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라 애완견과 함께 보낸 분주한 하루였다.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라 잠시도 한 눈을 팔수 없는 동안 옆에 두고 읽기 시작한 작가는 오래 전 부터 애정 하는 작가였다.
오래 간만에 나온 소설집과 또다른 소설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됐다.
이전의 소설들에서도 보여주었던 같은 동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당당한 여성이 마음에 들어 빼놓지 않고 읽었는데 이번 작품 또한 가슴시린 이야기에 공감이 가고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라 진한 여운이 남았다.
이야기는 각기다른 중년의 여성들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받는 상처를 몸과마음이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무너져 내려 견딜 수 없는 상처(우울증, 각종 질병)를 당하고 종내에는 스스로 무너져 내리거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자신들이 어렸을적 옳다고 여겼던 남자들의 행동이 나 말들이 시간이 지나고 몸이 변화하면서는 그릇된 판단이었음을 느끼는 장면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런 아픔을 당하는 순간에 자식들 까지 적대와반감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키워 봐야 별 소용없구나 하는 허망한 마음 까지 들었다.
남자들의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행동에 상처 받은 지난날들을 어떻게 보상할 수있을지 의문이 생기고 지나간 세월 동안 나는 나의 아내에게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고 몇년 후에 겪게될 아내에게 좀더 애정 어린 시선과행동으로 보살펴 주어야 함을 상기 시키는 이야기였다.
그동안의 소소한 잘못도 이제는 이해가 되는 그런 내용으로 여성 보다는(열받아서 읽기에 거북하리라본다) 많은 남성들이 읽고 반성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든다.
무지는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공감력이 없다는 건 얼마나 이기적인지. - P19
나이 든다는 건 물리적인 시간만 쌓인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낡아가는 몸과 마주 하는 일이란걸, 근주는 근래 들어 절실히 깨달았다. - P25
미안하다고만 하면 이야기가 끝난 줄 아는 남편이었다‘ 근주는 남편의 악의 없는 무신경이 배려 없다는 이유로 모든것을 받아들여줘야 하는 근주만 속이 탔다. - P36
당연히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회사에서일하니까, 학교에선 공부하고, 어린 건 아직 어리니까, 집안일은 집에 있는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일과를 마치고돌아온 식구들을 위해 소비하는 나의 시간이 나의 가치라고 믿고 살았지만 소용없었다. 해도 표 안 나고, 안 하면 더표 나는 게 집안일이었다. 회사는 월급이라도 주고, 아이들은 성적표라도 받아 오지, 나는? 누구도 알아줄 리 없었다. 아무것도 손대기 싫었다. 그럴 때는 차라리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상책이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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