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전쟁 신들의 게임 7 - 게임의 서막 바둑전쟁 신들의 게임 7
진서 지음, 최우빈 그림, 강나연 감수, 재단법인 한국기원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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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에 이르니 제가 아이에게 바둑 용어들을 배워야할 정도!^^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랑 기술을 물어봤더니 천호가 이렇게저렇게 했다고 흥분해서 전해 주네요. 축머리, 비축, 회돌이 축, 포석 약점 찾기 등등. 이렇게 좋아하니 7권은 네 용돈으로 사라고 권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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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의 철학 여행 - 소설로 읽는 철학
잭 보언 지음, 하정임 옮김, 박이문 감수 / 다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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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며 20세기에 정말 큰 도움을 받은 감사한 박이문 선생을 21세기에 다시 감수글로나마 만나 뵙게 되니 그리운 마음이 가득하다. 2017년 소천한 선생이 잠시 현장 복귀를 하신 듯 반갑다<소피의 세계Sophie's World>는 명불허전 재미있고 좋은 책인데도 비교 우위라고 하시니 576쪽이나 되는 이 책철학의 주제들을 다룬다는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동했다이제 철학책에 손이 잘 안 갑니다세상엔 다른 재미난 책들도 많다는 걸 알아버렸…….

 

라떼는’ 입문서라도 참 천편일률적 구성에 힘을 들여야 꾸준히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었고수업 교재는 영어책이나 독일어책이 선택되었다장단점이야 있겠지만 진지하고 묵직한 분위기와 학습 방식에 엄청 지쳐서 내용 이해와 발제에 모든 체력을 쓰고 정작 중요한 질문들을 떠올릴 여력이 없었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술기운을 빌어 술자리 뒤풀이 토론이 활발했……. 그러니 여행journey의 시작이라고 적힌 목차가 기분 좋고 매력적이고 아주 조금은 억울하다.




압박과 억압에서 벗어나 여유만만 책을 뒤적이다 보니라떼에 한동안 유행했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의 구성이 떠오른다논문보다 대화에 최적화된 추론과 예시들이 많아서 철학 주제의 화술에 능숙해지고 싶은 이들이라면 두고두고 유용할 책이다나도 청소년기에 만났다면 청년기에 철학적 방황(?)을 덜했으려나 아쉽기는 하지만꼭 청소년만을 위한 책도 아니다혹시라도 형이상학적인 철학적 질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던 과거의 기억이 있는 분들은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말끔한 기분을 맛보거나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각각의 주제에 대한 설명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이 책은 The Dream Weaver: One Boy's Journey Through The Landscape Of Reality원제처럼 신비롭고 흥미로운 소설이다이언이란 주인공의 꿈속에 현명한 노인이 나타나 철학 훈련을 시켜준다 이런 꿈꾸고 싶으신 분~노인과의 꿈속의 대화부모와의 아침 시간의 토론친구 제프와의 하루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꿈인가의외로 미스터리 추리물처럼 혼란스러운 재미난 설정들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다이 부모 수상하다이 친구 이상하다그래서 노인은 미리 이런 이야기를 해두었을 지도.


나는 철학이 일종의 범죄 현장 수사와 같다고 생각한다중략.

당신의 세계는 우리의 범죄 현장이다중략.

철학은 결국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이언, ‘사물이 나타나 보이는 방식과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 사이를 구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단다

전자즉 사물이 나타나 보이는 것을 현상이라 하고

후자 즉 인식하는 사람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을 실재라고 한단다

알겠니?”

 

여기서 질문!(그냥 떠오른 질문책 내용과는 거의 상관이 없......)

 

1. 실체가 확실한 나의 육체인 뇌가 경험하는 일 -이 실재 현상이 아니라 할 수 있는가.

2. reality란 언제나 실재하는 것인가아니면 내가 realise한 것만이 실재하는가 - make your dreams come true.* realise your dreams. materialise your dreams. 이런 표현이 의미하는 바는 현실의 구현성과 동작성이 언어 표현에 남은 것이 아닐까.

3. 그렇다면 reality와 intelligence는 어느 쪽이 더 큰 세계인가.


* true와 dream이 무슨 관련이 있나하고 이상한 표현이라 늘 생각했다

여러 해 전 어원학etymology하는 분께 문의해보니 14세기 후반에 true가 real과 동일한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속이 시원하게 이해되진 않지만 언어란 우린 이렇게 해!” 면 족한 것그런 것.



이미지와 영상 조작은 구별이 불가능할 수준에 오른 듯하고가짜뉴스조차 매번 진위 판단이 어려운 시대이다조카의 부탁으로 함께 한 VR 체험에서 내가 경험한 어떤 현실보다 더 생생한 실재적 체험을 했다뇌가 섹시하다는 표현을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다들 이해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진심 모르겠습니다인간의 뇌는 자극을 정말 좋아하니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즐거워할 것만은 분명하다.



만취한 듯 글을 쓰고 있는 듯한데…… 어쨌든독해와 이해의 최고봉 칸트 철학 포함 등등의 철학서들을 외국어로 죽자 살자 읽어본 전공자로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뿐이다혹시 이 소설을 읽다가 화들짝 놀라거나 멈칫할 내용이 나와도 책을 덮지 마시고 호기롭게 무시(?)하고 흥미로운 부분들만 맛나게 먼저 읽으시길그렇게 즐기시길 바란다.

 

13개의 철학적 주제에 대한 답을 찾거나 외우지도 마시고,

13개의 기차역처럼 생각하시고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려서 머물기도 하고 지나치기도 하며 여행을 즐기시길.

 

153명의 인용된 철학자들을 모두 찾아서 공부하지도 마시고,

153명이 이 책의 여기저기서 등장하더라도 친하고 싶은 이들과만 통성명을 하시고 대화를 나누시길.

 

정보와 지식보다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방식과 감각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니,

2000년이 넘게 다뤄지는 주제들이 한 눈에 파악이 안 되도 괴로워하지 마시길 바란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철학은 세계와 인간에 관한 정보로서의 지식의 축적이나 무엇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의 연마가 아니라우리가 일상적으로 믿고 있던 모든 것에 대해 반성적 물음을 던지고 거기서 경이를 발견하고 그 경이를 풀기 위한 논리적 사유를 추구하는 능력의 행사 자체라는 것이다박이문.

 

논리학은 수학적 사고에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 자체가 철학분과이다.

 

모든 것이 존재할 수도 있고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무가 존재했을 거예요

그러나 존재는 스스로 존재의 원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이 항상 존재해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무만 있겠죠.”

 

예전에 이런 구절을 만나면 오른쪽 뇌가 지끈거리면서 암호 해독과도 같았던 하이덱거의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막 이런 책이 떠올라 괴로웠다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문장들에 휘둘리지 않고 그런 생각들 다 내려놓고 내 존재와 세계의 존재에 대해 그저 차분히 한번 생각해보기만 하는 문제를 풀려하지 말고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시간을 보냈다. 20대에는 머릿속이 시끄럽고 마음이 복달 거려 수업 준비하다 울기도 했는데 뭘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지만 이제 뇌가 비명을 지르진 않는다.

 

우리의 목적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는 것일 거야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다른 사람을 돕고다른 사람과 교감도 해야 해

그러면 결국 세계와도 교감할 수 있겠지그렇게 함으로써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 거야

그게 인생의 의미가 아닐까?



인생의 의미The meaning of life는 찾지 않은 지 오래이다포기한 게 아니라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다그보다는 의미의 수명The life of meaning을 정확히 아는 것이 더 자주 중요하다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사안들도 모두 정해진 수명이 있다그걸 하염없이 붙잡고 헤매고 있는 건 짧디 짧은 인생을 확실히 낭비하거나 모범적인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다.



너는 사실에 대한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단다.

너는 생각하는 법을 배웠어.

어떤 것도 당연히 여기지 않고 의심하는 자세 말이야.

현실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속에 무한한 깊이를 감추고 있다는 것도.

 

꿈들을 여행하며 철학적 사고를 훈련받는 14살짜리를 따라다니며 통통한 책을 다 읽고 나니동시에 내 과거와 꿈속을 덩달아 헤매고 다녔더니그 번다한 층층 사이로 자유연상처럼 시가 한편 떠올랐다형이상학이라 우겨야 될 혼란스러운 서평의 마지막에 이게 다 고려된 철학적 배치였다 끝까지 우기며 남기려한다.

 

쓰러진 의자 박소란

 

고아처럼 웅크려 잠이 들었네

얘야,

무슨 꿈을 꾸었니?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꿈에서 저는 의자가 되었어요

의자로 살다 의자로 죽었어요

저런악몽이로구나

무서워요

사람들이모르는 사람들이 다가와요 자꾸만 죽은 몸을 일으켜 세워요

자꾸만

무슨 꿈을 꾸었니물어요

저는 거짓말해요

아무 꿈도 꾸지 않았어요

 

마지막이라 했지만 덧붙이는 말 완전 주정 수준이네……. 이 책을 통해 철학적인 태도와 생각에 빠진 첫 번째 계기는 뜻밖에 표지의 띠지였다띠지의 각도를 바꾼 것만으로도 인상적인 사고의 회전을 경험했다대단히 철학적인 디자인이라고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감탄했다내용은 잊어도 이 띠지와 표지의 존재감만은 잊지 못할 거란 생각을 한다.



진짜utterly totally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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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06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책삼아 서점가서 이 책을 들었다, 놨다하다가 결국 놓아두고 왔는데 다시 가서 집어와야겠네요! 좋은 소개 감사드립니다! 건강한 한주 되세요!ㅎ

poiesis 2020-12-07 23:5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많은 분량 걱정 안 하시고 즐겁게 읽으시길 막 응원하겠습니다. 무탈, 건강, 안전, 평안하시길!
 
환상 해결사 3 - 붉은 눈의 우등생들 마시멜로 픽션
강민정 지음, 김래현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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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대비 독서 목록에 큰 도움을 주는 비룡소 책들 중 <환상해결사3>아이들이 1과 2를 재밌게 읽었으니 불안감 없이 맘 편히 추천 가능하다나로서는 도깨비늑대인간달걀귀신보다 학교 폭력유기견인터넷 방송의 유해성이 비교 불가하게 더 무시무시하고 심각한 문제라서그냥 온 가족이 다 같이 읽고 다 같이 불안하고 다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교육을 막 권장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학교 교육에서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것에 아이가 진지한 관심을 보인다면꼭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어른의 원칙을 높이 세워 거절하는 것은 옳은 결정만은 아닐 것이다변명이 맞기도 하지만…… 어쨌든 각자 취향이 확연히 다른 아이들이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을 골라 다닐 수 있었던생각해보면 그리 멀지도 않은 시절이 지금은 참 아쉽다.

 

어른이든 아이든 집 안에서 명상만 하고 살 수도 없고……제대로 다니지도 못하고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도 눈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한 일 년이지만 방학을 맞았으니 신나게 놀고 싶기도 할 것이다현재로선 방법이 안 보이는 난제이다그러니 답답한 마음에 책 모으기를 더 정신없이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이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국내 유일 걸스 픽션 공모전 수상작 다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공부 특훈도 마다않고 사건 해결을 위해 잠입 수사에 들어간다니 엄청 귀엽고 흥미진진하다사건을 한층 더 쫄깃하게 해줄 악당 블랙펄의 새가온이 감사하게도 멋지게 등장해서 악행을 마구 펼치니 우리 편은 맘 놓고 활개를 치며 신나게 나설 수 있다.



이 악당들아꼼짝 마라우리 환상 해결사 콤비가 가만두지 않겠다!


나도 살면서 이런 얘기 한번 해봤으면 완전 속 시원하겠네싶어 속으로 엄청 부러웠다.



현실에서는 성적 조작이 발생하고 이야기 속에선 악당이 계약의 대가로 주술을 건다.

 

주술과 계약자신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마음의 변화우선순위의 재배치물 흐르듯 이렇게 이야기 속 아이들의 삶은 정렬도 배열도 유연하다아이들 역시 힘든 일고민되는 일울음이 터지는 일이 잔뜩 있겠지만마음이 바뀌었다고 현실을 따라 바꾸기가 다시 태어나는 것만큼 어려운 나이인지라 이 가능성만으로도 부럽다


마치 정확하지도 주요하지도 않은 지식 정보들을 외우느라성장 시기에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못하고 학업과 성적에 대한 고민으로 아파하고 세상을 떠나기도 하는 수험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가능성 또한 사라지지 않은 그 연령을 무한히 부러워하는 마음처럼.



엄청 마음에 드는 그리운 느낌이 화악 느껴지는 차례

 

규리와 겨울이의 바람처럼 현실의 아이들도,

성적보다 더 소중한 것을 하나씩은 찾아서 가지고 있기를,

자신에게 덜 엄격해 지기를,

당당하게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를,

그래서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초등 5~6학년 여학생 101명의 철저한 심사를 거쳐 엄선된 작품이라고 한다나는 이제 이 심사 방식을 신뢰한다.

 

와, 방학이다! 라고 소리 질러도 내가 느꼈던 해방감과 기대감은 없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방학이 시작되면 행복한 일들이 모두에게 선물처럼 찾아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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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의 네 딸들 컬러링북 우리가 사랑했던 순정만화 시리즈
신일숙 지음 / 용감한까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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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그리고 전설이라 불리는 만화가 신일숙순정만화가라고 분류되지만 그의 순정을 위한 서사 스케일은 대하 소설급이다오빠나 선배나 선생님이 좋아라며 눈물을 예쁘게 흘리는 귀염 여주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탈인간급의 미모와 능력과 의지와 세계관을 가진 멋진 언니들이 운명에 맞서다 운명적인 사랑도 만났다이러면서 등장한다[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처음 보면서 그저 작품의 위용에 압도당하고 감화되었다판본을 소장하고 있습니다개정판 펀딩이 진행 중이던데 매일 조금씩 더 유혹당하고 있습니다.



남녀불문 절세가인들이 등장하고 그림체도 더없이 화려하고 대사들도 감동을 막 뿌린다이제 추억 가득 책만 남았나 했는데용감한까치의 기획으로 이 컬러링북이 출간되었다반가움과 충격과 감격이 동시에 느껴졌다.

 

꿈 속에서 영감을 받고 꿈에서 깨자마자 이야기를 쓴다는 신일숙 작가의 더 커진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펼친다진짜 길을 발견하는 현명한 젊은이를 위해 제 인생의 일부를 전해 드립니다.”란 작품 속 명대사와 같은 전하는 말이 담겨 있다.




친절한 책입니다.
잘 보고 이렇게만 따라하시면 됩니다. ㅠㅠ 

제가 도전하고 싶었던 그림들은


그리고 (제 눈에는최고 미모의 미카엘



결과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너무 처참해서... 차마... 다는 올릴 수가... 작가님 죄송합니다...



불새 죽나 봐... ㅠㅠ

집에 있는 색연필 다 찾아내고 36색 새로 구입했건만

역시 도구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연습 삼아 했던 꽃도 그릴 수록 죽어간 듯...한 느낌...
   

반가운 마음과는 별개로  미천한 실력을 확인하고 제 정신이 아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컬러링북은 낱장으로 제본하는 편이 더 나을 듯!

가운데 그림들이 아까워서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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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동영상 스토리콜렉터 90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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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사랑법 A killer's mind]을 읽고 무시무시하지만 후속 시리즈를 읽게 될 거라 생각했다10개월 만에 두 번째 [살인자의 동영상 In the darkness]이 출간되었다원제보다 번역본 제목이 매번 더 섬뜩하다.

 

그들이 늘 프로파일링하는 부류의 인간들 중 누군가가 내 가적을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걸 안다면……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종양 전문의가 자기 자식에게 뇌종양의 징후를 발견한다면 그런 기분일까

그 증상들이 잠재적으로 어떤 의미일지 너무 잘 아는 심정.

 

아무래도 시리즈물이니 첫 작품을 먼저 읽어야 주요 캐릭터들 범죄심리학자인 조이 벤틀리와 파트너이자 FBI 요원인 테이텀 그레이 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두께가 있지만 휘리릭 잘 읽히는 무시무시한 심리 스릴러이다전형적으로 끔찍한 싸이코패스가 나오는데대결 구도의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구성이 몰입도 최상이고 군더더기가 너무 없다 싶게 깔끔하고 유머코드도 나는 좋았다.

  

2편은 원제와 번역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끔찍한 설정이 벌써 보인다살아 있는 여성을 상자에 넣어 땅 속에 파묻고 동영상 촬영까지 하는 싸이코패스바로 오소소 소름이 끼친다물론 나는 오머의 소설이 마냥 잔인하고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심리스릴러 미스터리로서의 감탄할 만한 완성도와 다른 재미들도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차분히 읽어 나갈 수 있었다그런데!

 

너무 무섭다.......

 

압도적인 시각 영상을 보는 듯한 설정들을 풀어 놓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문장들.

 

어디선가 짧은 온라인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평균 집중 시간이 37초라고 들은 적이 있다

술 취한 고양이영화 예고편그리고 포르노 영상이 남자의 경쟁자였다

속도가 핵심이다그게 남자가 그 통들을 준비한 이유였다.

 

동영상은 자신만을 위한 전리품으로 보관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 영상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뭔가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요.”

조이가 게시자의 아이디 슈뢰딩거를 가리켰다.

자세히는 모르지만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에 고양이를 가두는 실험이니까요.”

그리고 고양이는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모르고요그러니까 양쪽 다일 수 있죠.”

 

물리학을 전공하고 여전히 좋아하는 입장에서아무리 양자역학을 제일 덜 좋아했다고 해도슈뢰딩거의 실험을 살인영상 자막으로 사용하다니화가 난다고양이든 인간이든 이럼 죽었을까 살았을까하며 실험에 사용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당시 수업 중에도 상자 속에 갇힌 고양이가 생존과 사망 여부를 확률로 계산하는 개념 자체가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양자역학에 대해 아직도 덜 반갑고 떨떠름한 기분이 남았는지도그리고 범인아그럼 네가 슈뢰딩거라는 거냐…….

 

사람들은 두 슈뢰딩거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하나는 과학자다른 하나는 살인범.

범인은 자신이 원하던 걸 얻었다바로 명성을.

 

소설 속 실험은 소재만 차용했지 그 잔인함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연쇄살인을 다루는 이야기이고실험1이 의미하는 바를 충분히 짐작하지만, 19세 니콜이 혹시나 살아 있을 가능성을 마지막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문구가 나올 때마다 정말 무섭다사생활을 전시하는 오늘날의 SNS 현상에 대해 갖가지 생각이 든다물론 피해자들의 잘못이라고 여기는 마음은 전혀 없다온라인을 사냥터로 여기는 범죄자들의 존재가 무시무시할 뿐이다변명거리를 찾아 줄 의사는 전혀 없지만 어서 빨리 범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어 치우고 싶었다.  


숨 막히는 순간들이 반복되는 긴장이 이어지다 작가가 영리하게 마련해둔 숨 돌릴 장면들을 불쑥 만나게 된다. 역할을 100% 감당할 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반갑고 감탄스럽다.  심장마비 경험이 있는 87세 마빈은 데이텀의 조부로 스카이다이빙 강습을 받기 위해 보험회사와 실랑이 중이다.ㅎㅎㅎ 마빈이 연쇄살인범을 신나게 혼쭐을 내주면 스릴러 미스터리가 싱겁게 갑자기 끝나도 기분이 나쁠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포스터 형사범죄에 대한 날카로운 감과 해결 능력이 탁월할 듯해 마구 기대하고 의지하고 싶어지는 캐릭터이다. 점잖으신 분일 줄 알았는데, 돌연 역겨운 개자식의 범행!”이란 발언으로 잠시 속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남자는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준비된 남자.

허술한 구석은 털끝만치도 없는 남자뭐든 운에 맡기고 대충 넘기는 일이 절대로 없는 남자.

 

스릴러 장치들은 현실적일수록 더 무시무시한데납치가 집 앞에서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 역시 그렇다모든 긴장이 풀리고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 장소에서……그래서 범인이 더 악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계획범죄의 표적이 되면 사실 어느 누구인들 예방이 가능할까……끔찍할 뿐이다

 

상처 입은 짐승은 더 잃을 게 없다.

잃을 게 없는 짐승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예측할 수 없다.

그건 위험을 뜻했다.

 

뉴스보도가 아니라 책으로 읽은 사건은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잠시 나마 이루어져서인지 불행을 목격하는 일이 심정적으로 더 힘이 든다새삼스럽지만 이런 강력범죄를 반복해서 마주하고 해결해야하는 직업군은 어떻게 견디나 싶다.

 

1편처럼 몰입감에서는 최강이라고 느끼는 오머의 소설스트레스가 가득한 복잡하고 무거운 머리로도 잘 읽을 수 있었다뭔가 조금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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