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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 이태석 신부 이야기
우광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천주교신자임을 자처하지만 워낙 신실한 분들에 비해서는 성실하지 못한 탓에 이태석신부님의 이야기를 이제서야 접하게 됐다.
예술적으로 넘치는 다재다능함과 사회적으로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이신부님의 선택은 일반인이라면 망설임만 가득할 조건 속에 있어 한번 놀라고, 그 후의 아프리카로 봉사가심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결단력에 또한번 놀라게 된다.
이만해도 상당한데 사제생활을 온전히 생명을 살리느라 쏟은 분이 평균수명보다 일찍 가셔야하다니...그 와중에도 더 많은 희망을 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은 이제 놀라움을 넘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어찌 인생의 큰 변화 앞에서 담담하고 망설임없이 결단을 내릴 수 있었는지 과연 나와는 그릇부터가 다른 분이구나라는 생각 뿐이었다. 읽는 내내 감동스러움과 비례하여 나의 신앙적, 인성적 핑계들이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겠더라.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시고 희망을 보여주는 큰 업적 속에서도 스스로를 낮추느라 '아무것도 아닌'행동으로 치부하셨지만 이신부님이 행하신 일들은 나에게 영적, 인성적으로 큰의미를 가진다.
그분이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하며 탈렌트를 실행하는 모습은 오로지 그 초점이 하느님에게 맞춰져있어 흔들림없이 정도를 걸으신 분이기에 천주교인들에게 신앙인으로서의 가져야할 마음과 태도를 몸소 가르쳐주신다.
척박한 수단에서의 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나를 환기시켰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몰라보게 급진적으로 변화한 우리는 넘치는 경제적, 문화적 풍요속에서 그만 '만족'에 무감각해져 '감사의 마음'을 상실해버려 기존엔 존재하기에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사회문제가 점점 불거지고 있다.
감사하는 마음, 주변인의 존재의 소중함, 사랑할 수 있는 기쁨을 상실한 채 풍요 속 빈곤에서 괴로워하는 현대에 이태석신부님이 수단과의 상대적인 모습에 얼마나 안타까워했을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부끄럽고 속상하다.
문득 한동안 잊고 지냈던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지금'인지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내가 필요로하는 것 보다 많이 가지고 살면서도 뭘 그렇게 부족하게 느끼며 사는 것인지, 왜 자주 넘침을 간과하고 부족함에 탄식함이 늘어가는지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또한 수단의 척박함에서도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의 모습에 오히려 배운다는 이신부님 말씀처럼 나 역시 이신부님의 행적을 통해 작은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나눌 줄 아는 행동, 정도를 걷기 위한 사고의 전환을 배울 수 있었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랑이있지만 일회성이기 쉬운 연애감정, 원망이 섞이기도 하는 가족관계, 오해로 무너질 수 있는 우정 등을 초월하는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이태석신부님.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의 후반에서 이신부님이 부르셨다는 대중가요도 그분의 관점에서 따라 읊어보니 이성간의 사랑을 뛰어넘는 범우주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문득 '사랑밖에 난 몰라'가 머리에 떠 오르며 그 가사처럼 사랑밖에 모르고 사셨고, 오로지 그 가르침을 따르는데 온전하셨던 이태석신부님의 한결같음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신부님을 직접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 관계를 각별했다 여긴다는데 그만큼 하나하나의 만남을 소중히 여겨 전념을 다해 우정을 나눴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이신부님과의 교류는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 안타깝지만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로나마 이신부님을 접하고 배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책을 덮어도 깨우친 것 이상으로 실천해야 할 많은 실행들이 물밀 듯이 머릿속을 덮쳐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차근차근 나아갈생각이다. 그분의 모습을 그대로 실천하기엔 그릇이 다른 나이기에 나는 나대로 나답게 '조금이나마'실천해야지.
종교인에겐 신앙심을, 일반인에겐 리더쉽과 인성에 대해, 나눔과 감사에 대해 고취시켜주는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연인이나 친구, 부서원단위, 사회적 친목모임으로 읽고 가슴의 온도를 조금 올려 주변을 같이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기회이며,
또 무엇보다 가족단위로 여름방학이라 참고서에 지친 어린아이들에게 휴식과 함께 심신의 양식을 제공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동안 잊고있던, 언제나 기억해야 할 '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환기시켜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