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초고속 연상암기 新HSK 6급 단어장 중국어 초고속 연상암기 新HSK 단어장
제인 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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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유행성 질병이겠지곧 지나가겠지했던 신종코비드19의 확산으로 잠시 놀랐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다만 마스크대란이란 사회현상이 신기했고, 1차 산업을 자국 내에 두지 않은 경제주권은 어쩌면 아주 위협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다.

 

어쨌든 집콕을 하며 딱히 할 일이 없으니하루 종일 독서만 할 수도 없으니뭔가 성취지향적인 것을 해보면 기운이 나지 않을까해서 일본 여행과 일본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던 이유는 정확히 모릅니다이런 경우는 베프의 영향이 가장 유력합니다 우리 집 꼬꼬맹이와 가징 쉬운 기초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친절한 동영상과 친절한 책이 있고 하루 몇 문장 하지 않으니 재미있었다시험과 진학의 부담을 벗고 놀러가려고 하는 외국어 학습이란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는 것이었다무엇보다도 당시엔 코로나 종식을 믿고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2020년 12…… 설마 봄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을 줄이야…….

 

여름 중반 쯤 코로나 재확산과 더불어 몸이 먼저 무너졌고 가을과 겨울은 정신마저 와장창 무너질까 참 두려운 시기였다원래 미디어 시청을 거의 안하지만 가능한 아무 자극도 받지 않기 위해 인터넷도 석 달 이상 끊어봤다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비는 시간엔 책을 읽고 썼다.

 

다니다가 만 학교가 더 일찍 종료되고 기나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이번엔 큰 꼬맹이와 매일의 작은 성공을 맛보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견디기 위해 중국어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벌써 수년간 중국어를 재미나게 배워서 3급 시험을 초등학교 때 이미 합격했다는 아이와 중국어라곤 중어중문학과 다니던 친구가 알려 준 제 이름 밖에 정확히 모르는 나는 어쨌든 중국어 단어를 함께 외우기로 했다문득 한국어 공부하느라 한자능력1, 2급 시험을 보고 당당 합격한 옛 기억이 나긴 했지만한국일본중국은 같은 한자라기엔 다른 점들도 많은 글자를 사용하니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일단단어장이니 도전 할 수 있다한 페이지 4-5단어만 하루 목표로 하자그리고 친절한

저자께서 무료 mp3를 블로그에 올려 주셨다하기 링크는 같은 자료이다저자와 출판사.


Jane Kim

https://blog.naver.com/yk950107/222165979383

 

중국어 초고속 연상암기 단어장 신HSK6급 음성자료 다운로드

https://blog.naver.com/ksbookup/222166703786



책은 1월 3일에 도착했고 그동안 정말 슬슬게임처럼 놀며 외운 학습법이지만역시나 기대한 성취감은 있었다예전 한자 공부할 때도 느꼈지만 나는 한자의 형성원리를 알아 가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 의미로 이루어진 퍼즐을 푸는 기분이고그렇게 분해한 글자가 대략 뜻이 기막히게 통할 때 - 가끔은 너무 웃긴 의미가 조합되기도 한다 막 근자감이 새로워지기도 한다.



얼마 되지 않은 공부한 내용 중에 재미난, 흥미로울 듯한 내용들 소개해봅니다. 
다들 해야 하는 일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매일 견디시겠지만
어떤 언어이든 단어와 어휘를 조금씩 매일 배우시는 것도 권할 만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의외로 정말 다양한 철학, 시대상, 인생관 등등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한자가 아닌 중국어급수의 체계를 몰랐는데, 6급이 아주 고난이도인지 놀랐다. 모르니 용감하게 시도했겠지만 단어만이라면 도전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다행히(?) 6급은 단어 전체를 보는 게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를 봐야 한다고 한다. 뜻밖의 행운!^^ 이 책이 그런 점에서 정말 구성이 친절하게 잘 되어 있다. 다른 단어장과 달리 단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자세히 예문까지 나온다.

 

자격증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도 부족할 것 없는 교재일 듯하고, 일단은 우리처럼 단어만 외워보는 이들에게도 한 글자의 조어 원리에 대한 충분한 설명으로 인해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재밌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수암기법으로 외우면 같은 시간에 외울 수 있는 단어 수가 늘어난다는 조언을 듣긴 했는데, 일단은 천천히. 매일의 작은 성공에 만족하려한다.

 

도전하는 모든 분들이 원하시는 모습대로 성공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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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다
서수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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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에게 나타난 금발머리의 아이그 아이와 조종사가 같이 한 사막에서의 팔 일의 기억들... 숫자 칠을 넘어 하나의 숫자가 부여하는 하루의 의미들... 팔 일이라는 그 시간들... 어린 왕자에 대한 기록들에 대한 부호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해독해 봅니다.”

 

이 책은 어린 왕자에 대해 뭐가 더 궁금해서가 아니라 저자가 궁금해서 읽고 싶었던 책이다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에 살면서 원본으로 <어린 왕자>를 읽은 저자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얼마나 읽으셨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모든 횟수들이 차곡차곡 스크래치처럼 남아 다시 그 흔적들이 문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의 해설에서 조종사는 생텍쥐페리의 페르소나이자 어린 왕자를 내면아이로 가진 캐릭터이다그러면 다시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내면아이와 다름 아닌 것인가.

 

이 글에서 내면아이는 심리학이나 상담학에서 말하는 성인 아이와는 다른 개념입니다어린 왕자에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유년의 다시 나타남잃어버린 꿈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원동력사랑 그리고 뒷부분에서 다룰 원형의 이미지입니다.”

 

저자가 왜 내면아이라는 용어를 썼을까 궁금했는데여전히 헷갈릴 여지는 있지만 통상적인 느낌과는 다른 의미로 차용했다는 것은 이해하게 되었다, 심리학인 상담학에서의 내면아이는 나이는 성인인데 말과 행동은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할 때한 개인의 인생에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존재.
이 책에서의 내면아이는 주인공의 유년 시절순수함인간 고유의 본질.
 


내면아이가 깨어나면서 홀로 추락한 사막에서 삶의 진리를 깨닫는 조종사그 장면에도 감동은 있지만 내게는 잃어버리는 것들이 더 커 보인다이 책은 뜻밖에 군데군데 내가 기억하는 어린 왕자와 저자가 들려주는 어린 왕자 같의 반발심과 마지막까지 싸우면서 끝까지 읽어서 결말을 봐야 했던 책이었다어쨌든 원작을 읽은 저자 편에 서보련다.

 

동시와 아동/청소년 도서들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렇다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따라서 어린아이의 사고를 모르고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산다맞는 말이다그런 측면에서 저자가 집요하게 일깨워 주려는 삶의 본질과 의미들에 대해서는 자신을 독려해서라도 가까이 가보는 일이 나쁘지 않다.

 

원래 익숙한 것편한 것더 멋져 보이는 쪽을 포기하는 일에서 언제나 무언가를 배운다그래서 뭘 배웠냐고 구체적으로 밝히라고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자가 어른이라고 칭하는 이들은 꽃향기를 맡지 않는 사람별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계산 밖에 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중요한 사람이라고 외치는 사람칭찬받기를 원하고남보다 더 아름다운 옷을 입기를 원하고돈을 쫓고숨 쉬는 순간마다 상대방보다 앞서기를 원한다어린 왕자가 다른 행성에서 만난 이들이다.

 

그러니 우리가 회복해야할 것은관계 우선사람 우선생명 우선인 세상이다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철학자들의 시선을 소환하여 사상을 더불어 들려준다.

 

우리 추억 속을 잘 찾아보노라면 우리의 공간이 그저 하나의 길인 아득한 먼 고장을 발견하게 되리라

가스통 바슐라르



Le Petit Prince : comment l'Américain Mark Osborne a adapté un monument de la littérature française

이 장면에 관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라 따로 올린 것.

 


“Tu parles comme les grandes personnes!” 어른처럼 말하는군요!

 

사실 나는 이미 어리지 않은 나이에’ 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다.

그러니 한 번도 어린이로서 어린 왕자와 같은 눈높이로 만나본 적이 없다.

 

원작을 읽는 것과는 달리이 책은 무수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저자 역시 자신의 생각만이 아니라 생각 좀 한다는 철학자들까지 소환했으니 더욱더 사고의 변주가 다양해졌다


그러니 읽었다 해도 얼마 못 읽은 셈이다뭐 그런 책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이 책 역시 다음에는 어떤 문장들이 더 잘 읽힐까무엇을 이해하게 될까기대되는 그런 책들 중 하나이다내겐 최초의 어린 왕자에 대한 에세이이다.



.......................................................... 

며칠 전에 열림원 출간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며 을 그려보(려 노력했)았다.

양 그리는 게 뭐 그리 어려울까했다가 난 양 못 그리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몸은 양인데 얼굴이 양이 아니야이것도 저것도…….

양 얼굴이란 무엇인가…… 화두를 잡고 득도의 길로 나설 뻔 했다.

어째서 마지막에 상자를 그렸는지 몇 십 년 만에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

양이란 상상 속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로 존재하는 동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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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13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양 입니다!ㅎ 좋은 리뷰 잘 봤어요! 즐건 밤 되십시요!

poiesis 2021-01-15 14:44   좋아요 0 | URL
얼굴 없는 양...ㅎㅎㅎ 늘 감사합니다. 무탈순탄한 오늘 보내시길 바랍니다.
 
데칼코마니 미술관 - 동서양 미술사에서 발견한 닮은꼴 명화 이야기
전준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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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감상이란 철저히 개인의 취향에 따르기도 하지만음악이 좀 더 보편적인 정서에 기반하고 있다면미술 작품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기도 합니다음악 듣고 우는 사람이 미술 작품 보고 우는 이들보다 더 많은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자주 봐도 늘 부족한 미술 작품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가득한 책은 언제나 반갑습니다게다가 교육 환경 탓에 서양미술에 훨씬 더 친근감을 느끼는 저에겐 전통이란 낯선 한국적인 것이 신박한 서정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는 바가 없으니 민족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거나 특별하게 더 애국심이 있다는 생각은 없었는데이 책의 목록을 보고 잠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유럽 특유의 우울한 어느 오후에 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비교되기엔……유명세 빼고 판단하면 미적인 가치도 클래스도 다르다는 살짝 분한 생각이 말릴 새도 없이 듭니다. <수월관음도>와 <인왕제색도> 역시 섬세함과 표현력이 월등한 쪽이 아주 일차원적인 판단으로도 분명한 듯한데……제 생각이 그랬다는 것일 뿐입니다만.

 

어차피 아는 것도 없이 이런 저런 궁시랑은 관두고 흥미로운 기획의 책에 담긴 작품들을 열심히 보고 저자가 들려주는 풍성한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 투덜거리는 수준을 비로소 벗어나 올바로 배울 수 있겠지요그런 기대로 읽어 보았습니다.

 

데칼코마니 좋아하셨나요? 전 엄청 좋아했습니다게으른 저로서는 딱히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무수한 변주가 가능하니 결과적으로 똑같은 작품은 하나도 없는 작업 활동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그러다보니 풍경도 사진도 그림자와 데칼코마니 구도를 이루는 장면에 사로잡히게 되었나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엄밀하게 보면 정확히는 아니지만 대략 대칭 복사에 가깝게 찍혀 나온다는 믿음(?)으로 개념 정리된 작품 활동이 데칼코마니라서[데칼코마니 미술관]이란 제목에 그런 수준으로 유사하게 보이는 작품들을 동서양에서 각각 찾아내어 비교한단 말인가 하고 혼자 엄청 충격을 받았습니다신비체험에 다름 아닐 거란 생각에 잠시 두근…….

 

그런 유치한(?) 제 상상과는 별개로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형태적 대칭이 아니라 주제별 대칭을 이루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비교하는 것입니다회화를 전공한 저자가 수백회의 전시회에 참여한 경험국내외에서 35회나 개인전을 연 경험그리고 자신의 철학과 미학과 예술관과 오랜 숙고…… 그런 모든 것들을 통틀어 선별한 내용들을 전해주는 책입니다구성 또한 <일상예술풍경>으로 예술적으로 편성되었습니다저자는 자신이 다소 무리하게 작품들을 연결하거나 주제에 맞춰보려 했다고 미리 밝히지만저는 그런 시도 자체가 충분히 재미있고 거의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나이가 적지 않고 보고 듣고 읽은 것도 있으니대부분이 그런저런 익숙한 내용이고 크게 놀랄 새로운 내용이란 없지 않을까그런 만만히 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그런데 이 책은 표준적이고 단정한 적당한 비교예술서적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예술 작품을 보고 이해하고 감상하는 통상적인 방법에서 어떤 경우는 몇 단계또 어떤 경우는 백 단계쯤 나아간 느낌을 주는 설명들이 있습니다그럴 때면 작품은 잊고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 창작물을 읽듯 그렇게 몰입했습니다.

 

회화를 소리로 감상해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정말 새롭고 놀라워 거듭 내용을 확인하며 읽었습니다.

 

소리가 들리는 그림 에드바르 뭉크 <절규> vs 김득신 <파적도>


소리가 들리시나요?

눈에 보이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색채와 선구도형상 등을 결합해 설득력 있는 화면으로 창조했다붉은 구름이 넘실대는 하늘검푸른 산과 강을 따라 난 길도 출렁이는 듯 움직이고 있다정체를 알 수 없는 비명을 표현했다역동적인 붓터치와 반대색의 강렬한 대비는 공포를 느끼게 할 만큼 격한 감정의 충돌을 보여준다그림에서 귀를 막고 해골 같은 얼굴로 하얗게 질려 있는 인물은 작가 자신으로 보인다뒤틀린 자세와 놀란 표정이 다시 한 번 비명의 이미지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파일은 책에서가 아니라 제가 올린 파일입니다. 
네. 전 늘 뭐가 오리지널인지 베스트인지 헷갈립니다.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이 파일도 그림을 좀 더 크게 선명하게 보기 위해 제가 따로 올린 것입니다.
어떤 소리들이 들리시나요?
 

조용함을 깨트린 주범인 고양이는 검정색과 흰색이 강한 대비를 이루는데포졸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때아닌 봉변을 당한 농부는 평민이다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파괴하는 소리가 이 그림의 주제다탐관오리로 대변되는 지배층의 폐해가 그 소리는 아닐까.

 

뇌로 바로 전달되는 시각예술인 회화를눈물을 흘릴 정도의 감상이 가능하려면 관련 지식 대부분을 알아야 가능하다는 지적인 감상 행위를아주 손쉽게 감각치환하듯 청각으로 감상하는 법을 펼칠 땐발칙하고 유쾌하고 통쾌하고 놀라웠습니다이래서 오래 살고 싶단 생각도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이 작품들을 자화상으로 분류하신다구요?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자화상 1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최후의 심판> vs 정선 <독서여가>



작품의 분류를 홀라당 뒤집는 넘 저속한가요하지만 느낌이 그토록 경쾌하면서도 확실한 뒤집기였습니다 ― 새롭게 정의 내린 개념들도 풀어주시는데 막 입교한 신도처럼 속절없이 인정인정하며 따라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모든 '화상들'에서 모두의 내면을 각각 느껴야하는 것인지 화가 개인의 내면이 갖가지 방식으로 투영된 것을 따라가야하는 것인지...... 제 감상 능력의 수준을 확실히 벗어나는 '자화상' 감상법임에는 틀림없는 듯합니다. 뭐, 좌절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같은 작품인데 책에 따라 이렇게 전혀 다른 색감으로 프린팅되곤 합니다. 종요한건 독서, 여가, 자화상, 내면 심리겠지요.

 

우리 회화의 기법이나 변천을 살피는데 인물화 연구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그런데 아직도 접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왕실이나 문중의 사당과 같은 특정한 장소에 봉안돼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이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 회화사를 빛나게 하는 자화상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작품 분류와 해설에 자극을 받아 제가 좋아하는 자화상들을 모아 화면으로나마 쭉 나열해보니나이 탓인지표정들 속에 대상의 심리만이 아니라 화가의 감정들이 느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참 신기하네요유홍준 작가의 말처럼 아는 만큼 느끼는 것뿐인지 아니면 생애 처음 신비체험을 하는 것인지어쨌든 계기를 마련해 준 이 책은 참 매력적입니다단일 작품의 정면 초상화에 아무 매력도 느낌도 받지 못하신 분들 중 관심있는 분들께도 새로운 감상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물Still life 배치에서 표현된 인생의 의미 탐구.

예술대학원에 입학해서 논문을 막 쓰고 싶은 욕구가…….

 

사소한 것에서 본 큰 세상 빌렘 클래즈 헤다Willem Claesz Heda <정물> vs 신사임당 <초충도>


이 책의 <정물Still Life>

따로 찾아 올린 다른 <정물Still Life>

이 책의 <초충도>


따로 찾아 올린 다른 <초충도>


물론 이 글에 언급한 것 말고 많은 작품들이 다른 흥미로운 주제로 분류되어 있고 무척 흥미로운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취향에 따라 원하시는 순서대로 읽어 보셔도 무관합니다어쨌든 저는 한 문장도 따분하지 않은 해설은 처음입니다제게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저자의 재능능력필력사랑진심진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느낌이 좋아서 좋아하는 작품들은 많습니다그에 더해 저는 좋아하는 이들 아마추어들 이 만들어낸 것들도 수상작명작 못지않게 좋고 감동을 받을 때가 아주 많습니다그 상태에 불만은 없지만언젠가 나도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서 잘 전달할 수 있는 설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마음이 듭니다아마 가슴을 치고 땅을 치는 과정을 모조리 맛보는 많은 연습을 해야겠지요.

 

뭘 하고 싶게 만드는 참 근사한 책입니다감사한 일입니다.

 

피아노와 첼로와 팝송과 오페라에 익숙해지며 성장하고 살아 온 나에게 낯선 전통을 다시 공부하자고 찾아보자고 하는 책저자가 알려 주는 감상과 감동의 경계는 어디일까요감상은 창작보다 쉬운 일일까요.


우연히 유명세와 영향력에 있어서 오랜 동서양의 위계를 뒤바꾼 작품 활동 소식을 읽게 되어 덧붙여 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이라 사심을 가득 담기도 했습니다. 


기술의 숨가쁜 변화에도 불구하고 불멸의 존재를 과시하는 인류의 예술 작품들. 당장 매일의 안위와 내일의 소식에 숨가쁜 시절에 잠시 숨 돌리며 어깨힘 빼고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예술이 모두에게 더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9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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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의 기록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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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팡팡은 2020년 우한 봉쇄 사흘째부터 우한의 참상중국 정부의 진실은폐왜곡관리들의 부실 대응그리고 시민들의 절규를 기록하기 시작했고총 60편의 글들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렸다그의 글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각국에 알려지자 중국 정부는 검열을 시작했고 글은 차단되었다그리고 서프라이즈처럼 나온 책이 [우한 일기]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출간되지 못한 책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정말 놀랐다문학동네가 아니었다면 읽어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단순한 팩트라 하더라도 제대로 전달되었을 지를 신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오래 전 과거의 사건이라도 관련된 인물이 남은 경우알아도 진상을 제대로 밝히기가 얼마나 지난하고 고단한 일인지 보고 들은 경험이 지겹도록 많아서 더 그렇다.



......


[우한일기]는 우한 지역에 최초로 코로나가 확산되고 봉쇄된 76일 간을 다루고 있다지만이 짧은 제목처럼 단일 사건도 특정 지역에서 그친 일도 아니다코로나 바이러스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사스도 메르스도 신종 코비드19에 비하면 얼마나 만만한 상대였나 싶다.

 

일 년이나 지났는데지난해의 마지막까지 믿고 싶지 않아서 믿기지 않아서 그래도 순진한 희망을 품고 기다렸다솔직히 지금도 계속 그러고만 싶다그래서 지금도 매초마다 전 세계 누군가의 생사를 가르는 이 판데믹 재난의 시작을 읽을 준비가 된 것인지 책을 받아 들고도 고민을 멈추지 못했다.

 

재난이란 무엇인가?

 

마스크를 쓰거나 며칠 동안 밖에 나가지 못하거나 단지에 들어갈 때 통행증이 필요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재난이란병원에서 예전에는 몇 개월에 한 권 쓰던 사망자 명부를 지금은 며칠에 한 권씩 쓰는 것이다.

 

재난이란예전에는 화장터에서 관에 담긴 한 구의 시신을 한 대의 운구차로 옮겼다면지금은 비닐로 싼 시체 몇 구를 포개어 쌓아서 화물트럭에 실어가는 것이다.

 

재난이란당신의 집에서 한 명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며칠 혹은 보름 안에 전부 사망하는 것이다.

 

재난이란당신이 아픈 몸을 끌고서 춥고 비가 내리는 날 사방을 뛰어다니며 자신을 받아줄 병상 하나를 찾아다녀도 끝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재난이란새벽부터 병원에서 줄을 서고 번호표를 받아도 다음날 새벽에야 진료 순서가 되거나 혹은 순서가 여전히 오지 않아 길바닥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것이다.

 

재난이란당신이 집에서 병원의 입원 통지를 계속 기다리다가 통지가 왔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것이다.

 

재난이란병원으로 이송된 중증 환자가 사망하면 병원에 들어간 그 순간이 가족들과 작별한 순간이 되어 서로 영원히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재난 속의 세월은 고요하지 않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들의 죽음과 가슴을 도려내는 가족들의 아픔죽음을 향한 생존자들의 삶이 있을 뿐이다.

 

며칠 전 한국의 의료에 대한 고민을 다룬 책을 읽으려 관련 자료들을 보다가 중국 우한의 상황에 대한 보도 자료를 읽고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놀라웠다이전까지는 우한의 사람들에 대해 진지하게 염려하고 궁금해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깨달았다판데믹을 겪으면서 글로벌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실제로 나의 시야와 관심의 집중도는 점점 더 구체적인 사적 공간과 사적 관계들로 좁혀지고 있었다.

 

명목상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라는 중국의 의료가 거의 민영화되었다는 사실도 코로나를 겪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인구 1200만 명이 사는 우한시에서 코로나 확산 시기에 환자를 받은 병원은 단 3나머지는 다 영리병원즉 민간병원이었다고 한다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을뿐더러 국가가 의료문제를 포기한 상태라는 의견도 들었다끔찍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답답했던 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곳에 국가라는 시스템의 비가시성 혹은 부재였다그에 비해 지나치게 게으르고 손쉬워 배려라곤 없이 시행되는 공권력의 행위들에는 더욱 분노하게 된다뒤늦게 방역을 한다고 나선 당국이 한 일이라곤 인구 1000만 명이 살고 있는 거대 도시를 통째로 완전히 봉쇄하는 것이었다.

 

"사람 간에 전염이 되지 않는다막을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기사 보도로 이름만 기억하는 의사 리원량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인지하고 최초로 경고한 죄로 중국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코로나에 기인한 병증으로 인한 비극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릇된 혹은 무능력한 대처방식으로 인한 피해들이다일일이 적기에는 너무 잔혹한 참상들이다……바이러스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정면으로 대항할 방법이 없지만상식을 갖추고 거짓과 선동을 멈추는 일은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아닌가더 어려운 일인가……지옥의 한복판에 버려진 채로도 독거노인들의 간장 뚜껑을 열어 주기 위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던 사람들 이야기에 울컥하고 눈물이 고인다.

 

이 책의 저자이자이전부터도 작가인 팡팡은 중국 정부를 고발하고 비난하는 일에 모든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바로 이런 사회와 권력이 코로나 판데믹과 같은 비극을 언제든 재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전하려한다제발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할 일은 하지 말라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그 반대가 되었을 때 어떤 참상이 벌어지는 지를 바로 보라고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하려한다.

 

한 나라의 문명 수준은

높은 건물강한 무기위협적인 군대진보한 과학기술경제력에 달린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다.

바로 약자들에 대한 국가의 태도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고개를 들고 희망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중략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스스로를 지키고가족을 돌보는 것이다.

지시에 따르고 절대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문을 닫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오랜 시간을 버텨왔다.

그래서 우리를 위해 목숨 건 사람들의 노력을 절대 헛되이 할 수 없고,

또 이렇게 버틴 스스로의 노력도 허투루 만들 수 없다.

 

비상사태가 닥치면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 거대한 선과 악이 전부 드러난다.

당신은 그 안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당신은 경악하고 탄식하고 분노하고그리고 익숙해질 것이다.

 

나는 생필품을 파는 상인들에게 이럴 때 문을 열면 감염될까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덤덤했다.

우리가 여기서 버티고 있어야 당신들도 버틸 수 있잖아요.”

 

코로나 판데믹이 멈추지 않은 것처럼 작가 팡팡이 감당해야할 고초도 아직 진행 중이다나는 이 작가의 근황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도 할 일에 포함시키려 한다.




정말 다른 의도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면책이 우한일기든대국항역이든 무슨 상관인가무슨 책을 내든 이용하려 할 텐데안 그런가누군가 이용할 거라서 책을 안 낸다고언제부터 중국인들이 그렇게 외국인을 두려워했나음모론 얘기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그저 소설 쓰는 데 소질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이 책은 반려견과 집에 단 둘이 남게 된 작가 자신을 위한 생존 일기이고,

고통스러운 고발 보도 자료이고,

죽거나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한 추모와 위로의 문학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이 재난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다시는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즐겁게 지내면서 [우한일기]를 2020년의 역사적 자료로 다루는 미래를 희망한다


2020년 9월 작가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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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레시피 - 딸에게만 알려주고 싶었던 비밀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 이봄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 입에 들어가는 것을 만드는 데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니까.”

 

실수란 건 의도한 일이 아니라 있을 수도 있는 일인데그것마저 조심하며 살아온 분의 인생과 레시피라 절로 경건해지는 기분이 든다.



각종 레시피북들은 저엉말 많지만,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이렇게 반가운 책은 처음이다그 음식에 대한 따뜻하고 향긋하고 배부르고 걱정 없이 나른한 그리운 추억이 있어서 더 그럴 것이다.

 

레트로라 이름 붙인 메뉴들이 내 현실에선 미슐랭보다 귀하게 느껴진다재료도 맛도 다를 테지만 맛을 아는먹으며 성장한 메뉴들과그리운 이들그리운 시절에 모두 떠오른다.

 

디저트를 빼고는 모두 다 요리할 수 있을 메뉴들이라 감개무량하기도 하다.




시공간을 초월한 맛이라는 근사한 표현을 읽자 40여 년 전 처음 맛본 [비엔나롤빵]과 흡사한 빵 맛이 떠오른다가끔 빵집에서 소시지빵에 막 끌리는데 무척 예스런 입맛이라고 친구들에게 놀림도 받았다 어린 시절 덜컹덜컹 기차 여행 당시의 훈제 소시지 향도 생각나고 처음부터 거부감이 없었던 머스터드 향도 떠오르고 그런다.

 

자금에서야 생각해보니 그래서 한 때 쏘야 소시지야채볶음 같은 훈제 향이 나는 음식을 맥주 안주로 막 좋아했나 싶기도 하다재료와 만드는 법이 놀랄 만큼 간단해 보여벌떡 일어나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해지는 위험한 레시피이다.




[나폴리탄 스파게티] 이 메뉴는 들을 때마다 허기가 돈다.

 

어릴 적조부모님 댁에서 지내던 시절오후에 두 분 산책가시는 길에 따라 나서면 동네한방차집에 가셔서 주인과 담소를 나누곤 하셨다매캐한 한약재 향이 떠도는 장소에서 유일한 어린이메뉴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해주시면 언제나 만족스럽게 배불리 먹고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다 잠이 들기도 했다.

 

재료나 만드는 법을 여쭤본 적은 없지만아버지의 레시피의 스파게티보단 케첩 양이 더 많았을 거라 짐작해본다비엔나소시지에 이어 케첩 중독 역시 아주 오래전에 시작된 것이었구나새삼스럽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허기가 느껴진다매일 무언가를 핑계로 만들어 먹고 싶은 메뉴이다.




초등학생중학생 때까지 방학 중에 그냥 저 크레이프만 구워서 속재료 없이 잼을 발라 먹기도 했다구울 때 왜 자꾸만 가장자리가 말려 올라오던지……지금도 이유를 모른다어쩌다보니 크레이프보단 월남쌈을 더 자주 먹고 살았다보드랍고 상큼하고 달콤한 행복한 맛일 거란 생각에 언젠가 반드시 시도하고 말 테다!라고 결심해본다.




원래도 좋지만 겨울에는 특히 묵직한 느낌의 파운드케이크가 더 끌린다체온 유지를 핑계로 살찌우는데 이만한 음식도 없는 듯.ㅎㅎㅎ 버터 듬뿍에 구운 아몬드 잔뜩레몬 껍질이 상큼하게 씹히는 [아몬드 파운드케이크]는 겨울에 최적화된 메뉴이다죄책감이 들 정도의 두께로 잘라 따뜻한 소금 약간 우유나 산미가 있는 커피나 달지 않은 글루바인과 함께 먹으면 추위가 가시고 몸보다 마음이 더 노곤해진다.

 

아버지와 함께 베이킹을 해본 기억은 없어서저자의 기억 속 시간들이 어땠을까 상상만 해보았다.

누구랑 만들든혼자 만들든 갓 구운 빵이나 케이크가 오븐에서 나올 때 퍼지는 향기는 정말 황홀할 것이다.

행복하고 따뜻하지만 그리운 일들이 잔뜩 생각나서 슬픔도 차오르는 특별한 책이다.

그래도 이 책은 책장에 꽂을 장식이 아니라 만들고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가득해서 정말 신이 난다


최고 최애의 레시피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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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현실은......



나폴리탄쯤이야, 자신만만했는데,
이 그냥 토마토 스파게티는 뭔가요.
제가 만든 기억은 납니다만......
재료가 달라져서라 위로해봅니다.
자신만만했던 레시피 하나 실종!


레몬 없어서 오렌지 껍질 썼어요.
음... 처음 맛보는 케익이예요.
아몬드 다 어디로 갔어,
버터 다 어디로 갔어,
오렌지 왜 너만 느껴져......
레시피 두 개째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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