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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성석제 지음 / 강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소풍>에 이르기까지,
제목이 귀에 익어 읽지 않았음에도 마치 읽은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
모범적인 소년 장원두 . 그는 산골의 부유한 대가족 집안의 손자다.
6,70년대의 전형적인 농촌다운 확고한 질서와 실용의 세계에서 살았던 주인공 원두.
원두는 학교 가는 일 외의 시간은 염소 사십 마리를 몰고 풀을 뜯게 하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그는 사교적 인물이 아니어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기 보다는 일대일로 그리고 비공개적으로 마을의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 나간다 .그런 속에서 이런 저런 일화를 겪으며 내용이 이루어진다 .
말하자면 성장 소설인 셈인데 통과 의례라고 할만한 뚜렷한 사건은 없다 .이 책에는
등장인물들이 많다 .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던 기타 리와 그의 어머니, 미래의 색시로 점찍어 놓은 명주누나, 바보 취급을 받던 말더듬이 진용이, 할아버지 친구 유봉어르신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꼬봉 한주도 나오고 새침한 여우 운용도 나오는데 등장인물 성격이 개성있다.
다 비슷한 인물들이면서도 그 개성은 살아있는 건 작가가 유머러스한 덕분일 것이다 . 아이에서 소년으로 자라나는 주인공, 약간 덜 떨어지고 소외되어 있는 또래 친구, 엄격한 할아버지, 동경의 대상이 되는 마을 청년, 호감을 가지게 하는 친구의 누나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다 이해가 가는 캐릭터다 .
시골 사람들의 모습을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은 내가 겪은 적 없더라도
아름답다고 할 만큼 정겨웠다. 소년이 성장기에 겪은 에피소드들은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었을 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어린 시절에 대한 단순한 추억일 수도 있지만 원두가 자라나는 게 눈에 보이는 듯하다 .
기타 리에 얽힌 1부도 재미있지만 2부 진용이 이야기는 살아가는 일이 가지고 있는 진실성, 느리게 가는 자가 진정 멀리가고 높이 간다는 진실을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다. 바보같이 보이지만 천천히 또한 단순하고 우직하게 살아가는 이가 어쩌면 가장 소중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성장기 소설답게 큰 부담은 없이 읽었다 .
그리고 무엇보다 글이 가진 맛이 역설과 반어가 재미있어서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
절제 되고 따뜻하며 황당한 유머지만 성석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가득 담겨 있는 소설이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낄낄거리며 웃었다 .
성석제의 단편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을 읽으면서도 많이 웃었다.
하지만 그냥 웃고 넘어 가기에는 무거운 주제와 소재라고 본다 .
한 소년의 성장기가 주변 인물들과 어우러져 깔끔하게 전개된다.
내 어린시절도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그 사소한 일들이 혁명적일 것 같다 .
심각하면서도 즐겁고, 때론 슬프고. 어쩌면 인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
어떤 날은 행복하고, 또 어떤 날은 슬프고 때로는 무섭고 재미있다.
삶은 영원히 행복하고 영원히 불행한 것은 아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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