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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ㅣ 재미있다! 세계명작 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평점 :
“비밀이란 언제까지나 지켜지는 게 아니거든. 더구나 자유에 대한 우리의 꿈은 자칫 부서져 버리기 쉬운 거야.”
어릴 적 아동문고로 읽은 작품을 잊고 살다가, 아이들이 십대가 되자 초등학생 때 읽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 뒤늦게 아쉬웠다. 어릴수록 경계가 낮은 상상력이 이 작품을 충분히 만끽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새롭게 펼쳐든 작품은 도입부터 중년 독자의 눈을 질끈 감기게 한다. 인류 역사 내내 가차 없이 저질러진 일이긴 하지만, 여전히 어른들이 아이들을 죽이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의 죽음은 문학 속이라도 심장에 전해지는 충격이다.
상대를 죽여서 범죄를 은폐하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이들에게 가하는 둔중한 경고처럼, 작품은 죽음 이후와 이상의 메시지를 전한다. 다만 용기를 배우고 따르기란 쉽지 않아서, 죽음으로만 완벽한 이상세계에 도착할 수는 없다.
얼핏 고단한(?) 이 구조는 용기가 없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자신감을 잃은 이들에게 다시 힘을 얻고 기회를 주도록 격려한다. 겁먹은 동생 칼의 모습을 많이 지닌다는 점은 비난 받을 약점이 아니라, 성장할 여지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왜 사람들은 평화롭게 살지 못하는 걸까!”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불행들을 모두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너무 힘들거나 때론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촉발한 이유나 계기는 분명 있겠지만, 인간의 의도는 때론 기막히게 하찮거나 무의미하거나 용맹무지한 탐욕이다.
어른들은 다 피할 수 없고 막을 수 없는 비극들에 지혜롭게 답하거나 해법을 제시하는 대신 절망하기 일쑤다. 모르니 고통스럽다. 그래서일까, 린트그렌이 명확하고 단선적인 구도를 설정하지 않는 점이 고맙고 뭉클하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면 ‘사람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누구나 겁날 때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그런 자신과 타인을 비난하고 포기하지 말아야한다. 그리고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목적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주 많이 숙고해야 한다. 망가진 것들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나 수명을 가진 존재들이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가 떴다가 지고, 달이 뜨고, 별들이 반짝이고, 그 모든 것이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아.”
마침내 동생 칼이 형을 업고 낭길리마로 한 발을 내딛은 것처럼, 진짜 “사랑”이란 무섭고 겁이 나지만 용기를 내어 행동하는 것이다. 충분히 사랑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살아갈 현실이 이 모양인가 자책과 통증이 떠나지 않는 나날이다. 이렇게 아프지만 다시 만날 수 있어 감사한 작품이다.
“그 열두 살의 나에게, 이제야 더듬더듬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절망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우리의 고통이야말로 열쇠이며 단단한 씨앗이라고.” 한강 작가 [여름의 소년들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