각의 힘
황농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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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황농문 2007]을 재밌고 흥미롭게 읽은 독자들은 저자의 이름이 무척 반가울 것이다특히 몰입하지 못하면 금방 지루해하는 뇌를 가진 이들이라면 당시의 몰입적 사고 열풍 역시 반가웠을 것이다. 출간 당시 나는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깨달음을 얻으려면 반드시 인도로 가야한다는 듯이 너도 나도의 인도 여행기가 출간되고명상과 요가가 웰빙과 더불어 레저가 되는 분야에 산업 자본이 몰리는 때여서 솔직히 몹시 당혹스러웠다. 100만 명쯤이 성공 체험을 발표한다해도 안 맞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그 흐름은 욜로와 소확행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이다.

 

인도는 핵강대국이고 한국보다 산업기술이 발전되어 있고 실리콘 밸리 기술자들은 인도인들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웰빙well-being은 웰두잉well-doing을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되며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인간도 휴먼비잉human-being이 아니라 휴먼두잉human-doing이라고 해라노동과 사회에서 번 아웃된 사람들의 절규가 담긴 말입니다.‘


‘You only live once. 정확히 뭘 제안하시는 겁니까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요.’


소확행……긴급 처방으로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문제에서 시선만 돌리고 내버려둔다면…… 불가역적인 비극이 닥쳤는데 내 돈 다 어디 갔어의 고통도 감내해야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반감이 줄줄 들었다물론 자기검증을 반복하며 혼자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다.

 

저자는 슬로싱킹 장기 몰입의 원칙 11 중에서 ‘1초도 생각을 놓지 않는 연습과 하루 30분씩 규칙적인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운동은 산책이나 걷기로 바꿔서 2021년 [작심삼일이라도 도전하고 싶은 목록]에 올려 볼까 싶다. 1초도 생각을 놓지 않는 연습은 표현만큼 무시무시한 방법은 아니다처음 읽었을 때는 이 무슨 확실히 가능성 제로인 제안인가싶었다실은 산만한 습관을 바꿔보라는 권장이다.

 

슬로싱킹은 집중된 상태를 유지하되생각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역동적으로 두뇌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집중과 다르다슬로싱킹을 연습하고 익숙해질수록 다급하게얕게 생각하던 기존의 습관을 천천히 깊게 생각하는 습관으로 교체하게 된다. 28

 

집중력혹은 몰입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은 연령에 따라 다르고 개인마다 다르고 처한 환경과 관계도에 따라 천변만화할 것이다예를 들어 갓난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에게는 아무리 좋은 의도와 결과가 있다고 해도 어지간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어쨌든 겁쟁이인 나는 감히 제안하기가 어렵다.

 

과학 전공 연구자들에게 부러움을 산 발견을 한 과학자들이 역사에 존재하는데그 중 초등시절에도 자주 등장한 인물은 독일의 화학자 아우구스트 케쿨러이다그는 현대 유기 화학의 주요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데 그의 가장 큰 업적은 벤젠의 고리 구조를 발견한 일이다물론 여기에도 복잡한 이야기와 사정들이 얽혀 있긴 한데 일단 차치하고 그가 꿈을 꾼 것이 사실이라면 왜 꾸게 되었다고 설명해야할까.



당시엔 케쿨러의 특별히 뛰어난 직관 능력이라고도 불리고 심리학 연구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일화로 다뤄지고창의력이나 통찰력에 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의 이론이 있었다그런데 슬로싱킹 지치지 않을 강도로 산만하지 않게 꾸준히 하는 사고 습관 -을 읽다 보니이는 늘 벤젠의 구조를 고민하고 궁리하던 그의 뇌가 필요한 정보와 실험이 쌓여가자 어느 순간 이론적 정답을 도출해낸 것이란 생각이 든다(순전히 제 개인 의견입니다).

 

물론 과학의 창시자기 되기 위한 뇌훈련을 주장하는 것도 의미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각자의 지향 목표나 달성 레벨은 모두 다르고 상대 비교 채점을 하는 경우는 없으니스스로 비교하는 일만 하지 않으면 어쩌면 각자에게 유용한 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억 저장 위주의 주입식 학습은 각성 상태에서기억 인출 위주의 생각하는 학습은 이완 상태에서 하는 것이 유리함을 알 수 있다즉 단어를 암기하거나 강의를 들을 때는 각성 상태가 유리하고내용을 이해하거나 미지의 문제를 풀 때는 이완 상태가 더 유리하다바로 이런 이유로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데 슬로싱킹이 유리하다고 하는 것이다. 72

 

내 연령대는 이미 뇌가 퇴화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정설이고, MRI로 스캔하지 않아도 뇌의 여러 기능들이 떨어진다는 것은 실감하는 중이다뇌를 단련할 여지가 있나퇴화 속도를 줄일 방법이 있나 책을 두어 권 들춰 보기도 했다내용 중에는 뇌의 가소성이란 키워드로 나이가 들어도 뇌의 능력은 변화할 뿐만 아니라 발전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고심한 뇌손상을 입은 이가 음악 치료로 언어를 되찾는 예를 들어 나이와 정비례하지는 않는 뇌의 변화 가능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있었다나날이 발전하는 뇌과학 분야에서는 이미 뇌에 담긴 지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슬로싱킹은 어쩌면 이 모든 이론서들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제안하는 지도 모른다기본은 언제나 중요하고 그것이 도전 가능한 종류라는 것은 더 중요하다몸과 마음이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이완되도록 자신을 돌보고 원하는 생각의 끈을 놓지 말고 산만해 지는 대신 지속적으로 생각을 유지해보자라는 느긋한 제안.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몰입은 일상을 살면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나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기 위한 것이다그러나 이완된 상태에서 내게 주어진 일에 고도로 집중함으로써 창의적인 깨달음을 얻고평온하고 행복한 정신 상태에 도달하여 마침내 가치관의 변화에까지 이른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간화선이나 정좌 수행에서 추구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104

 

김장철이라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재료가 똑같아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은 김치만의 신비가 아닐 것이다슬로싱킹 역시 활용하는 주체에 따라 어쩌면 놀랄 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결과들을 보여줄 지도 모른다시간이 흐를수록 원하는 결과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났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나도 슬로우 슬로우하게 흉내는 내보려한다예를 들면 정좌 수행보다는 걷기 명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 자체에서 흥분과 재미가 느껴지고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기적 같은 아이디어가 높은 빈도로 떠오른다그럴 때마다 희열과 전율이 느껴진다그럴 때 삶은 눈부시게 찬란해지고이 경험은 계속되어 자기 삶에 스스로 감동하며깊이 숨겨진 잠재능력을 끄집어내는 자아실현을 경험하게 된다. 323

 

이런 효과는…… 내게는 스케일이 지나치게 크다전 못합니다.

 

지적인 도전이 즐겁고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나 과제가 반갑고가능하다면 피부 주름이 쪼글거려도 뇌는 천천히 퇴화되었으면 좋겠다하지만 뇌를 자극하고 단련시키는 일을 막 조바심내고 긴장하고 결과를 예단하면서 하고 싶진 않다특히 게으름을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이제껏 살아 온 습관이 있는지라 친구들은 내가 거짓말을 안 하는 이유가 단지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늘 비웃는다스스로 한 거짓말 몽땅 기억하는 게 귀찮아서.ㅠㅠ 오래 생각하는 건 할 수 있으니 쉬고 싶을 때는 쉬면서 망상에 가깝더라도 평생 즐겁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싶다.



이렇게 쓰다 보니 이 얼마나 순둥순둥한 계발서인가 싶어 호감이 좀 더 상승한다마지막으로 실천할 가능성이 없어 가장 안타까운 매력 넘치는 제안은 아이디어를 폭발시킨다는 낮잠이다낮잠을 자라허나 밤잠도 얼마 못자는 지라…… 기면증의 도움 없이는 넘지 못할 장벽이다이루 말할 수 없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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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 교육위원 이야기
문일룡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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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란 것이 30년으로 합의되었을 땐 편했다그저 대략 30살을 전후로 다음 세대가 탄생한다는 사회적 통계에 다름 아니었으니까. 70년대 생인 나는 태어나보니 아스팔트 세대니 사이언스 세대니 하는 호명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그런 사회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며 나는 우주비행사가 될 꿈을 꾸기도 했다그런데 이런 세대명은 일관적으로 생애 주기를 따라 오지 않는다. 20대에는 오렌지족이니 X세대니 하는 새로운 분류법이 생겼고, X세대인 나는 어떻게 사는 게 X한 건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30대 중반 쯤엔 정치적인 성향과 거주지를 묶어 부르는 구별에도 속했고눈 깜짝할 사이 부정할 수 없는 꼰대 연령이 되었다이쯤 되면 인간은 S자형 곡선을 그리며 사는 게 아니라 생애별 변태를 거쳐 변신하며 사는 생물인 것처럼 들린다.

 

잔소리의 생애주기를 겪으며 지긋지긋해하던 젊은 내가 떠오른다. 4대쯤 가뿐히 거슬러 올라가는 기나긴 세월이 담긴 잔소리들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그땐 진짜 수용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지금 10대들이 잔소리는 기분 나쁘고 충고는 왜인지 더 기분 나쁘다고 한다는데나 역시 그랬다심지어 제가 도움을 청하지 않았잖아요그러니 조언도 사양합니다.” 이런 못된 말도 해봤다.

 

생과 사를 넘나들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조선시대일제강점기한국전쟁군부독재, IMF……장편대하소설전집으로나 다 담을 수 있을까그런 세월을 살아남은 분들의 이야기인데 가치를 몰라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고당신네들이 못한 것들이 안타까워 보통의 행복을 누리고 살려면 이러저러한 점을 주의하라는 걱정을 고마워하지 않았다물론 내가 지금 청소년들을 보며 안타깝고 염려되어 마음이 아픈 것처럼내 조상들도 다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기준들에 따라 휘둘리고 애쓰는 후손들이 염려되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소천하셨고 남은 분들도 고령과 질환으로 기운 좋게 잔소리를 하지도 긴 긴 이야기를 들려주지도 못하신다이렇게 되고 보니 잔소리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만날 때마다 주시던 사탕과 과자간식거리들……나이가 들수록 탐탁지 않아 했던 것들도 모두 사라졌다어느 해 어느 날 그렇구나이제 아무도 나를 만나면 당연한 듯 달달구리를 손에 쥐어 주지 않는구나란 실감이 밤에 강바람을 맞고 선 듯 춥고 서걱거리는 기분으로 돌아왔다.

 

많이 사랑하는 친구이자 동생 부부가출산 때마다 불가피한 내 일과 겹쳐 한 번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는데, 해외에서 해외로 이사 다니면서 산 세월이 점점 더 길어진다그새 큰 아이는 자라 미국에서 진학을 했다직장과 교육이란 중차대한 고민으로 이민을 결심할 듯하다코로나로 만나는 시간을 더 요원해질 것이다그쪽 생활을 아는 바가 없어 별 도움이 안되는 형편이니 그곳에 오래 사셨고 놀랍도록 많은 성취를 하시기까지 경험이 풍부하고 질문에 편하게 해답을 들려 줄 듯한 어른의 이야기를 읽고 상상이라도 하고 싶었다질문들조차 아직 서투르겠지만나도 준비가 필요하다그러니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출간해 보는 책이다중략나의 25년의 공직 생활 중 이 지역 동포언론에 기고했던 700편 가량의 글들 가운데 10 퍼센트 정도를 선정해 다시 가다듬어 엮은 것이다그 중 워싱턴 한국일보에 실렸던 글들이 가장 많다한국일보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칼럼을 기고했었다올 봄 까지는 매주 한 편씩중략외에 기고되었던 글들은 AM1310 라디오에서 방송 칼럼과 주간지였던 워싱턴 미디어에 실렸던 글들이다중략거의 23년에 걸친 기간 동안에 썼던 글들이다.

 

책 제목에 스카이캐슬이 포함된 것은 작년에 한국에서 높은 시청률을 보였던 TV 드라마에서 페어팩스가 언급되고그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러 교육 관련 이슈가 내가 5선 교육위원으로 20년 이상 일했던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출판의 의도는 나의 자랑을 위함에 있지 않다중략60대의 나이에 들어서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점에 다다른 한 인간이 그래도 열심히 살아오며 생각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자신의 자식들과 후손들에게 그리고 혹시 관심을 갖고 읽어 줄 독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이민자로학생으로부모로 그리고 이웃으로 살아가며 참고해 볼 수 있도록 제시하고자 함이다.

 

문의는 skycastlemoon@gmail.com으로 하면 된다.

 

여행이나 유학과는 다르게 온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가장 큰 주제이고그 점이 가장 알고 싶었던 내용이다물론 SNS로 알아보고 소통하는 방법도 있지만순도 높은 정리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시대와 환경이 다르다고 해도 사는 일은 의외로 그리 별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것이 누구에게도 산다는 일은 참 쉽지 않구나하는 것이다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이든 아니든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든 혼자이든


자식과 함께 이민 간 부모라면 생각할 여지가 많은 글이기도 하다


사명감과 책임감은 물론이고성취지향적인 삶 이외에는 의미 있는 삶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못하실 아버지 얘기를 오랫만에 오래 들은 기분이 든다더는 발작적인 저항감도 불편함도 없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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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가인살롱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1
신현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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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jamo97/222155414424 겨울 방학을 맞아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재미있으면서 시사적이고 교훈적이고 여러 모로 유익한 책일 것 같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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