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현 아이들 이야기 2 - 동심 담은 전래 동화 마로현 아이들 이야기 2
맛있는 글빵 지음, 조연화 그림 / 밥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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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현은 어디.

 

어째 살면 살수록 모르는 건 더 많아지는 저주에 걸렸나 싶다.

마로현은 말의 길이라는 뜻의 한자로 광양의 옛 이름이다.

고려시대의 유물이 많고 산성들의 역사 역시 고려시대로 거슬러 간다.

그런데...... 광양이라는 지명을 찾아도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광양제철소백운산섬진강중흥사윤동수 유고 보존 가옥

정보 검색으로는 [마로현 아이들 이야기 1, 2]를 만들고 등장한 분들이 살아가는 색도 소리도 느낄 수 없다.

 

우연이긴 하지만이 책을 포함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깊은 애착을 이루고 사시는 분들이 만드는 책을 연속으로 읽게 되었다.

물리적 고향을 정하지 못해 사회적 고아와 같은 기분으로

여전히 언제쯤 땅에 발이 닿나 싶은 불안함을 안고 사는 나는,

이런 분들의 일상이 반짝반짝 보물찾기처럼 느껴진다.

매일이 누군가의 혹은 모두의 풍부한 이야깃거리들로 채워지는

신에 대해 가족에 대해 이웃에 대해 친구에 대해 지역에 대해

가늠할 필요가 없는 공감이 가득하다.

 

1권의 속닥속닥 일상 이야기도 귀엽고 넘 재밌어서 -

아이들의 돌발은 세상에서 제일 웃긴 대본인 듯,

살살 웃으며 읽다 보니 한 권이 금방 끝난다.

 


2권은 좀 더 흥미진진해서 제 취향오랜만에 창작동화의 마력에서 빠져나와

엽기가 아닌 전래동화를 향수를 느끼며 읽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와 지역에 밀착된 이야기들이라

익히 알고 있는 스토리가 반복되지 않는 점도 좋다.

 


천편일률 위인전은 어린 시절로 그만!

다섯 살에 뒷산에 올라 호랑이를 맨 손으로 잡은 민족의 영웅…….

제가 일곱 살이었는데 하마터면 책에 흥미를 몽땅 잃을 뻔 했습니다.



마음 담은 엄마 동화라고 표지에 적혀 있는데마음만 담으신 건 아니다.

육아를 하며 육아 일기를 쓰고 이것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닌 듯,

그 일기를 동화로 재탄생 시키고그 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만들고,

동아리 활동을 하시는 것처럼 본인들을 편안하게 소개하시는데…… 히로인 팀이라 생각한다

아이들 이야기라는데 나는 엄마들 이야기를 자꾸만 찾고 상상한다.

 

2권으로 이루어진 책을 읽으면서 기획에서 완성까지의 온갖 과정들을 상상해보았다.

이 책 이전에 설계하고 유지해온 이분들의 삶도 그려보았다.

바쁘게만 말고 이렇듯 꽉 차게삶을 한 가득 사시는 분들이 부럽다.

늘품성이 없어 으....를 못하는 지라 앞으로도 부러울 삶이다.

영웅적인 주인공들이 시리즈물로 오래 활동하듯이,

앞으로도 더 멋진 이야기들로 소식 계속 들려주시길 고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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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랫소리, 바람 한 줌, 하얀 들꽃 - 오롯이 강릉, 시로 계절을 쓰다
안예진 지음 / 밥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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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귀촌 지침이나 일상 에피소드의 흔적이 없는,

책을 펼치면 준비~할 필요 없이 강릉의 햇빛과 바람이 얼굴에 화악 느껴지는 책이다.

안예진 시인은 일상의 장면들을 뽑아 종이에 올리면 그대로 시가 되는가 보다.

시처럼 사시는 분이신건지삶이 시인건지같은 말인가???



강릉에 가고 싶다손닿지 않는 부위의 간지러움처럼 읽는 내내 강릉이 마음에 감돈다.

 

내 기벽 중의 하나는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다.

어느 날 새벽 출발~해서 동터오는 동쪽을 노려보며 눈물을 흘리며 운전을 해서

아침에 강릉에 도착해서 호사스럽게 바다를 보며 바람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강릉은 아침 커피다몸과 마음이 다르르 떨릴 정도의 쾌락이다.

국도를 따라 쭉 운전해서 포항에서 점심을 먹는다.

해가 중앙으로 떠오르는 딱 그 시간이니 남쪽으로 달리는 내내

홍채 기능이 시원찮은 내 눈은 내내 눈부시고 아프고 눈물이 줄줄 난다.

통영에서 저녁 먹고 밤을 달려 굳이 담양까지 가서 자는 차를 혹사시키는 미친 여행.

읽는 이들 지루할까 더 미친 다음날 일정은 생략합니다.

기적처럼 기꺼이 동행 하던해가 지면 운전을 맡아 주던 O O 친구들도 늘 있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보겠단 결의를 그야말로 팽하니 내팽개치고 연료를 가득가득 보충해가며 달리는 배덕하고 부정한 짓,

일 년에 한번 밖에간혹 두 번도…… 안 하는 것을 변명으로 삼아 본다.

올 해는 20일 남았는데…… 이런 여행을 포기한 첫 해가 될 듯하다.



이렇게 안 간다 정리하니……

(내게는)국내 최고의 강릉 커피는 물론이거니와 별로 좋아하지 않은 순두부도 아쉽다.

안예진 시인은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바리스타이기도 하다.

맞습니다강릉 아침은 커피와 함께여야합니다.



2020 봄도 기억이 안 나고, 2021 봄도 기대하지 않으려 한다.

남은 시간 방역 인생을 살겠구나솔직히 그런 우울한 예감이 든다.

곧 배스킨라빈스 메뉴에 필적하는 다양한 향기품은 마스크가 생산되지 않을까 싶다.

혼자 생각에 특허 내면 대박 날 것 같지만…… 의미 없다.

누군가 기운 있으신 분 아이디어 가져다 쓰셔요…….

 

이렇게 심통낸 마음으로 보아도 참 예쁜 시집이다

표지의 색마저 마음을 살살 달랜다.

시와 글사진캘리그래피일러스트를 모두 손수 하신 공력인가 한다대단하신 분.



대학 친구가 졸업 직후 갑자기말도 없이 뜻밖에 공무원이 되었다고 강릉에서 살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했다

같이 놀란 다른 친구들과 집들이 핑계로 찾아가보니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며

매일 바다 보고 출퇴근하고 날 좋은 주말엔 설악산으로 산책간다고 했다.

 

그런 일상이 얼마나 좋은지 모를 나이라 제대로 부러워하지 못했는데

살다 보니 문득문득 그 친구는 그 나이에도 뭔가 알았던 거야!’ 부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2017년에 내려갔다는, 2020년인데 벌서 강릉을 온전히 품고 사시는 저자 역시 샘이 날 만큼 부럽다.

 

새로 배운 말: 윤슬 -  햇빛이나 달빛이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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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텔라 - Estella
김동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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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ella

fem. proper name, Spanish, literally "star," from Latin stella "star"



제목만으로 유추하면 ''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얘기에 저항력이 없는 나로서는 무조건 읽어 보고 싶다.

모양으로는 남십자성(The Southern Cross Star)처럼 보이는 표지의 저 별은 어디의 누구일까.



아주 오래 전원하는 모든 것들을 이루며 살았던 존재들이 있었다.

 

이 문구가 늘 누군가의 바람이고 기도이고 소원일 거란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엔 모든 것들,까진 생각 못해도 가장 중요한 소원 하나쯤은 이루며 살게 될 줄 알았다

좀 더 크면좀 만 더 크면

언제나 희망을 새로 내걸 시간은 충분한 듯 느껴졌다.

 

신화와 철학과 문학과 삶과 사람의 이야기들을 노래하듯 들려주는 이들은 늘 있었을 듯한데…… 

아쉽게도 나는 시대적 배경이 맞지 않는 중세 유럽의 음유시인 이외에는 떠오르는 이들이 없다

직업명이 무엇이었든 간에 어떤 이야기인지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야기 속에서 유랑 극단의 여인인 에스텔라는 계속 기타를 연주하는데 

가사만 읽을 수 있고 음율은 전혀 모르겠어서 갈수록 더 아쉽다.



지구 전체라는 의미의 가상의 원시 대륙 팡게아pangaea, 밤의 여신 녹스nox, 에덴Eden, 알 수 없는 이름의 Grigon도 등장합니다인류 최고의 막장 드라마 그리스 신화를 오디오북으로 며칠 들었더니 익숙한 듯 반갑고 재미있다.



뜻밖에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노인이다그가 하는 말은 다 맞는 듯!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는 일은 당연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타인에게 어느 정도까지 위해를 가해도 정당한 건지는 어려운 일이다

그 스펙트럼이 하늘을 뒤덮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죄책감이란 것 역시 휘발성이 있어서손익 계산이 끝나고 나면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경우들도 부지기수다.

 

자주 경험하는 안타까운 일은 언제나 반성할 필요가 없는 이들이 자꾸만 자신을 톺아보고

정작 범죄에 가깝게 이기적이고 유해하게 사는 이들은 거리낌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잔인하게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이들 따로

피해자나 생존자들에게 위로와 손길을 전하는 이들 따로

이 구조는 오늘도 시소처럼 한 축에서 움직인다.


지나고 보니 그저 스쳐 지나가도 되는 것은 없었다중략.

죽은 것 같이 아팠던 순간도 지나고 나니

그때 겪었던 아픔보다는 그것이 주었던 의미를 더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리고 다행이도 그 안에 희망이 함께 찾아왔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그렇게 나쁜 인생만은 아니었지?

 

김동영 저자에 대해 간략한 정보가 제공되는데생체의공학 전공심각한 교통사고를 겪은 후 해야 할 일원하던 일들의 목록에서 해방되어 가슴 속 무거운 것들을 가벼운 단어들로 담아 낸 노래와 이야기가 이 책이라고 한다현실에서도 이야기 속에서도 늘 누군가는 시련을 겪고 고민하고 견디고 이겨 내기도 하고 다스리며 살기도 한다는 당연한 일이 새삼스럽게 새롭다.


저자처럼 어미니께 들려 드릴 아름다운 별 이야기를 쓰는 일, 

누군가에게 별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는 일, 

별을 바라보는 일, 

별을 노래하는 일, 

달도 잘 안보이는 밤에 별과 우주를 생각은 말고 잠시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별 이병기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의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자동 플레이처럼 노래가 들릴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병기님은 시조 시인이셨으니 시조라 생각하고 한번 천~~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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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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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단계가 격상된다는 소식에 잠시 숨이 턱 막힌다

눈도 오지 않는 2020년 겨울은 또 어떤 모습으로 버텨내야할까.

모두의 생활 방식과 질병이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게 가시적으로 촘촘히 상호 연결된 시절,

연대에 실패한 불안한 개인들은 혐오로 뭉친다는 글을 읽었다.

꼭 이런 때가 아니더라도 이해하고 이해받고 의지하고 의지가 되는 한 사람은 소중하다.

 

소설이 쓰인 2019년의 겨울은 이상고온현상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그 어떤 때보다 춥고 매서웠다.

겨울을 앞두고 그해의 10월과 11월에 연달아 세상을 떠나야 했던

두 여성에 관한 소식 때문이었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기사들의 틈새에서 우울과 슬픔을 겪었다.



지극히 평범한 생활공간에 더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흘러 가다가,

가끔씩 추리 스릴러처럼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분위기와 표현들이 등장한다.

인생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여름,

모든 것은 희진에게 달렸다.

그리고 햇빛 알레르기.

 

어린 시절 면역력이 모자랐는지 여름이 시작하는 어느 날엔 늘 피부과를 방문하며 컸다.

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기도 하고물속에서 나오기 싫게 피부가 뜨겁기도 했다.

더위를 모르는 이와 햇빛 알레르기가 심한 이이렇게 두 명흥미로운 캐릭터들이다.

특히 송희진씨,

아무리 이상해도 그렇게 주저 없이 타인의 신체를 계속 꿋꿋하게 열심히 관찰하다니요.

 

기억 못 하실지도 모르지만저는 인경씨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거면 지금 이 상황을 함께 감내할 만한 이유로도 충분하고,

어쨌든 나름의 책임감도 생기고요.

 

중략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말을 보태지 않으셨잖아요그런 소문들에.

 

의미 없는 동조와 편가르기에 말 하나 더 얹어지는 것이 얼마나 큰 좌절이 되는지

모를 것라고 덧붙였다.



사람들 참 편하게 생각하잖아요.

여름에 더위 많이 타면 으레 살쪄서 그렇다건강하지 못해서 그렇다,

정말로 여름을 버티기 힘든 사람들도 있는데 속 편한 말을 잘도 한다니까요.

그거 다 노력이 부족한 거라고운동하라고.

 

그러면서 겨울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잖아요.

추운 게 버티기 힘들다싫다 그러면 체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밖에 나가서 좀 뛰어보기라고 하라고,

노력 부족이라는 이야기를 어쩌면 그렇게 사계절 내내 돌려 막기처럼 사용하고 그러는지.

 

참 이상하죠저는 더운게 싫을 뿐인데싫은 건 이유 없이 그냥 싫은 건데

사람들은 뭔가 늘 이유가 있고 숨겨진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캐내는 걸 유난히도 좋아하고요.

 

뭐랄까,

작가는 이토록 예민하고 영리하게

평범한 모두의 잔인하고 비열하고 집요한 공격성을 모두 다 보고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엔 잔뜩 들어간 힘이 스르륵 풀리도록 만드는 선의와 온정과 희망을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체인 양 들려준다강한 사람이다.

뜻도 모르면서 문득 작가의 이름 - 강.민.영. - 이 주는 느낌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즈음 회사에선

내가 백혈병이나 조류인플루엔자니 하여간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중략. ‘그때부터 뭔가 좀 이상했다는 심증의 빌미가 되었고

결국 그 소문은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소설의 직장인들의 모습이 과거의 풍경인지 완전히 달라진 미래의 일상인지

더 이상 모르겠다서글프게도 현재의 매일은 더 이상 아니다.

 

누군가의 생사를 확진하는 소식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듣는 시간 속에

두 사람이 시종 조용하고 소소하게 들려주는 우정과 연대의 이야기가 편안하다.

 

더 잘 팔리는 것은 언제가 사랑이라우정은 지나치게 폄하되기도 하지만,

인간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긴 시간에 우정은 자주 아쉽고 부족하다.



정말 누구나 이렇게 순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거라면,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걸 버텨내고 있는 걸까.

 

지구가 한 번 공전하고 제자리고 돌아왔을 때에도 무사히 살아남아

아무도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은 채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두 여성의 이야기,

그 과정을 전하고 싶었다.

 

봄이 오면 떡볶이부터 먹을 거예요맥주 한 캔이랑.



덧붙일 모든 말이 점점 더 사족처럼 느껴지는 담백한 글이라,

발췌하고 필사하는 문장들만 이어졌다.

서평이라 할 수 없는 글이 되었다.

 

마음 들볶을 일 없이 확실한 선의에 안심하며 읽어서인가 싶다.

간절히 원하지만 구할 수 없어서 기대하지 않았던 것,

노력과 눈물이 모두 보상 받는 관계,

그런 따뜻함이 기적처럼 사고 없이 미래를 보장해줄 것 같은,

내 이야기였으면 하고 바랄 그런 이야기였다.

 

누군가를 돕는 일도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도낯설고 어색한 일이 아니면 좋겠다.

어쩌면 거기에 연대와 희망이 있을 거란 소원 쪽지를 걸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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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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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Baby Farm행복하고 즐겁고 합법적인 농장일 리는 없을 것이다내가 대리모 출산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들어 봤나 가만 생각해보니 의외로 놀랄 만큼 오래 전이다그때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지완전 딴 나라 괴짜들의 일이라 치부하고 말았는지아니면 사실이든 무슨 상관이야라는 태도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보단 이후에 농장이란 사업 명으로 운영되지만 실은 공장식 축산업에서 이루어지는 축산 동물들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알게 되어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잔혹하게 분업화된 공정 생물의 기능이 철저히 분업화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임신 출산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의학적이고 기계적으로 이루어진다평생 임신 출산만 반복하는 역할이 있고그렇게 태어난 동물들은 성별에 따라 수명도 정확히 정해져 있다. 좀 더 살다가 육류로 가공되거나 바로 산 채로 죽임을 당해 사료가 되는 경우로 나뉘어진다.

 

소설에서 인간이 직접 육류로 소비되거나 사료로 분류되지는 않지만어쨌든 이 베이비 팜은 주문 계약에 따라 인간 아기를 만드는 공장이다등록 사업명은 골든 오스트 농장.’ 임신출산에 육체를 제공하는 이들은 호스트(참으로 기만적인 이름이다)’라 불리며당연히 비밀유지계약서와 기타 등등의 계약서들이 요구되고외출도 외부인과의 접촉도 불가하다.

 

작가인 조앤 라모스는 필리핀에서 출생하여 6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이다라모스는 미국에서 무엇을 느끼고 보고 생각하며 살았을까……소설의 시작은 필리핀 출신 여성들의 이야기이다미국으로 일하러 온 여성 노동자로서의 그들의 혹독한 삶은 어째서 그들이 그 농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지를 담백하게 설득한다이 일을 하는 여성들이 왜 있냐고 물으면 가장 상식적인 답변은 ’ 아니겠는가이 농장에 필리핀 여성들만 호스트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백인 여성들도 있으며 이유는 같다그들 모두는 번호로 불린다.

 

마치 최고급 리조트처럼 운영이 되지만호스트를 위해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의사간호사영양사마사지사트레이너코디네이터들은 축산공장의 전문가들처럼육류를 소비하는 인간을 위해 동물들을 관리하는 것처럼돈을 지불하고 아기를 구매할 고객들을 위해 호스트들을 관리하고 감시한다어쨌든 매월 받는 돈에건강한 아기를 무사히 출산하면 거액의 보너스를 보장받는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전개될 거라 예상할 수도 있지만이 소설은 주로 4명의 캐릭터들이 각각의 1인칭 시점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아마도 결론 부분에서 이들의 대한 이야기가 추가되며 뭔가 폭로나 실마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게도 된다아주 자극적으로 아기 매매와 임신출산공장에 대한 이야기들만 집중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읽고 나니이는 캐릭터 각자의 현실을 통해 미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 인종성별국적가난으로 인한 몇 중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들 -을 진하게 느끼게 하는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뒤로 갈수록 임신출산육아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가까워진다.

 

충분히 흥미롭고 몰입도 뛰어나고 전개가 매끄러운기대보다 많은 이슈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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