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런시 워 - 아직 끝나지 않은 통화 전쟁
제임스 리카즈 지음, 신승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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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었다가 녹았다가 반복하는 것이 경제의 섭리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최근의 계속되는 악재에 재테크를 하는데 있어 그 선택의 순간에 자꾸 주저하게 된다.

이제는 바닥인가 싶다가도 더 저점을 향해 떨어질 때의 아득함을 겪게 되면 회복기를 예상하면서도 섣불리 판단하는 듯한 기분에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후회하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게 모두 재테크엔 관심이 있으되 성실히 공부하기 보다는 요행의 순간을 바라면서 투자심리를 떨치지 못하는 성격 탓이기에 최근 집에서 쉬는 동안 경제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재테크를 떠나서 경제의 기본을 꼼꼼히 다지지 못했기 때문에 통화에 대한 개념과 세계경제의 구조나 관계를 포괄적으로 알아보고 싶었던 차에 <커런시워>는 아직도 경제부문에 걸음마도 못 뗀 나에게 어려울 듯 했지만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을 제외하고는 스토리 형식을 빌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인 내가 보더라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 문외한이라면 용어들 자체가 생소해서 읽는데 속도감이 많이 떨어질 것이다.

원래의 저자가 주석을 안 달았더라도 한국의 출판사에서 주석을 달아주는 편이 더 나을 듯 싶다. 아무리 우리나라 독자들이 경제분야에 관심이 높아졌다지만 말 그대로 재테크에 집중되어 있을 뿐 경제 자체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은 전문분야의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긴 그렇다면 어차피 <커런시워>도 전문가들을 위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효율적이니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불필요하긴 하겠다.

 

통화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 미국의 정책적인 부분을 이해하려면 그 사회적 배경까지 이해해야 하는데 그 동안 경제를 위해 공부해온 것이 미국경제의 영향을 받는 우리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동시에 경제만큼 정치적 요소가 이기적일 정도로 무섭게 녹아있는 분야도 없다는 생각에 차라리 모르쇠로 눈감고 안일하게 살고 싶을 정도로 개인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위험에 노출 되어 있을수록 눈을 감고 자포자기 하기 보다는 눈을 뜨고 그 위험을 주시하라는 그 동안 수많은 독서의 가르침을 받들어 괴롭더라도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져본다.

 

세상에 그동안 정치는 행정적으로만 생각해왔던 그 순진함이 바보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정치는 과학이며 심리학이다.

당연한 얘길 뭘 또 하는가 싶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체험하는 정치적인 관계를 넘어 경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정치적 관계는 온갖 방향에서 상호충돌하는 과정 중에 있다.

큰 조직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입장이라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관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아주 작은 틈으로 그 광활한 위험을 오히려 기회의 장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만큼 적합한 경우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국의 협소한 경제시장에 부대껴 답답해하지 말고 다소의 위험부담을 안고 한번쯤은 도전하여 세계 경제의 틈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정부에서도 그런 케이스를 발굴하고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시작했으면 좋겠지만 이 보다 세금이 더 늘어난다면 도저히 허리가 휘어서 힘드니 그건 고민 좀 해보고.;;

 

권모, 술수가 팽배한 정치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는 항상 재미있다.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한 그 스토리도 당연 재미있지만 이제는 점점 경제를 무대로 한 스토리가 주는 생동감과 재미가 그 이상이 되어 버렸다.

생물보다 더 생명력 넘치는 경제의 흐름과 그 중심에 있는 조직과 연장선상에 있는 사람들을 보는 건 씁쓸한 현실을 배우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동시에 기회를 찾는 동기를 부여받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만 경제를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캠페인의 성격을 벗고 생활이 되어버린 글로벌 시대에서 본인의 단순한 생활을 넘어 국가의 이익과 존엄성을 위해 세계경제를 살펴 그 상관관계에 눈을 떠야 한다.

꼭 부정적이고 불리한 입장으로서만 현시점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사실 지금과 같은 위기의 상황은 주체가 되어 움직일 수 없는 입장에겐 어쩌면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활동과 그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아진 만큼 세계 속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회의 순간을 포착하는 경우가 많아지길 기대 해 본다.

 

"해당서평은 더난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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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스
황명화 지음 / 하다(HadA)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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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들에 대해서 기특하게 생각은 해왔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몰인정함으로 시각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불편함이나 그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었기에 <하네스>를 통해서야 겨우 '창조'와 그의 주인 피아니스트 '예지'를 비롯한 그 주변인들을 통해 눈으로는 다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읽는 내내 기특하고 신퉁방퉁한 이 녀석은 마음이 따뜻해지게 하지만 사람을 위한 일생을 산다는 것이 너무 짠해서 읽는 내내 안쓰러움이 더 컸다.

물론 무지한 나 같은 독자를 위한 안내견에 대한 설명과 법조항들을 통해 안내견들은 시각장애인들을 안내하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지 않고 주인과 함께하는 놀이로 인지한다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그 종의 성향을 사람사회의 시스템에 맞춰 일생의 플랜을 짰다는 게 과연 개에게 당연히 돌아가는 시간조차 보상이라고 해도 되는가 싶었다.

 

인간을 위해 훈련되어지고 길러진다는 것도 기특한 한편 안쓰러운데 천성이 순하여 인간을 안내하고 보호하도록 교육받은 특성을 알고 도발하려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눈살이 찌푸려짐을 넘어서 분노케 한다.

스트레스를 푸는 것인지 단순한 장난인지 그 의도는 제대로 알 길이 없지만 그 어떤 이유가 됐든 엄연히 인간보다 나은 행동의 안내견에게 폭력성을 유발하려 들다니 몰상식하기 짝이 없다. 양심을 넘어 인격이란 것이 없어 뵈는 모습에 가슴에서 뜨거운 불길이 이는 것 같았다. 내가 이러한데 주인의 심정은 어땠을지 생각하는 것만도 잔인하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어째서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지... 우리들을 위해 봉사하는 수고스러움을 묵묵히 해나가는 그 이쁜 모습을 어째서 당연스럽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가면서도 나 또한 의식하지 못 하는 사이 그들보다 나을 것 없는 행위들을 무심히 하며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하찮게 여겨졌다.

 

유난히 개를 좋아하는 작은이모는 아끼는 히딩크(개 이름) 얘기를 신나게 하면서 꼭 하는 얘기가 있다. "개가 사람보다 나아~.사람은 배신하지만 개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특별히 보증으로 힘들어하거나 곗돈을 떼인 것도 아닌 이모인데 유독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깊지 못하고 개에게 집중되어 있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평소엔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네스>를 통해 개의 충성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그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환경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체가 되는 환경이 위험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개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웬만한 사람 몫을 거뜬히 해내는 '창조'를 보면서 지구상의 많은 동물들이 사람보다 못할 것이 없는데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으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묵직해 진다.

안내견이 우리에게 주는 편리와 심적 위안을 누리는 만큼 안내견을 비롯한 반려견, 그 외 동물들이 사람들의 변덕에 한순간 사랑받다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존중받는 세상이 왔으면 싶다.

 

저자는 <하네스>를 통해 안내견에 대한 설명과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생활의 불편함을 쉽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인간과 개의 우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만큼 사회문제를 잘 전달하는 게 없는 만큼 저자의 의도가 적절히 녹아있어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사적인 포인트가 잘 녹아있어 읽고 나면 증발하는 가벼움이 아니라 가슴에 한 번 더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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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거짓말쟁이들 - 누가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이언 레슬리 지음, 김옥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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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당신은 거짓말쟁이다!"

라는 저자의 외침을 듣고 고개를 저을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스스로도 내가 오늘 무슨 얘기들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다 기억할 수 없지만 분명 위선되는 행동이나 말을 했음을 의심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는 무의식이 끼쳤을 나의 언행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의적으로 스스로를 기만하기도 하지만 무의식 중에 이뤄진 자기기만이야말로 파악하기도, 의심하기도 어려운 법이기에 그렇다.

 

심리를 간파하고 의도대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연구의 주제들 중에 동기나 뇌의 영역에 대한 단어선택이 주로 제목을 이뤘다면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은 흥미유발부터 남다르다.
거짓말의 도덕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그와 연관되는 행동관계에 대한 연구가 흥미로우며 인류의 역사에 기인하는 그 역할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이라서 사람이기 때문에 타고난 거짓말쟁이의 기질에 대해 그저 부정적인 인식으로만 바라보고 타파하려해선 안되고 그렇게 타파되어지지도 않는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 수 있지만 절대로 없앨 수 없는 필요악의 순간도 있는만큼 거짓말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하여 계기나 행동관계에 대해 살펴야 하는 것이다.

꽤 재밌는 연구주제로 흥미로움을 느껴 읽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흥미 이상으로 현대의 위선이 만연한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태도를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을 통해 거짓말이 나쁘다거나 하는 그런 논리적인 문제를 뛰어넘어 사회와의 관계와 인간행동에 초첨을 맞춰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상대의 말이나 몸짓, 눈빛을 통해 위선을 간파하게 하고 자기기만에 빠진 사람들을 각성시킨다.

또한 우리가 가장 추구해야 할 정직하기 위한 태도를 갖추기 위해서도 본인의 착각이나 자기기만에 빠질 위험에 대한 경고를 담아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행동하기를 촉구한다.

 

절대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힘든 요소이지만 하얀거짓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의 행동요소에 있어서 필요되어지는 거짓말도 있다.

협상이나 속임수 등 상대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 거짓말도 있지만 플라시보효과나 기대효과에 기인한 교육법 등 인류의 역사에 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또 문화의 차이에 따라서 거짓말이 가지는 성격적 차이에 대한 내용도 꽤 흥미롭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게되는 순간과 그 성장과정 중 일부인 행동양상에 대한 저자의 안내로 부모님들은 아이들 교육에 좀 더 차원높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없는 나는 그저 재미있게 읽었을 뿐이지만 아이가 있다면 자녀교육에 있어 앞으로도 두고두고 관찰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좋을 책이다.

 

단지 거짓말에 대한 역사를 나열하고 그를 간파하기 위한 스킬을 전수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원래 남을 간파하기 보다 본인도 무의식 중에 행하는 행동에 대해 인지하고 반성하기가 더 어려운 만큼 말미에서 저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 대해 의심하고 되짚어 볼 필요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을 통해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관계를 인지하고 좀 더 소통가능하고 건전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하여 개개인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과연 얼마만큼의 정직함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확실히 당장 오전이 채 지나지 못한 지금한 거짓말을 헤아려보는 것도 참 어렵다.

좀 더 성숙한 사람이라면 상대의 어려움을 감추려는 거짓말을 간파하는 배려를 위한 거짓말을 할 수 있을텐데 아주 적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의 살풍경한 사회가 이나마 돌아가지 싶다.

정말 인간은 타고난 거짓말쟁이다. 라고 발뺌하기에 앞서 그럼에도 최대한의 말을 아껴 보자.

남을 관찰하며 비난하는 순간이야 재밌지만 스스로를 반추하기란 어렵고 괴로운 만큼 그 습관을 들이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계속된다면 본인 인성의 성숙과 사회의 윤택함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무리를 이루기에 그 생활 내에서 온갖 거짓말들이 난무한다.

함께하기에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로 인해 그 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 어떤 생명체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만큼 사회 속에서 함께 살기 위해 거짓말을 파악하는 눈과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해당서평은 웅진지식하우스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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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손
마이런 얼버그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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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으로 다 전하지 못하는 감성의 언어를 통해 아버지와 교감하는 마이런의 성장과정이 짠하고 아름답다.

봄기운에 눈이 녹아 햇살에 아직 물기가 어린 듯 <아버지의 손>은 아름다운 아지랑이 사이로 축축한 공기를 전하고 있다.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대접을 받고 다른 생활과 관습으로 살게 된 마이런의 성장기를 통해 그 만한 역경과 고난 없이 살아오면서도 감사와 감동에 인색했던 스스로를 반추해보며 부끄러웠다.

또한 그러한 환경 탓에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일 때부터 일찍 어른이 된 마이런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고, 한편으론 자신의 환경을 비관하여 스스로의 인생을 폄하하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확률도 높았는데 바르고 곧은 몸과 마음으로 크는 그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물론 그가 훌륭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아버지가 있었다.

비록 청각장애를 앓았지만 사회로부터 도망치지 않았고 청력이 멀쩡한 형제나 가족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를 개척해나가며 보통의 사회인보다 더 성실한 근무태도로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아주 훌륭히 해냈다.

마이런의 친가, 외가의 조부모들을 비롯한 친척들은 그들의 분가를 염려하며 출산에 까지 부정적인 시선으로 간섭했지만 그의 부모님은 증명되지 않은 설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들의 청력이 어린 시절의 사고였을 뿐임을 인지하고 청력장애가 유전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

실제로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 때의 그들의 감동이 가슴 벅차다!

마이런의 존재 자체가 그들 생활에 활력이 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가정의 모습과 다를 리 없다는 결실이라도 되는 양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잠시였다.

곧 아버지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신이 아들의 메시지를 듣지 못할 위험에 대해 걱정하며 심지어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된다.

간절히 바란 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니 그 고뇌의 상처가 헤아려지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건강한 부모가 장애가 있는 자식의 명을 걱정하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참 가슴이 짠했는데, <아버지의 손>에서 보여 지는 장애가 있는 부모가 정상인 자녀의 유아기 때 제때에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없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 또한 보기 힘들었다.

이런 염려와는 달리 마이런은 영특한 아이인지라 일찌감치 부모의 세계를 이해하고 정상인들의 삶과 소통하는 열린 창구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불행히도 그의 동생은 간질을 앓게 되어 그는 작은 체구로 웬만한 성인이 지는 몇 배의 책임을 어깨에 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 마음에 세상을 향한 투정이 왜 없었을까마는 하느님에 대한 불신으로 평생을 고뇌하신 그의 아버지에 대한 측은한 마음을 보였을지언정 스스로의 인생을 폄하하진 않았다.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상황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이들에게 분노하고, 오해로 그의 가족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길지언정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를 교육하는데 물심양면으로 신경을 쓴 아버지와 언어로는 전할 수 없는 넘치는 사랑을 가르쳐 준 어머니 덕분도 있지만 타고나기를 명민하고 통찰력 있게 태어났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이 또한 일반적인 우리 가족의 모습을 닮아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교감과 사랑을 나눔에 있어서는 어떤 영역도 형태도 없기에 <아버지의 손>은 생경한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동시에 나의 모습, 우리 가족의 모습을 언뜻언뜻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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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들여다보다 - 동아시아 2500년, 매혹적인 꽃 탐방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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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기원을 찾는 꽃과 나무들이 한시와 어우러져 그 향기를 더하고 있는 <꽃, 들여다보다>.

고대 문인들의 자연을 바라보는 겸허한 자세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풍부한 감수성이 한시에 고스란히 녹아있어 글을 통해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보는 듯하다.

어떻게 이 아름다움을 지나칠 수 있었는지 그 무심하고 살풍경한 가슴이 한심스러울 정도로 꽃 하나하나가 그 미려함에 매혹되어 취하게 한다.

한시를 지으며 술을 마시셨는지 취한 듯 몽롱해지고 정신을 뺏기게 될 테니 급하게 속독을 하기보다 조용히 음미하며 읽을 시간을 가지는 편이 효과적이다.

 

노래를 통해서 추운 겨울에 유달리 강한 생명력과 색채를 통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동백꽃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꽃 무궁화로 마무리되기까지 저자가 읊어주는 한시를 통한 역사와 유래, 설화 등을 듣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 방대한 시간과 지식의 깊이를 더하게 된다.

독자의 지성과 감수성을 고양시키는 기태완교수의 지적 깊이와 한시의 쉬운 전달을 위한 깔끔한 구성력을 통해 독자의 눈높이를 고려한 세심함이 느껴진다.

확실히 가르침을 업으로 삼은 분이라서 그런지 전달력과 그 비려가 남다르지 싶다.

 

아름다움도 감탄스럽지만 미진한 상식으로 잘못알고 있던 사실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속속 발견된다.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는 지금 경제와 경영의 사회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아니면 그 사실여부에 관심이 없었던 나로서는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자꾸 되새김질되는 삭막해진 감수성과 무지함에 창피하지만 조금이나마 꽃에 대해 현상만으로만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래나 설, 작품을 통해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

 

꽃은 그저 연약한 식물에 지남이아니라 이처럼 많은 작품으로 그 향을 퍼뜨리는데 사람인 나는 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버리는 성실하지 못한 태도와 불필요한 욕심으로의 조바심으로 여유를 모르는 어리석음을 뉘우쳐 본다.

<꽃, 들여다보다>를 들여다보며 꽃과 나무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그들을 통한 작품과 해설을 통해 스스로를 반추하며 되새겨 보자.

장인이 장인의 작품을 선별하여 태생이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을 통해 독자를 매혹시킨다.

마치 비단에 수를 놓듯 천연염색 된 실을 잘 골라 도안에 어울리는 옷을 잘 지은 듯 고운 정성이 깃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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