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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라 - 인문학과 영화, 그 어울림과 맞섬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이 영화를 보라>에서는 우리 사회의 징후적인 영화 여섯 편을 진단한다.
근대사회의 위생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영화 <괴물>을 통해 보여주고 , 표준어와 단일민족 신화의 판타지를 영화 <황산벌>을 통해 거시기하게 분석한다. 영화 <음란서생>을 통해 성리학과 근엄함의 시대로만 알려져 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성담론을 야시시하게 (므흣한 사설시조까지 읊어주며) 펼쳐 보여준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전통적 한의 정서’가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등장하였는지 <서편제>를 분석하며 그 탄생과정을 낱낱이 드러내 준다. <밀양>을 통해 파편화된 현대인이 가족과 신의 구원에 매달리게 되는 모습을 애틋하게 보여주며, <라디오스타>를 통해 주변인들이 곧 새로움의 창조자, 유목민이 되는 모습을 리드미컬하게 그려준다.
영화평이라고 하면 보통 딱딱하고 어렵고 이론적이고 의미 불분명한 글만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통념을 가볍게 뛰어넘을 만큼 유머러스하고 명쾌하다.
특히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영화 <황산벌> 분석이었다. <황산벌>이 개봉했을 때 나는 그 영화를 세 번이나 보았었다. 보고 또 봐도 거시기의 향연이 즐거웠다. 내 전공이 국문과여서,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삼국시대 고구려, 신라, 백제는 말이 통했을까? ->통역에 대한 기록이 없으므로 말은 통했던 것 같다’라는 내용 때문에 그 영화가 더 흥미로웠었다. 때문에 당시에 이 영화의 진면목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평론가들도 ‘스타일이 없다’는 둥, 어떻다는 둥 하고 혹평을 하길래 서운했었는데, 이 책에서 황산벌의 진수를 이렇게 화~악 뽑아 준 데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